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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51화 (52/211)

51화

JJ 본사로 이동 중인 승합차 한 대.

“이거 풀어! 너희들이 하고 있는 건 범죄야! 납치라고!”

몸을 결박당한 채 뒷자리에서 소리치고 있는 남성.

유영진 기자였다.

“범죄는 개뿔. 사람 죽이려고 시간 끌고 있었던 게 누군데.”

옆자리에 있던 한재석의 목소리에 유영진의 표정이 굳어갔다.

“그… 그래도 이건 아니지! 나도 피해자야. 조민성 상무가 시켜서 한 짓이라고.”

“네에. 네에.”

“내가 도와줄게. 우선 풀어봐. 나 기자니까, 도움이 될 거야.”

“이 아저씨 말 많네, 진짜.”

어떤 회유책도 통하지 않자 유영진이 강하게 나갔다.

“너희가 무슨 꿍꿍이인지 모르겠지만 조민성 상무가 얼마나 큰 힘을 가졌는지 알아? 너희 같은 것들은 소리도 없이 죽을….”

지직!

짧게 울리는 전류 소리.

고래고래 소리치던 유영진 기자가 기절해 있었다.

“시끄러워 죽을 뻔했네.”

한재석이 만족한 표정으로 손을 털었다.

“기절시킨 건가요?”

앞 좌석에서 넘어온 오지훈의 목소리에 한재석이 고개만 끄덕였다.

“뭐… 저 사람은 조용히 기절해 있는 게 낫겠죠. 그런데 재석 군… 개인적인 질문 하나 해도 됩니까?”

“뭔데요?”

“뭐 별건 아니고…… 왜 도와주는 겁니까? 최한 군과 D반을.”

“…….”

차 안이 조용해졌다.

유영진 기자의 모습으로 변해 있던 유미나 조차 한재석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창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한재석의 작은 목소리가 차 안을 울렸다.

“강해지고 싶어서요.”

간단명료했지만, 많은 의미가 담긴 목소리였다.

“강해지고 싶다라…….”

“처음에는 민섭이와 붙어 있으면 강해진다는 말 때문에 민섭이를 도와주기 시작했어요. 사이비 종교 사건 때부터…. 그런데 D반이 K에게 공격당할 때 느낀 게 있어요.”

“…….”

“S급이 돼서 힘의 차이를 깨닫게 됐다 해도… 난 움직이지 못했고, B급밖에 안 되는 민섭이는 마지막까지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싸웠어요.”

“민섭 군은 등급을 받지 못했을 때도 항상 무모하긴 했죠.”

“S급이 되었는데, 압도당했어요. 처음으로 힘의 차이를 알게 돼서…. 예전에는 몰랐던 것들이 S급이 되자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그것들 때문에 몸이 움직이지 않아요. 난 원래 그러지 않는데…. 싸워서 더 강해져야 하는데…. 오히려 더 약해진 것 같아요.”

처음 보는 표정.

유미나는 2년이나 같은 반에서 시간을 보냈지만, 한재석의 이런 표정을 본 적이 없었다.

자신을 S급이라고 칭하는 것보다 지금 짓고 있는 표정이 더욱 놀랍게 다가왔다.

“강해지고 싶어요. 최한보다도, 민섭이 보다도…….”

앞 좌석에 있던 오지훈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원초적인 본능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강함

그렇기에 순수했다.

“강해질 겁니다. 재석 군은…… 제가 보증하죠. 아직 더 연구를 진행해봐야 하지만, 당신들은 말 그대로 ‘리미트 해제자’. 한계가 없습니다. S급 그 이상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겁니다.”

오지훈의 미소가 전염이라도 되듯 차 안이 훈훈해졌다.

유영진의 모습으로 변한 유미나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한재석이 표정을 숨긴 채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그래도 K 녀석은 진짜 괴물이었어요.”

“그렇게 강해 보이던가요?”

“최한이 S급이라는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믿질 않았어요. 그런데 K를 본 순간. 같은 S급인데도 이렇게 차이가 날 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

“아무리 우리가 성공해도 최한이 지거나 하면…. 최한도 S급이 맞나 싶을 정도로 강하긴 하지만…… 그 녀석은 미각성자니까…….”

“그럴 리 없습니다.”

확신에 찬 목소리.

“…….”

