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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112화 (113/211)

112화

최한이 이른 아침부터 집을 나섰다.

오랜만에 입는 사복 패션.

방학식을 한 지도 벌써 일주일이란 시간이 지났다.

오늘은 오지훈 센터장을 만나기 위해 브로스 길드 서울 본사로 가는 날.

최한이 아침 공기를 마시며 기지개를 켰다.

“으으…… 오랜만에 일찍 일어났네.”

며칠 동안 밤늦은 시간까지 컴퓨터를 붙잡고 있었다.

이세계에 대한 정보부터 바티칸에 전해진 비석까지.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최대한 찾아보았다.

“아… 며칠 동안 컴퓨터만 보고 검색했더니 몸이 뻐근하네.”

“검색이 무엇이냐?”

혼잣말에 대답이 돌아오자 최한이 몸을 들썩일 정도로 깜짝 놀랐다.

“깜짝이야…. 뭐냐, 너. 네가 왜 여기에….”

쥐도 새도 모르게 최한의 발걸음에 맞춰 나란히 걷고 있는 백설이었다.

“잊었나? 매일 따라다닐 거라고 했지 않느냐. 쓸데없는 짓 못 하게.”

무덤덤하게 자신의 말만 내뱉은 백설이 들고 있던 바나나 우유를 쭉 마셨다.

빨대에서 입을 뗀 백설이 행복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크으…. 언제 먹어도 이것은 맛있구나. 대체 누가 이런 걸 만든 건지.”

껌뻑껌뻑.

멍한 표정으로 백설을 바라보던 최한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바나나 우유 먹으면서 세상 감탄하지 말라고. 그건 그렇고 이거 스토킹이야….”

“스토킹? 그게 뭐지?”

“하…. 아니다. 그건 그렇고 어떻게 알았냐? 내가 나오는 거. 우리 집 위치는 어떻게 알았고?”

“보이니까.”

“뭐?”

백설이 손가락으로 오피스텔을 가리켰다.

“저기 우리 집인데….”

“나도 저기 산다.”

“뭐!!! 언제부터? 근데 왜 아침에 갈 때 못 만났지?”

“처음부터. 항상 네가 집에서 나가고 출발했으니까.”

최한의 표정이 사라졌다.

“진짜… 스토킹했네….”

한 시간 뒤.

최한과 백설이 브로스 길드 본사에 도착했다.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오지훈과 마주쳤다.

“어! 왔군요, 최한 군. 백…설 양도 같이 왔군요….”

최한과 백설이 고개를 숙였다.

“어쩌다 보니 같이 오게 됐어요. 어차피 얘는 다 알고 있으니까 상관없을 거 같아요.”

“그… 그렇군요.”

오지훈이 백설의 눈치를 보며 최한의 귀 쪽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 아군인지 적인지 모르는데 괜찮을까요?”

최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적인지 아군인지 아직은 모르지만, 그래도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니까요.”

의미 모를 말이었지만, 최한이 그렇게 말하니 할 말이 없어진 오지훈이었다.

“뭐… 그럼….”

오지훈이 몸을 돌려 발걸음을 옮겼다.

최한과 백설이 그 뒤를 따랐다.

브로스 길드 지하 5층.

오지훈의 개인 실험실.

이름 모를 기계 장치들이 가득한 실험실 중앙에 최한과 백설이 자리해 앉았다.

의자 앞으로 보이는 간이 테이블에 정리되지 않은 서류들이 여럿 보였다.

건너편에 앉은 오지훈이 널브러진 서류를 뒤적거렸다.

“뭐 때문에 오늘 오신다 했었죠? 요새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네요. 바티칸에서 발견된 석판이랑 예전부터 내려오던 전설을 조사할 게 좀 있어서….”

최한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것 때문에 온 건데. 내가 부탁한 거잖아요….”

서류를 들다 멈칫한 오지훈이 어색한 미소를 보였다.

“하하…. 맞네요. 최한 군의 부탁으로 조사하고 있었는데. 하하하….”

‘천재라며….’

표정을 다잡은 최한이 다시 물었다.

“저도 대충은 알아봤는데 이세계에 대한 정보는 찾을 수 없더라고요.”

고개를 끄덕이던 오지훈이 찾고 있던 서류를 발견했는지 종이 한 장을 최한에게 들이밀었다.

“이건….”

