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귀환자 학교가다-77화 (78/211)

77화

정적만이 흘렀다.

검성 길드 길드장인 장왕윤은 최한의 입에서 나온 말에 온몸이 굳어 버린 듯했다.

시간이 멈춘 듯 작은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장왕윤을 보며 최한이 머리를 긁적였다.

‘충격이긴 하겠지?’

앞뒤 설명 없이 그저 SSS급인 자신이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존재가 있다는 것을 말했으니까.

이세계에서 있던 일이라는 것을 설명하지 않은 것도 마음에 걸렸다.

더욱 그런 것이….

‘애초에 스승님은 인간이 아니었으니까.’

“저… 아저씨? 장왕윤 길드장님?”

초점 없는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던 장왕윤이 최한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아… 미안하군. 너무 놀라서….”

최한이 어색한 웃음을 보이며 사과했다.

“아니요. 제가 죄송하죠. SSS급이 한 번도 못 이겼다는 얘기를 쉽게 받아들이긴 어렵죠.”

다시 차분한 표정으로 변한 장왕윤이었다.

“그렇군. 그렇다면 너의 스승님도 SSS급인가? 아니면 더 위에 있는….”

SSS급보다 더 높은 등급의 능력자.

등급표에도 없는, 아직 발표된 적도 없는 존재.

최한이 고개를 저었다.

“우선 스승님은 지구에 없어서 등급 검사를 받지 못할 거예요. 뭐, 그래도 가정한다 치고 등급 검사를 받으면 아마….”

최한이 뜸을 들이는 동안 장왕윤은 최한의 입술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측정 불가라 뜨지 않을까요? 저보다 훨씬 강했으니까.”

“그… 그런가….”

표정 변화 없이 담담히 듣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장왕윤의 심장은 터질 듯이 요동치고 있었다.

‘SSS급보다 훨씬 강한 존재라….’

SSS급이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는 이야기부터 믿을 수 없었지만, 지구에 없다는 것과 최한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더욱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만 가득했다.

그래도.

장왕윤의 시선이 최한의 눈을 향했다.

‘거짓말을 하고 있는 눈이 아니다.’

복잡한 생각을 지우듯 장왕윤이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뭐… 그런 강한 스승을 두었기에 자네가 강한 것이기도 하겠지. 이건 됐고, 그럼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되나?”

최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는 당황해서 그냥 지나쳤는데, 각성을 하지 않았다고?”

“네.”

“각성을 하지 않았는데도 그 정도의 강함이라…. 그런데 이해하기 어렵군. 스킬이 아니라는 자네의 기술.”

“당연히 이해하기 어려우시겠지만, 쉽게 배운 건 아니고 스승님에게 몇십 년 동안이나 배워서 터득한 거예요.”

“아니. 내가 이해가 안 가는 것은 미각성자라면 마력을 개방도 하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스킬을 운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다. 아무리 스킬을 복제하는 ‘기술’이라 해도 다른 이의 마력이 담긴 스킬을 맨몸으로는 사용하지 못할 텐데….”

“그게….”

최한이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상태창을 바라보았다.

# # #

이름 : 최한

나이 : 21(+100)세

성별 : 남

종족 : 인간

칭호 : 드래곤 슬레이어(SSS)

왕의 자격(SSS)

악마 사냥꾼(SSS)

학살자(SS)

…….

능력치

근력 : SSS

민첩 : SSS

내구 : SSS

체력 : SSS

마력 : ???

특성 : 미각성

신의 권능(복제) - 스킬 빼앗기 LV 100

신의 권능

모든 만물의 제약을 없애고, 시전자가 눈으로 본 모든 능력을 자신이 사용할 수 있다.

100배의 힘까지.

[능력당 1회만 사용 가능.]

신의 권능(나락) - 풍혈 LV 100

신의 권능

우주의 있는 모든 공간과 단절된 어둠뿐인 공간에 가둬 영원히, 끝나지 않는 시간 동안 벌을 받게 된다.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한다.

[Cool. 재사용 대기시간 24H]

???

[잠금]

<각성 SKILL>

[미각성]

최종 등급 : SSS

# # #

최한의 시선이 마력을 나타내는 곳과 미각성을 나타내는 곳에 가장 오래 머물렀다.

[마력 : ???]

[미각성]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킬란….

[SKILL]

상태창에서는 스킬로 인지하고 있지만, 마력을 개방하지 않은 미각성자는 스킬을 사용할 수 없다.

그게 기본적인 이치 같은 것이니까.

