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귀환자 학교가다-80화 (81/211)

80화

검성 길드의 연수원.

브로스 길드에서 긴급하게 걸려온 전화를 받은 신세례 연구소장이었다.

“안 그래도 지금 저희 쪽에서도 보고 있었습니다.”

제주도 상공에 나타난 고에너지 반응.

화면을 가득 채운 붉은 소용돌이와 6,000K를 이제 막 넘어가고 있는 에너지 반응에 신세례의 얼굴에 먹구름이 끼었다.

“네. 아마 던전 브레이크겠지요.”

기계 장치를 만지고 있던 연구원들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네. 알겠습니다. 길드장님께 상황 보고를 드린 후, 조치하겠습니다.”

통신 장비를 다시 제자리에 놓은 신세례 소장이 몸을 돌려 의자에 앉아 있던 검성 길드의 길드장 장왕윤을 보며 말했다.

“브로스 길드에서 온 연락입니다.”

명상이라도 하고 있는 듯, 눈을 감고 있는 장왕윤이 작게 대답했다.

“뭐라고 하던가?”

“네. 지금껏 나타났던 던전 브레이크 중 에너지 파동이 가장 큰 것으로 보아, 아마… S급 한두 명으로는 어림도 없을 거라고….”

“그렇군.”

장왕윤이 천천히 눈을 떠 화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6,000K라, 뉴스에서 보니 3,000K도 S급 두 명이 겨우 막았다던데.”

신세례가 들고 있던 태블릿PC를 만지며 보고했다.

“브로스 길드 측에서 이미 정부에 보고를 마친 상태이고, 협회에서 아마 저희 길드를 중심으로 팀을 편성해 진압하라는 공문이 한 시간 내에 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S급의 지원은?”

“브로스 길드의 최수혁 길드장님과 마수아 헌터, 아레나 길드의 이정은 길드장님, 청룡 길드의 이창식 길드장님이 곧바로 전용기를 타고 제주도로 오신다고 했습니다. S급 이외에는 디스 길드의 지경태 길드장님만이 추가로 이곳으로 오시고 있습니다.”

“괜찮군. 애매한 A급들 불러 봤자 쓸데없는 희생만 늘어날 테니까.”

“네. 그리고 학생 신분의 S급들은 모두 제외되었습니다. 미림고에 재학 중인 S급의 강진철 군과 지금 이 시설에서 묵고 있는 S급 한재석 군. 그리고 SSS급인 최한 군도….”

“그게 맞지. 수학여행을 온 거지, 전투를 하러 온 게 아니니까….”

말을 마친 장왕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으로 걸음을 옮기는 장왕윤.

“길드장님, 어디… 가십니까?”

신세례의 목소리에 장왕윤이 걸음을 멈추고 고개만 살짝 돌렸다.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난 곳.”

“아직 몬스터들이 입구를 통과하지 못했을 겁니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연구한 바로는 대게 최고점을 찍고 난 30분 뒤에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러니 다른 길드장님들이 오시면 같이….”

다시 몸을 돌리는 장왕윤이었다.

“예정된 시간보다 한 마리라도 먼저 몬스터가 나오면?”

“네? 하지만 지금까지는….”

터벅.

터벅.

장왕윤의 발소리가 이어졌다.

천천히 문을 연 장왕윤이 마지막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한 마리만 나와도 일반인들은 죽어.”

* * *

AM 06시

수학여행의 둘째 날 아침이 밝았다.

그리고.

동시에 수학여행이 중단됐다.

로비에 모인 학생들의 얼굴에 실망감이 가득했다.

조일환 선생이 대표로 2학년 학생들에게 말하고 있었다.

“다시 한번 말한다. 오늘 일정은 모두 중단이다. 오늘 새벽 제주도 상공에 던전 브레이크가 발생했다. 마수아 헌터를 포함한 5대 길드장님들이 밤새 던전 브레이크를 막기 위해 전투를 벌이고 있다.”

던전 브레이크.

그 단어가 주는 압박감에 아이들 모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한 명만 빼고.

“안 돼! 내 수학여행! 즐거운 두 번째 날이! 장기 자랑 구경도 해야 하는데!”

최한의 목소리에 긴장감만이 가득했던 아이들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지어졌다.

“이 상황에서도 넌…. 하여튼 정말 대단해.”

장부기가 바로 옆에서 소리치고 있는 최한을 보며 멋쩍게 웃어 보였다.

