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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101화 (102/211)

101화

늦은 밤.

모든 학생이 집으로 돌아간 미림 고등학교.

학생들이 있는 낮과 달리 불 꺼진 교실들에 고요함만이 가득했다.

터벅터벅.

불 꺼진 복도에 한 남자의 발걸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남자의 발걸음이 메아리처럼 울릴 때마다 번쩍번쩍 작은 불빛이 요란하게 움직였다.

“본관 2층. 아무 이상 없고.”

들고 있는 서류철에 무언가를 적고 있는 남자.

금일 당직을 맡은 조일환 선생이었다.

펜과 서류를 한 손에 다시 들고 손전등으로 앞을 비췄다.

“이제 3층으로 가볼까?”

조일환이 중앙으로 연결된 계단을 따라 3층으로 이동했다.

3층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앞으로 보이는 교실로 다가갔다.

창 가까이에 붙어 들고 있던 손전등을 창에 가져다 댔다.

손목을 돌리며 손전등 불빛을 움직여 교실 안쪽을 확인하고 있었다.

“1학년 B반 이상 없….”

교실을 확인하던 조일환 선생의 미간이 순식간에 구겨졌다.

인기척이 느껴졌다.

발소리가 나거나, 대화가 들리거나 하는, 그런 누구나 알아챌 수 있는 느낌은 아니었다.

귀 뒤쪽으로 올라오는 소름.

마치 호랑이가 땅을 밟지 않고 자신에게 달려오고 있는 느낌과 비슷했다.

이 느낌을 오래전에도 느껴 본 적 있는 조일환이었다.

“암살자의 보법이군.”

조일환이 깊은 날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그리고

타다다닥!

조일환이 뒤쪽에 있는 계단으로 빠르게 내려갔다.

스스스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발걸음이라기엔 너무도 가벼운 그 소리가 복도의 양쪽에서 울려댔다.

조일환이 뒤를 확인하며 빠르게 계단을 내려갔다.

어둠에 가려 보이진 않지만, 암살자들과의 간격이 점점 줄어들고 있음이 느껴졌다.

다수와의 전투에서는 좁은 통로에서 싸우는 게 유리하지만, 암살자에게는 아니다.

그들에게서 일반 싸움과 전투의 방식을 기대하면 안 되니까.

그들은 말 그대로 암살자.

승부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목표물을 죽이는 것이 그들에게는 승리이니까.

누구보다 암살자를 잘 알고 있는 조일환은 알고 있었다.

‘아군과 함께 적을 벨 수도 있다.’

조일환이 빠르게 달려 본관 1층 현관에 도착했다.

복도보다 넓은 공간.

꼭 공간이 넓어서 이곳으로 온 것은 아니었다.

공간이 넓으나 좁으나 다수와의 싸움은 언제나 불리하니까.

그럼에도 조일환이 이곳으로 온 이유는….

조일환이 굳게 닫혀 있는 문에 등을 기댔다.

“후….”

한숨과 함께 숨을 고르고 있는 조일환의 시선으로 검은 두건을 두르고 있는 암살자들의 모습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문으로 들어오는 환한 달빛으로 조일환 선생이 암살자들의 숫자를 헤아려 보았다.

“일곱이라…. 설마 이게 다는 아니지?”

독안에 든 쥐가 발악을 하는 것처럼 보였는지, 조일환 선생을 포위하고 있던 암살자들의 눈이 반달 모양으로 변했다.

눈만 보이도록 제작된 검은 복면 사이로 비웃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목표물의 정보는 확실하게 숙지하는 암살자들이었다.

그들도 알고 있다.

일개 학교 선생이긴 하나, 눈앞에 있는 남자는 A급의 능력자라고.

거기다 자연계 중에서도 최상위에 있는 중력을 다루는, A급 최강에 가까운 능력자라고.

그럼에도 그들의 눈에는.

전혀 긴장하는 기색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조일환 선생이 암살자들의 눈을 쳐다보다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프로라 이건가? 작은 빈틈도 없구만. 그래도 너무한데?’

조일환이 오랜만에 전투에 앞서 목을 돌리며 준비 운동을 했다.

“빠짐없이 다 나와라. 숨어 있다가 공격해도 소용없어. 내가 이래 보여도….”

조일환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

가장 앞에 있던 암살자의 눈동자가 떨렸다.

