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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54화 (55/211)

54화

강한 폭발음과 함께 움푹 파인 콘크리트 바닥.

그 위에 서 있는 한 사내의 등장으로 기자들의 시선과 카메라의 렌즈가 한곳으로 모였다.

“조민성 상무를 협박했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S급의 힘으로 왜 그런 짓을 한 겁니까?”

“JJ 그룹을 내놓으라 한 것이 사실입니까?”

“미림고 아이들을 협박해 이용한 것이 맞습니까?”

어느새 최한의 바로 앞까지 모여들어 마이크를 들이밀고 있는 기자들.

저마다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최한의 눈에 들어온 그들의 눈빛은 모두 같았다.

먹잇감을 포착한 사냥개의 눈빛.

‘이 상황에서도 나한테 뒤집어씌운 거야?’

피식.

작은 콧바람과 함께 최한의 입에서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역시 나쁜 놈은 더 나쁜 힘으로 조져야 정신을 차린다니까.”

낮게 울리는 음성.

최한의 눈매가 화살촉 모양으로 변했다.

순식간에 퍼지는 압박감.

시끄럽게 떠들던 기자들의 입이 일순간에 다물어졌다.

최한이 한 걸음 내디뎠다.

마이크를 들이밀고 있던 기자들이 자신들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앞을 가리고 있던 카메라들도 조금씩 좌우로 갈라져 최한의 앞길을 열어주었다.

최한의 시선에 조민성 상무와 K의 모습이 들어왔다.

한쪽 입꼬리만 말아 올려 웃는 최한.

쿵!

두근…두근….

조민성과 K의 표정이 굳어지고, 몸의 감각이 사라져 갔다.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

아니, 가슴을 갈라 심장을 빼앗기는 기분이었다.

K의 파란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살기….

분명 그것은 살기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자신이 맞닥뜨려온 살기와는 본질부터 달랐다.

수많은 전쟁 통에서도 목숨과 목숨을 건, 사선에서도 느낀 적 없는 것이었다.

셀 수 없이 많은 목숨을 빼앗은 자신이….

누구보다 죽음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처음이었다.

이토록 작아 보인 것은.

저 최한이라는 남자는 죽음보다 더한 것을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조민성과 K가 얼어붙은 것을 확인한 최한이 살짝 고개를 저었다.

‘겨우… 이 정도로 겁먹으면 안 돼. 쇼는 이제 시작이야.’

최한이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거짓말… 진실… 세상은 힘이 있는 자가 말하면 다 진실로 포장되곤 하지.”

“…….”

그 많은 기자들이 최한의 기에 눌려 한마디도 내뱉지 못하고 멍하니 그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지금 브로스길드 측에서 기자 회견 하나 열었을 거야. 핸드폰이든 뭐든 꺼내서 확인해 봐.”

최한의 목소리에 기자들이 황급히 핸드폰을 꺼내 확인했다.

각종 포털과 유O브를 가득 채운 실시간 기자 회견 방송.

기자들의 놀란 목소리가 줄지었다.

“뭐야, 끝난 거 아니었어?”

“왜 연락이 없었지?”

“몇 시간 만에 또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대체 왜…….”

기자들의 휴대폰에서 오지훈의 목소리가 화면을 타고 나왔다.

“저희가 이렇게 다시 기자 회견을 연 이유는 며칠 전 발표한 최한 군의 정보에 대해 정정해드릴 것이 있어서입니다.”

정적이 흘렀다.

“그럼 길게 끌지 않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며칠 전 최한 군의 등급에 대해 발표했었습니다. S등급. 하나 이것은 잘못된 정보였습니다.”

흘러나오는 오지훈의 목소리에 기자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

웃는 기자들.

잔뜩 인상을 구긴 기자들.

허탈한 표정을 짓는 기자들….

모두 제각각의 표정이었지만, 동일한 한 가지를 시사하고 있었다.

“가짜야?”

“에이, 그럼… 8명의 S급 보유국도 날아가는 거야?”

“브로스 길드에서 실수하다니 미친 거 아니야?”

“이럴 줄 알았어. 어쩐지 S급이 자주 나온다 했다.”

조민성 상무의 큰 웃음소리가 거리를 가득 채웠다.

“하하하! S급이 아니었어? K까지 부를 필요도 없었군. 하하하!”

정정 방송.

S등급이 잘못된 정보였다면 모두들 그 뒤는 들을 필요도 없다 생각했다.

S급이 아니라면 A등급이든 B등급이든 아니, D급이어도 상관없다.

S급 빼고는 차고 넘치는 등급이니까.

모두 그렇게 생각했다.