그렇다.

마력을 개방하면 응축돼있던 마력이 터지듯 폭발을 일으키며 온몸 구석구석으로 뻗어 나가게 된다.

그러고는 온몸을 보호하듯 몸의 형태에 맞춰 변화한다.

그렇게 되면 각성자는 온몸을 도는 마력의 흐름을 이해하게 되고 그 흐름으로 인해 각자에 맞는 고유 특성이 발현되는 것이다.

각성자라면 모두 알고 있는 정보였다.

각성자가 아닌 최한도 알고 있었다. 오지훈 박사에게 들었던 것이니까.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장왕윤이 ‘기술’에 대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최한이 오른손을 들어 가슴에 가져다 댔다.

최한의 손으로 느껴졌다.

심장 속에서 요동치는 마력의 흐름.

아니, 정확히 말하면….

‘마기의 흐름을.’

최한이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는 이유이자, 억지로라도 장왕윤을 이해시키려 하지 않는 이유.

마기에 대한 것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최한 자신도 왜 마기를 지니고 있는지 아직까지도 이해할 수 없었기에.

‘마기는 신들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마력이니까.’

최한이 오른손을 가볍게 뗐다.

마력은 마기의 영향을 받아 생겨난 모조품 같은 것이다.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 왜 생긴 것인지 아직은 밝혀지지 않았다.

최한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마기를 가진 나조차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야기를 해봤자, 받아들이기 어려울 거야.’

“저도 어떤 구조로 ‘기술’을 쓸 수 있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

장왕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너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군, SSS급.”

입술만 살짝 말아 올리는 웃음.

장왕윤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 미소에 덩달아 최한도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러게요. 저도 아저씨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네요. 검사에 대해서도….”

“그런가? 무엇이 되었든 자네 얼굴이 아까보다는 많이 편안해졌군.”

최한이 손으로 얼굴을 만지작거렸다.

작은 코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런 건가….’

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인가 백설과의 일이, 그녀의 마지막 말이 신경 쓰이지 않았다.

“고마워요, 아저씨.”

작은 미소를 보이며 몸을 돌리는 장왕윤이었다.

“별말씀을.”

장왕윤이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최한이 한결 편안해진 표정으로 장왕윤의 뒤를 따랐다.

장왕윤과 최한이 중앙에 있는 케이지에 도착했다.

“가까이서 보니 더욱… 종합 격투기 링 같은데요?”

장왕윤이 조금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역시 그런가? 난 분명 콜로세움을 모델로 지어 달라 했는데….”

풀이 죽은 장왕윤을 뒤로하고 최한이 결투장의 이곳저곳을 손으로 만져 보았다.

“단단하네요? 뭐로 만든 거죠?”

“A급 던전 몬스터의 부산물.”

최한이 고개를 끄덕이며 조금 강하게 결투장의 벽을 두드려 보았다.

“오….”

“꽤 단단하지? A급 몬스터 중 최강의 방어 몹이라 불리는 ‘다이아 거북’의 껍질 조각이 백 개는 들어갔다고.”

온 힘을 다하지는 않았지만, 몇 번 두드려 본 최한도 굉장히 단단하다고 생각했다.

“이게 끝이 아니라고. S급이 온 힘을 다하면 버티지 못하니… 한 번 더 성능을 올렸지.”

장왕윤의 목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결투장의 벽에 분홍색 빛이 피어올랐다.

“뭐야, 이거….”

살짝 놀란 최한의 귀로 장왕윤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것이 이 장소를 지은 이유지. 이 빛은 우리 길드의 과학자들이 오랜 기간 연구해서 만들어 낸 방어 결계야.”

최한이 다시 한번 주먹으로 벽을 때려 보았다.

“어?”

장왕윤의 얼굴에 자신감 넘치는 웃음이 지어졌다.

“완전 달라졌지?”

“용의 피부라고 생각할 만큼 강해졌는데요?”

“그렇지. 내가 온 힘을 써도 이 결계를 깨지 못했어. 아마 S급 탱커의 능력보다 강할 거야.”

최한이 고개를 끄덕이며 크게 관심을 보였다.

‘몬스터의 부산물과 인간의 과학기술이 만나면 이렇게 강한 물건도 만들 수 있구나.’

“자, 그럼… 이걸 받아라.”

장왕윤이 최한을 향해 무언가 던졌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최한은 자신에게 날아든 그것을 쉽게 받아 내었다.

“뭐야. 이거… 나무?”

