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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68화 (69/211)

68화

천사의 사체 위로 바위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공간이 무너지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세계수의 뿌리도 공간의 일그러짐을 견뎌내지 못하고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이제 시간이 다 되었나 보구나.”

미미르가 마지막을 직감한 듯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포기하지 마. 너 똑똑하다며. 우주의 지혜를 다 알고 있다며. 그러니까… 방법을….”

최한의 목소리에도 미미르는 그저 지그시 웃어 보였다.

“왜! 너는 착한 놈인데! 인간들을 자신의 종족처럼 되지 않게 하려고 몇천 년, 아니, 몇만 년인지도 모를 긴 시간 동안 홀로 버텨왔는데….”

최한이 입술을 비틀었다.

첨벙!

펑!

물이 솟아오르고….

샘에 파문이 생겼다.

하늘에서 끊임없이 바위와 뿌리의 잔해들이 떨어졌다.

“몇 번이나 말하지 않았느냐. 너를 만나서 내 임무를 다할 수 있었노라고. 인간들에게 진실을 전하고, 너에게 오딘의 눈을 주게 되어서. 난 너무도 행복하단다.”

물 위에 큰 얼굴만 떠 있는 괴이한 모습이었지만.

세상 그 어떤 웃음보다 밝고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분명 찾아보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목소리.

최한의 그런 목소리에 미미르의 표정은 더욱 밝아졌다.

“없다. 이미 이렇게 될 것을 알고 영겁의 시간을 버텨온 것이다. 난 너무 오래 살았으니… 이제 쉬고 싶구나. 그저… 한 가지 아쉬운 건….”

미미르의 시야에 최한이 가득 찼다.

“너의 마지막 이야기를 볼 수 없다는 것이… 그것이… 아쉽구나.”

미미르의 얼굴이 빛나기 시작했다.

“안 돼! 이렇게 받기만 하고, 그냥 보낼 순 없어!”

“흐흐흐….”

미미르의 머릿속으로 한 인간과의 수많은 추억들이 떠올랐다.

미미르의 시선이 움직였다.

“어이. 예언의 반역자와 인간… 놈들.”

뒤쪽에 있던 김민섭과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도 기구한 운명을 타고났구나…. 불쌍한 것들…. 하지만 저 녀석은 너희들보다 항상 더 무거운 생을 보내고 있다 그러니….”

아이들의 몸이 빛나기 시작했다.

미미르의 시선이 최한을 담았다.

손을 뻗고 있는 최한의 모습.

“잘 부탁한다. 인간의….”

“안 돼! 할배!”

슝!

최한과 아이들이 빛에 잡아먹혔다.

미미르의 샘 그 어디에서도 최한과 아이들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마지막에야 할배라고 불러주네. 얼마나 기다렸던지…. 그리고 받기만 한 적 없다. 너는 이미….”

펑!!!!!!!!!!

대폭발과 함께 미미르의 숲이 소멸되었다.

* * *

길드장들이 힘을 합쳐 떨어지는 탑의 상층부를 멈춘 직후.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최수혁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다행히 땅에 곤두박질치기 전 이창식이 빠르게 구하긴 했지만….

“상처가 너무 심해….”

최수혁의 상태가 심각했다.

온몸의 화상을 차치하더라도 근육과 뼈, 인대까지 모두 끊어져 있었다.

“이 미친놈. 맨몸으로 브레스를 막은 거야?”

“지가 영웅이야 뭐야! 왜 혼자서….”

다급하게 모여든 길드장들의 얼굴에 분노와 슬픔이 공존했다.

하지만 성녀의 치료로 순식간에 회복된 검성 장왕윤의 표정만은 달랐다.

“걱정 마. 여기 성녀가 있잖아. 나 반 죽었었는데, 그걸 살리더라.”

이창식의 시선이 성녀에게 향했다.

헛된 소리가 아니다.

자신도 경험했으니까.

수많은 골절뿐 아니라, 몸에 난 구멍마저 순식간에 고칠 수 있을 정도다.

“성녀! 이… 이 녀석을 부탁해!”

이창식이 최수혁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성녀가 두 손을 모아 능력을 발현시켰다.

“신의 축복.”

성녀의 머리 위로 날개 달린 천사의 모습이 나타나더니 이내 붉은색 작은 결정이 되었다.

붉은 피의 소용돌이가 최수혁을 감쌌다.

“걱정 마십시오. 아무리 심한 상처라도 고칠….”

팍!

최수혁을 감쌌던 피의 소용돌이가 터져 버리듯 흩어졌다.

바닥에 쓰러진 최수혁의 상처는 전혀 회복되지 않은 채였다.

“이게 대체….”

“마법이야.”

모든 시선이 이정은을 향했다.

대마법사로 불리는 S급 마법사.

