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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108화 (109/211)

108화

띵동댕동-.

영어 시험의 끝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2학년 D반 교실에 한 남성의 목소리만이 들렸다.

“자. 시험지에서 손 떼고. 맨 뒷자리 일어나서 답안지 걷어 와라.”

목소리의 주인공은 백형우 선생.

D반의 영어시험감독관을 맡았다.

아쉬움과 허탈함이 가득한 목소리가 교실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아…. 끝났다.”

“초등학교 때부터 배웠는데도 영어는 왜 늘지를 않냐….”

“그래도 기본 국영수 시험은 이제 다 끝난 거지?”

“하… 그나마 낫겠네….”

정규 교과과목 시험은 오늘로써 모두 끝났기에 아이들의 얼굴에 조금은 안도한 표정이 지어졌다.

답안지가 빠짐없이 모인 것을 확인한 백형우 선생이 마지막 말을 남기고 앞문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럼 시험 보느라 고생했다. 이제 몬스터학개론 한 과목만 보면 내일부터는 실기 시험이 기다리고 있으니 오늘만 참아라.”

“고생하셨습니다.”

D반 아이들이 한목소리로 소리쳤다.

백형우 선생의 모습이 앞문을 지나 사라졌을 때쯤.

홍철의 괴성이 울렸다.

“으아아아!!!! 하나도 안 맞잖아!!!”

시험이 끝나면 역시 첫 번째로 할 일은 아이들끼리 모여 답을 맞춰 보는 것이다.

끼리끼리 모여 답을 맞추기도 하지만, 대부분 반에서 제일 공부 잘하는 아이의 책상으로 모여 정답을 비교해 보곤 했다.

장미의 책상 주위로 D반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가장 먼저 달려왔던 홍철이 장미의 답과 자신의 답안을 비교해 보았지만 단 하나도 일치하는 것이 없었다.

주변에 있던 아이들이 홍철을 향해 안쓰러운 눈빛을 보냈다.

모두 알고 있다.

장미가 실수할 리 없다는 것을.

아마….

“나… 0점인 거야?”

시험지를 든 홍철의 손이 덜덜 떨렸다.

장미와 아이들이 홍철의 기운을 북돋기 위해 한마디씩 거들었다.

“0점은 아닐 거야, 홍철아. 아마 내가 틀린 걸 수도….”

“맞아. 장미도 맨날 100점 맞는 건 아니라고.”

“그래, 홍철아. 한두 개는 맞았을 수도….”

아이들의 거짓말과 측은한 눈빛을 견디지 못한 홍철이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으아아!!!! 차라리 3번으로 찍을걸!”

아이들이 홍철이 나간 문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고…. 0점이면 꽤 충격이 크겠는데….”

“근데 홍철이 공부 안 하잖아. 뭘 새삼스럽게….”

“그래도 0점은 충격이겠지. 거의 전교 꼴등 확정 아니냐….”

안타까움에 혀를 차는 아이들 속, 장미의 문제지와 답을 맞춰보던 최한의 목소리가 울렸다.

“벼락치기 한 거치고는 잘 봤네. 80점은 되겠는데?”

최한의 목소리에 아이들이 최한의 문제지로 시선을 모았다.

“진짜?”

“최한, 너 중간고사 때 40점 아니었냐?”

“뭐야. 왜 이렇게 잘 봤어?”

믿기지 않는 결과에 아이들이 최한의 시험지를 확인하며 물었다.

최한이 주머니에서 단어장을 꺼내며 내밀었다.

“며칠 전부터 단어만 주야장천 외웠거든. 뭐… 모르는 건 다 3번으로 찍기도 했고….”

최한의 문제지를 확인하던 전지현이 기가 찬다는 듯이 허탈한 날숨을 내뱉었다.

“맙소사. 진짜 80점인데…. 마지막 장은 다 3번으로 찍은 거 같은데. 7문제 중에 6문제가 다 3번이네.”

장부기가 지현이 들고 있던 최한의 시험지를 뺏어 들었다.

“말도 안 돼…. 단어만 외웠는데. 80점이 넘었다고?”

자신의 시험지와 달리 대부분 동그라미 쳐진 최한의 시험지를 보며 장부기가 고개를 저었다.

장부기의 어깨너머로 최한의 시험지를 확인하고 있던 민섭과 성녀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한국 교육의 현실인가… 단어만 외우고 운만 따라주면… 완전 될놈될이네….”

