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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96화 (97/211)

96화

체력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D반 교실로 돌아왔다.

온몸이 땀으로 흥건해진 아이들이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한목소리로 말했다.

“천국이다.”

숨이 턱턱 막히는 운동장과 다르게 교실은 에어컨 바람 때문에 시원하고 상쾌한 느낌을 주었다.

장부기가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바닥에 엎드리며 울부짖었다.

“역시! 21세기 최고의 발명품은 에어컨이야! 에어컨 만드신 분 진짜 복 받으실 거예요!”

최한이 바닥에 엎드려 찬양을 하고 있는 부기를 지나치며 헛웃음을 내뱉었다.

“에어컨 찬양론자 또 나왔네.”

다른 아이들과 달리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최한이었다.

최한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교복을 집어 들었다.

“옷 갈아입으러 가자. 민섭….”

최한이 민섭을 찾으려 고개를 드는 순간, 최한의 시선으로 무언가 날아왔다.

독수리? 새? 동그란 생명체?

최한을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오던 그 동그란 물체가 기지개를 켜듯 온몸을 쫙 펼쳤다.

“최한! 보고 싶었습니다!”

여성의 목소리가 울리고, 최한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던 그 생명체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서… 성녀?”

몸을 살짝 비틀어 피하자, 최한을 향해 날아오던 성녀가 최한을 지나쳐 교실 뒤쪽에 있는 사물함에 처박혔다.

쾅!!!!

사물함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고, 성녀가 사물함에 깔려 버렸다.

아이들의 모든 시선이 교실 뒤편으로 향했다.

최한이 한숨을 내쉬며 아수라장이 된 교실 뒤편으로 몸을 돌렸다.

“하… 제발 그만 좀 달려들어라. 네가 무슨 날다람쥐냐? 그건 그렇고 너 무슨 손님 온다고 오늘 학교 쉰다고 하지 않았냐?”

움직임 없이 사물함에 깔려 있는 성녀에게 말을 하던 최한이 뒤쪽에서 들리는 함성에 고개를 돌렸다.

“우와!!!!”

“대박!!!”

D반 아이들의 모든 시선이 어느새인가 앞문을 향하고 있었다.

박수를 치는 아이들도 있었고, 핸드폰을 들어 사진을 찍는 아이들도 있었다.

‘뭐지?’

아이들의 행동을 살피던 최한의 시선이 앞문으로 향했다.

금빛 갑옷.

통로를 가득 채운 넓은 어깨.

하늘로 치솟은 높은 콧대.

건장한 체격의 남성이 서 있었다.

이국적인 생김새를 확인한 최한이 어디선가 그의 얼굴을 본 적이 있음을 떠올렸다.

“어? 팔라딘?”

최강의 S급이라 불리는 바티칸의 팔라딘이 미림고, 그것도 2학년 D반 교실에 있었다.

팔라딘 토티가 최한에게 다가왔다.

“오랜만이군.”

최한의 머릿속으로 팔라딘의 목소리가 바로 통역되었다.

“뭐야? 한국말 할 줄 알아?”

“그럴 리가.”

팔라딘이 시선이 최한의 어깨너머를 향했다.

최한이 살짝 고개를 돌리자, 뒤쪽에 서 있던 성녀가 최한을 끌어안았다.

“으아아아! 보고 싶었습니다. 최한!”

“으윽….”

최한이 몸을 감싼 성녀를 떼어내려 성녀의 머리를 밀었다.

“떨어져라… 좀….”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팔라딘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지어졌다.

“잘 지내는 것 같아 보이는군.”

“잘 지내긴 뭘 잘 지내! 넌 이게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냐! 아, 떨어지라고!”

최한과 성녀가 투덕거리는 모습을 눈에 담고 있는 팔라딘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번졌다.

‘이렇게 밝게 웃는 성녀는 처음 보는군.’

최한이 성을 내며 계속해서 성녀를 밀어냈다.

“안 떨어질 거야.”

무슨 짓을 해도 떨어지지 않는 성녀 때문에 최한이 포기의 한숨을 내뱉었다.

“하… 그건 그렇고 네가 한국에는 웬일이냐? 바티칸 안 지키냐?”

“바티칸은 기사단에게 잠시 맡기고 왔다. 내가 한국에 온 이유는….”

그때.

