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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82화 (83/211)

82화

드디어….

최한이 도착했다.

최수혁과 이창식의 복받치는 감정이 표정이 되어 나타났다.

최한이 한 손으로 들고 있던 장왕윤을 성녀에게 건넸다.

“힘을 쓰게 해서 미안하지만…. 치료 좀 부탁해. 이 정도 상처는 너밖에 고칠 수 없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성녀가 장왕윤을 짊어지고 다른 부상자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최한이 몸을 똑바로 세워 천사를 노려보았다.

“머리에 그 링은 뭐냐? 안 어울리게.”

“훗…. 미개한 인간이 신이 주신 영광을 이해할 리 없지.”

라파엘이 손을 들어 눈을 감쌌다.

“가까이서 보니 더 확실해 졌어. 보고 싶었다. 천 년 동안…. 드디어… 천 년 전의 복수를 할 수 있겠군.”

이해하지 못할 소리를 하는 천사의 모습에 최한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뭐라는 거야. 천 년 전? 나 이세계 갔던 거 합쳐도 200살 안 되거든? 요새 이해 못 할 이상한 소리 하는 게 유행인가….”

“아직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나 보군. 뭐… 상관없다. 난 복수만 하면 되니. 어떻게 해야 네가 가장 고통스러워할까….”

잠시 고민을 하던 라파엘이 최한의 눈길을 확인하고는 작게 미소 지었다.

“그렇게 신경 쓰이나? 저 헬헤임의 하수구가?”

라파엘의 목소리에 최한이 빠르게 곁눈질을 멈추고 입술을 깨물었다.

왜 던전 브레이크를 ‘헬헤임의 하수구’라 부르는지는 모르겠지만, 신경 쓰인다는 것을 들킨 것은 좋지 않은 일이었다.

“역시 넌… 그때와 변하지 않았어.”

만족한 듯 웃던 라파엘이 두 손을 모았다.

손 앞으로 나타난 거대한 마법진.

“그때나 지금이나 아마 넌… 죄 없는 인간이 죽는 걸 가장 싫어하겠지?”

마법진에서 검은 화살이 소환되어 던전 브레이크의 핵으로 발사되었다.

찌직-.

붉은 포탈이 요동치기 시작하더니 그 크기가 두 배 이상 커졌다.

동시에.

쏟아져 나오던 몬스터의 양도 두 배가 되어 하늘 전체가 몬스터로 뒤덮이는 광경이 연출되었다.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들을 바라보며 최한의 고개가 떨어졌다.

라파엘이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쏟아져 나온 저 하급 악마들이 지상으로 내려가 일대의 인간들을 모조리 죽일 것이다. 하하하하하…. 좋아…. 좋구나…. 네가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을 보는….”

라파엘의 목소리가 멈췄다.

웃음을 보이던 라파엘의 얼굴 전체가 순식간에 구겨졌다.

“어째서… 웃고 있는 것이냐! 분명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어야 하는데….”

라파엘을 바라보고 있던 최한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작은 고통도 걱정도 느껴지지 않는 표정.

“죄 없는 사람들이 죽임을 당하면 분명 고통스러웠을 거야. 하지만… 저 몬스터들은 절대 지상에 닿지 못해. 그 녀석은… 나한테 지는 걸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놈이거든.”

최한의 말을 이해 못 한 라파엘의 말끝이 흐려졌다.

“그게 무슨….”

그때.

천둥소리와 함께 한 남자의 목소리가 모든 이의 귀로 들어갔다.

“내리쳐라…. 뇌전.”

번쩍-.

지지직

콰과과광!!!!!

하늘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수백 개의 번개가 떨어졌다.

하늘을 수놓았던 수백만 마리의 몬스터가 순식간에 재가 되어 사라졌다.

“내기했다, 최한! 던전 브레이크 사라질 때까지. 나 혼자서 몬스터 다 해치우면 내가 이기는 거야!”

몬스터가 모두 사라진 자리에 한 남자가 서서 소리치고 있었다.

노란 머리를 휘날리며 오른손으로 번개를 들고 있는 한재석의 모습.

라파엘의 눈동자가 떨리기 시작했다.

“어째서… 어째서… 인간 따위에게서 그 배신자의 모습이 보이는 것이냐!!!”

한재석에게서 금색의 지팡이를 든 신의 모습이 겹쳐졌다.

