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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120화 (121/211)

120화

수백, 수천만 마리의 해골 병사가 나타났을 때.

인간들은 멸망이 도래한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하늘을 찢으며, 거대한 마법진에서 나오고 있는 요새를 본 순간.

자신들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들러리였던 거야. 저것들은 그저….”

요새를 수호하며 함께 나오고 있는 금빛의 발키리들을 본 순간.

지금까지 하늘을 수놓았던 수천만의 해골 병사들은….

저들에게 있어서 병력의 축에도 못 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든 것을 눈에 담고 있던 민섭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꿈속에서 봤을 때도 두렵다 느꼈었지만, 실제로 눈앞에서 보니 그야말로 사람이 공포에 사로잡히면 돌처럼 굳어진다는 이야기를 몸소 체험하고 있었다.

한재석과 전투를 하고 있던 무리엘이 ‘발할라’를 발견하고 목소리를 내었다.

“후발대 도착이군.”

순식간에 눈빛이 변한 무리엘이 주위에 있던 역천사들과 눈을 마주쳤다.

무언의 신호.

발할라가 완전히 마법진을 통과하고, 그 속에 있는 신이 나오면….

선발대의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자신들의 목숨을 빼앗아 갈 것이다.

천사들의 시선이 일제히 미림고 옥상에 있는 민섭에게 향했다.

천사들이 민섭에게 시선을 두었지만 어째선지 대치하고 있던 한재석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한재석이 마법진을 반쯤 지나친 천공의 요새 ‘발할라’를 보며 굳어 있었다.

심장을 부여잡고 있는 모습.

‘저기에 뭐가 있기에… 이렇게… 심장이 터져 버릴 것 같은 거지…? 심장 깊은 곳부터 울분이 터지는 것 같은 이 기분은….’

설명할 수 없는 분노가 들끓었다.

슬픔과 애환이 담긴 분노.

이유 모를 그 감정들이 한재석의 심장을 조여왔다.

“어디에 한눈을 팔고 있는 거냐.”

귓가로 들리는 천사의 목소리에 한재석이 반응하기도 전.

빛의 검이 한재석의 심장을 꿰뚫었다.

뚝… 뚝….

붉은 피가 검을 타고 흘러내렸다.

무리엘의 검뿐 아니라, 다른 역천사들의 검이 모두 한재석의 몸을 꿰뚫고 있었다.

“젠……장…….”

한재석의 욕설과 함께 입에서 피가 토해져 나왔다.

무리엘의 얼굴에 이제야 기쁨의 미소가 지어졌다.

“인간 주제에 오래 버텼다.”

천사들의 얼굴에 비릿한 미소가 지어졌다.

조롱의 웃음.

기세 좋던 한재석의 얼굴이 고통으로 물들어 가는 것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천사들의 한 마디씩 내뱉었다.

“그 정도 상처를 입고도 꽤 잘 싸웠어.”

“너만 없으면 예언의 반역자를 지킬 수 있는 놈은 없는 것 같군.”

한재석의 시야가 점점 흐려졌다.

‘이딴 녀석들한테…. 난… 난 분명 그 녀석한테 죽는 걸 텐데….’

한재석의 눈이 반쯤 잠겼다.

발할라가 마법진을 통과해 거의 모습을 드러낸 것을 확인한 무리엘이 한재석의 심장에 박힌 검을 빼내며 말했다.

“시간이 없다. 이제 예언의 반역자를…. 뭐… 뭐야….”

한재석의 몸이 빛나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푸른 빛이 한재석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순식간에 천사들의 목이 잘려 나갔다.

* * *

대통령의 집무실.

천장을 부수며 나타난 외팔이 신 티르가 대통령의 목숨을 빼앗으려 하고 있었다.

“내가 아스가르드에서 몇 번 봤는데 말이야, 항상 이해가 안 되더라고. 왕이란 놈이 맨날 백성들 말에 벌벌 떨면서 눈치나 보고 말이야.”

9척이 넘는 거대한 키를 가진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평범한 인간이 아님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쳐다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힐 정도의 압박감이 들었고, 그의 목소리에서는 거스를 수 없는 무언가가 느껴지기도 했다.

대통령이 점점 다가오는 티르를 보며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그… 그건…. 이 나라는 민주주의 국가라…. 저… 저는 대표이지 왕이 아닙니….”

