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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58화 (59/211)

58화

마수아가 납치되었다는 A10 탑으로 이동 중인 차량 한 대.

오지훈 박사가 운전하는 큰 승합차 뒷좌석에 최한과 아이들이 앉아 있었다.

운전석 옆 보조석에 앉아 있던 최수혁이 뒷자리를 향해 말을 꺼냈다.

“우리가 향하고 있는 A10 탑은 몬스터가 나타나기 전에는, 밤섬이라 불리던 곳이었다.”

최한과 한재석 그리고 강진철은 창밖에 시선을 둔 채 귀만 열어 두었다.

김민섭만이 앞자리에 앉은 최수혁에게 뜨거운 시선을 보내며 경청하고 있었다.

“네. 지금은 밤섬이라는 지명은 쓰지 않고, 섬 통째로 A10 탑이라고 명명하고 있다고 배웠습니다.”

어쩐지 들떠 보이기까지 하는 씩씩한 목소리.

꿈에 그리던 서번트. 더 나아가 세계 최강의 서번트를 목표로 삼았던 민섭에게는 어쩌면 지금이 그의 인생 최고의 순간일 수도 있었다.

오지훈 박사가 룸미러를 통해 민섭의 표정을 확인하곤 작게 미소 지었다.

“그래, 잘 알고 있군. 기본적으로 A10 탑이 나타나기 전에 밤섬은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였다. 그러나 A10 탑이 나타나고서부터는 헌터 협회의 관리 아래 던전을 관리하는 인원들이 배치되어 경계 근무 및 출입 통제를 하고 있었지.”

“네, 그것도 배웠습니다. 헌터 협회에서 지정한 청룡 길드가 관리를 맡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 것도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건가?”

“아닙니다. 혼자 공부했습니다! 서번트는 등급을 가리지 않고 어떤 던전이라도 가야 하니, 유명한 곳은 모두 공부해두고 있습니다.”

“그래… 자, 잘하고 있군.”

“감사합니다.”

최수혁이 유난히 파이팅이 넘치는 민섭의 모습에 적잖이 당황했지만, 이내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A10 탑은 A급 던전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탑이라는 특성상 같은 등급으로 표시된 일반 던전 보다 더욱 난이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 구조한 마수아 팀의 힐러, 윤강산의 말로는 A10 탑의 내부 형태와 출몰하는 몬스터가 기존에 알고 있던 것과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고 한다.”

반응 없이 창밖을 바라보던 한재석과 강진철이 최수혁의 마지막 말에 고개를 돌려 반응을 보였다.

“이중 던전?”

“히든 던전일 수도….”

심각하게 표정이 변한 아이들이 최수혁의 뒷말을 기다렸다.

“윤강산의 말에 따르면 자신을 ‘천사’라 칭하는 강력한 존재가 두 가지를 찾으려 했다고 한다. 한 가지는 바로 열쇠라 불리는 민섭 군. 또 한 가지는 A10 탑에 있는 무언가…라고….”

강진철과 한재석의 눈동자가 민섭에게 향했다.

“무언가라고 말씀하신 것을 보니 아직 정확히 파악하진 못했나 보군요. 근데….”

“그 녀석들이 얘를 왜 찾아?”

조금 전 들뜬 모습과 달리 민섭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된 듯 입을 열지 못했다.

“두 분에게는 설명하지 못했군요. 뭐 앞으로 함께할 일이 많을 테니 알고 있는 것도 나쁘진 않겠죠.”

오지훈의 목소리가 시선을 움직였다.

“민섭 군은 유다가 남긴 예언의 나온 열쇠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신을 끌어내릴 유일한 인간… 쉽게 말해 신이 두려워하는 존재죠.”

“음….”

“……?”

오지훈의 말을 곱씹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한재석과 강진철이 몸에 전류가 흐르는 기분을 느끼고 엉덩이가 떼어질 정도로 놀라 소리쳤다.

“잠깐! 뭐라고요!”

“지금 장난하시는 거 아니죠, 오지훈 박사님?”

그들의 반응도 이해가 간다.

아무리 능력자가 나타나고 던전이 생긴 시대라 해도. 갑자기 신의 존재와 예언을 믿으라니.

“그럼… 어차피 아직 거리도 좀 남았으니. 알려드리죠….”

이후 오지훈의 입에서 민섭과 예언의 날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유다가 남긴 석판의 이야기와 라그나로크의 이야기.

28번째 인간의 왕이 나타날 때 지구의 멸망을 일으킬 전쟁이 일어날 것이란 것도….