그녀의 얼굴이 파리해졌다.

“힐을 튕겨내는….”

길드장들의 얼굴이 더욱 굳어 갔다.

“힐을 튕겨 내면… 치료는….”

“이 녀석, 이대로 가다간 얼마 버티지 못하고 죽을 거야.”

“이정은! 방법 없어? 마법은 너밖에….”

최수혁을 향해 분홍색 지팡이를 돌리며 소리쳤다.

“걱정 마.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봐야지. 추파리제르망!”

최수혁의 몸 위로 고대의 언어가 사용된 마법진이 나타났다.

찌릿.

펑!!!!!

마법진에 스파크가 튀더니 연기를 뿜어내며 터져 버렸다.

“고대의 마법으로도 풀지 못하다니.”

지팡이를 든 손이 힘을 잃고 천천히 떨어졌다.

길드장들이 짜기라도 한 듯 똑같이 고개를 떨궜다.

“최수혁 길드장님은 절대 안 죽어요! 겨우… 겨우… 이 정도로 죽을 사람이 아니라고요! 그러니 길드장님들도 포기한 얼굴 하지 마세요!”

목을 찢는 외침.

모든 시선이 한 곳을 향했다.

“오지훈… 너….”

그때.

“크! 콜록! 컥! 허….”

오지훈이 몸을 낮춰 최수혁에게 다가갔다.

“길드장님! 정신이 드세요?”

천천히 들리는 눈꺼풀.

초점 없는 눈동자가 드러났다.

“살아… 있는 건가….”

최수혁의 목소리에 이창식의 주먹이 떨렸다.

“그… 그럼! 멍청아! 내가 너랑 몇 년을 알고 지냈는데. 겨우 브레스 몇 방 맞았다고….”

이창식이 말을 끝맺지 못하고 입술을 깨물었다.

트레이드 마크였던 푸른색 머리칼은 이미 피로 붉게 물들어 원래 색을 알아볼 수 없었고, 온몸을 뒤덮은 화상에 하얗던 피부가 온통 검게 물들어 있었다.

대한민국 최고 길드의 수장.

S급 천재 싸움꾼.

그 누구보다 영향력이 강한 한국인.

이런 모습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처참한 광경에 길드장들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최…한과… 아이들을 구해야 해.”

최수혁이 힘겹게 팔과 다리를 움직였다.

하지만 바닥을 지탱한 팔이 자꾸 미끄러져 일어나지 못하고 철퍼덕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다리가… 부러졌나 보군. 성녀…. 어서 빨리 힐을…. 아이들을… 아이들을 구해야 해.”

오지훈이 최수혁을 말리려 했지만, 온몸을 뒤덮은 화상 때문에 손을 대지 못하고 울음만 삼켰다.

“그만… 그만하세요… 길드장님. 우선 몸 걱정을….”

“아니. 내 몸보다 아이들이 우선이다. 탑이 무너졌어…. 아이들이 위험해. 구해야 해…. 어서… 아이들을… 아이들을….”

부러진 다리를 끌며 아등바등 움직이고 있는 최수혁이었다.

“그만하라고! 이 미친놈아!”

이창식의 목소리가 최수혁의 움직임을 지웠다.

“네 몸 생각이나 해! 탑에 있는 아이들보다 네가 더 위험하다고! 너 힐도 안 먹혀! 병신아! 다리 두 짝 다 부러졌고! 온몸 다 검게 그을렸고!”

이창식의 외침에 최수혁의 주위에 모여 있던 모든 인원이 울음을 참지 못하고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네가 재수 없게 넘기던 파란 대가리는 피떡 돼서 아주 뻘겋게 물들었고! 네 얼굴은… 네 얼굴은… 화… 화상 때문에 넌 줄도 못 알아볼 정도라고!”

소리치던 이창식이 얼굴을 움켜쥐었다.

“이제 마수아나 탑에 있는 애들이 문제가 아니야! 생방송으로 우리 지는 거 다 나갔을 거야! 대한민국 S급들 다 졌다고! 저 빌어먹을 용 새끼들한테! 우리 다 네가 그토록 바라던 영웅이 되지 못했다고! 이제… 이제… 우리도 다 죽고 주위에 있는 모든 인간들도 죽게 될 거야.”

정적만이 흘렀다.

사실이었다.

5명의 길드장이 힘을 모아도 한 마리도 이기지 못했다.

하늘을 돌고 있는 용의 숫자는 일곱 마리.

서울은… 아니… 대한민국은 이제

끝이다.

“그래서 더더욱 가야 한다.”

최수혁이 기어가기 시작했다.

