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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98화 (99/211)

98화

최한과 아이들이 차 비서에게 전해 받은 위치에 도착했다.

“정말 여기 맞아?”

최한의 시선으로 발 디딜 틈 없이 거리를 거닐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이곳은 홍대입구역.

낮이건 밤이건 상관없이 수많은 인파가 모여드는 장소였다.

민섭이 다시 한번 차 비서에게 받은 위치를 들여다보았다.

“여기가 맞아. 지금 서 있는 곳에서 우측으로 오 미터 정도면…. 저기다!”

최한과 백설의 시선이 민섭의 손끝이 향한 곳으로 옮겨졌다.

“저런 곳에 브로커가 있다고?”

“저곳은 뭐 하는 곳이지?”

아이들의 시선으로 스티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가게가 보였다.

최한이 믿을 수 없는지 민섭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았다.

“잘못 본 거 아니야? 암살 브로커가 있는 장소라기엔….”

[OO세컷]

멀리서도 눈에 띌 정도로 간판이 반짝였다.

요즘 유행하는 스티커 사진관 중 가장 유명하고 외관부터 눈에 띄는 곳이었다.

암살.

브로커.

어둠의 세계.

그런 것들과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 최한과 민섭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드러났다.

“고민해 봐야 달라지는 건 없다. 어차피 저 안에 있는 놈들 중 하나겠지.”

백설이 거침없이 스티커 사진관으로 걸음을 옮겼다.

“뭐… 그렇겠지.”

최한과 민섭이 백설의 뒤를 따랐다.

가게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여기저기서 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대박. 잘 나왔다.”

“인OO 올리자.”

여학생들이 주를 이루었지만, 간혹 남학생들과 커플들도 여럿 보였다.

안으로 들어오니 더욱 이곳이 맞나 싶은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최한이 비어 있는 기계의 안쪽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평범한 스티커 사진관 같은데? 잘못 보낸 게 아니라면, 장소를 옮긴 거 아니야? 전 협회장 그렇게 된 거 보고 벌써 도망간 걸지도….”

최한의 말에 동감한 듯 민섭이 차 비서에게 통화를 걸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우선 차 비서님한테 연락을 좀 해볼게.”

민섭이 통화를 하는 동안 최한과 백설은 생전 처음 와보는 스티커 사진관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신기하군. 정말 저 안에 들어가기만 하면 이렇게 지금 모습을 담아 준다는 것이냐?”

“뭐야? 사진 안 찍어 봤어?”

“안 찍어 봤다. 너는 찍어 봤냐?”

“스티커는 아직…. 아니지? 사진은 찍어 봤지! 사진 안 찍어 본 사람이 어디 있냐?”

최한의 목소리에 백설의 표정이 가라앉았다.

백설이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스티커 사진들을 손으로 만지며 말했다.

“그럼 너도 이런 사진들이 있는 것이냐?”

최한의 시선이 백설의 손으로 옮겨졌다.

교복을 입은 아이들.

똑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는 아이들.

친구들과 웃고 있는 아이들.

모두 혼자가 아닌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 벽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웃고 있는 사진들을 하나하나 눈에 담고 있는 백설의 표정에서 처음으로….

작은 미소를 발견한 최한이었다.

증오만 가득하던 백설의 눈빛에 부러움의 감정이 피어올랐다.

“찍어줄까?”

최한의 목소리에 백설의 고개가 움직였다.

“뭐… 안 찍어 봤으면 그냥 같이 하나 찍어 줄 수도 있는데…. 아니, 둘이 찍자는 건 아니고, 민섭이도 같이….”

부끄러운지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뒷머리만 만지작거리는 최한의 모습에 백설의 볼에 처음으로 보조개가 들어갔다.

“하여튼 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넌, 너무…. 윽!”

백설의 입에서 짧은 비명이 울렸다.

백설과 최한이 순식간에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스티커 사진을 찍는 기계 안으로 들어가게 됐다.

“뭐… 뭐 하는 짓이냐?”

“민섭아, 왜 그래?”

최한과 백설을 기계 안으로 밀어 넣은 이는 민섭이었다.

민섭이 최한과 백설의 목소리는 듣지도 않은 채, 황급히 주머니를 뒤져 기계에 돈을 넣었다.

어딘가 불안해 보이기까지 한 그의 모습에 최한이 다시 물었다.

