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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122화 (123/211)

122화

오딘.

에시르 신족의 최고신. 망토를 입고 모자를 쓰고 다니며 지혜를 얻기 위해 한쪽 눈을 내놨기 때문에 눈이 하나밖에 없다.

‘최고신’, ‘그림니르’, ‘교수대의 신’ 등 불리는 이름이 많다.

토르.

붉은 턱수염을 기른 오딘의 아들로 에시르 신족 중 천둥의 신. 신들 중에 가장 힘이 강하다.

묠니르라는 망치를 들고 다닌다.

* * *

발할라의 문에서 해골 병사들이 쉼 없이 쏟아져 나왔다.

성의 위쪽에서 발키리의 호위를 받고 있는 오딘과 토르의 대화가 들렸다.

“평범한 인간이 아닐 줄은 알았지만, 로키가 봉인 되어 있었을 줄이야.”

“예언의 반역자와 같은 마기가 흘렀던 것은 봉인된 인간의 몸으로도 억누르지 못한 신의 기운이었군요….”

“역시…. 헤니르 녀석. 몸을 숨기기 전부터 몰래 일을 벌여 놨군.”

“인간들을 다 죽이고 나면 그 배신자 녀석을 찾아내어 죽여야겠습니다.”

“그래야겠구나. 그런데 그 녀석은 인간을 누구보다도 사랑했었는데… 휴거가 진행되는 걸 알면서도 그냥 숨어만 있을까…?”

“아버님 말씀은 그 배신자가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오딘이 머리에 쓰던 망토를 뒤로 젖히며 고개를 저었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확률은 높지. 온건파 녀석들의 귀에도 들어갔을 것이다. 오늘… 휴거가 진행된다는 것이.”

토르가 시선을 내려 티르와 전투를 벌이고 있는 거인을 눈에 담았다.

서리 거인의 왕.

또 다른 이름.

로키.

몇천 년 동안 지하 감옥에 있다고 생각했던 저 녀석이 모습을 드러낸 것을 보면 어쩌면….

천 년 전 인간의 편에 섰었던 그놈들이 나타날지도 모른다고 토르는 생각했다.

토르의 시선이 미림고 옥상으로 향했다.

수많은 인간들 중 토르의 시선을 오래 잡아끄는 한 사람.

“예언의 반역자….”

민섭의 시선이 토르와 마주쳤다.

정확히는 아주 잠깐 마주쳤다.

발할라에서 나온 해골 병사들이 학교 전체를 뒤덮기 전.

약간의 틈새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토르의 눈길을 눈치챈 것일 뿐이지만….

토르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발할라의 병사들은 들어라. 지금부터 휴거를 진행하노라. 그 첫 번째로 인간의 몸으로 신을 위협하고 있는… 예언의 반역자의 목을 가져와라.”

마른하늘에 천둥소리가 들렸다.

토르의 목소리와 겹쳐진 그 천둥소리에 수억에 달하는 해골 병사들이 민섭이 있는 미림고 옥상으로 몰려들었다.

“끝이야….”

조일환 선생의 얼굴에 포기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가까워져 오는 해골 병사들에게 공격을 퍼부었지만, 그 수를 감당할 수 없었다.

성녀와 강진철 또한 마찬가지였다.

해골 병사를 죽여도 계속해서 쏟아지는 새로운 해골 병사들이 그 자리를 메웠다.

이미 미림고 전체를 뒤덮으며 밀고 들어오는 숫자에 더는 버티지 못했다.

S급들의 어깨가 처지고, 뒤쪽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던 D반 아이들이 울음 섞인 목소리를 내었다.

그것은 자신의 생에 마지막일지도 모를 목소리였다.

“왜… 죽어야 해…?”

“인간이…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죽기 싫어….”

“최한… 살려줘….”

“구해줘. 최한….”

그 목소리를 듣고 있던 민섭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D반에게 마지막까지 생각나는 것은, 이럴 때 살려달라고 구원하는 것은 신이 아니라….

“구해줘…. 최한.”

해골 병사들의 검이 민섭의 시야를 가렸다.

“신의 권능. 나락.”

그때, 한 남자의 목소리가 울리고.

학교를 뒤덮었던 해골 병사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발할라의 문에서부터 쏟아져 나오던 해골 병사들의 모습이 마치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처럼 사라지고 있었다.

길게 늘어선 줄을 그대로 잡아먹으며 발할라의 문의 입구까지 늘어져 있던 해골 병사들의 행렬을 순식간에 모두 지워 버렸다.

3억이 넘는 병력이 순식간에 당했다.

기가 막힌 상황에 토르의 거친 목소리가 울렸다.

“발할라의 문을 닫거라!”

천둥소리와 합쳐진 그 소리에 청공의 성.

