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귀환자 학교가다-102화 (103/211)

102화

“으! 답답해! 딱 봐도 그놈이 범인이네! 뭘 그렇게 어렵게 생각해? 그 길드장 찾아가서 조지면 되겠네.”

옆에 있던 성녀가 짜증 내며 일어났다.

“아, 쫌! 조용히 있으라니까요! 아저씨!”

“나 아저씨 아니야! 그리고 너무도 범인이 뻔히 보이는데 뭘 이런 거 같다가 고민하고 있어!”

“그러다 아니면! 아저씨가 책임질 거예요?”

김은비의 고개가 떨어졌다.

“아니에요. 저도… 저도 그 사람이 범인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김은비의 목소리에 서로 으르렁대던 이창식과 성녀가 입을 꾹 다물었다.

김은비의 떨리는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심증은 차고 넘쳐요. 얼마 안 되는 길드원들을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던전에 들어가게 하고. 다른 길드에 용병으로도 많이 보낸다고 들었어요. 뭐, 거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어요. 힘들긴 해도 던전에 많이 들어간다는 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거니까. 하지만….”

생각이 많아진 얼굴을 하고 있던 팔라딘 토티가 작게 중얼거렸다.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은 거군.”

“네. 기본적으로 길드와 헌터의 고용 관계는 일반 회사와 달리 계약금을 제외하고 달마다 벌어들이는 수익을 배분율에 맞게 나눈다고 되어 있어요. 유명한 헌터나 대형 길드는 길드보다 헌터가 더 많은 비율로 가져간다고 들었지만, 소형 길드는 대부분 5:5로 나눈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그런데….”

김은비가 떨리는 손을 움켜쥐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 길드장은 5:5는커녕 더 적은 비율의 돈만 주면서도 몇 번이나 월급을 제때 주지 않았어요. 언제나 대형 길드로 도약할 준비라는 핑계를 대면서 이상한 곳에 투자를 한 거죠. 그러니 그나마 있던 적은 길드원들도 몇 달을 버티지 못하고 길드를 그만두기 일쑤였고요. 소문도 안 좋아지자 아버지가 그 길드장 친구분과 자주 다투신 것 같아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심증은 차고 넘친다는 말은 이해 가는군. 그렇다면… 물증은 없다는 거겠지?”

팔라딘 토티의 목소리에 김은비의 고개가 움직였다.

“네. 저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경찰과 함께 찾아도 가봤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날, 알리바이가 너무 확실하게 있어요. 음식점 CCTV에 고스란히 모습이 찍혀서….”

말을 마친 김은비의 눈가에 점점 눈물이 차올랐다.

성녀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김은비에게 건넸다.

“감사합니다.”

손수건을 건네받아 눈물을 닦던 김은비가 무언가 생각난 건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이상한 게 하나 있어요.”

“이상한 거?”

“저희 아버지의 특성은 신속. 그러니까 B급의 능력자지만, 특성으로 스킬을 발현하면 얼마간의 시간 동안 S급에 버금가는 민첩성과 속도를 사용할 수 있어요. 그런 아버지가… 이런 길바닥에서 전투도 없이 살해당하신 게 믿기지 않아요.”

김은비의 목소리에 이야기를 듣고 있던 팔라딘과 성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듣고 보니 이상하긴 하군.”

“S급의 속력이라면 도망치기라도 했을 텐데….”

그녀의 말대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S급의 속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설사 암살자나 그에 버금가는 강한 능력자들의 공격 속에도 최소 도망을 치거나, 위협을 알리기 위해 소란을 피울 수는 있을 터.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 문제였다.

“에이 바보들! 간단하잖아?”

이창식의 목소리가 울렸다.

팔라딘 토티와 성녀의 시선이 이창식에게 옮겨졌다.

“S급의 속력을 가지고 있는데도 저항도 못 하고 당했다는 것은….”

이창식의 뒷말을 기다리는 김은비가 마른침을 삼켰다.

“그보다 더욱 빠른 속력을 써서 한 방에 끝냈거나… 빠른 속력을 내지 못하게 한 거겠지. 마치… 스킬을 봉인하는 것처럼.”

“…….”

이창식의 목소리에 팔라딘 토티의 표정이 굳어졌다.

큰 충격을 받은 듯 안색이 어두워진 팔라딘의 모습에 주위에 있던 모든 이들이 그의 눈치를 살폈다.

