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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72화 (73/211)

72화

아이들의 모든 시선이 칠판 앞에 서 있는 전학생을 향하고 있었다.

조일환 선생이 턱을 매만지며 잠시 뜸을 들였다.

“너 이름이….”

조일환의 목소리에 반응하듯 전학생이 학생들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였다.

찰랑이는 붉은 머리칼이 새의 날개처럼 날갯짓을 했다.

“내 이름은 레비….”

전학생의 목소리가 멈췄다.

앞자리에 앉은 아이들이 눈을 껌뻑이며 말했다.

“레비?”

“외국에서 온 건가?”

“머리 색 보면 모르냐? 당연히 외국인이겠지.”

아이들의 목소리가 닿았는지 전학생이 고개를 들며 다시 목소리를 내었다.

“내 이름은 백설. 잘 부탁한다.”

날카로운 눈매만큼 차가운 목소리가 이어졌다.

짝짝짝-.

아이들의 박수 소리가 이어지고.

백설의 시선이 한곳을 향했다.

그 시선이 자신을 향하는 것임을 깨달은 최한이 작게 읊조렸다.

“뭐야? 왜 저렇게 째려…… 윽!”

최한이 두통을 호소하며 머리를 움켜쥐었다.

머리가 깨질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그리고.

‘뭐야… 이 기억들은….’

최한의 머릿속으로 처음 보는 장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분명 처음 보는 장면들뿐이었지만, 어째선지 최한은 그것을 기억으로 인지하고 있었다.

‘이름이 없다라…. 그럼 설雪 어떠냐? 하얀 눈이 오는 날 만났으니. 흰 백에 눈 설 자를 써서… 백설. 맘에 드느냐?’

어두운 그림자에 가려 남자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최한의 기억 속 장면에 보이는 여성의 얼굴은 또렷이 보였다.

최한이 머리를 움켜쥐며 시선을 똑바로 두었다.

붉은 머리칼과 날카로운 눈매. 차가운 느낌을 한층 부각시키는 새하얀 피부….

조금 나이가 든 것 같은 모습이지만.

분명 최한의 기억 속 보이는 여성은 전학생이었다.

“어디 아픕니까, 최한?”

최한이 걱정되는지 옆자리에 앉은 성녀가 최한에게 다가왔다.

“아냐…. 괜찮….”

성녀가 최한의 옆구리를 파고 들으며 강하게 껴안았다.

“내가 치료해줄게!”

“아아아아! 떨어져!”

머리를 찌르는 고통보다 성녀가 달라붙는 것이 더 싫은 최한이었다.

“떨어지라고!!!!”

모든 시선이 모였고.

조일환 선생의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정말…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구만. 암튼… 어이, 전학생. 저기 맨 뒤에 비워진 자리 가서 앉아라.”

백설이 살짝 목 인사를 하고 걸음을 옮겼다.

턱….

턱….

턱….

발소리가 가까워 오면 올수록 최한의 두통은 더욱 심해져 갔다.

백설의 걸음이 잠시 멈췄다.

최한의 시선으로 보이는 백설의 하얀 얼굴.

무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분명 흔들리고 있었다.

시간이 멈춘 듯 서로를 바라보는 두 남녀.

정적이 흘렀다.

정적을 깨는 목소리가 울렸다.

“언제까지 이렇게 놀고만 있을 거야?”

백설의 목소리에 최한이 당황했다.

“뭐? 너 나 알…. 윽….”

최한이 두통 때문에 그 어떤 답도 하지 못하고 책상에 머리를 묻었다.

턱….

턱….

알 수 없는 소리만을 남기고 백설이 최한을 지나쳤다.

백설의 걸음이 이어지고….

비워진 자리에 거의 다다른 백설의 다리가 또 한 번 멈춰 섰다.

우두커니 서서 자리에 앉은 남학생을 바라보는 백설.

백설의 시선을 독차지하고 있는 남학생이 몸들 바를 모르고 부끄러움에 어색한 인사를 건넸다.

“아… 안녕. 난… 김민섭이라고 해. 친하게 지내자….”

평소의 성격이 잘 나타나듯 부끄러움에 눈도 잘 못 마주치고 있지만, 얼굴에는 한가득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한참을 멍하니 민섭의 얼굴을 바라보던 백설이 작게 목소리를 내었다.

“너로구나….”

백설의 입에서 나온 이해 못 할 소리에 민섭도 마찬가지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애꿎은 손만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백설이 멀어져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최한의 두통이 사라졌다.

최한이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쳤다.

“너 누구야! 너 뭔데 왜 내 기억 속에….”

쾅!!!!!!!!

“끼야악!”

최한의 목소리를 잠재우는 폭발이 울렸다.

아이들의 비명이 이어지고, 순식간에 D반의 모든 시선이 창밖으로 향했다.