“나 때문에 이렇게 된 거니까. 최한을… 아이들을 탑에 보낸 내 잘못이니까. 탑에 갇힌 아이들에게 용서를 구해야 하고…. 최한과 아이들이 이곳에 있었으면 다른 일반인들이… 죽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스르륵-.

두 다리를 질질 끌며 탑의 반대 방향으로 기어가고 있었다.

“으아앙!!!”

“으으….”

슬픔이 배가 되었다.

지켜보고 있던 인원들이 다리가 풀릴 정도로 소리 높여 울었다.

스르륵-.

아주 조금씩이지만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최수혁의 모습이었다.

“누… 눈도 안 보이면서…. 넌… 넌 정말….”

그때.

하늘에서 소리가 들렸다.

“예정일은 조금 남았지만, 이렇게 왔으니 경고 정도는 해두고 가야겠지. 우선 이 나라에 사는 인간들은 모두 죽여라.”

꾸에엑에엑!!!!!

끼에에엑!!!!

용의 울음소리가 대기를 가르고….

“이제 다 죽을 거야….”

색색의 용들이 내려오고 있었다.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며 내려오는 7마리의 용들.

오지훈의 얼굴에 포기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모두… 제 잘못입니다. 여러분을 이곳에….”

“으아아악!”

오지훈의 목소리를 지우는 비명.

“으아아악!!!!”

모두 소리를 감지하고 서로 쳐다보았다.

“이 소리는….”

“설마….”

오지훈과 길드장들의 고개가 하늘을 향했다.

파멸을 위해 땅으로 내려오고 있는 드래곤들.

그리고 드래곤들의 사이사이로 보이는 아주 작은 그림자….

성녀의 목소리가 퍼져 나갔다.

“최한!!!”

“으아아아아악! 살려줘!!!!”

최한과 아이들이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오지훈의 눈에 지금까지와 다른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기… 길드장님. 돌아왔어요. 아이들이…. 최한군과 아이들이….”

“그… 그런가…. 다행이군… 다행이야….”

이창식이 최수혁의 몸을 들어 안았다.

“저 녀석들 돌아왔으니, 이제 기어가지 않아도 돼, 인마. 그런데… 겨우 저 꼬맹이들 돌아왔다고….”

“SSS급 한 명에 S급 두 명. 그 외 서번트로 따라간 B급 한 명이라….”

“SSS급이 당연히 우리보다 강하긴 하겠지만… 저 드래곤 7마리를….”

길드장들의 목소리에 여전히 의심이 묻어 있었다.

“아니… 괜찮을 거야.”

지금까지와 달리 최수혁의 목소리에 힘이 실려 있었다.

“숫자가 많아도… 우리 모두가 덤벼 한 마리도 이기지 못했어도… 최한이라면….”

길드장들의 시선이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는 최한에게 향했다.

“저 꼬맹이가… 그렇게….”

“강하다고…?”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는 최한의 시야에 땅으로 하강하고 있는 드래곤들과 쑥대밭이 된 탑 주변이 보였다.

그리고.

‘최수혁….’

푸른 머리칼이 보이지 않아도, 재수 없는 웃음을 보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저기 다 죽어가고 있는 남자가, 목숨을 다해 싸워 온 남자가 최수혁이라는 것을.

땅으로 하강하던 드래곤 무리가 최한과 아이들을 발견하고는 공중에서 방향을 틀어 하늘로 날아올랐다.

“내가 지금 기분이 안 좋아…. 그래서 너희 이름이건… 여기 나타난 이유건… 변명이건… 아무것도 못 들어줄 거 같아.”

최한의 표정이 진지하게 변했다.

“성녀! 그리고 지팡이! 서울 전체에 보호막!”

“가… 갑자기?”

최한의 고성에 아래 있던 성녀와 아레나 길드의 길드장 이정은이 빠르게 서울 전체에 보호 결계를 쳤다.

방향을 틀어 최한을 향해 날아오르던 드래곤의 목소리가 들렸다.

“예언의 반역자를 지키는 그놈이군.”

“대천사의 이름을 걸고 죽여주마.”

드래곤의 입이 벌려졌다.

입 앞으로 나타난 마법진.

색색의 브레스가 최한에게 발사되었다.

슈우웅!

콰쾅!

콰콰쾅!!!!!

대기를 찢는 소리가 이어졌다.

낙하 하고 있던 최한이 오른 손을 높게 뻗었다.

“신의 권능. 스킬 빼앗기….”

순식간에 서울 하늘 전체가 어두워졌다.

“100배의 힘으로… 떨어져라.”

땅에서 지켜보고 있던 길드장들의 입에서 단 하나의 단어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지져스….”

드래곤들의 브레스가 최한을 덮침과 동시에 최한의 마지막 목소리가 울렸다.

.

.

.

“메테오.”

하늘을 가리던 거대한 드래곤들의 몸이 순식간에 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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