“꽤 강하거든. 중력… 백 배.”

콰쾅!!!!!

“으아악!!!!”

“윽!!!”

암살자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백 배의 중력에 짓눌린 암살자들의 눈에 초점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몸을 움직이는 건 고사하고 정신을 잡고 있는 것도 벅찼다.

일곱 명의 암살자들이 모두 바닥에 처박혀 고통받고 있었다.

의외로 싱겁게 끝난 전투에 조일환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뭐야? 진짜 겨우 이 정도야? A급인 거 다 조사하고 왔을 텐데. 이렇게 싱겁게 끝난다고?”

마음속 한편으로는 작은 의구심이 들었지만, 계단 위쪽으로 전혀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기에 마음을 접어 두었다.

“으아악!!!!”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암살자들을 바라보며 조일환이 싱겁다는 듯 팔짱을 끼었다.

“다른 놈들 기척도 없는 것 같고…. 진짜 너희들만 온 거야? 아무리 그래도 나를 너무 쉽게 본 거 같은데? 최한 그 녀석이 걱정한 거치고는 너무 싱겁게 끝났….”

“당연히 이렇게 싱거울 리 없잖아. 당신 같은 강자를 잡는데 겨우 피라미만 왔겠어?”

조일환의 귀 바로 뒤쪽에서 들리는 목소리.

온몸에 소름이 돋아나는 것보다 빠르게 상황을 인지한 조일환이 문에서 떨어지려 했다.

“이미 늦었다네. 챠아오.”

쩅!!!!

촤아악!!!!!

유리로 된 현관문이 깨져 작은 결정이 되어 흩날렸다.

그리고.

새롭게 나타난 손이 조일환의 등에 닿는 순간….

촤악!

암살자들을 짓누르고 있던 중력이 사라졌다.

* * *

조일환이 암살자의 공격을 받은 같은 시각.

팔라딘 토티와 성녀가 아드레아 카사노의 정보를 모으기 위해 미제 사건의 피해자 가족과 만남을 가지고 있었다.

어렵사리 만나게 된 만큼 팔라딘 토티와 성녀가 유가족의 안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었다.

“어렵게 시간 내 주신 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팔라딘 토티가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앳되어 보이는 여성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팔라딘님은 외국인이신데도 한국말을 잘하시네요.”

“아닙니다. 이건 이쪽에 있는 성녀의 스킬입니다.”

여성의 검은 눈동자가 성녀에게 향했다.

자신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외모를 가진 성녀의 모습에 놀라긴 했지만, 입 밖으로 자신의 느낌을 말하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그냥 넘어갔다.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여성에게 팔라딘 토티가 물었다.

“저 이름이….”

“김은비입니다.”

“은비 양. 힘든 건 알겠지만, 최대한 알고 있는 것을 다 얘기해주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래야 아버지를 죽인 범인들에게 법의 심판을 할 수 있습니다.”

김은비의 꼭 잡은 두 손이 떨려왔다.

“네…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해요. 경찰들도 손 놓고 있는 사건을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팔라딘님과 성녀님 그리고….”

김은비의 시선이 성녀의 옆으로 향했다.

팔라딘 토티와 성녀의 시선이 그곳으로 움직였다.

“운…전…. 운…전….”

혼이 빠진 모습으로 앉아 있는 남자의 모습.

매서운 얼굴, 거대한 몸집과 다르게 이창식이 혼이 빠진 사람처럼 정신줄을 놓은 채 같은 말만 되뇌고 있었다.

팔라딘 토티가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

성녀가 주먹으로 이창식의 옆구리를 툭 쳤다.

“아야! 뭐야? 꼬맹이! 왜 때려!”

“정신 좀 차려요. 지금 중요한 자리란 말이에요.”

성녀가 이창식에게 눈짓하자, 이창식이 건너편에 앉은 김은비를 보며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전 신경 쓰지 마세요. 대한민국 5대 길드장이 운전만 하게 되어서 크게 충격을….”

“아! 진짜 속 드럽게 좁네!”

“뭐? 속이 좁아? 네가 잘못한 거지?”

성녀와 이창식이 엉덩이를 들썩이며 투닥거렸다.

고개를 젓던 팔라딘 토티가 김은비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미안합니다.”

“아… 아닙니다.”