교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호명되는 학생은 지금 당장 교무실로 내려와 주시기 바랍니다. 2학년 D반 최한 군. 동반 김민섭 군 그리고….”

* * *

최한이 교무실 문을 열자, 안에서 조일환 선생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어, 들어오지 마. 바로 교장실로 내려갈 거다.”

“교장실이요? 왜요?”

조일환 선생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대답했다.

“그건 나도 모르지.”

조일환 선생이 문으로 나와, 아이들을 확인했다.

“다 온 거 같군. 그럼 가자.”

조일환 선생의 인솔 아래 최한과 아이들이 교장실로 향했다.

복도를 지나, 계단을 내려가길 반복한 후.

똑똑.

조일환 선생이 교장실의 문을 두드렸다.

“아이들을 데려왔습니다. 들어가겠습니다.”

끼이익-.

교장실 문이 열리고, 조일환 선생과 아이들이 교장실로 들어갔다.

자리에 앉아 있던 미림고 교장 최원석이 아이들을 반갑게 맞았다.

“어서 와요. 조일환 선생. 아이들은 빠짐없이 온 거겠죠?”

“네. 말씀해주신 아이들 모두 데려왔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길게 얘기할 건 아니니 이 앞쪽으로 와주세요.”

조일환 선생이 아이들을 데리고 최원석 교장이 앉아 있는 책상 앞으로 이동했다.

조일환을 기준으로 일렬로 정렬한 아이들.

최원석 교장이 들고 있던 서류를 조일환에게 건네며 입을 뗐다.

“협회에서 공문이 내려왔어요. 새로 바뀐 협회장님이 직접 의뢰를 부탁했고요.”

공문을 받아든 조일환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3일이나 학교를 빠져야 하는 겁니까? 다음 주가 시험인데….”

조일환 선생 바로 옆에 서 있던 최한이 고개를 빼꼼 내밀어 조일환 선생의 손에 들린 공문을 확인했다.

“뭐야? 던전 도는 게 아니네요? 작전명이 왜 이래? 암살….”

최원석 교장의 목소리가 울렸다.

“협회에서 의뢰한 내용은… 그 정체조차 소문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아는 사람은 모두 알고 있는… 암살 집단의 본거지를 찾아내 소탕하는 것입니다.”

암살 집단.

최한이 전주에 있었던 던전에서의 일을 떠올렸다.

정우철의 사주를 받고 민섭과 백설을 죽이기 위해 던전에 왔던 암살자들.

최한이 뭔가 알아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래서 우리를 불렀구나.”

최한의 시선으로 옆쪽에 서 있는 김민섭과 백설의 얼굴이 보였다.

최원석 교장이 최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공식적으로 맡는 첫 임무… 잘 다녀오세요.”

* * *

명동의 헌터 협회 본사.

그 최상층에 최한과 아이들이 도착했다.

협회 직원의 안내를 받아 협회장실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최한과 아이들.

펜트하우스를 연상하게 하는 널찍한 사무실과 넓은 서울의 도심이 한눈에 들어오는 통창의 모습에 최한과 아이들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우와….”

“요! 왔나?”

사무실 가장 안쪽에서 날아든 목소리에 최한의 시선이 움직였다.

고풍스러운 자태를 보이는 엔틱한 책상에 앉아 있는 남자가 보였다.

이 넓은 사무실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페션의 소유자.

챙이 하늘로 높게 솟은 붉은 모자를 쓰고 있는 지경태의 모습이 보였다.

최한이 반가움에 작은 미소를 보이며 지경태에게 다가갔다.

“요! 반가워요. 디스 길드… 아니, 이제 협회장님이라 불러야 하나?”

“브로는 아무거나 불러도 상관없어. 우리 길드가 사라지지 않은 건 SSS급 네 덕분이니까.”

이제는 협회장이 된 지경태가 반갑게 최한을 맞았다.

최한의 옆으로 아이들이 정렬했다.

지경태가 아이들을 보며 반갑게 인사했다.

“안녕하신가. 미림고 학생분들. 협회장을 맡게 된 지경태라고 한다. 잘 부탁해.”

선글라스 아래로 밝게 빛나는 잇몸이 시야에 들어왔다.

민섭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김민섭입니다. 무능력 아니, B급 능력자입니다.”

옆에 있던 백설이 고개만 살짝 숙여 인사했다.