조일환 선생이 최한을 보며 말했다.

“정부에서 내려온 지침이다. 최대한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해 5대 길드장들만이 던전 브레이크가 발생한 지점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다. A급의 검성 길드원들은 후방 지원을 맡고, B급 능력자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시내 곳곳에 자리를 잡고 일반인들을 지키는 중이다. 우리는 여기서 전투가 모두 끝나길 기다리면 된다. 마무리되면 다시 일정을 시작하면 되니….”

최한의 목소리가 불쑥 비집고 들어왔다.

“아직도 전투가 계속되고 있는 거라면, 고전하고 있는 거 아닌가요?”

최한의 진지한 목소리에 조일환 선생을 포함한 교사들의 얼굴에 어두운 표정이 지어졌다.

그렇다.

아이들에게는 전달하지 못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던전 브레이크의 크기가 거대했고, 끊임없이 나오는 몬스터의 강함도 다른 던전 브레이크보다 월등히 높다고 전해졌다.

장기전으로 갈수록 불리해지는 것은 인간들이다.

아무리 회복 마법을 쓰더라도 한계가 있을 터.

벌써 전투가 시작된 지 5시간이 다 되어 간다.

아무리 강한 길드장들이더라도….

이 상태로는….

조일환 선생의 얼굴에 깊은 수심이 드러났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불안감을 심어줄 수는 없다.

조일환 선생의 입이 힘겹게 떨어졌다.

“지금까지 다른 나라에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난 것을 예로 들어보면 너무도 많은 수의 몬스터들 때문에 A급의 다수의 힘보다는 S급의 강한 힘으로 터져 나오는 곳부터 없애는 것이 더욱 효과가 좋다는군. 비록 장기전으로 가고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이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길드장님들을 믿고 기다리는 게….”

“그러니까요, 쌤. S급의 강한 힘으로 없애는 것이 효과적이라면….”

최한이 아이들을 지나 가장 앞쪽으로 나왔다.

그 뒤로 나타난 두 명의 학생.

조일환 선생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너희들….”

최한과 성녀 그리고 한재석의 모습이 보였다.

최한이 밝은 표정을 보이며 말했다.

“저희의 힘도 도움이 되는 거잖아요.”

웃고 있는 최한의 모습 뒤로, 엄지를 치켜 보이는 성녀와 내키지 않는 표정이지만 믿음직스러운 눈빛을 지닌 한재석의 모습이 보였다.

조일환 선생이 허탈한 웃음을 보였다.

“최한, 너는 정말….”

최한이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보이며 주먹으로 가슴을 툭툭 쳤다.

“가장 일정이 많은 수학여행 둘째 날인데 일 분이라도 낭비할 순 없어요!”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수학여행을 전… 이렇게 보낼 순 없어요, 쌤….’

“다른 길드장들한테 혼나도 난 모른다.”

조일환 선생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최한이 몸을 돌렸다.

“그럼 가볼까?”

최한의 목소리에 성녀와 한재석이 나란히 문을 향해 걸었다.

최한의 시선이 허리춤에 있는 단검으로 향했다.

‘시험해 보고 싶은 것도 있으니까….’

* * *

제주도 Z180 지점.

상공 해발 500미터.

강하게 몰아치는 비를 맞으며 전투를 하고 있는 길드장들의 모습이 보였다.

붉은색 포탈에서 몬스터들이 쉬지 않고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1초에 열 마리? 백 마리?

셀 수도 없을 정도의 몬스터가 포탈을 빠져나왔지만….

“꾸에엑!”

“켁!!!”

포탈을 지나오기 무섭게 몬스터들이 비명을 지르며 죽어갔다.

보이지 않는 발판이라도 있는 듯, 공중에 서서 대검 율도를 휘두르고 있는 장왕윤의 모습이 보였다.

“아니, 대체 언제까지 죽여야 하는 거야?”

“언제긴 언제야! 몬스터들이 그만 나올 때 까지지!”

초록색 꼬리를 무기처럼 사용해 몬스터들의 머리를 터트리고 있는 이창식이 대답했다.

“어이어이! 말할 시간 있으면, 한 마리라도 더 죽이라고!”

푸른 불꽃을 총처럼 난사하고 있는 최수혁이 소리쳤다.

최수혁의 옆에서 말없이 몬스터의 머리통을 터트리고 있는 마수아의 모습도 보였다.