발할라의 대문이 닫혔다.

쾅!

“저 녀석….”

토르의 얼굴이 잔뜩 구겨졌다.

“뭐야…. 저건 내 기술인데….”

거인의 모습을 한 로키와 겨루고 있던 티르의 눈동자가 떨렸다.

콧대 높은 신들의 표정을 묵사발로 만든 남자.

“내 이름은 최한. 인간을 지키는 자다.”

최한의 목소리에 오딘의 외눈이 찌푸려졌다.

“역시… 왔군. 인간의 왕이여.”

교문으로 들어서고 있는 최한의 모습에 옥상에 있던 인간들의 얼굴에 희망이란 이름이 쓰였다.

“최한이야….”

“최한이 왔어.”

“살았어…. 살았어….”

희망.

D반 아이들. 조일환 선생. 성녀. 강진철.

그리고 김민섭의 눈에 확실히 보였다.

이 지옥 같은 현실을.

작은 빛조차 보이지 않던 어둠을 타개할 유일한 빛이.

백설에게 부축을 받으며 교문을 지나고 있는 최한이 보였다.

“요! 친구들. 늦어서 미안. 오피스텔이 무너져서 말이야. 돌 밑에서 낮잠 좀 자느라 늦었다.”

여유로운 척하고 있었지만, 찢어진 옷이며, 이마에 굳어진 핏자국이 보였다.

최한을 부축하고 있던 백설의 눈매가 지금까지 본 적 없었던 정도로 날카롭게 변해 있었다.

하늘에 떠 있는 오딘과 토르를 향한 눈빛.

인간을 증오하는 그 마음과는 비교도 안 될 깊은 어둠이 박힌 눈이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던 토르가 작게 읊조렸다.

“역시, 실제로 보니 저 두 녀석… 천 년 전의 그놈들이군요. 그리고 인간의 왕인 저 녀석, 아직 인간인 걸 보니 각성하지 않았나 봅니다.”

토르의 시선을 따라 최한과 백설을 눈에 담던 오딘이 말했다.

“힘이 약하긴 하지만… 그때의 그 눈빛이야. 선함 속에 강직함을 품은… 인간을 초월한 그놈의 눈. 조심해라. 천 년 전에도 느꼈지 않느냐. 저놈의 가능성을.”

토르의 시선이 허리춤에 차고 있는 묠니르로 향했다.

묠니르에 새겨진 유일한 상처.

“이번엔 방심하지 않겠습니다.”

오딘이 토르를 보며 말을 꺼내려다 이내 입을 다물었다.

최한을 보며 신중을 기하는 오딘, 토르와 달리.

전쟁과 살육의 신인 티르는 천 년 만에 심장이 빠르게 뛰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티르가 거인에게 속박술을 걸었다.

“넌 좀 빠져 있어라. 나중에 죽여줄게.”

빛으로 된 줄이 거인의 온몸을 꽁꽁 묶었다.

쾅!

거대한 몸이 바닥에 쓰러져 요지부동이 되었다.

하늘을 딛고 있던 티르가 빠르게 교문으로 날아갔다.

“아버지! 이 녀석은 내 사냥감이니까 건들지 마요. 어차피 이 녀석 죽여야 휴거도 할 수 있는 것 같으니.”

티르의 목소리에 오딘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쯔쯧… 또 안 좋은 버릇이 도졌구나.”

티르의 돌발 행동에 토르가 묠니르에 손을 가져가려 했다.

“제가 가서 그냥 빨리 처리할까요?”

“아니다. 어차피 휴거를 하려면 저 녀석과 예언의 반역자를 죽여야 하니… 지켜보자꾸나.”

“하지만 시간을 끌다, 배신자나 몸을 숨겼던 다른 신들이 나타나기라도 한다면….”

“그때는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뭐가 걱정이냐? 너와 내가 이기지 못할 신은 없는데.”

토르가 고개를 숙였다.

“예. 알겠습니다.”

“티르가 인간 따위에게 지는 일은 없겠지. 뭐… 나도 놀고만 있지는 않을 거다.”

오딘이 손가락을 한 번 튕겼다.

딱!

동시에 발할라의 문이 다시 열리기 시작했다.

오딘의 애꾸 눈이 옥상에 있는 민섭에게 향했다.

“저 예언의 반역자의 힘을 모르니 우선 병사들을 시키자꾸나. 최고신이자 너희의 주인 네크로맨서로서 명령하노라. 병사들이여… 저놈의 목을 가져와라.”

발할라에서 해골 병사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수천, 수만.

일 초도 안 되는 시간에 수많은 해골들이 문을 통과해 미림고 옥상으로 쏟아져 나갔다.

