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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70화 (71/211)

70화

이른 아침.

최한이 학교로 향하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보다 먼저 등교하는 날이 많았던 최한이지만, 6시도 되지 않은 이른 시간에 학교로 향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하품이 입술 사이를 비집고 나왔다.

“으아…… 아…. 아무리 오지훈 박사 말이래도 이건 너무 오바 같은데.”

피곤에 찌든 얼굴에 짜증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며칠 정도는 이른 시간에 등교하시기 바랍니다.’

‘학교는 그나마 외부인의 출입을 어느 정도는 막을 수 있을 겁니다. 어느 정도는….’

“겨우 방송 한 번 나간 거 가지고, 호들갑은. SSS급 밝혀진 건 꽤 됐는….”

한숨과 함께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최한의 걸음이 멈췄다.

“이… 이게… 뭐야….”

미림 고등학교 교문 앞.

교문과 도로를 가득 채운 수많은 인파가 최한의 눈에 들어왔다.

검은색, 노란색, 흰색… 등등.

눈에 띄는 머리색들이 최한의 시선을 가장 오래 잡아끌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의 모습.

최한이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설마….”

그때, 최한을 발견한 하나의 목소리가 울렸다.

“SSS급이다!”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쿵! 쿵! 쿵!

세차게 땅을 딛는 소리.

교문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일제히 달려오기 시작했다.

“SSS급 우리와 함께하시죠. 당신만 있다면 우리 길드도 대한민국 5대 길드…. 아니, 전 세계 최고의 길드가 될 겁니다.”

“봉주루! 프랑소와 벤제마! 음바페!”

“SSS상! 기모노와 하이볼데스!”

“최한 군! 우리와 함께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요! 계약금 천억 드리겠습니다.”

“우리와 계약합시다!”

남자, 여자… 한국인, 외국인….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계약서와 돈 가방을 들이밀며 미친 듯이 달려오고 있었다.

최한의 얼굴에서 영혼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 * *

띵동댕동-.

조례를 알리는 종이 울렸다.

종이 울렸지만 2학년 D반 교실은 여전히 떠들썩했다.

“야야… 최한 봤냐?”

“그럼. 일주일 내내 방송에서 최한만 나오던데.”

“근데 그 운석들 그거 맞지?”

“맞을 거야. 메테오는 학생회장님 스킬이니까.”

“예전에 S급 던전에서 담임 쌤 스킬 따라 했던 거랑 같은 건가 보네.”

“대한민국 5대 길드장이 힘을 모아도 한 마리도 못 이겼는데. 최한 나타나자마자 7마리 드래곤 녹아내리던데.”

“역시 SSS급. 진짜 어떤 몬스터든 다 한방에 이긴다니까. 존X 만화 캐릭터 같아.”

“그런데… 그 SSS급 님께선 왜 저렇게 죽을상이지?”

앞문에서 날아든 목소리에 아이들의 시선이 최한에게 모아였다.

파랗게 질린 채 책상에 엎드려 있는 최한.

“그런데….”

최한에게 쏠렸던 시선이 다시 앞문에 있는 목소리의 주인을 향했다.

조일환 선생의 모습을 확인한 아이들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야, 최한 어디 아프냐? 안색이….”

조일환 선생의 목소리에 최한이 가볍게 손을 들어 보였다.

“괘… 괜찮습니다.”

조일환 선생이 날숨을 내뱉으며 최한의 얼굴을 눈에 담았다.

초점 없는 눈동자. 침까지 고일 정도로 다물어지지 않는 입.

그리고 맹한 표정.

민섭과 부기가 차례로 말했다.

“대체 어디가?”

“누가 봐도 멘탈 나갔는데?”

드르륵.

의자 끌리는 소리가 들리고, 장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쌤. 최한도 최한인데, 창밖을 좀 보세요.”

조일환 선생의 시선이 운동장 너머 교문으로 향했다.

교문 앞을 서성이는 수많은 사람들.

이제야 최한의 상태가 이해된 건지 조일환 선생이 깊은 날숨을 내쉬었다.

“설마….”

민섭과 부기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일일이 거절하고 들어왔겠지.”

“짜증 나서 폭발했는데 아무것도 못 했겠지.”

“성질 같아서는 다 패고 싶을 텐데 최한이 또 착한 사람은 못 때리잖아.”

“귀찮게 하긴 하지만, 다… 호의를 비치는 착한 놈들만 있었겠지….”

만담 같은 그들의 목소리에 최한의 고개가 점점 책상에 파묻혔다.

“으아아아! 두 시간이나 잡혀 있었다고! 다 날려 버리고 싶었는데. 하나같이 다 착한 놈들이라! 밤새 기다렸다는데 어떡해!!!”

최한이 더욱 깊게 얼굴을 파묻었다.