“뭐야? 못 볼 거라도 봤어? 왜 그래?”

최한의 목소리에도 손가락만 앞으로 들어 보이며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하는 민섭이었다.

“쉿! 쉿!”

민섭이 입구로 보이는 작은 틈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기계 버튼을 눌렀다.

“아니, 설명을 좀 하고….”

그때.

“여기를 보세요.”

짧은 기계음이 울리고.

찰칵-.

찰칵-.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진이 여러 장 찍혔다.

“촬영이 끝났습니다.”

툭!

완성된 사진이 최한과 백설이 서 있는 아래로 떨어졌다.

최한이 몸을 숙여 한 번에 세 개의 사진을 모두 집어 들었다.

다른 곳을 보고 있는 사진.

입을 크게 벌린 채 소리 지르고 있는 사진.

갑자기 터진 플래시에 놀라 두 눈이 몇 배나 크게 떠진 사진.

등등.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나온 사진이 없었다.

“이게 뭐야…. 내… 첫… 첫 스티커 사진이….”

사진을 보며 실망한 표정을 짓고 있는 최한이었다.

백설이 최한에 손에 들려 있던 사진 중 하나를 빠르게 빼내 주머니에 넣었다.

사진을 들고 있던 손이 떨려왔다.

“야! 김민섭! 갑자기 밀어 넣은 것도 모자라서 왜 준비도 없이 사진을 찍는 건데! 나… 나… 저 뽀글 머리 쓰고 찍고 싶었는데….”

최한이 반쯤 울먹이며 민섭의 몸을 돌려세웠다.

“너 때문에 내 첫 스티커 사진이…. 익!”

민섭의 손이 최한의 입을 막았다.

“너 이게 무슨 짓….”

“쉿!”

민섭이 입구의 작은 틈으로 손가락질했다.

최한의 시선이 그 작은 틈으로 향했다.

커튼처럼 쳐져 있는 덮개 사이로 건너편의 기계가 눈에 들어왔다.

입구를 가린 분홍 덮개 때문에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목 아래 부분은 확인할 수 있었다.

검은 정장과 갈색 정장을 입은 두 사람.

한눈에 봐도 비싸 보이는 시계와, 작은 먼지 한 톨 보이지 않는 구두가 눈을 사로잡았다.

당연히 정장을 입은 사람도 이곳에 올 수는 있다.

하나.

“확실한 거겠지?”

“그럼요. 제가 이 일만 5년째입니다.”

“그런데 듣던 거랑 다른데? 사무실에서 이야기한다고 그러지 않았나? 여기는 그냥 사진….”

“장 사장님도 참. 당연히 여기가 사무실일 리가 없죠. 시대가 변했지 않습니까? 저희도 걸리면 안 되는 직업인데…. 그럼 가보실까요?”

남자의 목소리가 울리고 기계 안에 있던 남자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최한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대박….”

어느 정도 감을 잡게 된 최한이 몸을 돌려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대충 알았어. 이곳은 브로커가 있는 곳이 맞아.”

민섭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 검은 정장을 입은 아저씨가 들어오자마자 뭔가 느낌이 빡! 와서 이곳으로 몸을 숨긴 거야. 갑자기 설명도 못 하고 밀어 넣어서 미안해.”

백설이 손을 휘휘 저어 보였다.

“좋아. 그럼 어느 정도 확인되었으니… 작전을 시작해 볼까?”

* * *

브로커로 보이는 인원이 스티커 사진 기계 속으로 사라지고 10분 정도 지났을 무렵.

“제발 죽이지마, 설아.”

“제발 잡아먹으면 안 돼, 진짜….”

최한과 민섭이 백설을 보며 신신당부를 하고 있었다.

아무리 브로커라 해도, 암살 집단과 거래를 할 정도이니, 지하에 어느 정도의 인원과 정보통이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힘으로 한 방에 처리하는 것은 최한에게 그 어떤 방법보다도 쉬운 것이었다.

하나.

브로커가 당했다는 정보가 흘러 가면 암살 집단이 몸을 숨길 수도 있는 노릇이었기에.

최대한 동태를 살핀 후 브로커 일당을 일망타진하려는 계획이었다.

최한과 민섭이 곱게 두 손까지 모은 채 백설에게 말했다.

“제발… 작전대로만 해. 저 기계 안쪽에 들어가서 상황만 보면 돼.”

