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귀환자 학교가다-66화 (67/211)

66화

“고맙다.”

죽음의 문턱에서 겨우 살아난 최수혁이 처음으로 꺼낸 말이다.

깨끗해진 시야와 잘려 나갔던 팔이 원래대로 붙어 있었다.

‘이게 죽은 자도 살릴 수 있다는 유일한 S급 힐러. 성녀의 힘인가….’

“이야! 몸이 아주 새것이 됐는데! 고맙다, 초딩 꼬맹이!”

찌릿!

이창식이 어느새 일어나 성녀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야….”

“꼬맹이 아니….”

최수혁과 마리아의 목소리를 가볍게 무시한 채 이창식이 큰 소리로 웃으며 소리쳤다.

“이제야 숨쉬기 편하네. 부러진 갈비뼈 때문에 숨 쉬는 것도 고역이었어. 하하하!”

“초딩 아니….”

뒤쪽에서 보고 있던 최수혁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저 바보….’

이창식이 다시 대천사 미카엘과 전투를 벌이기 위해 어깨를 돌리며 준비 자세를 취했다.

“그럼! 몸도 나았으니 2차전으로 넘어가야지? 미카엘인지 카라멜인지…… 으윽!”

콱!

“악!”

이창식의 입에서 단말마의 비명이 흘렀다.

거구의 이창식이 바닥으로 주저앉아 다리를 부여잡고 있었다.

“아… 대체 왜….”

바닥에 쓰러진 이창식의 시선으로 표정이 잔뜩 구겨진 성녀의 얼굴이 보였다.

“꼬맹이 아니라고! 몇 번이나 말하게 해요!”

“겨… 겨우 그것 때문에.”

“겨우 아니거든요! 그리고 다 큰 여자의 머리를 그렇게 막 만지는 건 실례라고요!”

“아… 아니. 넌 누가 봐도 초딩….”

콱!

“으악!”

성녀가 쓰러져 있던 이창식의 반대 정강이를 발로 찼다.

“한 번만 더 초딩이라고 해봐요! 진짜 다신 힐 안 써 줄 거예요!”

“이럴 거면 왜 상처 다 고쳐준 거야….”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올 수 있었지? 학교에 있던 것 아니었나?”

최수혁의 물음에 성녀가 어색한 웃음을 보이며 대답했다.

“그게… 교장실에서 했던 대화를 듣고 몰래 차 트렁크에 숨어서 왔는데… 깜빡 잠이 들어서… 헤헤….”

수줍은 듯 웃어넘기는 성녀의 모습에 최수혁이 어이없는 웃음을 보였다.

“그 난리 통에도 잘 잤다는 거군. 어이없긴 하지만. 뭐 그래도… 덕분에 살았다, 성녀.”

“넵!”

밝게 웃어 보이는 성녀의 얼굴에 모두 절망적인 상황은 잠시 잊은 듯한 얼굴이 되었다.

그때, 뒤쪽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괜찮으세요! 길드장님!”

최수혁이 오지훈 박사를 발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망가라니까, 왜 다시 왔어?”

“어떻게 도망을 가요? 저도 브로스 길드인데요.”

“참나….”

최수혁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번졌다.

“전파가 닿지 않는지, 탑 안에 있는 민섭 군과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하… 큰일이군. 밖의 상황이 더욱 심각해진 것을 전할 방법이…. 어떻게든 우리 힘으로 해결해야겠군.”

주저앉아 있던 이창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S급 성녀가 와서, S급이 세 명이 됐다 해도… 아마 못 이길 거야. 각오 단단히 해, 파랭이.”

최수혁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파랭이라 부르지 말라니깐. 뭐…. 그건 걱정 말라고. S급 세 명이 모였다고 저 괴물을 이길 수 있을 거란 생각, 전혀 안 하고 있었거든.”

대천사 미카엘이 기쁜 듯 밝은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치료 마법사야? 완전 최상위급인 것 같은데. 이제야 좀 재미있어지겠네.”

적의 인원이 늘어났는데도 미카엘은 웃고 있었다.

최강이라 불리는 S급 능력자가 늘어났지만, 전투의 승패는 전혀 바뀌지 않을 것임을 미카엘은 알고 있었다.

“샌드백이 어떤 기분인지 오늘 알게 되겠군.”

“샌드백은 낫지. 조심해라. 저놈이 진심으로 힘을 쓴다면 순식간에 당할 거다.”

