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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65화 (66/211)

65화

미미르의 머리 위로 나타나던 영상이 사라졌다.

영상은 사라졌지만, 최한의 시선은 여전히 허공에 멈춰 있었다.

‘오딘… 휴거….’

최한의 시야에 퀘스트창이 나타났다.

「튜토리얼 퀘스트 NO. 666

Last

미림고에서 삶과 죽음을 동시에 선물해 줄 검집을 찾아내어 죽여라.

(time out – 80일)

보상

경험치 + 1,187,263,337

검집의 심장 (EX)

획득 칭호

### # (EX)」

[실패 시 페널티 부과]

- 이세계 강제 전송

- 멸망

퀘스트창 가장 아래 보이는 멸망이란 단어를 확인했다.

‘모든 게 운명이라는 건가. 내가 선택된 것도…. 그가 선택된 것도….’

최한의 시선이 뒤쪽에 서 있는 아이들에게 향했다.

눈동자에 깃든 한 남자.

차오르는 감정에 빠르게 몸을 돌리는 최한이었다.

‘언젠가 만난다면 꼭 얼굴 한 대 쳐주겠어. 날 선택한 빌어먹을 신들.’

“이 뒤쪽에 있는 것이 무녀의 석판이다.”

미미르의 목소리에 최한의 시선이 움직였다.

공중에 떠 있는 커다란 돌덩이.

“아까 보여준 내용이 적혀 있지.”

네모반듯하게 깎아진 돌의 앞면에 읽을 수 없는 글자가 쓰여 있었다.

“오딘은 백 년에 한 번씩 지상으로 내려와, 예언이 바뀌길 고대하며 바이킹족의 무녀들을 만났지. 뭐… 결과는 보았듯이 모두 죽임을 당했어.”

미미르가 혀를 차며 날숨을 내쉬고는 말을 이어갔다.

“그렇기에 바이킹족의 무녀들이 이 석판을 남겼지. 언젠가 오딘에게 죽임을 당한 선조들의 복수를 하기 위해….”

“그런데 이걸 왜 네가 가지고 있어?”

최한의 물음에 미미르가 대답했다.

“인간들도 알아야지. 진정한 적이 누구인지. 힘도 써보지 못하고 거인족처럼 멸망의 길을 가게 할 순 없으니까.”

뒤쪽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민섭의 목소리가 최한의 뒤통수를 때렸다.

“신 때문에 거인족이 멸망했나요?”

“그래. 강한 거인들의 힘을 두려워하여 멸망하게 했지.”

“그런데 저희가 올라온 탑에 거인족 몬…. 아니, 다른 거인족이 있었는데….”

미미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단 두 명. 죽지 않은 거인족이 있었다. 지금의 모든 거인족은 살아남은 그 두 명의 자손들이지….”

미미르의 시선이 다시 최한에게 옮겨졌다.

“주머니를 보거라.”

최한이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응? 뭐야… 이거….”

주머니 속에서 나온 것은 동그란 보석이 달려 있는 귀걸이였다.

“귀걸이? 이 보석은 뭐야?”

“보석이 아니다. 그것은 오딘의 눈이다.”

툭.

힘을 잃고 떨어지는 귀걸이.

“으…. 눈깔을 귀걸이에 달아놨어. 더럽게.”

귀걸이가 바닥에 떨어지자 미미르가 당황해 물이 첨벙일 정도로 크게 반응했다.

“야야! 그게 어… 얼마나 귀한 물건인데! 깨지면 어쩌려고!”

최상위 아이템.

아니, 신의 힘이 깃든 육신.

미미르의 반응으로 보아 엄청난 힘을 지닌 물건임은 분명했다.

하지만.

“아… 그래도 눈깔을 어떻게 귀에 달고 다니냐! 인간의 비위를 너무 과대평가하지 마.”

너무도 싫은 티가 표정을 뚫고 나오는 최한이었다.

“내가 그것을 너에게 전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존재해 왔는지 아느냐!”

몸이 없어, 물에 떠 있는 머리통을 이리저리 굴려 가며 화를 표출하고 있는 미미르였다.

“아! 몰라! 너야말로 그렇게 중요한 눈깔을 왜 귀걸이에 박아놓은 건데!”

“가장 실용적이고 세련되게 만들었는데, 뭐가 불만인 것이냐!”