“설명해줄 수는 없지만, 최한 군이 질 일 따위 없을 겁니다.”

한재석의 머릿속으로 K와 만난 그때가 떠올랐다.

‘그 녀석이 지는 모습은 상상이 되지 않아.’

재석의 표정이 점점 더 어두워질 때쯤.

달리던 차량이 멈췄다.

“그럼 제 역할은 여기까지…… 성공을 빌겠습니다.”

유미나와 한재석의 시선으로 JJ 본사 건물이 보였다.

* * *

JJ 본사 꼭대기 층.

쨍그랑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이어진 목소리에 어두운 분위기가 사무실 전체를 휘감았다.

“아 X 같네.”

조민성 상무가 손톱을 잘근잘근 물어뜯고 있었다.

엄지손톱에서는 이미 붉은 피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중동에서 온 사업 파트너와의 회의로 인해 조금 늦은 시간에 병원에 보낸 킬러들의 실패를 보고받은 직후였다.

“다시 한번 말해봐. 뭐라고?”

조민성 상무의 목소리에 최 비서가 차분하게 다시 말했다.

“병원으로 간 킬러들이 최한에게 모두 당했습니다. K의 말에 따르면 이미 최한이 저희의 위치와 상무님의 존재까지 모두 알고 있는 듯합니다.”

쨍그랑.

또다시 울리는 날카로운 소리.

최 비서의 바로 옆으로 날아든 유리잔이 산산이 조각나 바닥으로 떨어졌다.

여전히 표정 변화 없는 비서.

이 정도는 예상이라도 한 듯 보였다.

자신에게 날아온 유리잔에 시선도 주지 않은 채 조민성 상무의 얼굴만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장난감 주제에… 감히……. 유영진 기자 그 새끼는 최한 안 잡아 놓고 뭐 한 거야!”

“아침에 그를 카페에 데려다주고 돌아올 때 분명 카페에 학생이 한 명 있었다고 했습니다. 인상착의나 외형으로 봤을 때 최한이 분명합니다.”

비서의 담담한 말투에 조민성 상무의 입에서 손가락이 떨어졌다.

“이봐, 최 비서. 그럼 네 말은 최한이 순간이동이라도 했단 말이야? 아니면 최한이 두 명이라도 된다고 말하는 거야?”

사정없이 떨리는 동공의 움직임.

정상적인 사람의 눈동자라고는 생각지 못할 정도였다.

최 비서가 마른침을 한 번 삼키고는 최대한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조금이라도 흐트러짐을 보이면 더욱 흥분한다는 것을 오랜 기간 봐왔기에 알고 있었다.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유영진 기자가 최한과 카페에서 만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킬러들의 실패 후 유영진 기자에게 통화를 걸었는데 그때부터 아직까지 연락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같이 보낸 K의 부하들까지도….”

“유영진이 배신했다는 거야?”

“꼭 그렇다고 단정 지어서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일부러 병원과 최대한 먼 곳에서 최한과 약속을 잡았습니다. 바로 가도 병원에 도착할 수는 없었을 텐데….”

“어이, 최 비서.”

“…….”

조민성 상무가 어느샌가 자리에서 일어나 최 비서의 앞에 서 있었다.

“일부러 나 화나게 하려고 하는 거야? 어? 똑같은 말을 몇 번이나 지껄이는 거야?”

“…….”

“벗어.”

조민성 상무의 목소리에 최 비서가 오른쪽 신발을 벗었다.

조민성 상무가 구두 굽으로 최 비서의 발을 밟았다.

“흡…… 으…….”

“어허…… 소리 내지 마. 누가 보면 때리는 줄 알겠어. 엉?”

“…….”

최 비서가 입술을 물어 비명이 새어 나오는 것을 참아 내고 있었다.

“그래, 그래. 벌 받을 때는 닥치고 있어야지.”

이제야 표정이 풀린 조민성 상무가 발을 뗐다.

최 비서가 고개를 숙였다.

“K! 나와 봐.”

K를 부른 조민성 상무가 원래 자리로 되돌아갔다.

천장에서 몸이 점점 나타나기 시작한 K가 그대로 사무실에 착지했다.

“그 S급 꼬맹이 녀석, 찾아오겠지?”

K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민성 상무의 시선으로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 K의 눈빛이 들어왔다.

‘병원으로 보낸 녀석 중에 동생이 있었다는 게 사실인가 보군.’

