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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110화 (111/211)

110화

정도란 것이 있다.

아니, 아무리 능력자라도 한계치라는 것이 분명히 있었다.

개별적인 특성이라면 상성을 통해 더욱 강한 힘을 발휘할 수도 있었지만, 신체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각성을 통해 신체가 일반인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화되긴 하지만, 그것 또한 등급에 맞게 한계치라는 것이 존재했다.

그렇기에 마력이라는 것으로 몸을 보호하고 더욱 강한 힘을 낼 수 있게 마력을 잘 운용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광경은.

B급의 몸으로 A급도 들지 못한 100톤의 바벨을 들고 있는 민섭은.

분명 그 한계치라는 것은 깨부수고 있었다.

“대체 어째서….”

민섭의 모습을 눈에 담고 있는 최한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너에겐 아직 보이지 않는가 보구나…. 저 녀석 각성했어.”

민섭의 가슴을 뚫어지게 보고 있던 백설이 말했다.

“뭐가 보이지 않는다는 거야. 그것보다 넌 어떻게 민섭이가 각성한 걸 아는 거지?”

최한의 어깨를 붙들고 있던 백설의 손이 떼어졌다.

“뭐… 때가 되면 보이겠지. 각성…. 그래, 너희 인간들의 말로는 각성이고. 그러니까 너에게 알기 쉽게 말하면 저 녀석 이제….”

백설이 최한의 귀로 다가가 작게 속삭였다.

“너에게 죽을 준비가 다 된 거야.”

백설이 그 말만 남기고 멀어져 갔다.

최한이 작은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그곳에 서 있었다.

움직일 수 없었다.

민섭이 100톤의 바벨을 든 것보다 더욱 충격적인 그 말 때문에.

‘역시 알고 있었군….’

짐작은 했었지만, 백설은 민섭이 검집이라는 것도, 자신이 민섭을 죽일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특별히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았는데 최한의 시선으로 퀘스트창이 나타났다.

「튜토리얼 퀘스트 NO. 666

Last

미림고에서 삶과 죽음을 동시에 선물해 줄 검집을 찾아내어 죽여라.

(Time out - 37일)

보상

경험치 + 1,187,263,337

검집의 심장 (EX)

획득 칭호

인간의 왕 (EX)」

[실패 시 페널티 부과]

- 이세계 강제 전송

- 멸망

‘무의식 중에 떠올린 건가….’

며칠 남지 않은 퀘스트.

그리고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학교생활.

그렇기에….

‘시험에만 집중하고 싶었는데….’

남아 있는 시간이 너무나도 소중했기에 최선을 다해보고 싶었다.

지금까지와 조금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싶었고.

원래라면 신경도 쓰지 않았을 것들을 후회 없게 다 해보고 싶었다.

‘어…….’

무언가 깨달은 최한의 미간이 구겨졌다.

“설마…… 민섭이도….”

최한이 눈동자만 움직여 바벨을 들고 있는 민섭에게 시선을 옮겼다.

“으쌰아!!”

얼굴을 잔뜩 찡그린 채 바벨의 무게를 견디며 자세를 낮추고 있는 민섭.

주위에서 구경하고 있는 아이들이 민섭을 향해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우와!!!! 최고다!!!”

“완전 대박인데!”

“A급도 못 했던 걸…. 완전 대박이야!”

많은 함성과 박수가 자신을 향하자 민섭의 얼굴에 밝은 미소가 지어졌다.

“둘… 세……엣! 넷!!!”

쾅!!!!!

민섭이 어깨에 이고 있던 바벨을 땅에 내려놓았다.

“으! 더는 못하겠다!”

민섭이 바벨을 내려놓고 그대로 바닥에 대자로 뻗었다.

거친 숨을 대변하듯 민섭의 가슴팍이 크게 부풀어 올랐다 내려졌다를 반복했다.

앞에 있던 조일환 선생이 흐뭇한 미소를 보이며 소리쳤다.

“100톤 바벨 선택. 김민섭 최종 기록! 4회!”

운동장에 조일환 선생의 목소리가 울린 뒤.

“우와아아아!!!!”

“4개도 대박이야!”

“체육대회 때도 그렇고 저 녀석 완전 멋있잖아!”

“D반에 이렇게 인재가 많았어?”

시험을 치고 있던 다른 반 인원을 포함한 미림고 전체 인원이 민섭을 향해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최한처럼 멋있게는 못하겠지만, 민섭이 최한을 따라 오른 주먹을 높게 쳐들었다.

