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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79화 (80/211)

79화

D반 남학생 전부가 모여 있는 ‘2-1’ 번 방.

11시가 넘은 늦은 시간까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진실 게임 진행을 맡은 홍철의 손이 부기를 가리켰다.

“장부기 너야.”

둘러앉은 아이들의 시선이 모두 부기에게 향했다.

“윽….”

빈 병의 주둥이 부분이 확실히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깊은 한숨과 함께 장부기의 얼굴에 포기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진짜 이번에만 걸리지 말라고 기도했는데….”

툭툭….

옆자리에 앉아 있던 최한이 장부기의 축 처진 어깨에 손을 얹었다.

“최… 최한…. 설마 위로해 주는….”

장부기가 최한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풀 죽은 척해도 안 봐줘! 어서 불어! 네가 좋아하는 여자를 빨리 불어라!”

악마가 웃고 있다면 딱 이 표정일 것이다.

장부기를 제외한 아이들이 박수를 치며 소리쳤다.

“사탄이다!”

“좋아! 얼른 불게 해!”

“네 입으로 불어라! 장부기!”

“거짓말하면 3대가 최한에게 멸망당한다.”

장부기가 광신도처럼 변한 아이들을 보며 소리쳤다.

“아, 왜! 방금까지 엄청 약한 진실 게임 하다가, 이번에만 수위를 높인 거야!”

진행을 맡은 홍철이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런 쓸데없는 소리 할 시간 없어요. 어서 말하세요. 그 입으로! 남자의 입으로 좋아하는 사람을! 엄청 부끄럽겠지만, 어쩌겠어요. 벌칙인데. 흐흐흐….”

홍철의 얼굴에 최한과 같은 표정이 지어졌다.

“여기 악마 한 명 추가요.”

“홍철이 예전에 부기에게 당한 거 복수하고 있는 거 같은데.”

“그건 그렇고, 빨리 말해! 장부기!”

아이들의 모든 신경이 부기에게 쏠렸다.

정적이 찾아왔다.

마른 침을 삼키던 부기가 떨리는 입술로 힘겹게 운을 뗐다.

“백…설….”

힘겹게 진심을 내뱉은 부기의 고개가 아래로 떨어지고….

동시에.

“꺄아악!”

“오빠 멋져!”

“내가 다 설레네!”

모여 있던 남학생들이 설레는 마음을 주체 못 하고 비명을 질러댔다.

그 소리에 부기의 얼굴이 점점 붉게 물들어 갔다.

“전학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언제 사랑에 빠졌대!”

“얼음공주를 사랑한 양아치!”

아이들의 목소리가 거세질수록 부기의 얼굴은 더더욱 아래로 떨어졌다.

생각이 많아진 표정으로 턱을 톡톡 치던 최한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부기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부기의 시선이 천천히 최한을 향했다.

안타까운 눈빛.

이해 못 하겠다는 표정.

최한이 부기에게 측은한 눈빛을 보냈다.

“취향 참….”

잔뜩 얼굴을 구긴 장부기가 빠르게 분위기를 바꾸려 자신의 앞에 놓인 빈 병을 돌렸다.

빙글빙글.

빠르게 돌아가는 병.

세차게 돌아가던 빈 병이 점점 속력을 잃더니 그대로 멈췄다.

빈 병의 주둥이가 가리키는 곳으로 아이들의 시선이 모였다.

“아…. 나네?”

실실거리는 웃음을 보이는 김민섭.

진행을 맡은 홍철이, 장부기에게 핀잔을 주었다.

“아따, 장부기…. 아직 질문 정하지도 않았는데…. 그럼 질문은….”

홍철의 목소리를 지우며 장부기가 소리쳤다.

“좋아하는 사람 누구야!”

“에?”

민섭의 얼굴에 당황함이 묻어나왔다.

“뭐라고?”

장부기가 울분을 토하듯 소리쳤다.

“좋아하는 사람 누구냐고! 나만 죽을 수 없어!”

곁에 있던 아이들이 고개를 저었다.

“마지막에 마음속에 있는 말이 튀어나온 거 같은데.”

“충격이 컸나 보군.”

“부끄럽긴 하겠지.”

질문을 받은 민섭의 얼굴이 진지하게 변하더니 이내….

밝은 표정으로 웃는 민섭.

“나는… 최한.”

민섭의 목소리가 울리고 아이들의 얼굴에서 표정이 지워졌다.

