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화
“우와….”
“대박….”
그것은 미림 고등학교가 생겨난 이래 가장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수많은 A급들을 배출해낸 최고의 명문이라 불리는 미림 고등학교였지만.
이 정도로 상식을 벗어난 힘과 능력을 보는 것은 그 누구도 처음이었다.
쾅!!!!!
쾅!!!!!
운동장 중앙으로 향하고 있는 아이들의 안광이 번뜩였다.
“기… 기록 재…고 있습니까? 조 선생?”
“네…. 재고는 있습니다만… 이게 필요가 있을지…. 저건 그냥 일등이지 않습니까…?”
운동장 중앙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는 최원석 교장과 조일환 선생의 동공이 흔들리고 있었다.
쾅!!!!
쾅!!!!
운동장 중앙에서 연신 들리는 폭발음.
모든 시선을 강탈하고 있는 주인공은 최한이었다.
최한이 쉬지 않고 운동장 중앙에서 점프를 하고 있었다.
순서를 기다리던 다른 반 아이들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이 시험이 저런 거였어?”
“그냥 앉았다 일어났다 몇 번 하는지 재는 거 아니었나….”
“반동을 이용해도 된다고 했지만….”
“A반도 100톤은 한 번도 성공 못 했던 거 같은데….”
무언가를 들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던 최한이 거친 숨을 내뱉었다.
“후…. 후….”
그 어떤 몬스터와 싸워도 숨이 찬 모습을 보인 적 없던 최한이었다.
그런 그가 숨을 고르면서까지 노력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간단히 말해서.
최한은 지금….
전설을 써 내려가고 있었다.
“읏차!”
최한이 100톤이 넘는 특수 제작 바벨을 어깨에 이고 운동장 중앙에서 점프를 하고 있었다.
100킬로그램부터 100톤까지 무게를 선택해 앉았다 일어섰다를 10번 하면 무게별로 차등 점수를 받는 구조였다.
같은 점수라면 더 많이 한 쪽이 이기는 방식.
체력 단련 과목 시험답게, 체력 검정 때와 똑같이 자신의 마력과 특성을 사용하지 않고 기본적인 육체의 힘만으로 진행되는 시험이었다.
100톤.
혹시 모를 S급의 입학과 날로 발전하는 수준에 맞추어 최대치를 그저… 100톤으로 정해놨을 뿐인데….
최한을 향한 경외심이 목소리가 되어 나왔다.
“아무리 능력자라도 100톤을 들고 저렇게 움직일 수 있다고?”
“저게 인간이냐….”
“진짜 마력 안 쓴 거라고, 저게?”
“그래도…. X나 멋있다.”
이마에 살짝 땀이 흐르는 것을 확인한 최한이 다시 반동을 이용해 도약하려는 것을 멈췄다.
쾅!!!!!!!
최한이 들고 있던 바벨을 땅에 내려놓았다.
그저 툭 내려놓기만 했는데도 땅이 움푹 파이고, 대포알 떨어지는 소리가 운동장을 가득 울렸다.
최한이 숨을 고르듯 깊은 날숨을 내쉬며 이마에 흐르는 땀 한 방울을 닦았다.
“100톤 바벨 선택. 최한 최종 기록! 50회!”
조일환 선생의 목소리가 운동장에 울리고.
“와아아아아!!!!”
너 나 할 것 없이 운동장에 모여 있던 미림고 학생들 전부 함성을 내질렀다.
D반?
이제 그런 차별 따위 존재하지 않았다.
이 학교에 있는 모든 악폐습을 사라지게 한 저 남학생은….
D반 이건, A반 이건 상관없이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자랑이자 대표가 되었으니까.
최한이 아이들의 함성에 반응하듯 오른 주먹을 높게 들어 보였다.
“꺄아악!”
“최한 선배!”
“멋있다, 최한!”
“네가 미림고 최강이야!”
학년과 반 상관없이 이제 모두 최한의 팬이 되어 있었다.
시험을 마친 최한이 몸을 풀기 위해 허리를 돌리며 D반이 대기하고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박수 소리가 최한을 맞았고.
가장 앞에 있던 장부기의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와. 대박. 네가 마음을 독하게 먹긴 먹었구나. 조금 전 과목도 1등 하더니….”
최한이 살짝 미소 지으며 부기의 어깨를 툭 쳤다.
“어제 말했잖아. 시험도 학생의 특권이라고. 그래서 한번 해보려고. 전교 1등.”
허세가 아니었다.
최한의 눈을 보고 있던 아이들 모두 그렇게 생각했다.
전지현이 최한의 등을 치며 말했다.
“영어 시험 80점 맞은 거 벌써 다 메꾼 거 같은데? 너 진짜 일등 할 수도 있겠다, 야.”