“꺄아악!!!”

“멋있다!!!”

마지막 세레머니까지 완벽히 끝낸 민섭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D반 아이들이 민섭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장부기가 민섭의 어깨를 찰싹 때리며 웃어 보였다.

“오! 김민섭! 완전 대박! 100톤을 어떻게 들었냐.”

전지현이 민섭을 향해 엄지를 치켜올렸다.

“민섭이 남자다워졌는데!”

다른 아이들도 민섭에게 칭찬 한마디씩 거들었다.

민섭이 쑥스러운지 뒷머리를 매만지며 헤벌쭉 웃음을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최한의 얼굴에만 웃음이 보이지 않았다.

수학여행 장기 자랑에서도 그렇고.

협회에서 받은 첫 임무에서도 그렇고.

민섭은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사람처럼 행동했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후회 없이 행동했다.

“설마 너 정말… 다 알고 있는 거냐….”

웃고 있는 민섭을 바라보는 최한의 얼굴이 그 어느 때보다 슬퍼 보였다.

* * *

실기 시험이 끝난 후 교실로 돌아온 D반 아이들.

“자, 그럼 오늘도 시험 보느라 고생 많았고. 내일 마지막 시험만 보면 이제 곧 방학이니 마지막까지 힘내라.”

조일환 선생의 목소리에 D반 아이들이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그래. 그럼 내일 보자. 차 조심하고.”

조일환 선생의 목소리가 들리기 무섭게 교실에 의자 끄는 소리가 가득 찼다.

“안녕히 계세요.”

“내일 봬요.”

“잘 가.”

아이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리고 아이들이 각각 짝을 이뤄 교실을 나서기 시작했다.

최한도 집으로 향하기 위해 가방을 들고 뒷문으로 향했다.

그때, 누군가 최한의 앞을 막아섰다.

“부기야…….”

최한의 앞을 막아선 이는 다름 아닌 장부기였다.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무슨 얘….”

최한은 장부기의 표정을 눈에 담은 순간, 내뱉던 말을 멈추고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최한과 장부기가 교실을 나가 옥상으로 향했다.

조금 뒤.

옥상에 도착한 최한이 부기의 목소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줄곧 말없이 어두운 표정으로 옥상을 향했던 부기가 날숨과 함께 천천히 말을 꺼냈다.

“갑자기 이렇게 얘기하자고 해서 미안하다.”

“아니야, 어차피 일찍 끝나서 바로 집에 갈 거였는데, 뭐. 그런데 할 얘기가 뭐야. 안 어울리게 진지한 얼굴 하고서는….”

장부기가 최한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민섭이랑 너, 뭔 일 있는 거지?”

뼈를 때리는 목소리에 최한의 미간이 살짝 구겨졌다.

티를 전혀 내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한 거지?”

“너희 둘, 뭔가 변했으니까. 변했다기보다는 초조해 보인 달까?”

최한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런 거 아니야. 아무 일도 없….”

“거짓말 치지 마. 너희 요즘 확실히 변했어. 민섭이는 나서기 싫어하던 놈이 수학여행 장기 자랑에서 여장을 하고, 너는 갑자기 특권 어쩌고 하더니 시험 일등 하려고 하고….”

“그건….”

할 말이 없었다.

아니, 지금 그 대답을 말하면 전부 이야기해야 하기에, 장부기가 예상했던 것이 전부 맞아떨어지기에, 최한은 섣불리 어떤 말도 내뱉지 못했다.

“내가 한번 맞춰 볼까? 너 예전에, 그러니까 체육대회 끝나고, 지현이 납치당했을 무렵에…… 내가 물어봤던 거 기억나?”

진지한 표정으로 물어보는 장부기의 목소리에 최한이 기억을 더듬어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려 애썼다.

“그때라면….”

“아니, 물어봤던 건 상관없어. 그때 제대로 물어보지 못했으니까. 그러니까 지금 물어볼게. 왜 그때 혼잣말로 마지막 학교생활이라고 한 거야? 네 입으로 똑똑히 그랬어. 이번 학기가 마지막… 학교생활이라고.”

최한이 얼굴에 드러난 표정을 감추려 고개를 숙였다.

아니, 피한 것이 맞다고 해야겠지.

최한이 아무 대답 없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있자 장부기가 다시 한번 입을 뗐다.

“제발 숨기지 말고 알려줘. 너희 둘 사이에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야? 최한, 너 뭘 숨기고 있는 거야….”

말할 수 없었다.

자신에게만 보이는 퀘스트가 있다고.