“그 최한 군이 말한 오딘이란 신에 대해 조사해 본 겁니다.”

최한이 종이를 받아 들어 시선을 옮겼다.

“기독교나 불교 등 흔히 일반인들도 알고 있는 신들과는 다른 존재 같습니다. 아마 아시아 쪽이 아닌 유럽 쪽 신 같은데 정보가 그리 많이 퍼져 있진 않습니다. 우선 그 사진을 보시면….”

종이 위쪽에 작게 출력된 사진을 보던 최한의 입이 떼졌다.

“이거… 미미르의 샘에서 보던 장면이야….”

사진 속에는 벽에 돌로 상처를 내서 그린 그림이 보였다.

지팡이를 들고 있는 남자가 여자로 보이는 작은 인간의 목을 자르는 그림.

지켜보던 백설이 사진을 보고 입을 열었다.

“무녀군. 아마 오딘에게 죽임을 당한 무녀의 후손들이 남겨 놓은 거겠지.”

오지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그 그림은 북유럽의 아주 작은 마을에서 발견된, 돌에 그려진 그림입니다. 그 마을은 대대로 까마귀를 데리고 다니는 신을 모셨다고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었죠….”

최한의 머릿속으로 미미르의 샘에서 보았던 오딘의 모습이 떠올랐다.

발이 8개 달린 말을 타고 있던 오딘의 모습.

무녀의 목이 날아감과 동시에 어깨에 있던 까마귀가 날아오르던 그 장면이 생생히 떠올랐다.

최한이 입술을 질근 깨물었다.

최한을 바라보던 오지훈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저도 며칠 밤을 새우며 정보를 모아봤지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는 많이 건지지 못했습니다. 손에 들린 그것이 다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었던 바티칸에서 발견된 예언의 석판이나, 최한 군이 말했던 무녀의 예언 정도가 끝입니다. 부탁하셨던 니다벨리르나 이세계 그리고 신이 살고 있는 곳의 정보는 알 수 없었습니다. 도움이 못 되어서 죄송합니다.”

최한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이 정도도 감사해요. 그리고 제가 원래 부탁할 건 이게 아니었어요.”

“그게 무슨….”

최한이 종이를 내려놓았다.

“몬스터가 던전이 아닌 포탈을 통해 현실로 나타났던 것처럼… 혹시 반대로 포탈을 열고 다른 차원으로 이동할 수 있을까요?”

최한의 목소리에 오지훈의 표정이 사라졌다.

“설마… 그 니다벨리르나 신이 사는 다른 차원을 조사해 달라고 했던 게….”

팍!

테이블에서 울리는 큰 소리에 오지훈의 목소리가 멈췄다.

최한과 오지훈의 시선이 한곳을 향했다.

“내가 말했던 것을 잊은 것이냐! 겨우 네깟놈의 힘으로 쳐들어가 봤자 파리목숨일 것이다! 지금 힘으로 네가 정말 신을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것이냐!”

얼마나 격정적으로 소리친 것인지 말을 끝낸 백설의 입술이 아직까지 떨리고 있었다.

백설과 눈을 마주치고 있던 최한이 천천히 입을 떼었다.

“그래도 최대한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봐야지. 신들이 쳐들어오면 정말… 지구는 쑥대밭이 될 거야. 최소한 나와 민섭이가 있는 한국은 멸망하겠지.”

“그렇다고 쳐들어가겠다고? 너 혼자? 만약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더라도 개죽음일 뿐이야. 네가 죽어도 신들은 어차피 지구의 인간들을 모조리 죽일 거라고.”

맞다.

이러든 저러든 인간들의 멸망은.

신들의 계획은 막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그냥 이렇게 기다리라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서 기다리라고? 네 말대로라면 한 달 후엔 어차피 신들 때문에 모두 죽을 텐데?”

“내가 어떻게든 해보겠다. 네가 죽지 않게. 천 년 전처럼 되지 않게….”

백설이 손을 들어 자신의 입을 막았다.

흥분한 나머지 처음으로 나온 자신의 본심 때문에.

최한이 백설을 보며 미소 지었다.

“말만으로도 고마워. 그런데 걱정 마. 어떻게든 다 구해볼게. 인간들도…. 민섭이도….”

백설이 분을 이기지 못하고 몸을 돌렸다.