처음에는 쉽사리 받아들이지 않는 강진철과 한재석이었지만, 그동안 D반과 최한에게 있었던 이야기들을 들으며 점점 어두운 표정으로 납득해 나가는 그들이었다.

오지훈의 이야기가 이어질 동안, 최한은 민섭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아무리 열쇠라 해도… 이런 마력을 갖게 되다니….’

최한이 민섭에게서 느껴지는 ‘마기’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이게 더 문제인가….’

최한이 시선을 옮겼다.

한재석을 바라보고 있는 최한의 얼굴에 더더욱 그늘이 지기 시작했다.

한재석에서도 느껴지는 ‘마기’.

김민섭은 신을 끌어내릴 ‘열쇠’라는 이유가 있으니 ‘마기’가 나타나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한재석의 경우는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을 할 수가 없었다.

‘마기’라는 것은 인간이 가질 수 없는 마력이었다. 마력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것이….

‘마기’는 인간이 아닌 신이 쓰는 마력이었다.

용도부터가 아예 다른 개념이었다.

인간이 쓰는 마력은 신이 쓰는 ‘마기’의 이미테이션 같은 느낌이니까.

‘나도 그 노인네를 만나지 않았다면 이런 마기에 대한 건 알지도 못했을 텐데….’

“후….”

생각을 하면 할수록 더욱더 꼬여만 가는 기분에 최한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이번에 천사를 만난다면….

‘어쩌면 이 둘에 대한 작은 실마리를 찾게 될 수도….’

그때.

어?

최한의 머릿속을 스치는 한 장면.

아침의 일이 떠올랐다.

“아 참. 오지훈 박사님. 부탁할 게 있어요.”

때마침 이야기를 마무리한 오지훈이 대답했다.

“뭐죠?”

“그 드워프한테 받은 단검 때문에요. 예전보다 확실히 줄어들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찾아오는 몬스터가 있어서 조금 더 봐주실 수 있나 해서요.”

“그럼요. 당연히 봐드려야죠. 마수아 탈환 작전을 끝내고 돌아오시면 한번 봐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마무리될 것 같던 이야기들.

아침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던 최한의 머릿속에 한 가지 사건이 더 떠올랐다.

“맞다. 나 오늘 아침에 이상한 놈 봤는데.”

“이상한 놈이요?”

“네. 갑자기 나타나서 지 말만 엄청 하고 갔어요. 뭐랬지? 자기를 너무 미워하지 말라고 했나?”

“자기를 미워하지 말라니…. 뭐죠, 그 앞뒤 다 잘라 버린 말은…?”

“그니까요. 도통 알 수 없는 말만 하더니. 가버리더라고요. 몇 번이나 누군지 물어도 대답도 안 하고.”

“이상하네요. 적은 아니었나요?”

“그게 좀 신경 쓰이는 게 살기나, 무언가 감추는 느낌은 없었는데… 이상하게 보기와 달리 엄청 강한 힘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뭐… 신경 쓰지 마세요. SSS급이란 게 알려져서 말을 걸어 본 거겠죠. 그리고 그런 이상한 사람은 어차피 다시 볼 일 없으니 그냥 잊는 게 편해요.”

“그러겠죠?”

그렇게 마지막 대화를 끝으로 각자의 시간을 보내며 차량이 A10 탑으로 향했다.

* * *

대교에 연결된 통로를 이용해 지금은 A10 탑이라 불리는 작은 섬에 도착한 최한과 일행들이었다.

“이게… 탑….”

최한의 시선에 끝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높은 탑이 보였다.

밤을 연상시키듯 짙은 검은색으로 온몸을 감싼 그 탑은 그간 봐왔던 던전과는 느낌부터가 달랐다.

신기한 생김새에 눈길을 빼앗겨 있을 때, 누군가 다가왔다.

금빛이 감도는 상급 아머를 입고 있는 남자 두 명.

“오셨군요.”

“기다렸습니다.”

살짝 고개를 숙이며 다가오는 그들은 이곳의 관리자라고 했다.

들고 온 서류철을 오지훈이 받아 들어 사인했다.

“그럼 탑 출입을 신청한 4명이 이 아이들인가요?”

로브 뒤쪽에 활을 걸치고 있던 남자의 시선이 아이들에게 향했다.

“아무리 긴급 상황이라 해도… 어린애들을 보내는 게 맞습니까?”

투박한 생김만큼이나 거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담당자인 최수혁을 보고도 이런 말을 하다니….

아니, 어쩌면 최수혁이니까 이런 말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책임지는 자리에 있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끼는 최한이었다.

“잠깐…. 이 녀석들….”