콰과과광!!!!!

펑!!!!!

펑!!!!!

창밖에서 연이어 들리는 폭발음.

번쩍번쩍하는 폭발도 일어났다.

“무슨 일이야….”

아이들이 우르르 창문으로 다가갔다.

최한과 백설만이 서로를 바라보며 멈춰 있었다.

그때.

장부기의 목소리가 최한의 몸을 잡아끌었다.

“헐! 학생회장님이랑 한재석이랑 싸우고 있어!”

최한이 백설에게 마지막 말을 남기고 빠르게 몸을 돌렸다.

“너… 이따 나랑 얘기 좀 해.”

표정 없이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는 백설.

최한이 그대로 달려가 창문으로 몸을 던졌다.

놀란 아이들의 목소리가 최한에게 향했다.

“놀랐잖아!”

“대박!”

“완전 멋있어.”

“야! 최한, 둘 다 이기면 네가 미림고 짱이다!”

아이들의 목소리를 뒤로한 채 최한이 일 층에 착지했다.

툭.

곧바로 들리는 소리.

최한이 시선을 돌리자 조일환 선생과 김민섭의 모습이 보였다.

“이거… 생각보다 큰일인데….”

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조일환 선생의 표정이 어두웠다.

최한의 시선이 운동장의 상공으로 향했다.

쾅!

찌릿.

콰과과광!!!!!

주먹과 주먹이 닿을 때마다 굉음과 폭발음이 울렸다.

운동장 상공에서 싸우고 있는 강진철과 한재석의 모습이 보였다.

진심.

둘 다 온 힘을 다해 주먹을 날리고 있었다.

마력이 부딪치는 소리가 대기를 갈랐다.

“쟤네는 왜 또 갑자기 싸우고 그러냐….”

최한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겨라! 한재석!”

“학생회장님! 파이팅!”

“미림고 짱 결정전이냐!”

“우와아아아아아!”

미림고 창문 전체에 창가로 모여든 학생들의 모습이 보였다.

각 반의 창문에 위태롭게 기대어 강진철과 한재석의 싸움을 구경하고 있었다.

“S급의 싸움이 장난도 아니고… 참나.”

조일환 선생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때, 학교 본관 입구에서 교장을 포함한 선생들이 조일환 선생을 발견하고 다가왔다.

“이봐요. 조 선생!”

“교장 선생님. 대체 이게….”

“나…도 너무 당황스러워 죽겠어요. 교장실에서 강진철 군과 수학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한재석 군이 다짜고짜 쳐들어오더니… 싸움을….”

모든 시선이 일제히 공중으로 향했다.

온몸에 마력을 두른 채 육탄전을 벌이고 있는 강진철과 한재석.

조일환 선생의 목소리가 울렸다.

“지금 말려야 합니다.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덜 흥분했을 때. 학생 신분이지만, 저 두 명은 S급입니다. 특성이라도 사용했다간… 학교가 사라질 겁니다.”

교장의 얼굴이 보라색이 되었다.

“하… 하지만 어떻게….”

“그… 그건….”

난감한 표정을 짓던 조일환 선생의 시선이 최한에게 향했다.

교장과 다른 선생들의 시선이 일제히 최한에게 쏠렸다.

“윽….”

알고 있었지만, 그래서 당장 뛰어내렸지만….

‘이렇게 대놓고 나한테 떠넘긴다고?’

최한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어요. 할게요.”

조일환 선생과 교장의 얼굴이 밝아졌다.

“학교가 사라지게 할 순 없으니….”

최한이 뒷목을 긁적이며 운동장으로 나아갔다.

“어이!”

쾅!!!!!

콰과과광!!!!!

주먹이 부딪침과 동시에 에너지의 폭발이 발생했다.

“안 들리나…. 어이! 그만 싸우고 여기 좀 봐!”

연이어 들리던 폭발음이 잠시 멈췄다.

주먹을 교차하던 한재석과 강진철의 시선이 운동장에 있는 최한에게로 향했다.

“뭐야? 왜 방해하는데, 최한?”

“아무리 내 뒤를 이을 너라도, 싸움을 말리진 못한다.”

단호한 목소리가 돌아왔다.

“말릴 생각 없어.”

최한이 코를 파며 대답했다.

최한에게 시선을 두었던 한재석과 강진철이 다시 서로를 노려보며 주먹을 쥐었다.

“야야야! 잠깐!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야지!”

최한의 다급한 목소리에 한재석과 강진철의 얼굴이 구겨졌다.

“아이씨! 방해하지 마. 최한!”

“아무리 내 뒤를 이을 너라도….”

최한이 강진철의 말을 자르며 소리쳤다.

“싸우는 건 상관 안 하겠는데. 여기서 싸우면 학교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그러니까 딴 데 가서 싸워.”