쾅!

펑!

콰과광!!!!

A급 던전에 살고 있는 몬스터들이 말 그대로 녹아내리고 있었다.

던전 브레이크의 핵인 붉은 포탈의 바로 앞에서 그야말로 몬스터를 학살하고 있는 네 명의 S급들.

5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힘을 합쳐 몇만 아니, 몇십만 마리에 달하는 몬스터를 해치웠다.

상황만 놓고 본다면 최고의 대응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반대로 말하면 수많은 S급이 모였지만, 해결하지 못한 채, 대응만 하고 있다는 말도 된다.

뒤쪽에서 쉬지 않고 치료 마법을 보내던 대마법사 이정은의 얼굴이 창백해 졌다.

“이거 정말 던전 브레이크 맞아? 들었던 것과 다르게 끝이 없는데? 내 마나도 이제 한계치야!”

이정은의 옆에 있던 디버프 마스터 지경태의 얼굴에도 그림자가 드리웠다.

“오 분 지나면! 디버프도 사라질 거야!”

푸른 불꽃을 온몸에 두르고 있던 최수혁의 얼굴이 잔뜩 구겨졌다.

“이제 한계인 건가….”

그때.

쾅!!!!!!!

순식간에 쏟아져 나오던 몬스터가 증발하듯 사라졌다.

붉은 포탈의 앞쪽에 폭발의 여파로 발생한 불꽃이 용솟음쳤다.

동시에 포탈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들이 입구에서 불꽃을 통과하지 못한 채 죽어갔다.

꺼지지 않는 불꽃.

S급의 힘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파워.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던 길드장들의 얼굴에 살짝 미소가 지어졌다.

모두 알고 있었다.

이 정도의 파워를 낼 수 있는 이는.

단 한 명밖에 없으니까.

마수아가 투덜거리면서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SSS급 꼬맹이 왔나 보네. 왜 이렇게 늦게 온 거야? 올 거면 일찍 오지.”

마수아가 두리번거리며 최한을 찾았다.

뒤쪽에 있던 이정은이 드디어 마법을 해제했다.

“휴…. 오랜만에 진짜 텅텅 빌 정도로 마나 썼네.”

디버프를 해제한 지경태가 허공에 엉덩방아를 찧으며 주저앉았다.

“와… 진짜 죽을 뻔했네….”

공격을 담당하던 이창식과 장왕윤이 어깨를 두드리며 공격을 멈췄다.

“진짜 일 분도 못 쉬었네.”

“수학여행을 즐기고 있었을 텐데. SSS급에게 미안하군.”

안도감에 취해 있었다.

모두들 한 번 경험했으니까.

운석을 떨어트리던 SSS급의 강함을….

두리번거리던 마수아가 불꽃의 중앙으로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어! 저건가?”

붉은 포탈 앞에 꺼지지 않고 타고 있는 불꽃 속으로 검은 그림자가 보였다.

길드장들이 불꽃 속에 있는 그를 향해 한 마디씩 내뱉었다.

“어이, 빨리 끝내 달라고.”

“우린 5시간 넘게 싸워서 이제 힘도 없다고.”

“이번엔 누구 스킬을 복사한 거지?”

그때.

안도감을 지우는 고함이 들렸다.

“이정은!!!!! 당장 보호막!!!!”

목소리의 주인공은 최수혁이었다.

최수혁과 눈이 마주친 모든 사람들의 온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오돌토돌 일어나는 피부.

터질 듯이 요동치는 심장.

온몸의 감각을 집어삼키는 두려움.

사태를 파악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늦었어.”

그 한마디와 함께 장왕윤의 배에 구멍이 뚫렸다.

순식간이었다.

공격당하는 장왕윤조차 어떤 공격으로 자신의 배가 뚫린 것인지 몰랐으니까.

“윽….”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장왕윤의 몸이 앞으로 꼬꾸라졌다.

최수혁이 빠르게 날아가 엎어져 있던 장왕윤을 끌어안았다.

배를 움켜쥔 손으로 붉은 피와 남아 있던 창자들이 쏟아졌다.

자신의 손을 물들인 장왕윤의 피를 보며 최수혁이 이성을 잃은 듯 소리쳤다.

“왜… 왜 또 나타난 거야!”

최수혁의 시선으로 불꽃에서 걸어 나오고 있는 천사의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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