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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71화 (72/211)

71화

브로스 길드 관할 국립 서울 헌터 병원.

병원의 최상층.

삼엄한 경비와 일반인의 출입이 완전히 통제된 그곳에 최수혁이 있었다.

정확히는 최상층의 맨 끝 방.

유독 그 방문 앞에만 검은 정장을 입은 경호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VVIP 11호.

병실의 내부.

최고급 호텔을 연상시키는 깔끔한 인테리어와 세련된 조명등.

누가 봐도 병실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할 정도로 고급진 실내였다.

은은한 조명 아래 침대에 누워 있는 최수혁의 모습이 보였다.

외관만으로는 최수혁임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한 화상과 상처들이 온몸에 가득했다.

산소 호흡기와 온몸에 붙어 있는 의료 장치들로 겨우 연명하고 있는 모습.

삐……. 삐……. 삐…….

머리맡에 있는 ‘중증 환자 감시 장치’에서 힘없는 소리가 이어졌다.

최수혁이 누워 있는 침대 바로 옆.

몸을 웅크리고 있는 그림자가 보였다.

“제발……. 제발…….”

두 손을 모은 채 기도 하고 있는 여성.

흐트러진 자신의 분홍색 머리칼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믿지도 않는 신에게 계속해서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길드장님은 안 됩니다… 대신 저를 데려가 주세요….”

최수혁의 곁을 지키고 있는 이는 브로스 길드의 간판스타.

‘마수아’였다.

긴 기도를 마친 마수아의 눈이 떠졌다.

물기를 가득 머금은 그녀의 눈동자가 최수혁의 얼굴로 향했다.

“왜… 구하러 오셔가지고….”

천사와 전투를 벌이다 A10 탑으로 들어가게 된 마수아.

천사와 거인족 몬스터와의 싸움에서 패배한 뒤 오랜 시간 동안 정신을 잃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깨어났을 때는….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린 후였다.

오지훈 박사에게 차근차근 설명을 듣긴 했지만, 모든 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모두 자신의 잘못 같았기에.

자신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것만 같았기에.

오지훈 박사가 ‘절대 너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니다.’라고 못을 박았지만….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인 것만 같았다.

마수아의 입에서 짙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최수혁의 상처들을 찬찬히 눈에 담았다.

성녀의 힐마저 통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현대 의학 기술로는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S급 능력 따위 아무 쓸모도 없구나….’

오늘 다녀간 모든 의사들이 이번 주를 넘기기 힘들 거라는 말만 내뱉고 사라졌다.

마수아의 눈에서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자신이 잡히지만 않았다면….

A10 탑에 그렇게 무작정 들어가지 않았다면….

생각을 하면 할수록 모든 책임의 화살이 자신을 향하고 있는 것만 같다고 느끼는 마수아였다.

그때.

드르륵-.

병실의 문이 열렸다.

자정이 넘은 늦은 시각.

올 만한 사람이라고는 아무리 생각해도 오지훈 박사밖에 없었다.

“오지훈? 이 늦은 시간에 왜….”

고개를 돌리던 마수아의 몸이 그대로 굳어졌다.

세차게 흔들리는 눈동자.

“누… 누구야, 넌.”

흔들리는 마수아의 목소리가 울리고.

마수아의 시선으로 처음 보는 여성이 서 있었다.

붉은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다가오는 여성.

그 어떤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무표정을 고수했다.

여성의 어깨 너머로 문 앞에 쓰러진 경호원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침입자. 이렇게 간단하게….’

S급인 자신이 생각해도 이곳의 모든 경비를 뚫고 들어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강한 힘을 가졌다면 더더욱.

‘전투를 했다면 소란이 일었을 텐데….’

그 어떤 소리도, 소란의 흔적도 없이 너무도 쉽게 이곳에 당도했다.

급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함과 긴장감이 들긴 했지만, 마수아는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어차피….

“어차피 병문안 온 건 아닐 테니까…. 내 임무는….”

콰과과광!!!!!!

찌릿!

찌지직!

찌지지지지지!

굉음과 함께 마수아의 다리에 번개 부츠가 나타났다.

“그런 살기를 품고 이곳에 들어온 이상… 사형이다.”

마수아가 날아오르기 위해 땅을 찼다.