“조일환 선생님 말 듣고 3번으로 찍은 게 신의 한 수입니다. 완전 대박….”

아이들의 부러움 섞인 시선이 최한을 향했다.

최한이 어색한 미소를 보이며 뒷머리를 쓸었다.

“하하… 운이 좋았던 거지. 뭐.”

장부기가 들고 있던 시험지를 최한에게 건넸다.

“그런데 아침에도 얘기하긴 했는데 넌 시험성적 상관없지 않냐? 어차피 SSS급이라 졸업하면 길드도 골라서 갈 텐데?”

부기의 목소리에 주변에 있던 아이들이 동조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최한의 시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의 얼굴이 들어왔다.

‘졸업이라….’

미래에 대한 이야기에 갑자기 뭔지 모를 감정이 최한을 덮쳤다.

아이들의 얼굴을 하나, 하나 담던 최한의 머릿속으로 그간 있었던 일들이 떠올랐다.

처음 만난 날. 다 같이 던전에 들어갔던 날. 함께 급식을 먹던 순간.

수학여행에서 함께 놀던 시간….

‘이 얼굴들을 볼 수 있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겠지….’

시험이 끝나면 바로 다음 주에 방학식이 열린다.

방학 기간 동안 아이들과 이렇게 모두 함께 시간을 보낼 수는 없을 터.

퀘스트 기한은 아직 한 달이 조금 넘게 남았지만, 최한이 학교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이제… 일주일뿐이었다.

최한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부기의 어깨를 살짝 두드렸다.

“미래가 아니라… 현재를 살아야지. 시험도 지금만 누릴 수 있는 학생들의 특권이라고….”

최한이 몸을 돌려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갔다.

부기를 포함한 D반 아이들이 최한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멍한 표정으로 최한의 뒷모습만 바라보고 있었다.

딩동댕동-.

그때, 두 번째 시험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 * *

시험이 시작된 지 10분이나 지났지만, 최한은 첫 번째 문제의 지문도 읽지 못하고 있었다.

“하….”

최한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들에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시험이 시작되자마자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몰려왔다.

38일 후 퀘스트에 대한 마무리부터, 아마 같은 날 쳐들어오게 될 신들과의 전투.

그리고.

지금 같은 일상이 사라지고, 지옥으로 변하게 될… 세상까지.

최한의 시선이 시험문제를 풀고 있는 누군가의 뒷모습으로 옮겨졌다.

자신을 향한 시선을 느끼지 못하고 열의를 다해 시험에 집중하고 있는 남학생.

민섭이었다.

민섭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 최한의 얼굴에 그늘이 지기 시작했다.

‘왜 하필… 민섭이지.’

확신.

최한이 자신의 퀘스트창을 바라보았다.

「튜토리얼 퀘스트 NO. 666

Last

미림고에서 삶과 죽음을 동시에 선물해 줄 검집을 찾아내어 죽여라.

(time out - 38일)

보상

경험치 + 1187263337

검집의 심장 (EX)

획득 칭호

인간의 왕 (EX)」

[실패 시 페널티 부과]

- 이세계 강제 전송

- 멸망

처음이었다.

최한이 퀘스트창을 보며 검집에 대한 확신을 꺼낸 것은.

누가 만들어 낸 건지도 모를 튜토리얼 퀘스트였지만, 마지막 퀘스트를 깰 열쇠는 바로 검집.

미림고에 있는 검집을 찾아내어 죽일 것.

최한은 퀘스트 속 검집이 민섭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며칠 전부터 밤마다 꾸고 있는 꿈 때문에.

한낱 꿈이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최한의 생각은 달랐다.

꿈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선.

그 안에서 최한은 확실히 보았다.

민섭의 가슴을 관통한 검을… 잡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꿈의 장면을 떠올린 최한이 몸을 흠칫하며 마른침을 삼켰다.

최한이 파리해진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머릿속에 떠오른 그 장면을 지우기 위해서.

“하….”

최한이 고통 섞인 한숨을 내뱉었다.

최한의 시선이 퀘스트창의 한 부분에서 멈췄다.

“삶과 죽음을 동시에 선물해 준다는 건… 무슨 뜻이지?”

삶과 죽음.

생명이라면 피할 수 없는 두 가지.

삶은 축복이고, 죽음은 끝이라 말한다.

의미도 느낌도 다른 서로 상반된 두 단어의 공존도 의아하긴 했지만.

퀘스트의 내용대로라면, 민섭을 죽이면 ‘삶과 죽음’ 그 두 가지를 동시에 선물 받는다는 이야기인데….