“뭐라는 거야, 천사 새끼가? 피부는 또 왜 이렇게 하얘? 표백제냐…. 암튼! 난 여기 집중한다. 최한, 그 표백제 새끼나 죽여라.”

한재석이 몸을 돌려 손에 든 번개를 창처럼 던졌다.

피슈웅-.

포탈에서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가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이창식과 최수혁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 녀석… 진짜 S급 맞아? 아무리 자연계 특성이 사기적이라 해도….”

“리미트 해제자…. 오지훈한테 저 녀석 검사 다시 한번 해달라 해야겠군. 저건… 아무리 봐도….”

회복 마법을 지원받고, 적들에게 디버프를 걸었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눈앞에 있는 한재석은….

S급 4명의 화력을 합친 것보다…

더 쉽게 몬스터를 처리하고 있었다.

멀리서 한재석을 보고 있던 최한이 턱을 매만졌다.

“저 녀석… 또 강해진 거 같은데….”

한눈을 팔던 최한이 다가오는 살기를 느끼고 손을 들어 방어했다.

쿵!!!!

최한의 주위로 충격파가 일었다.

쏟아지던 빗방울이 충격파에 가로막혀 다시 위로 튀어 오를 정도였다.

천사의 주먹을 막아낸 최한의 팔이 얼얼했다.

최한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

여유로웠던 눈빛은 사라지고 매서울 정도로 진지한 눈빛이 되었다.

최한이 빠르게 상태창을 열어 천사의 정보를 확인했다.

# # #

이름 : 라파엘

나이 : 3,000

성별 : 남

종족 : 용족

칭호 : 능천사 (중급 3직위)

능력치

근력 : SSS

민첩 : SS+

내구 : SS

체력 : SS

마력 : SS

SKILL

패시브

[ 토르의 가호 ]

천둥의 신, 토르에게 하사받은 천사의 링으로 인해 번개 공격에 대한 내성이 증가하고, 8서클의 고위 화염 마법 사용이 가능해진다.

전기 내성 90%

마법 스킬 오픈 (화염계열)

액티브

[ 홀리 브레스 ]

용족의 비기.

기본적인 화염 브레스가 아닌, 성스러운 빛의 힘이 깃든 브레스를 발사한다.

최종 등급 : SS+

# # #

‘SS+ 등급이라…. SSS등급보다는 살짝 낮은 건가…. 그래도….’

지금까지 만났던 적들 중 가장 강한 상대였다.

최한의 얼굴에 흥미로운 표정이 지어졌다.

“너… 꽤 강하잖아?”

팔을 거둬들인 라파엘이 최한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인간 주제에 분수에 넘치는 말을 하는구나.”

최한이 방어하던 팔을 툭툭 털며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팔이 저릿한 느낌이 든 건 스승님 이후로 처음인 것 같은데? 오랜만에 재미있는 싸움이 되겠어.”

“흣… 재미있는 싸움이라…. 그렇게 여유 부릴 시간이 있을까?”

“뭐?”

천사의 비꼬는 목소리에 최한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난 이곳에 혼자 온 것이 아니다. 7명의 다른 능천사들과 함께 왔지. 그리고 그 다른 능천사들은 지금… 붉은 머리를 가진 여자를 죽이러 갔다.”

붉은 머리를 가진 여자.

최한의 머릿속으로 백설의 얼굴이 떠올랐다.

“너희가 그 녀석을 왜…. 열쇠인 민섭이가 목적이 아니었나?”

“신을 끌어 내릴 열쇠…. 그 녀석도 제거 대상이긴 하나, 그 녀석은 심판의 날에 숙청이 결정되어 있다. 오늘 우리의 목표는 너와… 그 여자다.”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던 최한이 생각에 잠겼다.

민섭이가 타깃이 아닌 것은 다행이지만….

천사들이 왜 백설을 노리는 것이지?

대체 그녀의 정체가 무엇이길래….

생각에 잠긴 최한을 보며 라파엘이 소리 높여 말했다.

“그 여자가 걱정되겠지. 네가 아주 소중히 여긴 여자니까.”

최한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답했다.

“내가?”

“뭔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는 것이냐? 천 년 전에 그녀를 지키려고 내 눈을… 빼앗아 간 주제에.”