최한이 멋쩍게 웃으며 뒷머리를 쓸었다.
툭툭.
누군가 바통터치 하듯 최한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최한을 지나쳤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다음 주자인 홍철이 시험을 위해 바벨이 놓인 곳으로 나아갔다.
D반 아이들의 시선이 모두 홍철의 뒷모습으로 옮겨졌다.
“화이팅! 홍철아!”
“저거 올림픽 금메달 선수 따라 한 거네….”
“제발 100킬로그램이라도 들어! 오바하지 말고!”
“홍철아! 너 이번에도 최하점 받으면 진짜 전교 꼴등 확정이다!”
조일환 선생의 앞에 도착한 홍철이 깊은 한숨을 내뱉고는 생각했다.
아이들 말대로 이번에도 최하점이면, 정말 전교 꼴등은 자신의 자리였다.
‘절대 안 돼.’
홍철이 마음을 추스르듯 깊은 날숨을 내뱉었다.
조일환 선생의 목소리가 울렸다.
“몇 킬로 바벨을 선택할 거냐. 선택하면 바꿀 수 없으니, 신중히 결정하길 바란다. 그래도 넌 D급이니… 안전하게 100킬로에서 200킬로 사이로….”
“1톤.”
에?
조일환 선생의 표정이 멈췄다.
‘잘못 들은 건가….’
조일환 선생이 홍철을 향해 다시 물었다.
“몇 킬로로….”
“1톤으로 주세요!”
홍철의 고함이 운동장 전체로 뻗어 나갔다.
껌뻑껌뻑.
아이들이 자신들의 귀로 들어온 그 이해하지 못할 외침을 머릿속에 되뇌며 눈만 껌뻑였다.
전지현이 귀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내가 잘못 들은 거지?”
곁에 있던 최한과 장부기가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아마 100킬로그램인데 멀어서 1톤으로 들린 걸 거야….”
“귀가 고장 났나…. 귀 바꿔야겠네….”
D반 아이들 아무도 홍철의 목소리를 믿지 못했다.
당황하고 있는 조일환 선생의 앞으로 홍철이 몸을 숙였다.
“선생님! 빨리 1톤 바벨 올려 주세요!”
홍철의 목소리가 다시 울리고 나서야 자신들이 들은 것이 사실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D반 아이들이었다.
“맙소사….”
“미쳤나 봐…. 홍철이….”
“사요나라….”
아이들이 벙찐 표정으로 고개를 젓고 있었다.
조일환 선생이 1톤짜리 바벨을 들어 올렸다.
A급인 자신이 들기에도 꽤나 무겁게 느껴졌다.
온몸에 마력을 불어넣어도 이 정도인데….
홍철을 바라보는 조일환 선생의 얼굴에 걱정이 가득 끼었다.
“홍철아,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 어떠냐. 일반인이 아닌 D급이라도 마력을 쓰지 않으면 1톤을 들지는….”
“괜찮습니다! 올려주세요! 이제 남아 있는 과목 몇 개 없어요! 이러다간 저 진짜 전교 꼴등 할지도 몰라요! 선생님!”
바벨을 받기 위해 몸을 숙이고 있어 얼굴을 보지 못했지만, 목소리만으로 충분했다.
한 남자의 결심이 전해지는 것은.
“그래… 알겠다. 허리 조심하고… 똥꼬에 힘 빡 줘라!”
1톤의 덤벨이 홍철의 어깨에 올려졌다.
D반 아이들이 두 손을 모아 박수를 쳤다.
“오… 홍철….”
“혹시….”
아이들의 시선이 온 힘을 다해 바벨을 들고 서 있는 홍철에게로 쏠려 있었다.
“으쌰아!!!!”
홍철의 외침이 운동장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쾅!!!!
덤벨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홍철이 있던 자리에 슬라임이 보이기 시작했다.
“와우….”
깊은 탄식이 울려 퍼졌다.
“1초는… 버틴 것 같아 보였어. 아닌가….”
“혹시나 했는데 뭐… 역시….”
무게를 버틸 수 없었던 홍철이 자신도 모르게 특성을 발현했다.
홍철이 슬라임으로 변하자마자 어깨에 이고 있던 바벨이 물컹물컹한 몸속을 떠내려가듯 바닥으로 떨어졌다.
깊은 한숨을 내쉰 조일환 선생이 고개를 저으며 소리쳤다.
“1톤 바벨 선택. 특성 발현으로 홍철 0점!”
지켜보고 있던 D반 아이들이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저었다.
“으아악!!!! 안 돼!!!!”
운동장에 물컹물컹한 슬라임으로 변한 홍철의 울음소리만이 가득 찼다.
최한과 부기가 바닥에 주저앉아 절규하고 있는 홍철을 보며 말했다.