지경태가 백설을 향해 두 손을 펼쳤다.

“요! 차가운 소녀! 이렇게 만나게 된 것도 인연인데 좀 더 밝게 스마일! 웃는 자에게는 복이 온다고!”

지경태가 백설에게서 느껴지는 차가운 분위기를 풀기 위해 소울을 담은 랩을 펼쳤지만….

작은 표정 변화 하나 없는 백설의 표정.

양손을 펼치고 있는 지경태가 그대로 굳어 있었다.

“흠… 협회장님. 자중 좀….”

지경태의 옆에 서 있던 차 비서가 작게 말했다.

지경태가 자세를 고쳐 잡으며 목청을 가다듬었다.

“음음… 미안하네.”

변하지 않은 지경태의 모습에 최한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그대로네. 아저씨는.”

자세를 고쳐잡은 지경태가 좀 전과는 다른 진중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 갔다.

“학교 측에 전달된 공문을 통해서 어느 정도 알고 왔겠지만, 협회 측에서 여러분들에게 임무를 하나 의뢰하려고 이렇게 불렀습니다.”

지경태가 최한과 아이들이 볼 수 있게 손에 든 서류를 거꾸로 책상에 펼쳐 놓았다.

“학생의 신분임에도 여러분들에게 작전을 의뢰한 이유는, 지난번에 여러분들이 만났던 암살자들의 뿌리를 캐내기 위해서입니다.”

최한의 시선이 책상으로 향했다.

몇 장의 사진과 기사를 스크랩해놓은 자료가 있었다.

“여러분들은 유일하게 암살자들을 만나고 살아서 돌아온 타깃입니다. 그렇기에 제가 당신들을 한 팀으로 뽑은 것이기도 합니다.”

최한과 아이들이 만났던 암살단의 사진과 백설이 해치운 암살단의 시체 사진들.

그리고 그 옆으로 보이는 미제 살인 사건의 뉴스기사들.

“우리가 만난 암살단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 기사들은 뭐예요?”

최한의 물음에 차 비서가 대답했다.

“그건 제가 설명하겠습니다. 이건 몇 년 전부터 한국에서 발생한 미제 사건 가운데 범인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사건들만 모아 놓은 자료입니다. 그리고 이 사건들을 조사하던 중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최한과 아이들의 시선이 차 비서에게 향했다.

차분한 표정으로 안경을 치켜올리던 차 비서가 이어 말했다.

“피해자들의 시체에서 얼굴 부분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던 최한과 아이들의 미간이 구겨졌다.

거북하고도 마음 한켠이 불편한 소리.

최한이 차 비서에게 물었다.

“그럼 목 부분을 잘라 얼굴을 가져갔다는 소리야?”

“네.”

“대체 왜….”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마… 의뢰인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아니면 얼굴을 다른 용도로 쓴다든가….”

가만히 듣고 있던 민섭의 주먹이 떨려왔다.

“진짜 이게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일이 맞나요? 어떻게… 어떻게… 돈을 받고 사람을 죽이는 짓을….”

최한의 시선이 잔뜩 인상을 구기고 있는 민섭에게 향했다.

이런 놈이었다.

항상.

불의를 보면 자신의 일이 아닌데도 가슴 아파하고 감정 이입을 잘하는 사람.

그렇기에….

‘선택받았겠지.’

다물어져 있던 지경태의 입이 떨어졌다.

“오랜 시간을 뺏진 않겠습니다. 딱 3일. 제 계획은 3일 안에 모두 해결하는 것입니다.”

최한이 민섭에게 향했던 시선을 거두고 지경태를 바라보았다.

“뭐… 이제 어느 정도는 알았어. 적이 누구인지도 알겠고. 그런데 너무… 추상적이야. 이 정도는 경찰들도 다 알고 있을 거야.”

“그렇죠. 이 정도 정보는 아마 어느 기관이든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하나 저희에게는 그 누구도 알지 못했던 두 가지 패가 있습니다.”

지경태의 목소리가 울리고.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끼이익-.

문이 열림과 동시에 최한과 아이들의 시선이 문 쪽을 향했다.

“안녕하십니까.”

문으로 들어온 남자의 모습에 최한과 아이들의 얼굴에 놀란 표정이 지어졌다.

“당신이 왜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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