‘으으으’ 거리는 최한의 흐느낌만이 교실에 가득했다.

“휴….”

조일환 선생의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런데 이게 최한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쌤.”

장미의 목소리에 조일환의 시선이 움직였다.

“그게 무슨 소리야?”

“교문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등교를 하고 있는 학생들을 붙잡고 최한에 대해 묻고 다녀요. 최한과 같은 반인지, 친한지….”

조일환 선생의 미간이 구겨졌다.

“같은 반 학생이란 걸 말하거나 들키게 되면… 이상한 서류를 전해 달라고 하기도 하고, 돈을 줄 테니 최한과 약속을 잡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하고 있어요.”

장미의 말이 끝나자 너 나 할 것 없이 학생들이 아침에 겪었던 일들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맞아요. 저는 계속 번호 달라고 조르는 아저씨가 있었다니까요.”

“저는 최한이랑 같은 반인 것도 얘기 안 했는데, 다짜고짜 돈을 줄 테니, 학부형이라 말 좀 해달라고….”

“이 이상한 서류 쥐여주며 최한에게 보여만 주면 된다고 막 억지를….”

“어? 나도 그거 받았는데.”

“나도.”

“보셨죠, 쌤? 계속 이러면 저희 학교생활도 힘들어질 거예요.”

장미의 목소리에 조일환 선생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

‘조회도 없애고, 교장과 학생회 전체가 교문에 나가 있던 게 모두 이것 때문이었군.’

“그런데 선생님은 출근하실 때 못 보셨어요? 밖에 저렇게 모여 있는데 마치 모르는 것처럼….”

“난 어제 당직이라 학교에서 잤다.”

“아….”

조일환 선생의 시선이 최한에게 옮겨졌다.

책상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최한의 모습.

‘최한의 이런 모습… 처음이군. 그나저나 브로스 길드장의 부재가 이렇게나… 타격이….’

깊은 날숨으로 마음을 다잡고 조일환 선생의 입술이 떼어졌다.

“최한. 누구보다 네가 가장 힘들 거란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시작도 아닐 거다.”

조일환 선생의 목소리에 최한의 고개가 점점 들렸다.

최한과 눈을 마주친 조일환 선생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

“밖에 있는 저들의 행실이 옳다고는 말은 못 하지만… 저 정도는 신사일 것이다. 연줄 없고, 어중간하게 돈만 많은 녀석들이 아마 교문 앞에 모여 있는 것이겠지.”

‘협회 놈들은 아직 움직이지도 않았어….’

누구보다 협회의 악랄함을 잘 알고 있던 조일환이 다른 학생들을 눈에 담고는 다음을 기약했다.

“앞으로 기상천외한 방법을 쓰는 녀석들이 등장할 거다. 힘과 권력이 있는 단체들이… 아마 나쁜 짓도 서슴없이 저지를 수도….”

그때.

“으아악! 큰일이야!!!”

조용히 앉아 있던 홍철이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쳤다.

아이들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리고.

“조회 시간에 이게 무슨 짓이지?”

조일환 선생과 눈이 마주친 홍철이 어색한 미소를 보이며 이어폰을 뺐다.

“서… 선생님. 벌은 달게 받겠습니다! 근데 진짜 큰일 났어요!”

“큰일?”

“이것 좀 보세요!”

홍철이 자신의 휴대폰 볼륨을 최대로 키웠다.

작은 화면에 D반 전체의 시선이 모여 있었다.

총기로 무장한 군인들의 모습이 보였고, 그들의 앞에 앉아 있는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어딘지도 모를 외국어를 사용해 말을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곧이어 나온 통역의 목소리에 D반 전체의 표정이 굳어졌다.

“내 이름은 발라덴, 키앙 제국의 국왕이다. 한국에 있는 SSS급을 내놓아라. 24시간 안에 내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시. 한국에 핵을 날려 버릴 것이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만이 가득했다.

정적을 깨고 장미의 목소리가 흘렀다.

“진짜로 할 놈이에요. 저 국왕, 다른 나라들로부터 지원도 끊기고 몇 년째 전쟁 중이라 갈 때까지 가서… 국민들도 말 안 들으면 그 자리에서 총으로 쏴 죽여요. 완전 사이코 국왕이라 세계적으로도 큰 이슈인 나라예요. 고립될 바에 다 죽자 마인드로 아마….”

그때.

앞문으로 누군가 달려왔다.

“저… 저… 조일환 선생 이것을….”

“교장 선생님. 대체….”

교장 선생의 손에 들린 수많은 공문들.

“중국, 일본, 미국… 그리고 헌터 협회의 공문입니다. 최한을 만나고 싶다는….”

조일환 선생의 표정이 굳어.갔다.

‘시작된 건가….’