최한의 손에 들려진 것은 목검이었다.

한눈에 봐도 싸구려 느낌이 나는 일반 목검.

장왕윤의 손에도 같은 목검이 들려 있었다.

“E급 아이템도 받지 못한 일반 목검이다.”

“목검인 건 보면 아는데, 왜 이걸 저에게….”

장왕윤이 목검을 들고 있는 최한을 주시했다.

‘역시….’

장왕윤의 시선으로 보이는 최한은 그저 목검을 쥐고 있을 뿐이지만, 조금 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주고 있었다.

‘SSS급 자신도 모르고 있는 것 같지만, 검을 쥐니 더욱 빈틈이 없어졌어.’

당연히 SSS급, 강한 힘을 가졌으니 쉽게 빈틈을 찾을 수는 없겠지만, 최고의 검사라 불리는 장왕윤의 시선에는 그 차이가 분명히 보였다.

‘SSS급이니 각성만 하면 훨씬 강해질 수 있겠지….’

장왕윤의 시야 전체에 최한의 모습만이 보였다.

최한의 모습 주위로 엄청난 에너지가 요동치듯 보였다.

목검을 든 것만으로도 이 정도의 기세를 뿜어내고 있다.

각성을 하고 검술까지 마스터한다면….

‘이 녀석 정말 인간인 건가….’

“아저씨! 아저씨!”

생각에 사로잡혔던 장왕윤이 최한의 외침에 정신을 차렸다.

“미… 미안하군.”

“뭘 그렇게 생각해요. 참나…. 그것보다 이 목검은 왜 준 거예요?”

“아까도 말했지만, 너는 검사의 아우라를 지니고 있다. 너희 스승님만큼은 강하지 않지만, 너에게 검에 대해 아주 조금 알려주고 싶어졌다.”

최한이 목검을 이리저리 휘둘러 보았다.

“아… 나랑 안 맞는데…. 나는 한방에 빡! 하고 해치우는 게 좋은데….”

“검도 똑같다. 한 호흡, 한 번의 움직임으로 적을 죽일 수 있지.”

“음….”

장왕윤의 목소리에 뚫어지게 목검을 쳐다보던 최한이 못 이기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뭐… 스승님도 항상 검을 연습해두라고 했으니까….”

장왕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자세다.”

“그런데 뭘 알려줄 건데요? 기본적인 검술 초식은 배웠는데….”

“양손…. 두 손으로 검을 쥐고 연습은 해 보았나?”

스승님에게 받은 검술 교육을 떠올려 본 최한이었다.

바람 가르기.

발도.

막기.

기본 베기.

찌르기.

양손을 이용해 검을 쥔 적이 없었다.

‘왜지? 사용한 검들이 작았나? 스승님이 이것을 생각 안 하셨을 리 없는데….’

최한이 장왕윤을 향해 말했다.

“양손으로 연습을 한 적은 없는 것 같네요. 그런데 뭐가 달라요? 한 손이랑 별다를 것 없을 거 같은데?”

“다르다.”

낮은 목소리.

조금 전까지 같이 있었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다.

‘이게 검성이라 불리는 자인가…. 검에 집중하니 다른 사람이 되는 것 같군.’

최한이 목검을 양손으로 움켜쥐었다.

“양손으로 잡아봤자 두 배 세질 텐데.”

“아니. 두 배가 아닐 것이다.”

장왕윤이 최한에게 다가갔다.

“허리는 여기. 왼발을 살짝 앞으로. 무릎은 이 정도만 구부러지게. 양팔은 편안하게. 의식하지 말고….”

일일이 힘이 들어가는 지점을 정확히 짚어주며 가르침을 주는 장왕윤이었다.

“그냥 지금 알려준 대로 내려치기만 하면 돼요?”

고개를 끄덕이는 장왕윤.

“제대로 집중해서. 검술을 가르쳐 줬던 스승님의 가르침도 떠올리고, 내가 지금 알려준 몸의 움직임 잘 기억하면서….”

최한이 눈을 감고 집중했다.

“발가락 끝까지 집중해서… 내려쳐라.”

‘그저 내려치기만 하면 된다. 양손으로 편안하게….’

최한의 편안한 호흡과 함께 물 흐르듯이 몸이 움직였다.

머리 위로 들렸던 목검이 부드럽게 허공을 갈랐다.

검을 내리치는 순간 최한의 두 눈이 번쩍 떠졌다.

“이게… 뭐야….”

최한의 목소리를 끝으로….

제주도에 지진이 발생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