최한의 등장에 안도한 표정을 짓고 있던 아이들의 얼굴에 또다시 공포가 깃들었다.

“또… 온다!”

“으아악!!”

옥상에서 들리는 비명에 최한이 백설에게 받던 부축을 풀고 옥상을 향해 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그때.

최한의 시야를 가로막는 무언가.

“어딜 가느냐. 나랑 놀아야지.”

티르의 얼굴이 최한의 시야를 가렸다.

‘젠장.’

최한의 얼굴이 구겨졌다.

거대한 티르의 어깨 너머로 최한의 시선이 움직였다.

엄청난 숫자의 해골들이 민섭에게 또다시 당도해 있었다.

“민섭아!”

“어허이. 안 되지, 안 돼. 나를 두고 어딜 가려고.”

무지막지한 기운이다.

최한을 막아서는 얼굴에 꽤나 즐거운 듯 미소가 지어져 있는 티르였다.

인간이긴 하나.

이 정도의 분위기를 내뿜는 상대를 찾는 것은 다른 차원에서도 힘들 정도다.

티르의 시선으로 최한의 날 선 표정을 뚫고 나오는 오라가 보였다.

피보다 붉은 새빨간 오라.

그 오라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것이라기에는 너무도 흉폭한 느낌이 드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정말 인간 맞아? 인간의 냄새와 신의 냄새… 거기다 악마의 냄새까지 가지고 있잖아? 너 정말 정체가 뭐야.”

“뭐긴 뭐야! 인간이지. 안 보이면 안경 써라, 이 자식아!”

최한이 땅에 있는 모래를 발로 찼다.

챠라락!

순식간에 모래가 티르의 눈에 들어갔다.

“이씨! 뭐야! 안 보여!”

최한이 빠르게 거구의 티르를 지나쳐 달렸다.

‘나락은 한 번 썼으니, 하루 동안은 사용하지 못해. 어차피 저 말을 탄 여자들도 못 빨아들였으니, 신한테는 통하지 않았겠지.’

저 많은 해골 병사들을 죽일 수 있는 광역기가 최한에게는 없었다.

“주먹으로 해치워야 하나? 아니면 다른 능력을 복사…… 윽!”

쾅!!!!!

학교를 향해 달리던 최한이 운동장 끝으로 날아갔다.

엄청난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날아간 최한이 운동장 끝에서 멈춰 섰다.

두 팔을 들어 올려 막긴 했지만….

“퉷!”

최한이 한 모금의 피를 내뱉었다.

자신의 주먹을 맞고도 서 있는 최한의 모습에 티르의 얼굴에 더욱 큰 미소가 지어졌다.

“역시 대단해. 내 주먹을 맞고도 서 있을 수 있는 인간이 있다니…. 그건 그렇고, 너 내 기술을 어떻게 따라 하는 거냐?”

최한이 입술에 묻은 피를 닦으며 티르에게 말했다.

“내가 뭔 기술을 따라 해?”

“몰라서 하는 소리냐?”

“모르니까 하는….”

최한의 입이 멈췄다.

자신을 향한 티르의 손바닥을 눈에 담던 최한이 얼굴을 구겼다.

“신의 권능. 나락…. 열려라, 풍혈.”

슈우우-.

티르의 손바닥에 검은 구멍이 나타나더니 이내 엄청난 풍압으로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최한이 자세를 낮춰 끌려가지 않게 온 힘을 다했다.

“이건… 나와 같은 기술….”

최한의 반응을 확인한 티르가 기술을 멈췄다.

“이건 맞보기. 너와의 재미있는 전투를 겨우 이런 기술로 끝내긴 싫으니까…. 그래도 하나는 확인해야겠다. 너 이 기술… 누구한테 배웠냐?”

안도감에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저 녀석이 멈추지 않았다면… 정말 빨려 들어갔을 거야. 위험했어.’

속마음과 다르게 최한이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티르의 말을 차버렸다.

“내가 왜 말해줘야 하지?”

“흐흐…. 그 태도 너무 좋아. 일관성 있게 싸가지가 없군. 말 안 해도 상관없어. 어차피 알고 있으니까. 이 기술을 가르칠 수 있는 놈은 9개의 차원을 다 뒤져도 한 놈뿐이지.”

티르의 목소리에 최한의 미간이 구겨졌다.

“헤니르. 맞지? 너에게 이 기술을 알려준 놈.”

티르의 입에서 나온 것은 분명 스승님의 이름이었다.

“네가 어떻게 스승님의 이름을….”

“나도 그놈한테 배웠거든. 지금은 에시르 신족에게 배신자로 낙인찍혀 있지만, 전투력 하나만큼은 대단 한 놈이었지. 인간을 사랑했던 반역자이자 아스가르드의 전투 대장. 전쟁의 신 헤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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