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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67화 (68/211)

67화

대한민국 5대 길드.

브로스 길드.

청룡 길드.

검성 길드.

아레나 길드.

디스 길드.

그리고 그 길드의 대표인 길드장.

탑에 들어간 인원을 제외한 대한민국의 S급 능력자 전원이 이곳에 모여 있었다.

이창식을 포함한 길드장들이 최수혁의 곁으로 이동했다.

디스 길드의 길드장 지경태의 목소리가 최수혁에게 닿았다.

“마수아 헌터 사건은 미안하다. 선뜻 나서서 도와주지 못한 것은….”

“그만. 그 얘기는 더 이상 안 해도 돼. 이렇게 왔으면 된 거지.”

“하여튼 너는….”

이창식이 지경태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장난쳤다.

“야. 너는 A급이 위험하게 여기 왜 왔어?”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장난에 지경태의 이마에 핏줄이 올라왔다.

“아, 진짜! 맨날 만날 때마다 그 소리야! 나도 대한민국 5대 길드 마스터라고!”

“오구… 그래, 그래. 나이 사십 처먹고도 ‘똥 싼 바지’ 입고 있는데 마스터야?”

“죽인다! 악어 새끼야!”

“아이씨! 청룡이라니까!”

하하하하하하하-.

길드장들이 소탈하게 웃었다.

“그래도… 고맙다. 내가 진짜 싫어하는 게 똑같은 새끼한테 두 번 지는 거거든?”

이창식이 몸을 돌림과 동시에 길드장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지워졌다.

이창식의 시선에 표정이 전혀 달라진 미카엘의 모습이 보였다.

“다구리는 성격에 안 맞지만, 진짜 저 괴물 놈은 혼자서는 절대 못 이겨. 그러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몸의 반절이, 용으로 변한 이창식이 날개를 펼치며 빠르게 날아올랐다.

“길드장들끼리 파티 한번 짜보자!”

“엄호하겠습니다!”

성녀의 목소리가 들리고, 이창식의 몸뿐 아니라, 다른 길드장들의 몸에 결계가 쳐졌다.

“오호!”

“힐로 몸에 방어 결계를 친 건가….”

“내가 살다가 성녀를 다 보다니.”

흐뭇해하고 있는 길드장들의 귀로 최수혁의 날 선 목소리가 들렸다.

“위쪽 놈들이 도와주러 오기 전에, 이놈 한 명이라도 제거해야 해!”

길드장들이 어느새 대천사 미카엘을 향해 돌진하고 있는 최수혁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이창식이 가장 먼저 미카엘에게 도착했다.

“용의 발톱!”

용의 발처럼 변한 팔을 휘둘러 미카엘을 공격했다.

분노로 충혈된 미카엘의 눈이 매섭게 변했다.

“인간 주제에, 긍지 높은 드래곤을 흉내는 거냐!”

분노로 휩싸인 미카엘의 주먹이 이창식의 얼굴로 날아갔다.

퍽!

미카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니… 어떻게….”

“성녀 방어막 죽이는데…. 거기에 고맙다, 이정은!”

이창식이 날아가지 않고 대천사 미카엘의 주먹을 버텨냈다.

후방에서 지원을 보내던 이정은이 분홍색 지팡이를 빠르게 돌리며 외쳤다.

“내구력 강화 해제! 슬로우 애로우 리프!”

이정은의 지팡이 앞에 생긴 마법진이 이창식에게 옮겨갔다.

이창식의 주먹이 미카엘의 배를 강타했다.

퍽!

“입버릇처럼 ‘인간 주제에’라고 말하던데… 그럼 한번 견뎌봐. 너희가 하찮게 생각하는 그 인간들의 집념을.”

이창식이 뒤로 물러났다.

“이 자식! 어….”

처음으로 미카엘의 몸이 균형을 잃었다.

“이게 대체….”

“슬로우 애로우. 너의 시간은 이제… 내… 거….”

미카엘의 감각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청각이 가장 먼저 무너져, 소리가 느리게 들리고, 이어….

‘몸을… 못 움직이겠어. 아니… 느려진 건가…. 정신은 이렇게 멀쩡한데… 몸이 반응하지 못하고 있어.’

멈춰 있는 미카엘의 앞에 지경태가 도착했다.

“내가 A급인데도 왜 대한민국 5대 길드장이란 타이틀을 가지고 있냐면….”

눈썹까지 내려쓴 모자를 더 푹 눌러쓰는 지경태였다.

“내가 디버프 마스터거든.”

지경태의 손이 미카엘의 몸통 정중앙을 터치했다.

툭.