“아니! 내 말 듣고 있냐고! 눈깔을 귀걸이로 달고 다니는 사람이 어디 있어! 나 인간이야! 인간!”

“휴….”

깊은 한숨이 흘렀다.

미미르가 흥분을 가라앉히자 샘에 물결이 사라졌다.

“목이 잘렸음에도 죽지 않은 것은 오딘이 나를 이곳에 가둬두었기 때문이다.”

차분하게 변한 목소리와 분위기에 최한이 차분히 이야기를 경청했다.

“이 샘은 우주의 지혜가 담긴 그릇. 세상의 모든 이치를 깨우칠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지. 하지만… 지혜를 얻는 대신 육체를 이곳에 귀속시켜야 하는 단점이 있다.”

아이들이 마른침을 삼키며 이야기에 집중했다.

“그렇기에 오딘은 나를 이곳에 귀속시키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나에게 물어보러 이곳에 오곤 했지. 하지만 그 전지전능한 신에게도 욕심이란 것이 피어나기 시작했어. 귀속되지 않고 지혜를 얻고 싶어 한 거야….”

최한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래서 알려주었지. 지혜를 얻는 방법을. 등가교환의 법칙. 난 오딘의 육체의 일부분을 받고 그에게 샘의 지혜를 얻게 해줬다.”

무언가 깨달은 최한이 천천히 몸을 숙였다.

“이런 몸이 되고도 버티고 또 버텼다. 나를 가둔 신에게 복수하기 위해, 우리의 종족을 멸망시키고 악마라고 이름 붙인 오딘에게 복수하기 위해.”

미미르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영겁의 시간 동안 죽지도 못하고 이곳에서 기다려왔다. 너를 만나기 위해, 이 눈을 너에게 전해주기 위해.”

최한이 귀걸이를 주워 눈에 담았다.

푸른빛을 띠고 있는 동그란 보석.

“대체 왜 나에게…. 내가 선택된 건 몇 년 되지 않았을 텐데….”

“지금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하나… 그날이 오면 알게 될 것이다. 그 보석이 붉은색으로 변하는 날이 오면… 너의 진짜 모습을 마주….”

피잉!

펑!!!!!!

미미르가 말을 끝맺지 못했다.

순식간에 일어난 폭발.

미미르의 위쪽에 있던 무녀의 석판이 폭발했다.

“뭐야!”

“어디에서….”

아이들이 몸을 숙이고 적을 찾았다.

최한과 미미르의 시선이 문으로 향했다.

“무녀의 석판을 찾으러 왔는데. 이거, 더 큰 것이 얻어걸렸구나.”

거대한 문 바로 아래, 보라색 피부를 가진 천사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뒤에서 하염없이 허공을 두드리고 있는 문지기 트로이스의 모습이 보였다.

미미르의 목소리가 들렸다.

“괜찮다, 트로이스. 걱정 말거라. 이게 누구야. 전쟁에서 패한 것도 모자라, 목숨을 부지하려 신의 노예가 된 드래곤 아닌가?”

새롭게 알게 된 사실에 최한이 천사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때, 최한의 시선에 걸리는 무언가.

같은 것을 발견한 민섭의 목소리가 샘을 울렸다.

“저기 봐. 마수아 헌터야!”

모두의 시선이 천사의 손에 들려진 마수아에게로 향했다.

천사가 그대로 들고 있던 마수아를 바닥에 던졌다.

“이제 이딴 건 필요 없어. 무녀의 석판이 이 탑에 있는 줄은 알았지만… 네놈이 가지고 있는 줄은 몰랐군, 미미르.”

천사의 목소리에 미미르의 눈매가 일그러졌다.

“동족의 죽음을 외면하고, 목숨을 구걸하며 수치스럽게 신의 노예가 된 주제에…. 어디, 거인족 3대 왕인 이 미미르 님의 이름을 함부로 담는 것이냐!”

위엄 있는 목소리.

최한의 시선으로 자신에게 대하는 것과 전혀 다른 얼굴과 위엄을 보이고 있는 미미르의 모습이 보였다.

조롱하는 듯한 천사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 모습으로 이곳에 갇혀 있는 주제에 왕이라니. 잊었나. 너희 거인족은 신들에 의해 제명당했어. 너희는 저기 헬헤임에 있는 악마들과 같은 괴물일 뿐이야.”

미미르가 많은 감정이 담긴 표정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곤 분에 못 이기는 듯 눈을 감았다.

