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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99화 (100/211)

99화

폭발음이 울리고.

그다음은 일사천리였다.

눈이 돌아간 백설이 벽을 부수고, 브로커의 아지트로 연결된 통로를 따라 미친 듯이 나아가기 시작했다.

길을 지키는 인원도 있었고, 아지트 안쪽에 있던 다른 브로커들에게 의뢰를 하러 온 사람들도 여럿 있었지만, 모두 눈이 돌아간 백설에게 몇 대 맞고 기절한 상태였다.

최한과 민섭이 브로커 일당의 몸을 결박해 한곳에 모아두었다.

행동대장으로 보이는 검은 정장을 입은 브로커만 따로 결박해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툭툭!

최한이 의자에 묶여 있는 검은 정장을 입은 브로커의 머리통을 두드렸다.

“으….”

브로커가 신음을 내며 천천히 눈을 떴다.

몸이 결박당한 것을 알아챈 브로커가 주위를 살피고는 목소리를 높였다.

“너희들 뭐야! 어디서 보낸 놈들이야!”

20대 후반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앳된 얼굴을 가진 브로커였다.

당연히 최한과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아저씨’라고 부를 정도이긴 하나, 사람의 목숨으로 장사를 하는 놈이라기에는 꽤 어린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아까 대충 듣기로는 5년 정도 이 일을 했다고 했는데.

그러면 능력자가 나타난 시점부터 이 일을 한 것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았다.

던전과 능력자의 등장이 사회와 인류에게 좋은 것만 준 것은 아닌 것 같다.

언제나 화려한 이면 속에서 악이 자라나는 법이니까.

최한이 자세를 낮춰 브로커와 눈을 맞췄다.

“암살 부대 어디 있어? 아지트도 들킨 마당에 발뺌하지는 말길 바라. 처음부터 이곳에 브로커가 있다는 건 다 알고 왔으니까.”

최한의 협박 같은 말투에도 브로커의 얼굴에는 여유로운 표정이 지어졌다.

“훗… 겨우 어린놈들 주제에. 난 몰라. 난 가운데서 정보만 주고 돈만 떼어 먹는다고.”

“하….”

“그리고 너희들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어린놈들이 세상 무서운 줄 모르나 보군.”

“뭐?”

브로커가 고개를 움직여 최한과 아이들의 얼굴을 훑어보았다.

“보아하니 꽤 강한 능력자 같다만, 주제를 알아야지. 너희가 잡으려 하는 놈들은 어중이떠중이가 아니야. 진정한 악이지.”

“진정한 악이라…. 악은 언제나 선에게 당하는 법이라고.”

“흐흐. 하하하하하!”

최한의 말을 듣고 있던 브로커가 소리 높여 웃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너희가 주제 파악을 못 하는 거라고. 악이 선에게 당해? 아직도 그런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믿는 거야? 이 세상은 악이 지배하는 거야. 내가 브로커를 하면서 제일 신기했던 게 뭔지 알아?”

“…….”

“네가 말하던 선이라는 놈들. 그러니까 사회에서 바라보았을 때 선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들이 모두 내 고객이야.”

끓어오르는 마음을 내뱉으려던 최한의 목소리가 브로커의 목소리에 가로막혔다.

“악은 필요해. 사람을 대신 죽여주고 능력자를 대신 죽여주고. 억울하게 당한 복수를 해주거나, 사람들을 괴롭히는 쓸데없는 사람의 목을 쳐주는 암살자나 우리의 존재는 꼭 필요하다고!”

자부심.

그런 것이 보였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합리화하고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이 사람은 정말 자신의 일이….

사람을 죽이는 것을 돕는 일이….

자랑스러운 줄 알고 있었다.

“야.”

최한의 목소리가 울렸다.

단전 깊은 곳부터 우러나온 분노를 담은 목소리.

눈을 마주치고 있던 브로커의 얼굴이 순식간에 구겨졌다.

‘숨을… 숨을 쉴 수가… 없다.’

이 정도의 압박감과 공포는 살아생전 느껴본 적도 없었다.

꼭 칼이나 총으로 위협을 당하고 있을 때만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 것이 아님을 브로커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너희들이 뭔데 사람을 죽여. 너희들이 뭔데 죄 없는 사람들의 생을… 결정하는데?”

최한의 낮은 목소리가 울리고.

당사자가 아닌, 곁에 있던 민섭과 백설도 최한의 기에 눌려 마른 침을 삼키고 있었다.

백설이 자신도 모르게 떨고 있는 한쪽 팔을 부여잡았다.