정적.

아니, 충격의 휩싸여 말을 할 수도 숨을 내쉴 수도 없었다.

멍한 표정으로 눈만 깜빡이던 장부기가 민섭에게서 몸을 멀리 떨어트렸다.

바로 옆에 있던 최한도 민섭에게서 몸을 멀리 떨어트리며 표정을 구겼다.

민섭이 아이들의 반응에 당황해하며 입을 뗐다.

“왜… 왜 떨어지는….”

주위에 있던 아이들이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

“난… 존중해….”

“21세기니까…. 모… 몬스터도 나타났는데….”

“시대가 어느 때인데… 남자가 남자 좋아할 수도…. 나… 나만 아니면 괜찮아….”

아이들의 반응을 살피던 민섭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아니! 아니! 그런 식으로 좋아한다는 게 아니라!”

민섭과 눈이 마주친 최한이 양손을 교차해 팔을 부여잡으며 몸을 보호하는 시늉을 취했다.

“난 보수적인 편이라….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아니야! 아니라고! 그런 거 아니라니까! 사람 이상하게 만들지 마!”

민섭이 눈물까지 보이며 소리쳤다.

“그런 식으로 좋아한다는 게 아니라! 무서워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나에게 용기를 가르쳐주고! 나도 할 수 있다고! 내가 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걸 알려줘서… 알려줘서….”

“풉!”

“푸하하하하!”

민섭을 제외한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아, 웃겨 죽을 뻔했네.”

“김민섭 눈물 흘렸어.”

“아, 역시 지구 최약 병기 김민섭.”

“이걸 속냐!”

장난이었다는 걸 알게 된 민섭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웃음을 보였다.

장부기가 어느새 다가와 민섭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다 알아. 네 마음. 나도 최한을 좋아해. 아무리 춘식이가 시켜서 한 짓이더라도 내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용기를 내면 미래가 바뀐다는 것을 알려줬으니까. 과거를 지울 수는 없겠지. 그러니까 내가 했던 잘못을 다 끌어안고 살 거야. 너희들에게 속죄하면서…. 언젠가 꼭 갚을게. 목숨을 내놓아서라도.”

아이들의 큰 웃음이 작은 미소로 변해 있었다.

훈훈한 분위기.

민섭과 부기의 눈이 마주쳤다.

목소리로 하는 대화는 끝났지만, 둘만이 느끼는 무언의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그때.

마주한 민섭과 부기의 시선 사이로 검은 물체가 나타났다.

하얀 얼굴….

검은색 긴 머리….

“으아악!!!!!”

부기와 민섭의 비명에 주위에 있던 아이들도 화들짝 놀라며 비명을 질렀다.

“으아악!!!!!”

“귀신이다!!!!!”

아이들이 눈을 감고 몸부림을 쳤다.

“뭐야? 내가 뭘 했다고.”

귀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남자 목소리? 그건 그렇고… 귀신이 말도 할 수 있나?”

장부기의 목소리가 울리고, 천천히 눈을 뜬 모든 시선이 한곳으로 향했다.

오 대 오 가르마를 가진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서… 선생님….”

조일환 선생인 것을 확인한 아이들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소리쳤다.

“아, 쌤!!!”

“귀신인 줄 알았잖아요!”

“진짜 심장 터지는 줄 알았어요!”

어이없는 표정을 짓는 조일환.

“너희들이 오해해 놓고는…. 그건 그렇고 얼른 자라. 내일도 할 일 많다.”

아이들의 시선이 시계로 향했다.

“벌써 12시야?”

“아침 6시에 일어나야 하니 이제 슬슬 누워야겠는데?”

아이들이 앞에 놓인 음식을 정리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달그락, 달그락!

투둑!

투둑!

창에서 들리는 소리.

아이들의 모든 시선이 창밖으로 향했다.

창밖으로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비 오네?”

“바람도 엄청 부는데?”

“아침에 본 일기예보에서는 이번 주 내내 맑기만 하다고 했는데….”

최한의 얼굴에 그늘이 지기 시작했다.

* * *

같은 시각.

서울 브로스 길드 본사 연구실.

삐삐삐!

작은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기계 장비 앞에 앉아 있던 연구원들의 손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주도 상공에 고에너지 발생!”

“1,000K 수치를 초과한 던전 발생. S급 던전으로 분류….”