“뭐야? 갑자기 왜 그리 진지해졌어?”

팔라딘이 눈을 감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최대한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었다.

“아주 큰 수확이에요. 정말 만나주셔서 감사합니다, 은비 양.”

“아, 네….”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의 팔라딘 토티였다.

“스킬을 봉인하는 능력. 그것은… 안드레아 카사노의 능력입니다.”

* * *

미림 고등학교 본관 1층.

중력에 짓눌려 있던 암살자들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100배의 중력에 짓눌린 탓에 체력이 많이 소모되긴 했지만, 모두 A급 능력자들답게 몸을 풀며 제 컨디션을 찾아가고 있었다.

조일환이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진 일을 이해하지 못했다.

자신의 스킬인 중력이 사라졌다.

지금까지 자신의 의지로 해제하기 전까진 무슨 짓을 해도 사라지지 않는 능력이었는데….

터덜터덜 일어나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암살자들보다 바로 등 뒤에 있는, 자신의 등에 손을 대고 있는 정체 모를 남자가 더욱 두렵게 느껴졌다.

“너… 누구야…. 누군데 스킬을 봉인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거야? 왜… 왜… 네가 지호랑 똑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 거냐고!”

멈춰선 채 소리쳤다.

당장이라도 몸을 돌려 등 뒤에 있는 남자의 얼굴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이미 회복을 끝낸 일곱 명의 암살자가 금방이라도 달려들 자세를 취하고 있었고, 자신의 등에 손을 대고 있는 남자의 능력이면 언제든 자신의 목숨을 가져갈 수 있었기에.

‘내 목숨이 목표긴 하지만, 그리 쉽게 죽여주지는 않을 거 같군.’

이 생각이 맞을 것이다.

스킬을 봉인한 시점에서 이미 게임은 끝났었다.

눈앞에 있는 암살자들에게 정신이 팔려 있긴 했지만, 등 뒤로 다가온 이 남자의 기척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순수한 힘만으로도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고유 특성인 스킬까지 무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이면….

조일환은 등 뒤에 있는 남자를 절대 이길 수 없었다.

그럼에도 죽이지 않는다는 것은….

둘 중의 하나다.

산 채로 잡아갈 이유가 있든가.

아니면….

실컷 가지고 놀다 고통스럽게 죽이려 하는 것이 든가.

“젠장.”

둘 중 어떤 것이더라도 조일환에게는 나쁜 소식이었다.

“우리 암살자들은 의뢰인의 비밀 보장이 가장 중요한 명목이라서 말이야. 알려줄 수 없네. 그래도 자네는 특별하니… 내가 하나 알려주지.”

조일환의 귀로 남자의 목소리가 울렸다.

“박지호는 살아 있네.”

삐-.

이명이 들렸다.

남자의 목소리가 귀로 들어온 순간 시간이 멈춘 듯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삑 하고 정신의 끈이 끊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슈욱!!

조일환의 몸이 빠르게 돌아섰다.

너무도 빠르게 움직인 탓에 등에 손을 둔 채 멈춰 있던 남자는 어떤 반응도 보일 수 없었다.

조일환이 주먹을 날리기 위해 활시위를 당기는 것처럼 주먹을 뒤로 당겼다.

“박지호 어디 있어! 당장 박지호한테 안내해! 안 그러면!”

조일환이 온 힘을 다해 주먹을 뻗었다.

허공을 찢고 날아간 주먹이 남자의 얼굴에 정확히 명중했다.

아니, 하는 것처럼 보였다.

조일환의 시선에서는 분명 주먹이 얼굴로 날아가 명중하는 듯 보였지만….

조일환의 손에 어떤 타격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1mm 그 정도의 간격.

딱 그 간격이 남았을 때 남자의 주먹이 조일환의 배를 강타했다.

복부 한 방에 조일환 선생이 앞으로 꼬꾸라졌다.

“깜짝 놀랐잖아.”

남자가 쓰러진 조일환의 얼굴을 바라보며 자세를 낮췄다.

남자가 쓰고 있던 복면의 아랫부분을 손으로 내렸다.

고통스러워하던 조일환이 눈동자를 움직여 남자의 얼굴을 확인했다.

“안드레아 카사노…. 당신은 죽었을 텐데….”

안드레아 카사노가 입을 쭉 찢어 올려 미소 지었다.