이창식과 최수혁이 미카엘을 노려보며 다시 전투를 준비했다.

그때, 뒤쪽에 있던 오지훈 박사가 말했다.

“브로스 길드뿐 아니라 다른 길드에게 협조 요청을 보내고 왔습니다. 조금만 버티시면….”

“이봐, 이봐. 천재 오지훈이. 괜한 피해 만들지 말자고. A급이든 B급이든 그런 애들 떼로 몰려와 봤자 사망자만 늘어날 거야.”

이창식의 목소리에 오지훈의 얼굴에 그늘이 지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의견이 맞는군. A급 능력자들이 낄 자리가 아니야. 조금이라도 아니, 단 1퍼센트라도 가능성을 올리려면… 그 녀석들이 와야 한다고.”

최수혁이 마지막 말을 남기고 날아오르듯 빠르게 점프했다.

푸른 화염을 몸에 휘감으며 날아간 최수혁이 대천사 미카엘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공기가 팽창하듯 대기가 울리더니 강한 바람이 일었다.

“이제 이야기 다 끝났어?”

평온한 미카엘의 목소리에 주먹을 날린 최수혁의 얼굴이 구겨졌다.

“그래! 다 끝났다. 기다려줘서 고맙다, 이 괴물 자식아!”

미카엘의 시야를 가린 푸른 화염을 뚫고 거대한 발이 날아왔다.

퍽!

미카엘의 얼굴을 그대로 강타하는 거대한 발.

이창식이 씨익 웃으며 미카엘을 내려다보았다.

“빅풋이다. 이 새끼야.”

연계 공격.

일반인의 눈으로는 좇지도 못할 정도의 빠른 공격.

허나.

“인간은 정말 자신의 주제를 몰라서 너무 좋아. 너희의 눈을 보니….”

최수혁과 이창식이 이에서 소리가 날 만큼 강하게 이를 악물었다.

“아직도 나를 이기려 하는구나!”

미카엘의 주먹이 최수혁과 이창식의 얼굴을 강타했다.

펑!

강한 타격음이 울리고 순식간에 최수혁과 이창식이 숲의 저편으로 날아갔다.

“길드장님!”

오지훈은 마치 제트기가 눈앞에서 지나가는 것 같은 감각을 느꼈다.

성녀가 오지훈의 앞을 막았다.

“위험하니까, 어디 도망가 있으세요.”

“도망가라고 해도 대체 어디에….”

성녀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펑! 펑!

펑!

탑 상공에서 계속되는 폭발.

색이 다른 천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입구 바로 앞에 서 있는 파란 천사.

그 옆에 보이는 탑 관리자들의 건물이 무너져 있었다.

뒤쪽으로 보이는 풀숲은….

‘숲에 숨어 있다가 원거리 공격이라도 맞으면….’

무언가 결심한 듯 성녀가 오지훈에게 다가갔다.

오지훈의 이마를 손으로 살짝 건드리자.

오지훈의 몸에서 보라색 빛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몸에 지속성 힐을 걸어두었어요. 어느 정도 방어막 역할도 할 거예요. 그래도 적들에게 너무 눈에 띄는 행동은 삼가세요. 우리 같은 건 마음만 먹으면….”

오지훈이 고개를 끄덕이고 미카엘에게 시선을 옮겼다.

‘지하에서 봤던 천사보다 훨씬 강하다. S급 능력자 두 명과 싸우고 있는데도 저 정도의 여유라면….’

“못해도 SS등급은 될 것 같군.”

오지훈의 목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뒤쪽 풀숲에서 빠른 움직임이 느껴졌다.

스르륵!

치치치치!

나뭇잎들이 부딪치는 소리.

그리고.

“SS등급이건 뭐건 어차피, 이놈들을 쓰러트리지 않으면 안에 있는 아이들이 죽는다고!”

“저 모습은….”

오지훈의 시야로 작은 날개와 긴 꼬리가 달린 인간의 뒷모습이 보였다.

초록색 비늘이 등 여기저기에 붙어 있었고, 머리에는 두 개의 뿔이 솟아나 있었다.

“청룡 길드라는 이름이 괜히 나온 게 아니군….”

이창식이 반은 인간, 반은 용의 모습이 되어 미카엘과 싸우고 있었다.

한층 더 강력해진 힘으로 미카엘의 팔을 묶어두었다.

“꽉 잡고 있어! 악어 자식아!”

뒤쪽에서 들리는 최수혁의 목소리.