쾅!!!!!

“이렇게는 못 살아!”

모든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다.

그곳엔 박살 난 책상과 잔뜩 성나 보이는 최한의 얼굴이 보였다.

“개자식들! 내가 무슨 물건인 줄 알아! 내 얼마 남지 않은 학교생활을 방해해!”

분노로 타오르던 최한의 고개가 떨어졌다.

“내가 어디 개 X밥인 줄 아나 본데…. 안 되겠어. 본보기를 보여줘야지….”

아이들의 작은 목소리가 최한을 향했다.

“야… 왜 그래….”

“최한이 결국 돌아 버렸어.”

“뭘 돌아. 원래 쟤 성격이야.”

“그런데… 무슨 수로 본보기를…?”

흐흐흐흐흐.

작은 웃음소리가 들리고.

아이들의 온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전 세계에 잘 보여줘야지. 잠자는 악마의 코털을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 * *

“뭐? 뭐 때문에 나를 찾아왔다고?”

아레나 길드의 길드장 이정은이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순간이동 마법. 너 텔레포트 스킬 쓸 수 있다며.”

최한이 코를 파며 말했다.

아레나 길드의 본사.

최상부의 위치한 길드장의 사무실.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온 SSS급 능력자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릴 새도 없이 그의 입에서 나온 목소리에 아레나 길드의 길드장 이정은의 얼굴에 난감한 표정이 지어졌다.

“뭐야? 못 써?”

“아니, 그건 아니지만… 지금 너무 당황스러워서.”

“그럼 됐네. 부탁 좀 하자. 너도 봤지? 그 라덴 뭐시긴가 하는 이상한 국왕. 나를 내놓지 않으면 한국에 핵을 쏜다던데.”

이정은이 자리에 앉아 크게 심호흡을 하며 상황을 정리했다.

“그러니까. 네 말은 내 이동마법으로 그곳으로 텔레포트 시켜 달라?”

“빙고.”

너무도 해맑게 웃고 있는 남학생의 모습에 이정은의 입에서 헛웃음이 튀어나오고 말았다.

“하…하….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네가 아무리 강해도 국가 전체와 싸우겠다고? 텔레포트 해주면 가서 사고 칠 게 뻔한데. 네가 싸우는 동안 그놈들이 진짜 핵이라도 발사하면….”

“야.”

순식간에 공간이 일그러졌다.

이정은이 최한에게 모든 감각을 빼앗겼다.

“오해하고 있나 본데. 나 부탁하러 온 거 아니야.”

이정은이 손에 들고 있던 분홍색 지팡이를 떨어트렸다.

“지금 당장 순간이동 마법 준비해. 그리고 길드 내에 있는 방송 장비랑 영상 찍을 수 있는 인원도 함께… 오 분 준다.”

정확히.

오 분 후.

.

.

.

“여기가 그놈들의 기지라고?”

최한의 시선으로 화려한 외관을 자랑하는 큰 건물이 보였다.

“그래. 이곳이 발라덴이 있는 이 나라의 성이야.”

“청와대 같은 건가. 암튼… 어이, 너 잘 찍고 있지?”

“네… 넵.”

무거운 카메라를 어깨에 들고 있는 남자.

억지로 끌려오다시피 한 남자의 얼굴엔 줄곧 울상이 지어져 있었다.

“그래… 그럼 준비는 다 됐으니….”

최한이 가슴이 부풀어 오를 정도로 깊게 숨을 들여 마셨다.

“발라덴 이 개새끼야!!!!!!”

최한의 목소리가 들리고.

순식간에 성의 문을 열고 나오는 수많은 군인들.

그리고.

“지르마리. 마르샬. 린가드. SSS!”

경호원들의 보호를 받고 있는 발라덴의 모습이 나타났다.

“뭐라는 거야. 저 새끼는…. 야, 아까 그 스킬 이름이 뭐라고?”

“블리자드? 블리자드는 얼음 속성이고 하늘에서 계속해서 눈보라를….”

“됐어. 됐어. 아까 한 번 봤으니, 이름만 알면 돼. 그럼 다들 모였으니….”

최한이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나와 계약하기 위해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 그리고 학교로 공문을 보내는 많은 단체들…. 잘 들어. 국가건, 협회건 상관없으니까… 내 학교생활 방해하지 마. 한 번만 더 나를 찾아오거나, 쟤네들처럼 되지도 않는 말로 나 협박하면….”

최한이 몸을 돌려 발라덴을 바라보았다.

“신의 권능… 스킬 빼앗기….”

최한의 손바닥이 높게 들렸다.

“블리자드… 100배….”

최한의 마지막 목소리와 함께 강하게 주먹이 쥐어졌다.

“아이스 에이지.”

.

.

.

키앙 제국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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