“내 보디가드를 봐주는 값의 두 배를 더 주지. 팔이 없어도 되고, 다리가 없어도 되니까 최한 녀석, 목숨만 붙여서 내 앞에 데려 놔.”

“그렇게 하도록 하지. 그럼 고용주. 당신도 나와 약속하나 해줄 수 있겠나?”

조민성 상무가 대답을 대신 하듯 고개를 들어 K와 눈을 맞췄다.

“볼 일이 다 끝나면… 꼭 내가 최한을 죽일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하지.”

사무실 안에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때.

턱!

강하게 열리는 문으로 유영진 기자가 들어왔다.

허리는 반쯤 접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고, 한 손에는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

“허… 허…. 느… 늦어서 죄송합니다.”

조민성 상무가 언짢은 표정을 지은 채 손가락으로 턱을 톡톡 쳤다.

“어라라… 배신자였으면 이곳에 다시 올 리가 없는데 말이야.”

배신자라는 소리에 유영진이 당황해 조민성 상무에게 다가갔다.

“사… 상무님. 배신자라니요?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상무님이라…. 뭐, 그건 됐고. 우선 설명해 줘야 할 게 있어.”

“무… 무엇을?”

“첫 번째 너와 카페에 있어야 할 최한이 왜 병원에 나타나 킬러들을 처리한 건지. 두 번째 왜 전화를 받지 않았지? 최 비서가 연락했다던데. 연락도 없고 말이야.”

소파에 앉아 턱을 괴고 있는 그 모습은 일반인에게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아우라를 풍기고 있었다.

유영진이 숨을 고르며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취재하기로 한 카페에 분명 최한이 나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음료를 주문하러 간 사이에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사라져?”

“네. 말 그대로 사라졌습니다. 문을 나가거나 한 게 아니라 자리에서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음…… 사라졌다…… 뭐, 완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니까.”

“저 그런데… 왜 그렇게 최한에게 집착하시는 겁니까? 아무리 S급이라도….”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까먹은 거야? 내 장난감을 가로챘으니, 당연히 새로운 장난감이 되어야지. 내가 최만식한테 투자한 시간과 뒤를 봐준 게 얼만데.”

유영진이 크게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마… 맞습니다. 그걸 들었었는데, 참. 저도 나이가 들어가나 봅니다. 그런데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시죠? 두 번이나 쳐들어가서 D반 아이들의 보호가 심해질 텐데…….”

“상관없어. 방법을 바꿔야지. 이제 무작정 쳐들어가는 건 멍청한 짓이야. 병원 쪽에 손을 써야지. 한 십억씩 주면 애들 몇 명 죽이는 주사 같은 거 놔주겠지.”

유영진이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마른침만 삼켰다.

‘듣던 것보다 더 미친놈이었네. 이 정도면 된 것 같으니….’

“저… 화장실 좀….”

“잠깐. 가기 전에 두 번째 물음에 답을 해야지? 전화…… 왜 안 받았지?”

“전화요? 그… 그게 최한이 눈앞에서 사라진 것 때문에 너무 당황해서 정신이 없었습니다.”

“정신이 없었다. 그렇다 치자. 그런데 왜 다시 연락을 주지 않았지? 부재중 통화를 보면 연락을 해야 하는 게 기본 아닌가? 그것도 사람을 죽이려는 계획을 짠 사람들이?”

정말 일반인이 맞는 건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이 존재감과 위압감.

강하다는 것과는 조금 다른 별개의 힘.

정말 보통 인간보다 높은 곳에 있나 싶을 정도로 강한 느낌을 주었다.

유영진이 당황해 커진 목소리로 말을 더듬었다.

“아 그…게 아니라. 제가 너무 당황해서 카페에 휴대폰을 두고 왔나 봐요. 저 여기까지 뛰어왔다니까요. 하… 하….”

“그럼 자네 손에 들려진 그건 뭐지?”

“제… 손이요?”

유영진의 시선이 자신의 손으로 향했다.

떡하니 들려있는 휴대폰.

“이… 이게 왜…… 여기에. 하…하….”

조민성 상무의 얼굴에서 표정이 지워졌다.

“왜긴 왜야. 동영상을 찍고 있어서 그렇게 들고 있는 거겠지.”

유영진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웃음이 지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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