팔라딘 토티의 제지로 이창식과 성녀의 싸움이 마무리되었다.

“그럼… 이제 이야기를 시작하죠. 아버님이 돌아가신 날짜는 언제십니까?”

팔라딘 토티의 물음에 김은비의 떨리는 목소리가 울렸다.

“작년 이맘때. 정확히는 6월 27일입니다.”

“일 년이 넘었군요. 조사한 바로는 아버님이 발견된 시간은 오후 7시경이고 장소는… 집 앞에 있는 카페와 편의점 사이….”

팔라딘 토티의 목소리가 점점 잦아들었다.

“네. 바로 이곳입니다. 정확히는 저희가 앉아 있는 이 카페의 바로 앞 도로죠.”

김은비의 시선이 멈춰진 곳으로 팔라딘 토티의 시선이 움직였다.

자신이 앉아 있는 카페의 야외 테라스.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는 딱딱한 아스팔트 위가 사건 현장이었다.

날숨을 내뱉은 팔라딘 토티가 이내 말을 이어갔다.

“그럼 아버님이 사망하신 날 아침 특별한 점은 없었습니까? 다른 날과 무언가 달랐다거나….”

김은비가 입술을 매만지며 기억을 떠올렸다.

“특별히 다른 점은 없었어요. 그날도 어김없이 아침에 던전으로 사냥하러 나갔거든요.”

“아버님이 헌터셨습니까?”

“네. 소형 길드에 가입되어 있던 B급 능력자입니다.”

“B급이라…. 그렇게 낮은 등급은 아니군요. 그런데 능력자였다면 아버님이 가입되어 있던 길드에 도움을 요청해 보….”

“했어요! 했었는데….”

김은비의 언성이 높아졌다.

드르르르-.

테이블 위로 놓인 김은비의 팔이 떨리자 테이블 전체가 떨려왔다.

테이블 전체가 떨리는 것을 확인한 김은비가 자신의 언성이 높아진 것을 깨닫고 고개를 숙였다.

“미… 미안합니다.”

팔라딘 토티뿐 아니라 성녀와 이창식도 무언가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괜찮습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줄 수 있을까요?”

“네? 어떤….”

“아버님의 길드에 도움을 청했던 그 이야기를.”

“그게 도움이….”

“원래 조사는 의외의 곳에서 답을 찾을 수도 있는 거니까요.”

팔라딘 토티의 부드러운 미소에 김은비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버지가 가입되어 있던 길드는 ‘나인’ 길드라는 곳이었어요. 길드원이 20명도 넘지 않는 소형 길드였죠. 그리고 그 길드의 길드장은 아버지의 오랜 친구였어요.”

이야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이창식이 코를 만지며 인상을 구겼다.

“이거… 벌써부터 냄새가 나는데?”

“쉿. 그냥 좀 들어요.”

성녀의 핀잔에 이창식이 꿍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김은비의 입이 다시 움직였다.

“원래 아버지는 그 길드장 친구와 이 마을에서 오랫동안 국수 가게를 하셨어요. 그런데 시대가 바뀌고 대형 체인점이 새로 들어오자 급격히 손님이 끊어지기 시작했어요. 그때 때마침 능력자와 던전이 나타났고 두 분은 고심 끝에 능력자 검사를 받게 되었죠.”

김은비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창식은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했지만, 입을 움직일 때마다 째려보는 성녀의 성화에 날숨을 내쉬며 말을 아꼈다.

“두 분 다 B급이 나왔고. 그 뒤로는 장사를 하실 때보다 많은 돈을 버셨어요. 그리고 얼마 뒤에 두 분이 같이 길드를 만드셨죠.”

가만히 듣고 있던 팔라딘 토티가 물었다.

“두 분이 같이라고요? 길드장은 아버지의 친구라고….”

“네. 맞아요. 친구분이 길드장. 저희 아버지가 부길드장을 맡으셨어요. 정확히는 모르지만, 사업적인 측면에서 그 친구분이 더욱 재능이 있으셨던 거 같아요.”

“그렇군요.”

“그런데 문제는… 작년, 그러니까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한 달 전쯤부터 아버지 기분이 안 좋으셨어요. 대충 알아보니 그 길드장 친구분과 의견 다툼이 심해져서 거의 매일 싸운다 들었고요.”

쭉 참고 있던 이창식이 거친 목소리로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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