“우린 얼굴이 팔렸으니… 그나마 백설. 네가 하는 게… 나을 거야.”

백설의 얼굴에 귀찮은 기색이 가득했다.

“그냥 저 기계 부수고 들어가서 다 쓸어버리면 안 되는 건가? 암살 집단에 연락하기도 전에 빠르게 정리하는 것 따위 식은 죽 먹기일 텐….”

툭.

백설의 머리 위로 작은 손길이 느껴졌다.

따뜻하고도 부드러운 손길.

오랜만에 느껴보는 그 느낌에 백설의 표정이 사라졌다.

“아까도 말했잖아. 그건 맨 마지막에…. 우선 조용히 할 수 있는 방법을 시도해 보고 안 됐을 때 해보자. 민섭이가 말했지만, 우리는 얼굴이 팔려서 혹시 모르니까…. 부탁할게. 해줄 거지?”

백설의 시야를 가득 채운 그 미소에 백설이 붉어진 얼굴을 숨기고 고개만 작게 끄덕였다.

“어… 어, 왔다.”

민섭의 목소리가 울리고, 모든 시선이 건너편에 있는 스티커 사진기로 향했다.

주위를 살피며 나오고 있는 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

같이 들어갔던 갈색 정장을 입고 있던 인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최한이 턱을 매만지며 작게 말했다.

“역시… 안에 다른 인원들도 있나 보군.”

“다녀오지.”

백설이 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가 사진기 밖으로 나오기 전 행동을 개시했다.

백설이 스티커 사진 기계에서 나오고 있는 남자를 멈춰 세웠다.

“저기….”

입구에 달린 커튼 형식의 덮개를 손으로 밀어 젖히고 있던 남자의 움직임이 멈췄다.

“어? 아이고, 잠깐 기계가 고장 나서 수리했습니다, 손님.”

“그게 아니라….”

“잔돈이라도 바꾸시려고 그러십니까? 잔돈은 저기 앞쪽에 기계가….”

“꼭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있어요. 당신을 만나면 킬러나 암살자를 소개시켜 준다고 하던데.”

백설의 목소리에 순식간에 표정이 뒤바뀐 남자였다.

역시나 겉으로는 이 가게 주인행세를 하고 있는 듯했다.

백설의 입에서 킬러와 암살자의 이야기가 나오자 한층 무거워진 표정으로 주위를 살피는 남자였다.

“잠깐 들어와서 이야기하지.”

브로커와 백설이 기계 안으로 들어갔다.

건너편에서 지켜보고 있던 최한과 민섭이 두 손을 모은 채 상황이 이대로만 흘러가길 기도하고 있었다.

작은 공간에 들어오자마자 브로커의 얼굴색이 완전히 변해 있었다.

“이곳까지 찾아올 정도면…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왔겠지?”

“네. 이미 돈도 가져왔어요.”

백설이 전혀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레 행동했다.

브로커가 백설의 당당한 태도에 애매한 한숨을 내쉬었다.

“어디서 듣고 찾아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소개받은 사람 정도는 들어야겠는데?”

“그 사람은…. 그런데 여기 의뢰자 신원은 확실히 비밀로 해준다고 들었던 거 같은데요. 제가 그 사람을 말하는 것도 신원 보장 안 되는 거 아닌가요?”

다행히 제대로 된 임기응변을 보인 백설이었다.

“뭐… 그렇긴 한데… 내 고객 중에 이렇게 어린 여자에게 이곳을 알려줄 만한 사람이 있나?”

브로커가 백설에게 고개를 들이밀었다.

백설이 머릿속으로 다음 대답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브로커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번졌다.

“꽤 예쁘네?”

브로커가 백설의 붉은 머리칼을 손으로 쥐락펴락하며 쓸어 넘기고 있었다.

“남자친구는 있어?”

머리를 만지던 브로커의 손길이 백설의 어깨에 얹어졌다.

자신의 어깨에 올려진 손을 보던 백설의 얼굴에 비릿한 웃음이 지어졌다.

“내가 붉은 머리 색만 보면 환장을 해서 말이….”

콰과과광!!!!!!

백설과 브로커가 있던 사진 기계가 폭발했다.

건너편에 있던 최한과 민섭의 손이 동시에 이마를 짚었다.

“하….”

“이럴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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