“죽었지. 안드레아 카사노는. 그런데… 박지호의 형은 죽지 않아서 말이야….”

조일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네가 박지호의….”

웃고 있던 안드레아 카사노의 표정이 순식간에 무표정으로 바뀌고….

팍!!!!

짧은 신음과 함께 조일환의 시야가 검게 변했다.

* * *

미림고 본관 1층 숙직실.

“최한. 걱정도 안 돼?”

민섭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렸다.

민섭의 목소리에도 최한은 의자에 기댄 채 눈을 감고 있었다.

대답도 반응도 없자 민섭이 다시 한번 물었다.

“최한! 정말 선생님 구하러 안 갈 거야?”

민섭이 발을 동동 구르며 최한을 노려보았다.

민섭의 큰 목소리에 최한이 천천히 눈을 떴다.

최한도 알고 있다.

지금쯤 조일환 선생님이 공격받고 있을 거란 걸.

그리고.

자신의 예상이 틀린다면 분명 목숨을 잃을 거란 걸.

하지만.

“그 녀석들, 절대 학교에서 선생님 죽이지 않을 거야.”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선생님이랑 대화할 때 이상한 거 못 느꼈어?”

“이상한 거라니….”

최한이 몇 시간 전을 떠올렸다.

자신들에게 박지호를 설명해줄 때 느껴지던 기시감.

“선생님, 뭔가 숨기고 계셔. 그리고 내가 생각해봤는데 말이야.”

최한이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테이블 위로 올려놓았다.

민섭의 시선이 최한의 휴대폰 화면으로 향했다.

“이게 뭐야…. 선생님 사진… 어?”

민섭의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나도 너무 정신없어서 처음에는 발견 못 했지만, 다행히 내 휴대폰에 저장해두길 잘했어.”

최한의 휴대폰 화면으로 브로커의 휴대폰에 있던 조일환 선생의 암살 의뢰서가 떠 있었다.

의뢰자 : 박지호

목표물 : 조일환

기본 정보.

A급의 능력자.

자연계 특성 중력을 스킬로 사용함.

오늘 자정 전에 죽여주기 바람.

…….

…….

기본적인 정보와 조일환의 사진이 보였고….

가장 아래 줄에 보이는 날짜.

2017년. 7월 5일.

“뭐야…. 날짜가 왜….”

최한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대답했다.

“이건 4년 전, 박지호가 선생님을 죽이기 위해 암살단에 의뢰한 거야.”

“4년 전이라고? 그런데 왜 오늘 브로커의 핸드폰에….”

“누군가 다시 보냈겠지. 박지호를 가장해서.”

최한의 목소리에 민섭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구석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백설도 흥미를 보이며 자세를 고쳐 잡았다.

백설이 최한에게 물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 한 거지?”

“바보가 아닌 이상 날짜를 틀릴 리는 없겠지. 그리고 기억나? 선생님, 매년 7월 5일 단식한다고 했잖아.”

백설이 무언가 깨달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4년 전 7월 5일 그날. 선생님은 암살 부대에게 공격받았을 거야. 아마… 박지호도 그 자리에 있었겠지. 그렇기에 그를 죽인 걸 거야.”

최한의 말이 정리가 안 된 민섭이 머리를 흔들며 최한에게 물었다.

“잠깐만. 잠깐만. 내가 이상한 거야? 난 아직 하나도 이해가….”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이건 박지호가 보낸 게 아니야. 다른 사람이 보낸 거지. 마치 그때의 박지호의 의뢰를 들어주기 위해서. 근데 무언가 더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 4년. 복수를 하려면 더 일찍 할 수도 있었는데.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그것도 오늘. 박지호의 의뢰 날짜에 맞춰 그리고 박지호가 죽은 날짜에 맞춰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게….”

백설의 입이 떨어졌다.

“네 말도 너무 길어. 한 마디로 이건 누군가 계획한 티가 너무 난다는 거야.”

백설의 목소리에 민섭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네 말대로 학교에서 선생님을 죽이지 않아도 어딘가로 데려가서 죽인다는 거잖아. 선생님이 잡혀가면 우리가 어떻게….”

“선생님을 잡아간다면 아마 암살집단의 아지트로 데려갈 거야. 그리고 찾는 건 걱정 마. 내가 오지훈한테서 좋은 걸 얻어왔지.”

최한이 주머니에서 GPS 수신기를 꺼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