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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56화 (57/211)

56화

“네!????”

“민섭이가 능력자라고요?”

놀란 아이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몰랐어? 민섭이가 말한다 했었는데?”

아이들의 모든 시선이 민섭에게 향했다.

“그, 그게… 타이밍을 놓쳐서….”

조일환 선생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뭐… 그럼 어차피 민섭이와 최한에게 말해야 할 것도 있으니… 내가 설명해주마. 민섭이는 능력자 검사에서 B급을 받았다.”

“헐….”

“대박….”

아이들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오지훈 박사한테 듣기로는 재각성자… 아니, ‘리미트 해제자’라 하더구나. 어쩌면… 최한 보다도 더 특이한 케이스라더군.”

아이들이 얼이 빠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인류 최약 병기 민섭이가….”

“SSS급보다 더 특이한 케이스….”

“B급이라고? 민섭이가?”

놀란 것은 최한도 마찬가지였다.

체육대회 때부터 민섭이의 몸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은 짐작하고 있었다.

만식교 지하 벙커에서 만났을 때도 강해졌다 생각했다.

B급.

믿기지 않았다.

아니, 자신과 비슷한 저 마력의 흐름이 더욱 신경 쓰였다.

많은 것을 간직한 날숨과 함께 최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짝짝짝!

“축하해!”

“축하해! 민섭아!”

최한의 어두운 표정과 달리 D반 아이들의 축하가 민섭에게 향했다.

질투, 열등감.

느낄 수도 있었다.

하지만 D반 교실에 그런 감정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있었다.

누구보다도 강해지고 싶어 했던….

일반인의 몸으로도 최강의 서번트가 되고자 했던 민섭의 꿈을 알고 있기에.

민섭의 얼굴에 밝은 웃음이 지어졌다.

“고마워, 얘들아.”

부기가 민섭을 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흠흠! 그럼… 조회는 이것으로 마치고… 최한 그리고 김민섭. 너희는 나를 따라와라.”

조일환 선생의 목소리에 최한과 민섭이 동시에 말했다.

“왜요?”

“브로스 길드장이 기다린다.”

* * *

미림고 교장실.

최한의 시선으로 창을 모두 가린 커튼과 어두운 표정으로 앉아 있는 최수혁과 오지훈 박사의 모습이 들어왔다.

이 시간에 학교까지 찾아온 걸 보니 뭔가 일이 생긴 줄은 예상했지만….

“이거 생각보다 큰일이 생긴 거 같은데? 길드라도 망했냐, 파랭아?”

잔뜩 상기된 얼굴.

분위기를 풀려 던진 농담에도 최수혁의 반응은 지금까지와 전혀 달랐다.

“앉아서 얘기하지, SSS급.”

자신의 별명을 듣고도 최수혁이 그냥 넘어가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최한의 얼굴에 남아 있던 웃음기가 전부 사라졌다.

“민섭 군도 이리 와서 앉으세요.”

오지훈의 목소리에 민섭이 최한의 뒤를 따라 소파에 앉았다.

최수혁이 쉽사리 입을 열지 못하고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뭔데 그리 말을 못 해? 진짜 길드 망한 거냐?”

“야… 최한….”

최한의 팔을 치며 민섭이 눈치를 줬다.

“장난 아니야. 이번엔 진지하게 물어본 건데….”

“S급 마수아가… 납치됐다.”

최수혁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에 교장실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진짜 망했네…… 헙!”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진심에 민섭이 입을 가리고 최수혁의 눈치를 살폈다.

“뭐… 대형 길드라고 해도 간판스타라 불리는 S급 능력자가 사라지면 망한 거나 다름없지.”

“제… 제 말뜻은 그런 게 아… 아니었는데. 브로스 길드가 어디 동네 작은 길드도 아니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길드인데….”

당황해 소리가 날 정도로 무릎을 두드리고 있는 민섭이었다.

민섭에 모습에 조금은 표정이 풀린 최수혁이 차분하게 이어 말했다.

“당연히 길드가 망하진 않겠지만, S급이 납치된 게 세상에 알려진다면, 아무리 대형 길드라도 그 위상은 단숨에 떨어지겠지.”