37일 후에 세계는 멸망 할 거라고.

그 멸망을 막으려면 자신의 손으로….

가장 친한 친구인 민섭을 죽여야 한다는 것을….

최한은 말할 수 없었다.

“지금은 말해 줄 수 없어.”

“어째서!”

“이건 내가 짊어져야 할 무게야. 슬픔이나 고통은 나눈다고 덜어지지 않거든. 오히려 그 슬픔과 고통만이 두 배로 늘어날 뿐.”

최한이 자신의 말만하고 몸을 돌렸다.

장부기의 꽉쥔 주먹이 흔들렸다.

장부기가 최한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쳤다.

“친구잖아! 네가 그랬잖아, 친구를 믿으라고. 그러니 말해줘. 도울 수 있게 해줘. 약하지만, 분명 도움이 안 될지도 모르지만, 너 혼자 감당하는 것보다는 나을 거야. 제발 알려줘. 나도… 나도… 너와 민섭이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친구.

맞다.

퀘스트보다 세계의 멸망보다.

최한이 100년 동안 이세계에서 갇혀 있으면서도 가장 원했던 것….

친구를 갖고 싶었다.

그렇기에….

최한이 고개만 살짝 돌려 부기를 바라보았다.

“고마워. 그렇게 말해줘서. 그래도 알려줄 순 없어. 내가 다 짊어지고 갈게. 내가 어떻게든… 민섭이를 구해볼게. 세상을….”

부기를 향한 최한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멸망시켜서라도.”

* * *

다음날.

“와!!!!”

운동장에 어제보다도 더 큰 함성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흣짜! 흣짜!”

최한이 기합 소리가 울려 퍼졌다.

최한이 손가락을 튕겨 무언가를 깎고 있었다.

괴석.

A급 몬스터인 찰라산드라의 부산물이자, 능력자들의 각성에 도움이 되는 물질을 만들어 내는 재료이다.

지금은 몬스터 연구 과목 시험 시간이었다.

기말고사 시험 주제는 바로….

“5분 남았다. 괴석을 분해해서 비커 안에 순수 결정 10개만 모으면 된다.”

아무 도구 없이 자신의 마력과 특성을 사용해 순수 결정을 추출하는 것이 시험이었다.

다른 시험들에 비해 보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그건 함정이다.

극악무도한 난이도.

A급의 괴석 속에 있는 순수 결정은 불에 닿거나 물에 닿으면 그 힘을 잃는다.

거기다 강한 힘으로 괴석을 박살 내기라도 하면 안에 있던 순수 결정들이 충격을 입고 모두 녹아 버리기도 했다.

그렇기에.

“으아악!!! 반으로 쪼개자마자 안에 있던 결정들이 다 녹아내렸어!!”

홍철이 쪼개진 괴석을 들고 소리쳤다.

“홍철 탈락! 0점!”

조일환 선생의 목소리가 울렸다.

툭….

괴석이 땅에 떨어짐과 함께 홍철의 무릎도 땅에 닿았다.

“안… 돼…. 이러면 정말….”

사실상 홍철이 전교 꼴등을 확정 짓는 순간이었다.

최한뿐 아니라, 장미 그리고 D반 아이들 모두 천천히 겉면부터 돌을 갈아 중앙에 박힌 결정을 하나씩 채취하고 있었다.

“자! 시험 종료!”

시험 종료를 알리는 조일환 선생의 목소리가 울리고.

아이들이 그대로 주저앉아 한목소리로 외쳤다.

“시험 끝났다!!”

시험 마지막 날.

마지막 과목이 끝났을 때의 그 해방감.

압박감과 스트레스가 가득했던 기말고사가 그렇게 끝이 났다.

“휴….”

결정을 모두 찾아 비커에 담은 최한이 땅바닥에 주저앉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이렇게 시험을 열심히 본 적이 있었나….”

최한의 곁으로 백설이 다가왔다.

“뭘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거야. 이제 학교건 뭐건 다 사라질 텐데.”

백설의 말이 맞다.

세계를 구하건, 민섭이를 구하건.

아마….

쳐들어온 신들 때문에.

세상은 격변하고 아마….

지금까지 보내왔던 평안한 일상은 보내지 못할 것이란 것을 최한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최한이 백설의 얼굴을 올려다보면서 말했다.

“혹시 모르잖아. 지구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 전쟁을 할지도.”

백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너 설마….”

백설이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기말고사가 끝이 났다.

최한이 깊은 한숨을 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제 끝이네. 내 학교생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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