최한의 목소리에 이번엔 교사들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그게 무슨 말이야.”

“말리려면 제대로 말려야지.”

“딴 데서 싸우는 것도 안 돼.”

최한의 얼굴에 슬슬 짜증이 오르기 시작했다.

‘원하는 거 참 많네….’

“야! 들었지? 학생이 학교에서 뭔 싸움이냐. 사이좋게 지내야지. 근데… 궁금해서 그러는데 너희 갑자기 왜 싸우냐? 탑도 잘 다녀와 놓고.”

한재석이 최한을 향해 소리쳤다.

“강한 자를 이기고 최고가 되는 것. 그게 남자지. 다른 이유가 있겠어?”

한재석의 말을 들은 강진철이 미소를 보이며 크게 외쳤다.

“도전을 받아주는 것. 그것 또한 진정한 강자의 특권 아니겠나? 내가 미림고 최강이다.”

그때.

어느 반인지는 모르지만, 창가에 매달린 아이들 틈에서 여학생의 목소리가 운동장에 울려 퍼졌다.

“야! 한재석! 학생회장을 치는 건 수학여행 뒤 아니었어? 왜 갑자기 계획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건데!”

아이들의 모든 시선이 2층 창가로 모여들었다.

그곳엔 2학년 B반의 리더 이한나의 모습이 보였다.

한재석이 이한나의 물음에 대답이라도 하듯 이어 말했다.

“처음부터 말했잖아. 너희의 도움 따위는 필요 없다고. 그리고 탑을 다녀오면서 하나 깨닫게 됐지. 나는 싸우면 싸울수록 강해진다는 것을. 이 녀석을 이기면, 난 더욱 강해질 거야. 최한도 이길 수 있을 만큼!”

한재석의 주먹이 다시 움직였다.

빠르게 주먹을 뻗어 반격하는 강진철.

쾅!!!!!!!

또다시 대기를 찢는 폭발음이 이어졌다.

“아! 그만 좀 싸워! 왜 학교에서 싸우는 거냐고!”

“어디서 싸우든 상관없어. 그저 이놈과 내가 있는 곳이 전장이다.”

한재석이 특성을 사용해 온몸에 번개를 둘렀다.

콰과과쾅!!!!!

강진철이 채찍처럼 뻗어 나간 번개를 피했다.

쾅!!!

“꺄아악!”

한재석의 번개가 학교에 명중했다.

“그만 좀 하라고! 애들 피해 보는 거 안 보여?”

최한의 얼굴이 구겨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멈출 수는 없다.”

한재석과 강진철이 거리를 두고 떨어졌다.

선생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파리해졌다.

“아… 안 돼….”

미림고 상공의 하늘이 온통 검게 변했다.

“떨어져라… 메테오.”

“내리쳐라… 뇌전.”

한재석과 강진철의 최대 스킬이 발현되었다.

학교는 고사하고 이 지역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는 강한 능력들이었다.

그때.

최한의 작은 목소리가 울렸다.

“능력자의 존재 이유가… 뭔데? 브로스 길드는 사람을 지키는 게 아니었나? 그렇게 최강에 집착하는 이유가 뭔데….”

고개를 숙이고 있는 최한.

상공에 있던 한재석이 소리쳤다.

“그딴 나약한 놈들 안위는 상관없어! 내 힘을 시험하고 싶다. 강함을 증명하고 싶다! 이것이 내가 헌터를 하고 살아가는 이유다. 이 녀석을 이기고 강함을 증명할 거다.”

강진철이 맞받아치듯 소리쳤다.

“사람들을 지키려고 브로스길드에 가입한 게 아니야. 그저 최강에 어울리는 자리이기에 가입한 것뿐이다.”

하늘에서 메테오의 모습이 드러나고 있었다.

그 옆으로 검은 먹구름을 휘돌고 있는 뇌전도 모습을 드러내 땅으로 떨어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파랭이….”

슝!!!!

최한의 주위에 바람이 일고….

운동장에서 최한의 모습이 지워졌다.

“겨우 최강이라는 그딴 시시한 자리를 위해… 강해지고 싶은 거라면… 더 이상 강해지지 않는 게 좋을 거야.”

한재석과 강진철의 귀로 들리는 목소리.

강진철과 한재석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번쩍-.

콰과과광!!!!!

번개가 내려침과 동시에 최한의 모습이 드러났다.

어느새 강진철과 한재석의 사이로 와 있는 최한.

최한의 주먹이 강하게 쥐어졌다.

“압도적인 강함이라는 건… 그리 즐겁지 않거든.”

최한의 주먹이 한재석과 강진철을….

지웠다.

펑!!!!!!!!!!!!!!!!!!!!!!!!!!!!!!!!!!!!!!!!!

.

.

.

최한.

미림고 짱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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