그때.

유유히 마수아를 지나치는 붉은 머리의 여성.

‘뭐야 이 스피드는….’

천천히 움직이는 듯 여유로운 걸음으로 움직이는 여성이었지만, 마수아가 느끼는 시간대에서는 반응할 수도 없는 빠른 움직임이었다.

마치.

체육 대회에서 SSS급 최한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마수아의 표정이 일그러지며 몸이 돌아섰다.

“안 돼!!!!!”

너무도 빨랐다.

시간의 흐름이 달랐다.

마수아의 절규를 뿌리친 채 붉은 여성의 손이 날카로운 검이 되어 최수혁의 목에 닿았다.

붉은 피가….

치솟았다.

* * *

미림고 2학년 D반의 교실.

교실이 떠나갈 정도로 큰 목소리가 가득했다.

“대박! 어떻게 나라 하나를 멸망시키냐?”

“진짜 최한이 강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어째 점점 인간에서 멀어져 가는 거 같다.”

“근데 진짜 무슨 만화 캐릭터 같아. 항상 한 방에 다 끝내 버리잖아.”

“이번 스킬도 그거 맞지?”

“그럴걸? 블리자드는 아마 아레나 길드장 이정은 헌터의 기술이니까.”

“근데 어떻게 하루 만에 이렇게 달라지냐? 교문에 사람 한 명 없던데?”

“당연하지. 나라 하나를 없애 버렸는데. 누가 미쳤다고 학교 앞으로 찾아오냐?”

최한의 시선으로 기쁨을 주체 못 하고 떠들어 대는 아이들의 얼굴이 보였다.

모두 자신의 얘기인 양 소리 높여 이야기하고 있었다.

툭.

최한의 어깨로 느껴지는 손길.

창문 난간에 앉아 있던 최한의 시선이 움직였다.

“안녕? 대마왕.”

능청스럽게 장난치는 장부기의 모습이 보였다.

“왔냐? 짝퉁 일진.”

“짜… 짝퉁 일진이 뭐야! 바보야!”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장부기였다.

“하하하하.”

장부기의 모습에 최한의 입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 웃겨. 갑자기 예전 생각난다. 처음 전학 올 때 네가 내 멱살도 잡았는데.”

“그… 그만해. 바보야. 근데 못 보던 귀걸이네.”

부끄러운지 장부기가 볼을 긁적이며 말을 돌렸다.

최한이 미미르에게 받은 귀걸이를 만지작거렸다.

“어. 선물 받았어….”

장부기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말꼬리를 연상시키는 장부기의 긴 머리가 흔들렸다.

장부기가 창밖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다행이긴 하다. 학교 앞에 사람들 없어져서. 너도 고생이지만, 우리도 꽤 신경 쓰였거든.”

“미안하다. 그래도 이제 그럴 일 없을 거니까. 학교생활 잘 즐겨보자고!”

최한의 미소와 다르게 장부기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다.

“근데… 최한, 물어볼 게 있는데.”

“뭔데?”

“내가 잘못 들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어제 교실에서 소리칠 때, 분명 네가 얼마 안 남은 학교생활이라고….”

“대박!!!!!!!”

갑자기 들린 고성에 부기의 목소리가 최한에게 닿지 못했다.

최한과 부기뿐 아니라, 교실에 있던 모든 아이들의 관심을 쏠리게 한 목소리.

아이들의 모든 시선이 모인 곳에 홍철이 있었다.

“야! 대박! 지금 브로스 길드에서 긴급 기자 회견 열었어.”

홍철이 아이들을 향해 내민 휴대폰 화면에는 기자 회견을 준비하고 있는 오지훈 박사의 얼굴이 가득 차 있었다.

“대박!”

“A10 탑 사건 이후로 어떤 공식 발표도 하지 않던 브로스 길드가?”

“이렇게 갑자기?”

최한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설마… 파랭이….’

거북한 느낌이 최한을 사로잡았다.

홍철의 휴대폰에서 오지훈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렇게 갑작스레 기자 회견을 열게 된 이유는 최수혁 길드장에 관해 발표할 사항이….”

최한의 고개가 움직였다.

최한의 시선과 마주친 성녀가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최수혁의 상태는 그녀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성녀의 힘으로도 고치지 못했으니까.