S급이 아니라면… 어차피 밑에 있는 등급일 테니까.

“하하하하하하!”

조민성의 웃음소리를 뒤로 하고 휴대폰에서 오지훈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최한 군의 진짜 등급은… SSS등급입니다.”

정지.

말 그대로 정지했다.

시간이 멈춘 듯 모든 사람들의 사고가 정지하고 자신이 들은 그 한마디를 몇 번이고 머릿속에서 이해하려 했다.

S등급을 받는 것만으로도 일반인에서 단 하루 만에 전 세계적인 스타가 되고, 평생 만져 보지도 못할 돈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여겨진다.

한 나라에 S급 능력자가 한 명 있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라 일컬어지고, S급 능력자는 백 명의 A급 능력자보다 더 귀한 대접을 받으니까.

거짓말 조금 보태서 S급 능력자는 신과 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존재라고 불린다.

SSS급.

멸종했던 공룡을 처음 눈으로 본다면 이런 기분일까….

외계인을 처음 만나면 이런 기분일까….

기자들이 목구멍까지 차오른 기자로서의 본능적인 물음과 욕구를 표출하지 못하고 멍하게 굳어 있었다.

휴대폰 속에서도 정적이 이어지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전 세계가 잠깐 멈췄을 수도 있다.

그 정도.

딱 그 정도였다.

터벅!

터벅!

최한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네가 그랬지? 돈과 권력이면 다 된다고… 잘 들어. 내 이름은 최한. 전 세계의 있는 모든 돈과 법, 그리고 권력을 이용해도….”

덜덜덜덜.

몸통부터 손끝까지 떨리지 않는 곳이 없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두려움이란 것을 느끼는 조민성 상무였다.

“벌 줄 수 없는 유일한 인간이야.”

최한의 마지막 목소리에 조민성 상무의 다리가 풀려 자리에 주저앉았다.

모든 카메라가 최한과 그 앞에 주저앉아 있는 조민성 상무를 찍고 있었다.

그들을 찍고 있는 카메라맨, 그리고 그 광경을 실제로 눈에 담고 있는 수많은 기자들도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 그 어떤 말을 내뱉지도, 질문을 하지도 않았다.

이 흐름을 잠깐이라도 방해한다면….

죽는다.

SSS급.

존재 자체가 이미 법이고, 선이고, 기준이었다.

그가 행하는 것이 선이고, 정의가 되는, 그야말로 선과 악을 결정할 수 있는 유일한 인간이었다.

“거짓말이야! SSS급이 존재할 리가 없다! SSS급이면 인간의 몸이 버틸 리 없어!”

분노를 담은 외침이 들렸다.

K.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잡을 수 없는 범죄자.

그의 외침에 기자들이 눈알만 굴려 옆 사람을 바라보았다.

무언의 이야기가 오갔다.

눈빛과 표정만으로 기자들이 K의 말에 동조하고 있었다.

K가 최한을 보며 소리쳤다.

“브로스길드와 짜고 쇼를 하고 있는 거야!”

최한이 똑바로 고개를 들어 K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A급과 S급의 힘도 하늘과 땅 차이란 말이다! 네가 나보다 강할지언정 S급과 별다를 것 없다!”

K의 목소리에 최한이 입을 뗐다.

“그래? 네 말이 맞아. A급과 S급도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나지. 그런데 말이야… 내 힘이 S급과 별다를 거 없다고? 무슨 근거….”

최한의 물음이 끝나기도 전 K의 모습이 사라졌다.

기자들뿐 아니라 카메라조차 좇지 못할 속도.

최한의 귀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이게 근거다! 네놈은 내 속도에 반응도 하지 못해. J의 복수다.”

순식간에 최한의 앞으로 이동해 목을 노리는 K의 모습….

검은 오라를 품은 K의 손이 칼이 되어 최한의 목에 닿았다.

“이 검은 오라는 몸의 내부부터 파괴하지. 끝이….”

정확히 마주하고 있는 갈색 눈동자….

최한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지어졌다.

“착각하지 마. 난 지구로 다시 돌아와서, 단 한 번도 제대로 힘을 쓴 적이…… 없어.”

쿵!!!!!!!!

K의 무릎이 땅에 닿았다.

그리고.

“쁘라…슈… 쁘라……쌔니에….”

자신의 목을 부여잡으며 K가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뭐라는 거야? 나 러시아어 모른다니까.”

“잘못…… 살……려…… 주…세요….”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기자들도… 카메라맨들도… 바로 옆에 있던 조민성조차도 믿을 수 없었다.

S급 능력자.

어둠의 세계에서 가장 강하다 알려진 킬러.