“악어 아니라고! 청룡이라니까! 아무튼 손이 뜯겨 나가도 잘 잡고 있을 테니까. 절대 빗맞히지 마! 파랭이!”

“걱정 말라고…. 내가 이래 봬도 왕년에 야구 좀 했거든.”

눈을 가릴 정도로 뜨거운 푸른 화염을 농축해 내 화염창을 만들어 낸 최수혁이었다.

“너도 뚫려봐.”

최수혁이 온몸을 비틀어 강하게 창을 던졌다.

슈우우웅-.

슈우우….

펑! 펑! 펑!

연쇄 폭발을 일으키며 추진력을 얻은 화염창이 음속으로 날아가 대천사 미카엘의 가슴을 꿰뚫었다.

가슴 정중앙에 커다란 구멍이 생긴 미카엘이었다.

푹!!

주르륵!

작게 솟구친 보라색 피가 구멍을 뚫고 나왔다.

최수혁과 이창식의 얼굴에 처음으로 작은 승리의 미소가 지어졌다.

아래쪽에서 보고 있던 오지훈의 얼굴에도 희망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안 돼…. 피해요!”

하지만 순간 울리는 성녀의 목소리.

대천사 미카엘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어져 갔다.

“미천한 인간 주제에… 감히 용의 모습을….”

미카엘의 가슴 앞에 마법진이 나타나더니.

최수혁의 공격으로 뚫렸던 가슴의 구멍이 순식간에 메워졌다.

이창식의 온 감각이 공포에 사로잡혔다.

“X발… 또 죽게 생겼네.”

미카엘의 입 앞에 거대한 마법진이 생겨나더니 브레스가 발사되었다.

펑!!!!!!!!!

강한 폭발이 이창식을 집어삼켰다.

“이창식!”

최수혁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지켜보고만 있었다.

움직일 수 없었다.

마법진이 나타남과 동시에 온몸이 굳어졌다.

“반이 뭐야…. 반의반도 힘을 안 쓰고 있었잖아…. 이제 다 끝났….”

“포기하지 마!”

최수혁의 목소리를 지우는 고함.

최수혁의 시선이 폭발이 일어난 곳으로 향했다.

“대한민국 5대 길드장이나 돼서 뭣들 하고 있는 거야?”

“이래서 자연계 특성이 안 되는 거야. 특성만 믿고 강해지기 위해 수련을 하지 않으니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지.”

“뭐… 그래도 강하긴 강한가 봐요. 자연계 원소를 모두 합쳐서 만든 결계가 겨우 한 방만 방어하고 깨져 버리다니.”

이창식의 앞을 지키고 있는 세 개의 그림자.

연기가 자욱해 선명히 보이지 않아도 최수혁은 알 수 있었다.

“바쁘신 몸들이 다 모였네. 텔레비전에 나랑 창식이 진짜 죽을 것처럼 나갔나 봐?”

강한 바람이 일었다.

자욱했던 연기가 사라지고 최수혁의 시선으로 낯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붉은색 로브를 입고 거대한 보라색 검을 들고 있는 남자.

검성 길드의 길드장 장왕윤이었다.

그 옆으로 보이는 모델 뺨치는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여성.

손에 든 분홍 지팡이가 트레이드 마크인 아레나 길드의 길드장 이정은의 모습도 보였다.

마지막으로….

“야! 이창식! 우리가 너 구해줬으니까, 올해는 신인 드래프트 꼴찌로 해라.”

눈썹까지 눌러쓴 힙합 모자와 온몸을 치장하고 있는 금붙이들.

나이와 어울리지 않는 패션을 고수하고 있는 남자.

디스 길드의 길드장, 지경태였다.

대천사 미카엘의 공격으로 죽을 줄로만 알았던 이창식이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래. 올해는 꼴찌로 해주마. 그런데 너희 셋이 그것도 한 번에 이곳에 오다니….”

이창식의 목소리에 모든 길드장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텔레비전도 한몫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어떤 놈이 사정사정해서 말이야.”

“천재라는 놈이 대가리 박고 그렇게 부탁을 하니 어쩔 수가 있나.”

“우리들 번호는 어떻게 안 거야? 영상 통화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네.”

길드장들의 목소리에 최수혁의 시선이 한곳으로 이동했다.

‘하여간… 두 수 앞을 본다니까….’

그곳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채 밝게 웃고 있는 한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길드장님. 최한 군이 마수아 헌터 구하고 돌아올 때까지… 죽으시면 안 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