성녀가 고개를 내리깔며 시선을 회피했다.

성녀의 반응에 최한의 입술이 떨려왔다.

‘그럴 리가….’

터벅….

터벅….

최한의 앞으로 다가오는 발소리.

최한이 자신의 앞으로 다가온 남학생의 얼굴로 시선을 옮겼다.

“아니지? 내가 생각하는 거… 아니지…?”

울상이 된 민섭이 눈앞에 있었다.

“민섭아….”

최한의 표정이 내려앉았다.

최한은 더는 고개를 들고 있을 수 없었다.

홍철의 휴대폰에서 나오는 소리만이 교실을 채웠다.

“비밀로 할 생각은 없었지만, 세간에서 추측한 대로 최수혁 길드장은 심각한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 중이었습니다. 그리고 어제가… 고비였습니다.”

홍철의 휴대폰으로 들리는 오지훈 박사의 목소리에 D반 교실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일종의 소문이 돌았었다.

일주일이 넘게 입장 발표를 하지 않던 이유가 브로스 길드장의 상처가 낫지 않아서라고.

아니, 벌써 죽었다는 소문도 파다하게 퍼져 나갔었다.

우울한 감정과 작게 피어오르는 슬픔에 그 누구도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기자들의 질문이 진행되었지만, 그 어떤 목소리도 들어오지 않았다.

너무도 충격적이었고.

흘러가는 느낌상.

최수혁의 죽음은….

기정사실화된 것이니까.

최한의 머릿속으로 최수혁과의 지난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최한이 흐느끼듯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잘 가…. 파….”

“뭔 소리야? 시간 좀 끌어달라니까. 왜 사람을 죽은 것처럼 오해하게 해?”

엥?

홍철의 휴대폰에서 들리는 한 남성의 목소리에.

D반 교실에 있던 학생들이 모두 벙찐 표정이 되었다.

최한도 같은 표정이 되어 홍철의 휴대폰으로 시선을 옮겼다.

멀쩡히 살아 있는 최수혁의 모습.

그리고.

“죽을 뻔했지만, 살아 돌아왔다. 날 기다리는 팬들과 국민들을….”

꽈직!

쾅!!!!

쿵! 쿵! 쿵! 쿵!

최한이 이성을 잃고 홍철의 휴대폰을 밟기 시작했다.

“에라이! 재수 없는 새끼!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내 눈물 돌려내!!!!!”

“으아악! 내 핸드폰!!!! 멈춰, 최한!!!!”

홍철이 울며불며 최한에게 매달렸다.

김민섭과 장부기가 눈을 마주치고는 크게 웃어 보였다.

“하하하하하.”

그때.

앞문이 열리며 조일환 선생이 들어왔다.

“앉아라.”

학생들이 모두 자리로 돌아갔다.

두 사람만 빼고.

“뭐… 뭐냐… 최한….”

최한이 분을 삭이지 못하고 박살 난 홍철의 휴대폰을 들어 창밖으로 던져 버렸다.

펑!

펑!

펑!

로켓처럼 발사된 휴대폰이 저 멀리 사라져 갔다.

휴대폰이 멀리 사라지자 홍철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으아아아… 신형으로 바꾼 지 얼마 안 됐는데….”

조일환 선생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갔다.

“빨리 자리로 가라.”

최한과 홍철이 자리로 되돌아갔다.

“뭐, 별다른 전달 사항은 없고. 전학생이 왔다.”

자리에 앉아 있던 아이들의 고개가 일제히 오른쪽으로 쏠렸다.

“에!!!!!!!!!”

아이들이 놀라 한목소리로 소리쳤다.

“왜….”

“그게 제일 큰 전달 사항 아닙니까?”

“왜 우리 반에만 전학 오는 거야?”

“굿이라도 해야겠다.”

“작년까지 미림고에는 전학생 없었는데.”

탁!

탁!

“조용! 거, 밖에 들어와라.”

아이들의 모든 시선이 앞문으로 쏠렸다.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D반 교실로 들어왔다.

한눈에 봐도 큰 키와 하얀 얼굴이 매력적인 여성.

하나 아이들의 시선을 가장 먼저 잡아끄는 것은….

붉은색 머리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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