“…….”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길드의 입장에서일 뿐이지. 만약… 그 납치 된 S급을 구해내지 못한다면….”

민섭이 최수혁의 입에서 나올 말을 이미 알기라도 한 듯 안경을 벗고 중얼거렸다.

“헌터들을 믿지 않게 될 거야….”

최수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 아니… 전 세계에 두려움을 주게 될 거다. 최강이라 일컬어지던 S급의 힘이 통하지 않는 몬스터가 있다는 게 알려진다면.”

정적이 흘렀다.

좋든 싫든 S급 능력자의 파급력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너무도 강력했다.

“그건 그렇고, 핑크 대가…… 아니, 마수아는 누구한테 납치된 건데? S급을 납치할 정도면 웬만큼 강해서는….”

정적을 뚫고 나온 최한의 목소리.

이번엔 최수혁이 아닌 오지훈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최한 군도 만난 적 있습니다. 자신의 입으로 천사라고 지칭하고 다니는 놈들을요.”

최한의 고개가 민섭에게 향했다.

천사.

그 단어에 반응이라도 하듯 민섭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짜증과 함께 머릿속으로 그려지는 기억에 최한의 주먹이 강하게 쥐어졌다.

보라색 피부를 가진 인간.

하지만 그 정체는 이세계에서 봤던 드래곤이었다.

그리고 다른 이들은 느끼지 못했지만, 최한은 느낄 수 있었다.

먼 곳에서 천사의 눈으로 자신들을 보고 있던 미지의 존재를.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건가….’

오지훈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어제 마수아 팀이라 불리는 A-31 팀에서 구조 요청이 왔습니다. 곧바로 길드 측 구조대가 출동을 했고, 저와 길드장님도 동행을 했습니다.”

최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구조 요청이 온 곳은 여의도에 있는 밤섬… 아니, 지금은 A10 탑이라 불리는 곳이었습니다. 탑의 입구 바로 앞에서 마수아를 제외한 A-31팀인 윤강산과 손대영 서번트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심각한 부상을….”

“잠깐.”

한참을 듣고 있던 최한이 오지훈의 말을 멈췄다.

“다 알고 있네. 누구에게 잡혀간 지도… 어디에 있는지도…. 그러면….”

최수혁을 향한 최한의 표정이 구겨져 있었다.

“왜 구하러 가지 않은 거야. 탑이든 뭐든 어제 바로 구하러 갔어야지. 너 대장 아니야?”

뼈가 있는 말에도 최수혁은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우선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보도록.”

“끝까지 듣긴 뭘 들어? 그 자리에서 뛰어 들어갔어야지. 다른 놈들이 그 정도로 부상을 입었다면 마수아도 똑같겠지. 너도 S급이라며. 아니면 책상 앞에만 앉아 있다 보니까, 싸우기 무서워졌냐?”

최수혁의 몸이 흠칫 떨렸다.

한눈에 봐도 많은 것들을 참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최한이라고 몰라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감정적으로만 몰아붙이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아는 파랭이라면, 지금까지 봐왔던 파랭이라면… 절대 부하를 사지에 두고 오지 않을 것을 알기에.

“자신의 목숨을 먼저 생각하는 놈에게 대장 자격 따위 없어!”

표정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오지훈 박사가 소리쳤다.

“그만하세요, 최한 군! 길드장님도 뛰어 들어가려고 했습니다. 바로 구하러 가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오지훈의 떨리는 목소리가 교장실을 채웠다.

“목에 상처가 깊어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는 상태에서도… 윤강산 헌터가 말했습니다. 죽는다고… 혼자 들어가시면… 죽는다고…. S급 한 명으로는… 이길 수 없다고….”

최수혁이 아무 변명도 하지 않고 깊은 날숨과 함께 눈을 감았다.

눈을 감고 있는 표정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얼마나 분한지.

“네 말이 모두 맞다. SSS급.”

낮게 울리는 최수혁의 목소리.

많은 것들이 담긴 목소리에 모든 시선이 모였다.