“홍철이 이제 진짜 꼴등인가….”
“이제 이만 프로라고 봐도 되지….”
그때, 최한과 부기의 사이를 비집고 나가는 움직임이 보였다.
“그럼… 다녀올게.”
최한과 부기의 시선으로 늠름한 뒷모습으로 나아가는 민섭이 보였다.
민섭이 조일환 선생의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이번 차례는 넌가? B급을 받고 네 힘을 보는 건 처음이군. 그래, 몇 킬로그램으로….”
“100톤으로 주세요.”
민섭의 목소리에 운동장에 있던 모든 시선이 한 곳으로 모아였다.
체육대회의 영웅.
A급인 한재석과 우열을 가리지 못하고 공동 우승을 차지한 남자.
최한만큼은 아니지만 민섭도 학교에서 꽤 유명인사가 되어 있었다.
그렇다 쳐도.
“대박…. 잘못 들은 거 아니지?”
“민섭이 B급 아니었냐?”
“쟤 지금 100톤 달라 한 거 맞지?”
“A급도 성공 못 한 100톤을….”
“최한은 SSS급이니 가능하다 쳐도 저건….”
허세까지는 아니라 생각했지만, 도저히 불가능한 도전이었다.
바로 앞에서 그 소리를 들었던 조일환 선생이 이마를 긁적이며 민섭을 말렸다.
“저기 울고 있는 홍철이 안 보이냐? 민섭이 네가 다른 능력자들과 조금 다르다는 것은 인정한다만, 100톤은 최한이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아마 S급도 마력을 쓰지 않은 몸으로 100톤을 드는 것은 버거울지도 몰라.”
민섭이 구석에서 울고 있는 홍철을 바라보았다가 이내 고개를 다시 돌려 조일환의 눈을 바라보았다.
“알고 있습니다. 이건 시험이고 기회는 단 한 번밖에 없다는 것을요. 아마… 무게를 선택하는 것조차 시험의 일부이겠지요.”
가만히 듣고 있던 조일환의 눈매가 사선을 그렸다.
‘이 녀석, 거기까지 간파했군.’
그렇기에 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네 말대로 이건 시험이다. 그것도 너의 직업과 미래를 결정할 가장 중요한 시험. 그런데도 네 선택에 후회가 없는 것이냐.”
민섭이 작게 미소 지었다.
“네.”
작은 고민조차 없었다.
그저 상황만 피하기 위해 내뱉은 말이 아니었다.
조일환 선생의 눈에 똑똑히 보였다.
민섭의 입꼬리에 매달린 진심이라는 이름의 용기를.
“그래. 알겠다. 더 말해 봐야 소용없을 거 같으니….”
조일환 선생이 천천히 100톤짜리 바벨을 들었다.
온몸에 마력을 최대치로 끌어 올렸다.
그 정도는 해야 들 수 있는 무게.
A급의 능력자가 최선을 다해야 들 수 있는 무게이다.
그럼에도….
“그럼 행운을 빈다.”
조일환 선생이 들고 있던 바벨을 민섭의 어깨로 천천히 내려놓았다.
지켜 보고 있던 D반 아이들이 외쳤다.
“선생님 안 돼요!”
“민섭아, 그건 아니야!”
“그만해!”
홍철이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
정도가 있다.
이건 고민을 할 것도 없이 말려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를 뒤덮는 정도의 일이었다.
조일환 선생의 손에서 바벨이 떠나갔을 때, 최한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안 돼! 민섭아!!”
동시에.
쾅!!!!!!
민섭이 조금도 버티지 못하고 땅에 처박히고 말았다.
“꺄아악!”
“민섭아!”
아이들의 비명이 울렸다.
여자아이들은 겁에 질려 눈도 뜨지 못하였고, 남자아이들은 그 상황이 믿기지 않아 고개만 저었다.
“민섭아… 민섭아….”
최한이 믿기지 않는단 표정으로 고개를 젓고 있었다.
“안 돼…. 안 돼…. 안 돼!!!!”
최한이 빠르게 민섭을 향해 나아가려 했다.
그때.
턱!
누군가 최한의 어깨를 잡아 나아가려는 것을 말렸다.
최한의 고개가 움직였다.
“뭐야. 왜 말려! 어서 민섭이를 구해야….”
“어이. 아직 이 정도도 파악 못 해? 네가 그러니까 여전히 나한테 약하단 소리를 듣는 거야.”
“뭐! 지금 너랑 말장난할 기분….”
최한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리고.
“와!!!!!!!!!”
운동장에 아이들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최한의 시선으로 움푹 파인 땅속에서 걸어 나오고 있는 민섭의 모습이 보였다.
100톤의 바벨을….
당당하게 든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