100억이 넘는 현상금이 걸린, 누구도 잡을 수 없는 범죄자….

K가 손가락 하나에… 목숨을 구걸하고 있었다.

최한이 K의 머리 위에 검지를 올려 힘을 주고 있었다.

능력도 아니었고, 스킬도 아니었다.

그저….

손가락 하나.

A급 능력자와 S급 능력자 간의 전투에서도 이 정도의 차이는 나지 않을 것이다.

“살려… 주…세요…. 살려 주…….”

두둑.

툭… 쾅!

K의 무릎이 닿아 있는 바닥이 비명을 지르며 갈라지고 있었다.

콘크리트에 금이 가고 바닥이 점점 꺼지고 있었다.

최한이 K의 옆에 주저앉아 있는 조민성에게 시선을 옮겼다.

딱딱.

딱딱.

이미 손톱에서 피가 철철 흐르도록 깨물고 있었다.

다리가 풀려 도망가지도 못한 채 불안한 눈동자로 최한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최한이 그런 조민성의 모습에 만족한 듯 미소를 보였다.

“기자 회견 때 내가 그랬지? 금방 찾아갈 테니까, 기다리라고…. 그리고 보여준다고.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악마.

조민성의 머릿속에 그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인간이 아니었다.

인간이 어떻게 저런 표정으로 웃을 수 있을까.

초인이라 불리는 S급을 손가락 하나로 빈사 상태로 만들고 어떻게 저렇게 편안하게 웃을 수 있는 건지.

0의 개수를 셀 수 없는 많은 돈과 한 국가를 흔들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자신은 무적이라 생각했다.

아니, 인간보다 한 단계 위에 선 자라 생각했다.

하나.

지금 눈앞에 있는 남자를 본 순간.

모든 것이 부질없음을 느끼는 조민성이었다.

지구에 있는 모든 인간이 힘을 합친다 해도 눈앞에 있는 이 남자는….

최한이라는 SSS급 능력자는….

이길 수 없다.

조민성의 고개가 떨어졌다.

바닥이 젖어갔다.

“어이고야… 오줌 쌌네? 그렇게 무서웠어?”

최한의 목소리에도 조민성은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살려줘…. 살려줘….”

최한의 시선으로 고통스럽게 살려달라고 빌고 있는 K의 모습이 들어왔다.

K와 조민성을 번갈아 가며 보던 최한이 고민에 빠졌다.

“어떤 벌을 줘야… 내 화가 풀릴까…. 어떻게 해야 병원에 누워 있는 내 친구들의 울분이 풀어질까….”

K는 계속해서 고통에 살려달라는 말만 반복했고, 조민성은 바지에 오줌까지 지린 채 모든 것을 포기하고 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

무언가 생각난 듯 최한이 K의 머리를 누르고 있던 손에 힘을 뺐다.

“좋은 게 생각났다. 우선 카메라에 대고 사과해. 내 친구들한테.”

K의 초점이 맞지 않는 노란 눈동자가 카메라를 찾았다.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

“미안하다….”

얼굴도 들어 보이지 않으며 조민성이 사과했다.

진심인지, 아니면 두려움에 짓 눌려 그냥 뱉어낸 말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최한도 어차피 형식적인 차원에서 시킨 것이니까.

울며불며 진심으로 사과하고 죄를 뉘우치더라도….

어차피 받아줄 생각 따윈 없었으니까.

최한이 자세를 낮춰 K와 조민성과 눈높이를 맞췄다.

“내가 이제 마지막 벌을 줄게. 얼마 전에 좋은 특성을 하나 발견했거든. 말하는 대로 사람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

최한의 목소리에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던 조민성의 얼굴이 들렸다.

“최…만식….”

최한의 얼굴에 악마의 웃음이 지어졌다.

“신의 권능. 복제.”

신의 권능(복제) - 스킬 빼앗기 LV 100

신의 권능

모든 만물의 제약을 없애고, 시전자가 눈으로 본 모든 능력을 자신이 사용할 수 있다.

100배의 힘까지.

[능력당 1회만 사용 가능.]

.

.

.

최한의 눈동자가 보라색으로 변했다.

“그럼 지옥에서 보자.”

* * *

한 시간 후.

전국으로 송출되는 뉴스 하나.

“세간을 뜨겁게 달궜던 JJ 그룹 조민성 상무와 킬러로 활동하고 있던 S급 능력자 K의 사체가 이곳 조민성 생가 앞에 널브러져 있습니다.”

“잠시 전까지만 해도 자신들의 몸을 씹어 먹는 이해 할 수 없는 행동을 하더니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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