“디버프 최대치. 내구력 마이너스 50퍼센트. 난 여기까지.”

지경태가 물러난 자리에 최수혁과 검성 장왕윤이 자리했다.

“그럼… 마지막을 부탁한다.”

최수혁이 푸른 화염을 장왕윤의 검에 쏟아 넣었다.

날카로운 검에 이글거리는 푸른 화염.

“일대일로 싸워봤으면 하는 검사로서의 아쉬움이 남지만… 어쩔 수 없지. 욕심 때문에 피해를 키울 순 없으니까. 잘 가시게… 마물.”

검성 장왕윤이 검을 높게 쳐들었다.

“천경화수.”

푸른 화염을 머금은 전설의 대검 ‘율도’가 허공을 갈랐다.

눈동자조차 깜빡이지 못한 채 떨어지는 칼날을 바라만 보는 미카엘이었다.

슈웅!

검성이 뒤로 돌자.

펑!!!!!!!!

푸른 화염이 폭발하듯 하늘로 용솟음쳤다.

성녀의 곁에서 지켜보던 오지훈의 얼굴이 밝게 물들어갔다.

“이… 이겼어…. 이것이 대한민국 5대 길드장들의 힘.”

옆에 있던 성녀의 얼굴에도 이제야 안도의 웃음이 지어졌다.

“5명의 능력을 차근차근히 쌓아 물리쳤어. 막 싸우는 전투와 달라…. 자신들의 능력을 써야 할 곳을 제대로 알고, 치고 빠졌어.”

“이게 S급… 아니, 한 길드를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대장들의 힘이죠.”

오지훈이 푸른 화염이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럴… 리가….”

오지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성녀의 시선이 빠르게 오지훈의 시선 끝으로 향했다.

“안 돼….”

검성 장왕윤이 피를 흩날리며 떨어지고 있었다.

천지를 울리는 목소리.

“대천사 가브리엘의 이름으로…. 날개를 해방할 것을 허한다.”

하늘을 가리는 큰 그림자가 생겨났다.

인간의 그림자 따위는 쉽게 잡아먹을 정도로 거대한 어둠.

“꾸에에엑!!!!”

푸른 화염이 있던 곳에서 파란 드래곤이 울부짖고 있었다.

이내 하늘로 날아오르는 파란 드래곤.

그리고.

콰과과광!!!!!!

굉음과 함께 탑이 폭발했다.

천사들의 공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A10 탑이 무너져 내렸다.

중간이 툭 하고 부러져 버린 막대처럼 탑의 상층부가 땅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절규에 가까운 최수혁의 목소리가 울렸다.

“막아! 저대로 한강에 떨어진다면 대홍수가 나게 될 거야!”

모든 길드장들이 떨어지는 검성에게서 몸을 돌렸다.

반용으로 변한 이창식이 떨어지는 탑을 온몸으로 받들었다.

“으아아악!”

고통스러운 비명이 울렸다.

“조금만 버텨! 니르프! 니르프! 니르프! 니르프….”

상위 마법진이 끊임없이 나타났다.

대마법사라 불리는 이정은이 A10 탑 주변에 있던 나무에 마법을 걸어 거대화시켰다.

뚝!

뚝!

뚝!

거대화된 나무들이 떨어지는 탑의 속도를 조금씩 늦추고 있었다.

디스 길드의 길드장 지경태가 탑에 손을 댔다.

“디버프 최대치! 질량 마이너스 50퍼센트!”

…….

나무의 가지들을 부러뜨리며 떨어지던 탑의 상층부가 그대로 멈췄다.

“멈췄어….”

“다행이야.”

길드장들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고생했다…. 고맙……다….”

최수혁의 작은 목소리가 들리고 이어 오지훈의 절규가 모든 시선을 사로잡았다.

“길드장님!!!!”

길드장들의 모든 시선이 한 곳으로 향했다.

탑을 공격하고 있던 나머지 천사들이 모두 색색의 드래곤으로 변해 하늘을 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정중앙에서 세차게 떨어지고 있는 한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위쪽에 있는 드래곤들이 탑을 멈추는 다른 이들을 공격하지 못하게….

혼자서 7마리의 드래곤을 막아섰던 최수혁이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채 땅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길드장들 모두 한 남자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고 있었다.

“최수혁!!!!!!”

* * *

쾅!!!

펑!!!

연이어 울리는 폭발음.

그리고.

“지진이다!”

“땅이… 아니야, 공간 전체가 흔들리고 있어.”

미미르의 샘 전체가 무너지고 있었다.

미미르가 일그러지는 공간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탑이 무너진 건가….”

“하하하하하!”

천사의 웃음이 샘 전체에 퍼졌다.