티르의 눈동자와 시선이 겹쳐진 대통령의 입술이 굳어졌다.

“누가… 말하라고 했지? 난 너에게 대답할 기회 같은 거 준 적이 없는데?”

물음에 답을 하는 것은 인간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하나.

그것은 인간에게만 국한될 뿐.

신이 곧 법이고, 법이 곧 자신인 신들에게는 그저 지금 느끼는 기분이 곧 법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대통령이기 이전에 한 인간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인간과 다른 느낌을 뿜는 그 신성하고도 두려운 존재에게 변명보다 사과가 먼저 튀어 나갔다.

화기를 소지한 경호원들이 자신을 지키고 있었지만, 그것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없느니만 못한 느낌이 들었다.

대통령은 처음으로 자신의 직위가 한탄스럽게 느껴졌다.

관심에서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었지만, 자신의 대통령이라는 직함 때문에 눈앞의 신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지도 않고 있었다.

티르의 걸음이 멈췄다.

아직 대통령과는 거리가 좀 남아 있었다.

티르의 고개가 아래로 향했다.

자신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손이 눈에 들어왔다.

“감히… 인간 주제에 신의 옥체에 손을 댄 것이냐….”

시퍼런 칼날처럼, 날카롭게 변한 티르의 눈매였다.

티르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손의 주인은 최수혁이었다.

바닥에 얼굴을 처박고 쓰러져 있는 와중에도 그는 끝까지 대통령을 아니, 인간을 지키고 있었다.

“옥체는 무슨…. 우리나라는 더 이상 왕 같은 거 안 키워…. 그러니까… 꺼져라.”

바닥에 쓰러져 있던 다른 길드장들이 순식간에 튀어 올라 티르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일 초도 안 되는 그 짧은 시간에 스킬을 발현한 길드장들이 티르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펑!

쾅!

콰과광!!!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자 최고의 공격을 펼친 길드장들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깃들었다.

“정통으로 들어갔어.”

“공격은 역시 죽은 척하다가 해야지.”

“검에 느낌이 있었다.”

“디버프도 만땅으로 들어갔다고.”

인간이긴 하지만 S급 능력자.

그것도 한 나라를 대표하는 가장 강한 존재들.

“정말 오랜만이군. 이렇게… 겁도 없이 도전해 오는 날파리들은.”

타격 하나 없는 목소리가 울리고.

희미하게나마 승기를 잡은 것이라 생각했던 길드장들의 눈빛이 공포에 사로잡혀 갔다.

공포라는 것은 한번 각인되면 웬만해서는 절대 지워지지 않는다.

공포를 지우는 것은 더 큰 공포밖에 없으니까.

길드장들 모두 똑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몸에 각인된 공포가 떠올랐다.

천사와 싸울 때 느꼈던 공포감.

아무리 발버둥 쳐도 절대 이기지 못할 것을 확신하는 그 패배감.

그런 감정들이 소용돌이치며 크게 피어오르더니 모두 사라졌다.

그리고 그들의 기억 속에 새로운 공포가 심어졌다.

삐죽하게 선 머리칼을 따라 내려오던 시선이 까무잡잡한 그 얼굴에 멈춰 섰다.

“신이 왜 신인 줄 아느냐?”

티르의 목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길드장들의 몸에서 피가 솟구쳤다.

눈에 담을 수 없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판단하지도 못했다.

“억만 년의 시간이 있어도 절대 따라잡지 못할 힘을 가지고 있기에 신인 것이다.”

최수혁을 제외한 길드장들이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대통령과 경호원들은 이미 바지가 축축할 정도로 공포에 사로잡혀 어떤 행동도 취하지 못했다.

티르의 등 뒤쪽에서 발목을 잡고 있던 최수혁이 입술을 짓이겼다.

“이건 차이 정도가 아니잖아…. 신은 어떻게 이런 힘을….”

“이런 힘이라…. 이건 힘이 아니다. 권능이지.”

티르의 발목을 잡고 있던 최수혁의 손이 사라졌다.

티르가 최수혁의 손을 밟아 터트렸지만, 그 사실을 눈에 담을 수 있는 존재는 신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손을 짓이기는 고통이 뇌에 도달하기도 전에 이미 손 전체가 터져 버린 것이다.