“나는 대장 자격이 없는 놈이다. 윤강산이 지고, 마수아가 졌다면… 우리길드에선 나밖에 없었다. 내가 가야 했었다. 아니, 핑계로 들리겠지만 가려 했었다.”

최수혁의 감았던 눈이 떠졌다.

흐트러진 파란 앞머리 사이로 붉게 충혈 된 두 눈이 보였다.

“그러나 이 직책은… 브로스 길드장이라는 자리는… 나만의 것이 아니다. 마수아가 죽고, 내가 죽으면… 그 타격으로 브로스 길드는 무너질 것이다. 길드 하나 사라지는 것이 뭔 대수냐 싶겠지만… 이 길드를 만들 때… 그리고 현실에 몬스터가 나타나게 되었을 때 다짐했다.”

최수혁을 바라보고 있던 민섭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는 헌터가 아니라 영웅이 되겠다고…. 전부는 아니겠지만 내 길드에 있는 헌터들은 강하기만 한 것이 아닌, 사람을 구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영웅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존재만으로도 평화의 상징이 되는 그런… 사람이 되자고….”

최수혁이 말을 마치고 고개를 숙였다.

“길드장도, S급 헌터도 아닌 평화를 바라는 한 사람으로서 부탁 하나만 하겠다, SSS급.”

대한민국 헌터의 정점이라 불리는 사나이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마수아를 구해다오.”

지금까지 보았던 최수혁의 모습과 사뭇 다른 분위기와 진지한 모습에 최한이 생각에 잠겼다.

‘음….’

정적이 흘렀다.

옆에 있던 오지훈 박사가 최한에게 말했다.

“무작정 부탁드리는 건 아닙니다. 합당한 대가도 지불할 것이고, 원하는 것이 있다면 모두 들어줄 생각입니다. 하나….”

오지훈 박사가 최수혁의 눈치를 한 번 보고는 말을 이어갔다.

“최한 군은 그런 것들보다는 이걸 말해야 더 저희의 부탁을 들어주실 것 같군요. 길드장님은 말하지 말라고 하셨지만….”

“뭔데?”

“마수아 팀이 천사와 접촉한 날이 미림고 체육 대회 날입니다.”

오지훈의 목소리에 최한이 무언가를 떠올렸다.

빠르게 지나쳐 가는 수많은 기억 속.

최수혁이 마수아 팀에게 속삭이는 장면이 떠올랐다.

“체육 대회 점심시간….”

오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지난번의 교훈으로 천사 즉, 강한 힘을 가진 존재의 파장이 나타나면 보고하라고 지시를 해놨습니다.”

“설마….”

“네. 최한 군과… D반 학생들의 체육 대회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길드장님께서 마수아 팀을 그곳으로 보낸 것입니다.”

최한이 아직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최수혁에게 시선을 옮겼다.

얼마나 분했을까.

강한 힘을 가지고 있어도 지켜주지 못한 것이….

최수혁이 느끼고 있는 그 감정을 최한도 겪었었기에….

친구들을 지켜주지 못했던 일이 있었기에….

최한이 오지훈에게 물었다.

“그런데 이건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그러는데, 우리나라에 S급들 몇 명 더 있다며. SSS급인 내가 아니라도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면 파랭이가 이렇게 고개 숙일 필요는….”

“모두 거절당했습니다.”

최한의 눈매가 사선이 되었다.

“서운하지 않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지요. 하지만 모두 자신들의 자리와 지키고 싶은 게 있을 테니까….”

오지훈의 마지막 말은 들은 최한이 깊은 날숨을 뿜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개 들어, 파랭이.”

최수혁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우리가 체육 대회를 즐길 수 있도록 마수아가 천사 놈들이랑 싸우러 간 거라면, 내 책임이 하나도 없다고는 말할 수 없어.”

최한의 목소리에 오지훈과 민섭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리고 네가 고개 숙이면서까지 부탁할 필요 없어. 너도… 우리 반 아이들 다쳤을 때 도와줬으니까…. 그리고 그때 거래했잖아.”

최수혁의 붉어진 두 눈에 세상 그 누구보다 환하게 웃고 있는 남자가 보였다.

“너희 길드 빼고는 들어가지 않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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