등짝에 큰 도끼를 매고 있던 남자의 눈동자가 잘게 흔들렸다.

“이 녀석들 S급이야…. 거기다 저놈은….”

관리인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모였다.

“SSS급….”

그때.

터벅터벅.

다가오는 발소리.

“왔냐!”

우렁찬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최한뿐 아니라 그곳에 있던 모든 인원들이 갑자기 날아든 큰 목소리에 귀를 움켜쥐었다.

“아… 뭐야….”

“귀청 떨어지겠네.”

우렁찬 목소리만큼이나 큰 발소리를 내며 다가온 남자가 멈춰 섰다.

“기다리고 있었다. 최수혁! 내가 기자들이랑 협회에 들키지 않으려고 얼마나 노력한 줄 알아!”

웬만한 성인 남성들보다 한 뼘은 더 큰 키를 가진 남성.

그를 아는 건지 최수혁이 별다른 반감 없이 말을 이어갔다.

“오랜만이군. 그런데 그렇게 크게 얘기하면서 뭘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을 한다는 거야.”

“걱정 마라! 우리 길드원들 시켜서 주변 수색 싹 하고 카메라나 조금이라도 수상한 놈들 접근하면 멀리 쫓아내 버리라고 했다고!”

“그게 더… 의심 가지 않냐….”

“걱정 말라고. 으하하하하!”

남자가 크게 웃으며 최수혁의 어깨를 쓸었다.

난데없이 등장한 이상한 남자.

최수혁을 다 가릴 만큼 큰 키와 거대한 몸집.

붉은 머리칼.

그리고 오른쪽 눈에 길게 난 상처….

아침에 본 이상한 놈이었다.

“어! 네가 왜 여기 있어!”

최한이 깜짝 놀라 최수혁에게 다가갔다.

“네가 이 사람을 어떻게 아냐, 파랭아?”

“파랭이라 부르지 말라니까!”

남자가 손을 들어 최한에게 밝게 인사했다.

“어! 또 보는군. 질풍노도의 대한민국 고딩.”

“인사는 집어치우고, 네가 여기 왜 있냐?”

뒤쪽에서 지켜보던 오지훈이 무언가 떠올린 듯 박수를 치며 말을 이어갔다.

“아! 최한 군이 아침에 만났다던 이상한 사람이… 이창식 길드장님이었어요?”

“길드장?”

“네. 그럼 아까 했던 말이 이해가 되는군요. 자신을 너무 미워하지 말라는 말도….”

최한의 시선이 거친 이목구비를 가진 남자의 얼굴로 향했다.

거친 인상과 다르게 장난스러운 웃음을 짓고 있는 이창식.

“아무리 봐도 길드장 할 만한 포스는 없는데?”

“최한 군…. 그거 실례예요….”

손을 들어 말리는 오지훈의 목소리 뒤로 또 한 번 큰 웃음소리가 쩌렁쩌렁하게 들렸다.

“으하하하하! 역시 젊은이! 할 말은 다 하고 사는구나! 하하하하!”

최한이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최수혁이 이창식을 소개했다.

“이쪽은 청룡 길드의 길드장 이창식이다. A10 탑의 관리를 청룡 길드가 맡고 있어서 도움을 좀 청했지.”

“이 정도 가지고 무슨 도움이라고. 탑에 들어가는 걸 거절한 것이 미안할 따름이네….”

순식간에 표정이 바뀐 이창식의 얼굴.

잠깐의 순간을 놓치지 않은 최한이 이창식의 모습을 눈에 담고는 작게 미소 지었다.

‘진짜 바보는 아닌가 보군.’

“그럼… 시간 끌 거 없잖아? 얼른 구하러 가자고.”

최한이 최수혁과 이창식의 사이를 가로지르며 걸음을 옮겼다.

강진철과 한재석이 뒤를 따랐다.

오지훈이 멀어져 가는 최한에게 말했다.

“이… 이렇게 갑자기요? 윤강산 헌터가 남긴 정보라도….”

“지나가겠습니다. 지나가겠습니다.”

민섭이 고개를 숙이며 뒤쪽에 바짝 따라붙었다.

“민섭 군까지….”

최한이 돌아보지 않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필요 없어요. 어차피 알고 가나 모르고 가나 우리가 해야 할 건 변하지 않으니까요. 그럼… 금방 구해올게요”

이창식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저 교복 입은 고딩들이… 대한민국 5대 대형 길드보다 더… 듬직해 보이는군.”

최수혁이 최한과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며 미소 지었다.

“당연하지. 저 아이들이 대한민국 아니, 전 인류의 미래니까.”

최한과 아이들이 탑의 입구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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