“너, 우리 뒤를 따라온 거냐?”

최한의 목소리가 천사에게 닿았다.

천사가 최한의 모습을 확인하더니 하얀 이가 다 드러나도록 크게 웃었다.

“인간 주제에 머리가 좀 돌아가는군. 혼자 탑을 올라가기엔 멍청하게 힘만 강한 거인 놈들이 많아서 말이야.”

최한이 히죽 웃었다.

천사가 미미르에게 보냈던 조롱하는 웃음을 그대로 되돌려 주었다.

“지도 인정하네. 거인보다 약한 거.”

일순간에 일그러진 천사의 얼굴.

천사의 몸에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나약한 인간 주제에….”

분노를 드러내던 천사가 작은 날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이런…. 겨우 인간 놈에게 말려들 뻔했군.”

“치.”

최한이 아쉬운 듯 혀를 찼다.

“그래. 이곳에 있는 거인들은 강했다. 나보다도 더욱. 하지만 상관없다. 이미 천계에 신호를 보냈거든.”

미미르의 표정이 굳어졌다.

미미르가 시선을 내려 샘을 바라보았다.

작은 물결이 일며 샘에 무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천사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신은 아니더라도 대천사 정도는 내려왔을 것이다. 이곳을 파괴하기 위해….”

최한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이봐! 큰일이다!”

미미르의 큰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최한과 아이들의 시선이 미미르에게 옮겨졌다.

최한의 시선이 미미르의 눈짓을 따라 빠르게 샘을 향했다.

잔잔한 샘에 바깥 상황이 비치고 있었다.

“젠장….”

최한의 곁으로 다가온 민섭의 입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길드장님이… 죽겠어.”

* * *

최수혁의 얼굴에 포기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처음 능력자 적합 검사를 받고 S등급을 받을 때만 해도 자신에게 이런 날이 올 줄은 상상조차 못했다.

“S급도 인간에 지나지 않는 건가….”

최수혁에 시선으로 자신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파란 피부를 가진 천사의 모습이 보였다.

“인간 주제에 이 대천사 미카엘 님에게 상처를 낸 것은 칭찬해 주마. 파란 불꽃은 꽤 흥미로웠어.”

거짓말.

저토록 뻔뻔한 얼굴로 내뱉고 있다니.

여흥조차 되지 못했다.

최수혁은 알고 있었다.

저 대천사라는 놈은 힘의 반도 꺼내지 않았다.

“오지훈… 너 인마. 처음으로 틀렸다. 색이 달라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S급 최강 팔라딘이 와도 이 녀석 절대 못 이겨….”

미소까지 보이며 중얼거리는 최수혁의 모습에 대천사 미카엘이 혀를 찼다.

쯧! 쯧! 쯧!

미카엘이 최수혁의 바로 앞에 멈춰 섰다.

“정신이 나가 버린 건가. 뭐… 인간 주제에 많이 버틴 거지. 걱정 마라, 금방 편안하게 해주마. 천국에서는 신을 경배하라.”

미카엘의 손이 칼이 되어 최수혁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떨어지는 그림자에 최수혁의 눈이 감겼다.

눈꺼풀 속 두 번째 시야.

한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마지막에 기대는 곳이 신이 아닌 고딩 꼬맹이라니….’

최수혁이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슈우웅-.

천사의 손이 모든 것을 갈랐다.

그런데.

순식간에 일그러진 대천사 미카엘의 얼굴.

미카엘이 뒤로 물러나며 소리쳤다.

“웬 놈이냐!”

들릴 리 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자신은 죽음을 맞이했어야 할 터인데….

최수혁의 눈이 천천히 떠졌다.

“이… 이건….”

시야를 모두 가린 붉은 피.

그러나 자신의 상처에서 나온 피가 아니었다.

자신의 주위를 감싸고 있는 진한 피의 결계.

잘려져 나간 팔이 천천히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다시 원래 있던 자리로 되돌아갔다.

그것뿐 아니라 자신의 옆에 쓰러져 있던 청룡 길드의 길드장 이창식의 상처도 모두 아물고 있었다.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의아해하고 있을 때, 피의 결계가 사라졌다.

그리고.

최수혁의 시야에 앳된 뒷모습이 보였다.

“너희가 말하는 천국으로는 못 데려갈 거야. 내가 있으니까.”

S급 최강의 힐러.

성녀 마리아가 최수혁의 앞을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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