“그게 얼마나 주제넘은 소리인지 알고는 있는 건가. 민섭…. 그놈이 살아 있는 한 넌 절대 세상을 구하지 못해.”

백설이 땅을 짓누르며 실험실을 나갔다.

쾅!!!

강하게 문이 닫혔다.

“최한 군, 안 따라가 봐도….”

“괜찮아요. 화 좀 가라앉히고 바로 올 거예요.”

“그렇군요. 그런데 민섭 군이 살아 있으면 세상을 구하지 못한다는 게 무슨 말인지….”

“그건…….”

최한이 한참을 대답하지 못하고 허공만 바라보았다.

뭔가 말하지 못할 사정이 있는 것을 감지한 오지훈이 화제를 돌렸다.

“아까 최한 군이 말했던 포탈 건….”

최한의 시선이 오지훈을 향했다.

“시도해볼 가치는 있는 것 같습니다. 아직 머릿속에 정리된 건 아니지만, 포탈을 조금 더 조사하고 고위의 이동 마법을 이용하면 아마…… 가능할지도.”

최한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래도 너무 들뜨진 마십시오. 시도해볼 가치가 있다는 것뿐이지 확실히 된다는 말은 아닙니다.”

“알아요. 그래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최한과 오지훈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 * *

“잠깐. 나보고 뭘 해달라고?”

대마법사이자, 한국 최고의 이동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아레나 길드장 이정은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건너편에 앉아 있던 오지훈과 최한이 담담하게 내뱉었다.

“제 실험을 도와주시면 됩니다. 다른 차원으로 가는 실험을요.”

“다른 차원이라고 해봤자 같은 우주 안에 있는 거예요. 몬스터 나오고 이런 건 다 비슷해요.”

작은 심부름 하나 부탁하는 것처럼 별일 아니라는 듯이 말하는 오지훈과 최한의 목소리에 이정은이 손을 들어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하마터면 나조차 별일 아닌 것처럼 고개 끄덕일 뻔했네….’

“그러니까. SSS급이 니다벨 어쩌고 하는 이세계를 다녀왔고, 내 이동 마법으로 그 비슷한 다른 차원을 가고 싶다는 거지?”

오지훈과 최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화 찍냐! 이동 마법은 시전자가 가본 곳이나, 적어도 어디쯤 인지는 알아야 발동할 수 있다고. 당연히 S급인 내 고위 이동마법도 지구 내에서만 이동할 수 있고.”

이정은의 목소리에 오지훈이 이어 말했다.

“그건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포탈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몬스터들이 나타난 포탈과 던전이 처음 생기는 순간의 에너지 파동들도 조사하고 있고…. 또… 던전브레이크도 다시 조사하고….”

복잡한 이야기에 이정은이 미간을 구기며 손을 내저어 보였다.

“됐고. 내가 왜 너희들의 그 실험을 도와줘야 하지? 나한테는 이득은커녕 오히려 리스크만 너무 많은데? 너희들 말대로라면 만약 어쩌다 성공한다 쳐도 차원을 이동할 정도면 내 에너지가 완전 바닥나거나, 어쩌면 힘을 견디지 못하고 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는데? 가장 큰 건, 다시 못 돌아오면…… 지구로 다시 못 돌아오면 어떻게 책임질 건데?”

아까와 달리 진지하게 변한 눈매로 오지훈과 최한을 쳐다보는 이정은이었다.

얼굴에 그늘이 진 오지훈이 작은 날숨을 내쉬었다.

맞다.

자신도 어느 정도는 생각하고 있었다.

차원을 이동할 정도의 마법이라면 몸에 엄청난 반동이 일어날 것이다.

SSS급인 최한이나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거기다 지금 최한이 가려는 곳은 어쩌면 최한이 다녀온 이세계보다 훨씬 더 먼 차원일 수도 있다.

아무리 자신이 과학적으로 도움을 준다고 해도 이동술사인 이정은의 몸이 버티지 못한다면….

아마 다시 돌아오는 것은….

가만히 앉아 있던 최한의 입이 떼어졌다.

“다른 차원으로 가는 게 성공할 확률은 3퍼센트도 안 될 거야. 하지만 만약 그 3퍼센트를 뚫고 성공해 운 좋게 다른 차원에 도착한다고 해도….”

이정은과 오지훈이 마른침을 삼키며 최한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아마… 다시 지구로 돌아올 확률은 0퍼센트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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