화면을 주시하던 연구진들의 얼굴이 파리해졌다.

그 순간.

삐이이이이이이!!!!!!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팍!

강하게 연구실 문이 열렸다.

연구 시설 내 경보음을 듣고 빠르게 연구실로 돌아온 오지훈 박사의 모습이 보였다.

“무슨 일이야! 이 경보음은….”

연구원들이 일제히 오지훈에게 시선을 옮겼다.

“최… 최초 보고 드립니다. 제주도 상공에 1,000K가 넘는 고 에너지 발생. S급 던전이라 생각했습니다만….”

연구원의 시선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기계 화면으로 옮겨졌다.

오지훈의 시선이 그곳을 향했다.

“3,000K…. 아니… 4,000K, 지금도 끊임없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오지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구겨졌다.

“이건… 던전 브레이크….”

오지훈의 확인 사살에 공포가 현실이 되어 다가왔다.

연구원들의 표정이 두려움으로 물들어 갔다.

“영국에서 발생했던 던전 브레이크의 수치는 3,000K였습니다.”

“영국의 던전 브레이크도 수백 명의 사상자를 냈는데….”

연구진과 오지훈의 시선이 쏠려 있는 화면에 붉은색으로 칠해진 숫자가 보였다.

‘5,000K’

무언가 떠오른 오지훈이 소리쳤다.

‘제주도라면… 미림고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아이들이 위험해! 검성 길드에 당장 연락해!”

* * *

신들이 사는 세계 아스가르드.

오딘이 사는 궁전의 지하.

그곳에 토르의 모습이 보였다.

암산양이 끊임없이 뽑아내는 꿀주를 항아리째 들이키고 있었다.

“크으…. 이 꿀주는 언제 먹어도 맛있단 말이야. 그것보다….”

토르의 눈동자가 자신의 앞에 몸을 낮추고 있는 천사들에게 옮겨졌다.

“능천사 천부 모인 건가?”

지하 전체를 울리는 거대한 목소리에, 예를 갖추고 있던 능천사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네!”

파란색, 초록색, 보라색, 하얀색….

색색의 피부색을 가진 8명의 천사가 토르의 앞에 있었다.

인간의 모습과 흡사한 제2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능천사들.

“하급 천사들이 모두 죽었다는 것은 알고 있겠지?”

8명의 능천사 중 가장 앞쪽에 나와 있던, 하얀 피부의 천사가 대답했다.

“네. 알고 있습니다.”

“그 쓰레기들은 임무조차 성공하지 못하고, 인간 따위에게 죽임이나 당했다.”

“저희는 그런 쓰레기들과 다릅니다. 주인이시여.”

능천사들의 머리 위로 금빛의 링이 나타났다.

머리 위쪽에 두둥실 떠 있는 금색의 링.

토르의 가호를 받은 증표였다.

토르가 웃으며 손짓했다.

“기백은 여전하구나. 라파엘.”

중‘3’급 천사의 리더이자, 지구의 전설적인 신으로 추앙받던 용신 라파엘.

순백의 몸을 일으키며 고개를 숙였다.

“과찬이십니다.”

“그래…. 1,000년 전부터 난 아버님에게 너희들까지만 아스가르드로 데려가자고 했었지.”

라파엘의 뒤쪽에 있던 능천사들이 몸을 일으켰다.

토르가 손가락을 튕기자.

토르가 앉아 있는 자리 옆에 금빛의 거울이 나타났다.

거울은 마치 작은 연못처럼 파문을 일으키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거울 속에 나타난 인간의 얼굴.

반으로 갈라진 듯 두 개의 화면을 비추고 있었다.

곤히 잠들어 있는 최한과 백설의 얼굴이 보였다.

“아버님은 휴거 날까지 기다리라 했지만…. 신경 쓰여서 말이야….”

거울을 뚫어지게 보고 있던 라파엘의 눈빛이 흔들렸다.

토르가 라파엘에게 말했다.

“오호…. 알아본 것이냐?”

라파엘이 천천히 손을 들어 자신의 오른쪽 눈을 감쌌다.

“잊을 수 없지요. 1,000년이 지나도 그 치욕을….”

“그럼 잘됐군.”

토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천둥의 신 토르의 이름으로 명한다. 중‘3’급 천사 라파엘을 포함한 8명의 능천사들은 현 시간부로 미드가르드로 내려가… 저 둘의 목을 가져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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