“대천사들이 왔으니, 이 정도는 당연하지. 꼴좋구나, 미미르. 지난 1,000년간 이 장소를 숨기기 위해 별짓 다 했을 텐데. 영생을 살던 너도 드디어 죽음에 도달하는구나.”

미미르가 어떤 말도 내뱉지 않고 어두운 표정만 유지했다.

“이곳 다른 차원 아니었어? 탑이 파괴되면 함께 파괴되는 거야?”

최한의 물음에도 미미르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최한의 표정이 구겨졌다.

“대답해 보라고!”

“…….”

“인간에게… 우리에게 석판의 내용을 알려주기 위해, 탑에 이 공간을 귀속시켰나 보군.”

강진철의 목소리에 굳은 표정을 고수하던 미미르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번졌다.

“엄청 영리한 놈이 섞여 있었구나. 맞다…. 난 움직이지 못하는 몸이니, 인간들을 만나려면 이 방법밖에 없었지….”

최한의 표정이 사라졌다.

무언가 깨달은 한재석이 목소리를 높였다.

“잠깐! 탑이 무너지고, 이곳이 사라진다는 건… 우리 못 돌아가는 거야?”

곁에 있던 강진철과 김민섭이 아무 대답도 못 하고 고개를 숙였다.

“난 이딴 데서 죽을 수 없어! 강해져야 하는데!”

한재석이 애꿎은 땅을 발로 차며 분노를 표출했다.

“걱정 마라, 인간들. 어차피 얼마 뒤 휴거가 진행된다. 이곳에서 탈출한다 해도… 너희 인간은 모두 멸망….”

“닥쳐!”

천사의 목소리를 지우는 날카로운 목소리.

모든 시선이 최한에게 향했다.

“왜…. 대체 왜…. 이깟 예언 하나 알려주려고…. 이깟 눈깔 하나 주려고….”

미미르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아무리 오래 살아왔어도… 죽는 거잖아! 너! 이딴 거 하나 전혀 주려고, 신들한테 들킨 거잖아!”

큰소리치던 최한의 눈이 충혈되어 있었다.

미미르의 모든 감각이 한 남자에게 잡아먹혔다.

진심.

앳된 모습을 간직한 인간 남자의 모습에 다른 이가 겹쳐져 보였다.

‘어이, 왕 대가리 할 배! 그럼… 천 년 후에 만나러 올 테니까 그때까지 잘 살아 있어.’

‘죽고 싶다는 입버릇 좀 고치고. 죽으면 다 끝이야. 살아 있어야 복수도 하지.’

미미르의 시야가 뿌옇게 변했다.

‘넌 정말… 변하지 않는구나.’

미미르의 떨리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알고 있었다. 인간들을 이곳에 들인다면, 뒤가 밟힐 것이란 것쯤은. 인간 세계에 있는 탑에 이곳을 귀속시킨다면… 언젠간 죽게 될 것임을.”

최한이 더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 탑에 귀속시키지 않았다면, 계속해서 신들의 눈을 피해 죽지 않고 살 수 있었겠지. 하지만… 그건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닌 것이다. 때로는 죽음보다도 더 중요한 일이 있는 것이다. 내게는 너를 만나는 것이… 너에게 모든 것을 알려주는 것이 더 소중….”

풉!

“크하하하하하!”

분위기 깨는 천사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미미르가 말을 끝맺지 못하고 어두운 표정으로 천사를 바라보았다.

“정말 못 들어주겠네. 반역자 주제에 숭고한 척하기는. 선과 악의 정의는 아스가르드에 있는 신들이 정하는 거야. 그들의 입장에서 볼 때 너는 악일 뿐이고. 네가 목숨 걸고 하는 짓은 그저… 반역을 벌이는 패배자….”

“야.”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천사의 청각을 빼앗아간 그 목소리가 정신을 멀게 했다.

그러고는.

“수… 숨이….”

천사의 모든 감각이 한 남자에게 잡아 먹혔다.

“네가… 낄 자리가 아니야.”

천사의 시선에 악마가 보였다.

“이… 인간 주제에 이런 위압감을….”

천사의 얼굴이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일그러졌다.

하나.

몸이 거부 반응을 보냄에도 천사의 입은 다물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네가 아무리 강해도 미미르를 구할 순 없을 거다. 그리고 저기 있는 예언의 반역자도…. 인간은… 거인족의 뒤를 잇게 될 것….”

“아니….”

어느새 천사의 시야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최한의 얼굴.

“잘 들어. 모두 다 구할 거야, 나는. 그게… 최강이 짊어진 무게야.”

쾅!!!!!

천사의 머리통이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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