분명 힘은 자신이 더 강할 터였다.

하나….

‘이 중압감은 역시… 왕의 기운.’

천 년 전 그대로다.

죄 없는 인간을 죽이거나, 인간의 목숨을 하찮게 보는 사람을 보면 분노하는 저 모습.

인간의 모든 감각을 공포로 바꿔 버리는 왕의 능력.

‘각성하지 않았는데도 이 정도라니…. 역시 이번 왕에게는 특별한 힘이 있나 보군.’

백설의 시선이 최한에게 향했다.

“물었잖아. 누가 너희에게 사람을 죽일 권리를 주었냐고.”

핏기가 가셨던 브로커의 눈매가 일그러졌다.

“어디서 봤나 했더니. 네가 텔레비전에서 보던 SSS급이구만. 너 때문에 큰 고객 하나를 잃었어.”

최한이 브로커의 오른손을 잡았다.

“후… 너는 말로 해서는 안 되겠다.”

뚜둑!

“으아악!!!”

브로커의 새끼손가락이 반대로 꺾여 부러졌다.

“이 미친 X라이 새….”

최한과 눈이 마주친 브로커의 얼굴이 파리해졌다.

“조용히 해. 이제 시작이니까.”

뚜둑!

“으아아아!!!”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브로커의 비명이 몇 번이고 계속되었다.

“이… 아… 악마….”

마지막 말을 남긴 채 브로커가 고통을 참지 못하고 기절했다.

최한이 기절한 브로커의 주머니를 뒤져 휴대폰을 꺼냈다.

“어디 보자…. 잠겨 있네?”

최한이 부러진 브로커의 손가락을 휴대폰의 지문 인식기에 댔다.

“풀렸네. 어디 보자. 통화기록이….”

통화 기록과 저장된 목록을 보던 최한의 얼굴이 점점 굳어져 갔다.

“이건….”

국내 유명 연예인과 정치가들….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능력자들의 이름도 여럿 보였다.

“X발… 이 새끼 말이 진짜였네….”

브로커의 말대로 선의 행세를 하고 있던 자들의 이름이 저장 목록에 가득했다.

씁쓸해하며 휴대폰의 문자를 확인하던 중 낯익은 이름을 발견한 최한이었다.

“이 사람이 왜….”

* * *

브로커의 휴대폰을 확인한 최한과 아이들이 서둘러 협회로 돌아왔다.

최상층에 있는 협회장실의 문이 강하게 열렸다.

자리에 앉아 있던 지경태가 문으로 들어오는 최한과 아이들을 보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어서 오세요. 차 비서에게 얘기는 대충 들었습니다. 브로커의 아지트를 아주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뱀!”

최한이 지경태가 앉아 있는 책상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빨리 보고하고 얼른 넘어가야 해요. 다음 타깃이 누군지 알아냈어요.”

“오… 대단하군. 역시 진행이 빠르네. 그렇지 않아도 저도 이야기해 줄 정보가 하나 생겼습니다.”

최한과 아이들이 지경태가 앉아 있는 책상 앞에 나란히 도착했다.

최한이 브로커에게서 뺏은 휴대폰을 지경태의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브로커가 가지고 있던 휴대폰이에요. 차 비서님에게 전달해서 조사 좀 부탁해요. 그리고….”

브로커의 휴대폰을 집어 들었던 지경태의 미간이 구겨졌다.

“이… 이건….”

“다음 타깃이예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의뢰인은 박지호라는 사람이고요.”

타깃의 얼굴을 확인한 것보다 최한의 입에서 나온 ‘박지호’라는 이름에 더욱 놀란 지경태였다.

지경태의 표정 변화를 감지한 최한이 물었다.

“박지호라는 사람 알아요?”

지경태가 휴대폰을 책상에 내려놓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확히는 모릅니다. 이름만 들어 본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거 참… 일이 복잡하게 돌아가는 것 같군요.”

“왜요?”

“제가 아까 새롭게 알려줄 정보가 있다고 한 거 기억하시나요? 극비 정보긴 하지만 당신에게는 말해도 괜찮을 거 같군요. 팔라딘 토티가 이곳에 온 이유입니다.”

뜬금없이 등장한 팔라딘의 이름에 최한이 잠시 생각하다 이내 물었다.

“팔라딘은 헌터 동맹인가 하러 온 거 아니에요?”

“그것도 있긴 하지만…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더군요. 팔라딘이 한국에 온 이유는 어떤 사람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그는 세계적인 S급 능력자이자, 이탈리아 3대 마피아의 보스인 아드레아 카사노.”