“으아악!”

막상 손이 터질 때는 느껴지지 않았던 고통이 뒤늦게 밀려와 최수혁이 팔목을 붙잡고 몸을 웅크렸다.

일반인이라면 몸을 구르며 울고불고 난리 칠 정도의 고통이었다.

길드장들을 처리한 티르가 다시 걸음을 옮겼다.

“이야기를 계속하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게 전쟁인데 말이야. 아스가르드에서 보다 보면 겁쟁이들만 왕좌에 앉아 있는지 예전처럼 전쟁도 하지 않더만. 천 년 전에는 그래도 자주 전쟁을 했는데 말이야.”

대통령의 바로 앞에 도착한 티르가 대통령을 내려다보았다.

길드장들이 당한 시점에서 이미 경호원과 대통령의 목숨은 신의 것이었다.

대통령이 아득해지는 정신을 간신히 붙잡으며 눈만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바로 코앞에 서 있는 이 존재는, 자신이 어떤 행동을 취하든 마음에 들지 않아 할 것임을 알기에 가만히 있는 것밖에 하지 못했다.

티르가 흥미를 잃은 얼굴 표정을 지었다.

“역시 넌… 진짜 왕이 아니야.”

티르의 검이 대통령의 머리 위로 들렸다.

대통령의 입술이 떨려왔다.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소리치고 있었지만, 그것은 목소리가 되지는 못했다.

티르의 손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 뭐야…. 이 기운은….”

티르의 금빛 검이 대통령의 머리 바로 위에서 멈췄다.

살았다는 안도감보다 언제 또 자신에게 시선을 둘까 하는 두려움과 초조함이 몸을 지배했다.

티르의 얼굴이 잔뜩 구겨져 있었다.

“어째서 인간 세계에… 왕의 기운이…. 확인해 봐야겠군.”

티르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빠르게 날아올랐다.

무엇 때문에 저런 반응을 보이는지보다, 살았다는 안도감이, 괴물의 관심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으윽… 윽.”

신음이 들리고.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길드장들이 몸을 일으켰다.

“쫓아가야 해….”

“어서… 저 녀석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미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상처가 아니었다.

눈에 보일 정도로 몸이 찢어지고, 팔꿈치 아래가 사라져 있었다.

중상 정도가 아니었다.

일반인이라면 그 자리에서 즉사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여겨질 정도의 부상이었다.

하지만.

“가야… 해….”

“아마… 학교로… 미림고로 갔을 거야.”

대통령이 길드장들을 보며 말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아까 말했던 건 취소입니다. 저런 놈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상처도 심하니 우선 치료를….”

최수혁이 대통령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처음으로 대통령님의 명령을 거절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째서…. 그렇게 당해 놓고….”

“우리가 더 약하다 해도 가야 합니다. 멸망만이 기다리고 있다 해도…. 결과가 정해져 있다고 해도 가야 합니다…. 약속했으니까요. 학생들을 지켜 주기로….”

* * *

티르가 빠르게 날아 왕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이동했다.

점점 가까워질수록 살을 통해 느껴지는 기운이 익숙한 것임을 느끼는 티르였다.

“이 느낌은…. 그럴 리가…. 그 녀석은 봉인 당했을 텐데….”

머리로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몸은 계속해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티르의 잘린 오른팔 단면이 욱신거렸다.

“늑대 녀석과 비슷한 냄새…. 하지만 이 정도의 힘이라면… 진짜 그 녀석밖에 없는데….”

생각과 몸의 반응이 충돌하기를 여러 번.

티르가 드디어 기운이 느껴지는 곳에 도착했다.

인간이 만든 거대한 건물이 보였다.

미림고등학교.

쾅!!!!

쾅!!!!!!!!

엄청난 폭발음이 연이어 들렸다.

티르는 자신의 눈을 믿지 못했다.

해골 병사들과 천사로 보이는 놈들을 입으로 구겨 넣고 있는 거대한 서리 거인이 보였다.

“어째서 저 녀석이 미드가르드에… 지하 감옥에 봉인 당했다 들었는데….”

가슴에 구멍이 뚫린 거대한 서리 거인이 포효하며 괴성을 질렀다.

“어째서 여기에 나타난 거냐…. 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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