라파엘이 손가락을 한 번 튕기자, 반쯤 함몰된 얼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눈과 광대뼈가 박살 났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겨우 인간 주제에… 전쟁의 신이라 불리던 내 얼굴을… 이렇게 만든 너를.”

“난 기억이 없는데? 그것보다 인간이 어떻게 천 년을 사냐?”

“흣…. 정말 기억을 못 하는 것 같군. 상관없다. 네가 기억을 하든 말든… 난 드디어 너에게 복수할 수 있어서 행복하거든. 그 붉은 머리 계집애도 이제야 죽일 수 있고.”

라파엘이 다시 한 번 손가락을 튕기자, 가면이 씌워지는 것처럼 정상적인 얼굴로 돌아왔다.

“하… 진짜 또 이상한 말만…. 그래도 그 여자 일은 하나도 걱정 안 되는데.”

최한의 당당한 목소리에 라파엘의 얼굴이 구겨졌다.

“걱정이 안 된다고?”

“그래.”

“미쳤나 보군. 나와 비슷한 힘을 가진 천사가 일곱이나 갔는데 걱정이 안 된다고?”

최한의 머릿속으로 백설과의 대화가 떠올랐다.

‘넌 너무 약해.’

그리고.

그 말을 뱉는 백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 얼굴은….

그 표정은….

자신보다 한참 약한 상대를 보는 표정이었다.

“너랑 비슷한 힘을 가졌다면… 일곱이 아니라….”

최한의 마지막 목소리가 능천사 라파엘에게 꽂혔다.

“백 명이 가도 그 녀석 못 이겨.”

* * *

라파엘의 명령을 받은 7명의 능천사가 검성 길드 연수원 상공에 도착했다.

신속에 가까운 스피드로 이동하면서도 경계를 서고 있던 인간들을 적어도 열은 죽인 그들이었다.

그들의 목적은 단 하나.

붉은 머리를 가진 소녀.

백설을 죽이는 것.

하지만.

“아… 더 죽이고 싶다. 진짜 얼마 만에 인간의 피를 보는 건지.”

악마가 아닌가 의문이 들 정도로 사악한 말을 내뱉고 있는 천사의 음성이었다.

보라색 피부를 가진 천사의 목소리에 주위에 있던 천사들이 하나둘 속마음을 내뱉기 시작했다.

“그 붉은 머리 여자만 죽이라는 말씀은 없었잖아.”

“함께 있는 인간들도 다 죽이자. 걸리적거려서 다 죽였다고 하면 토르 님도 별말씀 안 하시겠지.”

“어차피 휴거도 얼마 안 남았는데 몇백 정도는 죽여도 괜찮을 거야.”

“그러고 보니 이 건물 안에 열쇠도 있다고 들었는데….”

초록색 피부를 가진 천사의 목소리에 나머지 천사들의 얼굴에 사악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금색의 링을 매만지며 보라색 피부를 가진 천사가 말했다.

“우리가 열쇠의 목도 함께 가져가는 건 어때? 토르 님의 가호가 있으니… 우리가 질 일은 없을 거야.”

나머지 천사들이 서로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딘 님과 토르 님은 무슨 이유에선지 그 열쇠 놈에 관한 일에만 뜸을 들이시니까.”

“그러니까. 우리가 그 열쇠 녀석 목까지 함께 가져간다면….”

천사들의 시선이 보라색 피부를 가진 천사에게로 모여들었다.

보라색 피부를 가진 능천사, 파괴의 선봉장 유리엘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토르 님의 신임을 한 번에 얻을 수 있는 기회야. 어쩌면 ‘중2품 직위’로 올라갈 수도 있어.”

천사들의 얼굴에 기분 나쁜 웃음이 지어졌다.

천 년 동안 바뀌지 않았던 자신들의 칭호와 등급을 바꿀 기회가 생겼다.

같은 중급 천사라도 3품과 2품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

상급 천사들은 한 세계를 지배할 권리까지 하사받으니까.

“좋아. 그럼 당장 안으로 들어가, 모든 인간을 죽이고, 붉은 머리 여자와… 열쇠의 목을….”

인기척에 유리엘의 음성이 지워졌다.

유리엘을 포함한 능천사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향했다.

그곳엔 붉은 머리칼을 늘어트린 인간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백설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보고 싶었다. 배신자 새끼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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