이름을 들어도 누군지 모르는 최한과 다르게 옆에 서 있던 민섭은 그를 아는지 크게 반응했다.

“어? 아드레아 카사노가 한국에 있나요? 아니… 아니지… 그럴 리가. 그는 죽었을 텐데….”

지경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그렇지. 나조차도 그렇게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팔라딘과의 대화로 알게 된 것이 있다네. 자네들이 찾고 있는 암살 집단의 보스가 아마… 아드레아 카사노 인 것 같다.”

“아니, 죽은 사람이 어떻게 암살 집단의 보스를….”

조용히 있던 백설이 입을 열었다.

“실제로는 살아 있는 거겠지. 겉으로는 죽은 것으로 공표하고.”

백설의 목소리에 협회장실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깊은 한숨을 내쉬며 지경태가 입을 뗐다.

“목이 잘린 시체들의 사진을 보여줬지? 팔라딘이 똑같은 사진을 내게 보여주며 말했다. 이것이 아드레아 카사노의 취미라고.”

아이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잘못 들은 것이라 생각했다.

지경태의 입에서 나온 그 단어가 틀린 것이라 생각도 했었다.

취미.

취미라는 것은….

자신이 좋아하고, 시간이 있을 때 행복감을 만끽하려 하는 행동이라 배웠는데….

“취미…라고?”

최한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중요한 퀘스트가 45일밖에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조금이라도 더 민섭과 함께하기 위해.

민섭과 좋은 추억을 쌓기 위해.

45일 후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기 위해서 이 의뢰를 수락했었다.

“좋네. 그 새끼 만나면 나도 취미라고 말하면서….”

최한의 얼굴에 웃음이 지어지고.

협회장실에 있던 모든 이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죽여야겠다.”

* * *

미림 고등학교의 모든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이 하나둘씩 교문을 빠져나갈 때쯤,최한과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왔다.

교무실의 문이 열리며 최한과 아이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뭐냐? 3일 동안 학교는 안 나오는 거 아니었나?”

아이들을 발견한 조일환 선생의 목소리가 울렸다.

최한과 아이들이 조일환 선생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어두운 표정의 아이들.

최한이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저, 선생님. 중요하게 할 얘기가 있어서 그런데….”

조일환 선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래층으로 가지. 다른 이들이 들어서는 안 되는 내용인 거지?”

최한이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래.”

조일환 선생이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최한과 아이들이 그 뒤를 따라 이동했다.

숙직실로 이동한 조일환 선생과 아이들이었다.

조일환 선생이 음료를 하나씩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다행히 오늘 내가 당직이라서 이곳에는 아무도 오지 않을 거다.”

최한과 아이들이 고개를 살짝 숙였다.

조일환 선생이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그럼… 이야기를 들어볼까? 무슨 일이 생긴 거지? 협회에서 받은 작전을 수행 중일 텐데. 학교에 오다니… 나랑 관련이 된 일인가?”

최한과 아이들이 놀라 서로를 바라보았다.

최한이 작은 날숨을 내뱉으며 입을 뗐다.

“암살 집단을 조사하던 와중에 브로커의 위치를 알아냈어요. 아지트로 쳐들어가 모두 잡아 협회에 건네고 오는 길이에요. 그런데 증거로 빼앗은 브로커의 휴대폰에서 선생님의 사진을 발견했어요.”

가만히 듣고 있던 조일환 선생이 손을 들어 턱을 매만졌다.

“네 말대로라면 누가 나를 죽이려 의뢰했다는 건가?”

“네.”

“그 정도 정보까지 알아냈다면… 나를 죽이려 의뢰한 사람이 누군지도 알아냈겠군.”

“네. 선생님을 암살하려고 의뢰한 사람은 박지호라는 사람이에요.”

툭!

촤아악!

조일환이 들고 있던 음료를 땅에 떨어트렸다.

아이들의 시선이 조일환을 향했다.

손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변한 얼굴색과 표정.

조일환 선생이 이렇게 놀란 모습은 처음 보았다.

“누… 누구라고…?”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였다.

최한이 아이들의 눈치를 보다 이내 대답했다.

“박지호라는 사람인데….”

조일환 선생이 테이블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왜 그래요, 선생님? 괜찮으세요?”

아이들의 걱정 섞인 눈빛에도 조일환은 얼굴을 들지 못했다.

그저.

떨리는 목소리만 흘러나올 뿐.

“그 녀석은… 내가 죽였을 텐데….”

최한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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