“대체 무슨 뜻인지….”

최한이 한숨 섞인 혼잣말을 내뱉었다.

“최한 군!”

최한이 갑자기 날아든 목소리에 놀라 대답했다.

“네?”

최한의 시선으로 한 여성의 얼굴이 들어왔다.

어이가 없는지, 크게 벌린 입술에, 한쪽 눈꼬리가 사정없이 떨리고 있었다.

허탈한 날숨을 내뱉던 조아영 선생의 미간이 구겨졌다.

“‘네?’가 아니죠. 지금은 시험 시간입니다. 그렇게 큰 혼잣말은 다른 이들에게 방해가 될 수도 있다고요.”

조아영 선생의 목소리에 상황을 파악한 최한이 천천히 고개를 움직였다.

아이들의 시선이 최한에게 쏠려 있었다.

고개를 젓는 아이들과 자신을 보며 웃고 있는 아이들.

최한이 이마를 짚으며 큰 한숨을 내뱉었다.

“죄송합니다….”

자신은 작은 목소리라 생각했지만, 시험 시간이라 너무도 조용했던 교실에서는 꽤 큰 목소리였던 것 같다.

최한이 아이들에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시험 보는데 미안하다.”

아이들이 괜찮다는 듯 손을 들어 보였다.

아이들이 다시 자신의 시험지로 눈을 돌렸다.

“최한 군. 당연히 그럴 의도로 말한 게 아니란 건 알지만, 또다시 큰 소리를 내면 컨닝이나, 시험 방해로 퇴실시키겠어요.”

단호한 목소리로 말하던 조아영이 몸을 돌려 나아갔다.

“네… 죄송합니다.”

사과를 한 최한이 시험지로 시선을 옮겼다.

‘아이들의 시험을 방해할 순 없어. 민섭이에 대한 건… 다음에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최한이 정신을 차리기 위해 양손을 들어 볼을 툭툭 때렸다.

“후…. 현재만 생각하자.”

온전히 시험에 집중했다.

최한의 시선이 첫 번째 문제로 향했다.

1. 고블린이 좋아하는 것이 아닌 것은?

1. 딸기 2. 짐승의 피 3. 인간 여자 4. 새 5. 도룡뇽

최한이 막힘없이 답을 체크했다.

“당연히 도룡뇽이지. 지들 생긴 거 생각 못 하고 도룡뇽 보고 징그럽다고 했는데.”

최한이 이세계에서 있던 일을 떠올렸다.

2. 나열된 A급 몬스터 중 가장 크기가 작은 것은?

기간트 폭스, 파이어 스콜피온, 폭군 도마뱀, 빙산 거북, 근육 개미.

최한의 입 사이로 피식 웃음이 피어 나왔다.

“이걸 함정이라고 파놓은 건가….”

‘빙산 거북.’

이름만 보면 아주 거대한 얼음 거북 몬스터라고 생각하겠지만, 최한은 던전이 아닌 이세계에서 빙산 거북을 본 적 있었다.

“손바닥만 한 게 어찌나 성질이 더럽던지….”

아마 공부를 하지 않은 학생들은 대부분 근육 개미를 답으로 적었겠지만, 최한은 자신보다 거대한 근육 개미를 만나본 적 있었기에 쉽게 문제의 답을 적을 수 있었다.

“너무 쉬운데…. 아니… 100년 동안 싸운 게 조금은 도움이 되는 건가….”

최한이 빠르게 문제를 풀어 나갔다.

막힘없이 술술.

그렇게 십분 도 되지 않아 최한은 20개의 문제를 모두 다 풀어 버렸다.

다른 아이들보다 늦게 풀기 시작한 최한이 그 누구보다 빠르게 답안지까지 작성을 끝냈다.

몬스터에 대해 누구보다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던 장미도 최한보다 5분은 늦게 답안지를 작성할 정도였다.

필기시험의 마지막인 몬스터학개론을 마무리하자 긴장이 풀린 건지, 몸이 나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최한이 의자에 몸을 푹 기댔다.

창밖으로 시선을 옮기자,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 보였다.

‘내일부터는 실기 시험인가….’

이틀 동안 진행되는 실기 시험이었다.

능력자 학교답게 기말고사 점수를 실기 100퍼센트로 하는 과목도 있었다.

“진짜… 일등 한 번 노려볼까…? 어쩌면 마지막 시험일 지도 모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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