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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123화 (124/211)

123화

“스승님이 전쟁의 신이라고….”

최한이 이세계에서 수련을 받을 때를 떠올렸다.

인간을 초월할 정도로 강해진 자신이 한 번도 정타를 날리지 못했다.

신이라는 것쯤은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지만, 전쟁의 신이었다니.

그것도 최고신이라 칭하는 눈앞의 놈들과 같은 편에 서 있는….

“그 노인네, 싸움 하나만큼은 대단했거든. 근접전, 원거리, 광역기. 못 쓰는 기술이 없을 정도로. 전투 센스만 놓고 본다면 우리 아버지보다도 대단했지.”

티르의 목소리에 최한이 스승님인 헤니르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잘 봐라. 육체의 힘에는 한계가 있지만, 기술이라는 것은 노력을 하면 할수록 끝없이 강해지느니라. 그래서 난 인간이 좋아. 나약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끝없이 단련하거든.’

그렇게 말하고 열 마리가 넘는 드레이크를 발차기의 풍압만으로 모조리 죽여 버렸지.

최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강함은 그냥 신 정도가 아니라, 어느 세계에서든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차원이 다른 강함이었다.

“그런데 대체 어디서 만난 거지? 난 그 배신자 새끼 찾으려고 몇백 년 동안이나 돌아다녔는데도 못 만났는데.”

“내가 그걸 왜 말해 줘야 하지? 제자가 스승을 팔아먹을 수는 없잖아?”

최한의 당당한 태도에 티르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하여간 인간 주제에 멋진 놈이군. 뭐 그딴 건 잊어버리고, 즐기자! 이 싸움을. 너만 한 녀석은 천 년을 기다려도 못 만날 테니까.”

티르가 최한을 향해 달려들었다.

광속.

최한의 눈에도 잔상이 남을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몸이 겨우 반응하는 게 고작일 정도로.

쾅!

티르의 주먹이 최한의 얼굴을 강타했다.

온몸에 전율이 일 정도로 제대로 들어간 한방.

하나.

정타를 꽂아 넣은 티르의 입술 새로 피가 흘러내렸다.

“역시… 재밌는 녀석이야.”

티르가 왼쪽 갈비뼈 부분을 움켜쥐었다.

찰나의 순간.

최한은 방어가 아닌 공격을 택했다.

막아 봤자 가드한 팔을 뚫고 타격이 들어올 것이 뻔하기에 제대로 살을 내어주고 뼈를 훔쳐 내었다.

하나 적에게 충격을 주었다 하더라도 어차피 더욱 피해가 큰 쪽은 최한이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지금은 제대로 싸울 생각이 없으니까.

지금 최한에게 가장 우선시되는 것은.

“민섭아!”

최한이 옥상을 뒤덮고 있는 해골 병사들에게 도착했다.

‘온 힘을 주먹에 실으면 충격파로 광역공격이 가능할 거야.’

티르에게 맞은 왼쪽 뺨이 벌겋게 부어올랐지만, 그따위 것은 신경 쓰이지 않았다.

일 분 일 초가 급했다.

이미 민섭을 포함한 옥상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시간을 지체하다간 해골 병사들에게 모두 당하고 말 것이다.

최한의 주먹이 활시위처럼 당겨졌다.

운동장 중앙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티르가 한숨을 내쉬었다.

“참… 왜 자꾸 신성한 전투를 거부하고… 이상한 곳에 신경 쓰는 거야…. 짜증 나게.”

빠득-.

순식간에 표정이 굳은 티르의 몸이 사라졌다.

그리고.

“어이. 내 말이 장난 같아? 여긴 신경 쓰지 말고 넌 나랑 싸우자고!”

최한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티르였다.

아무리 빠르게 움직인들 이 정도의 스피드를 낼 수 있는가.

일 초도 안 되는 시간에.

최한이 주먹을 내지르려 팔을 당기는 그 순간에.

운동장 저편에 있던 티르가 최한의 바로 앞까지 이동했다.

최한의 입술이 비틀렸다.

“젠장… 방해하지 마. 민섭이를 구해야….”

최한의 시선이 빠르게 운동장 구석에 있는 백설에게 옮겨졌다.

소리치진 않았지만, 그 짧은 시간 눈으로 말했다.

도와달라고.

아니면, 민섭이만이라도… 옥상에 있는 사람들만이라도 구해달라고.

하지만 기대조차 빠르게 자르는 백설이었다.

백설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안 된다. 이제 나는 이 싸움에 간섭하지 못해. 내가 조금이라도 이 싸움에 관여하게 된다면…. 진짜 전쟁이 일어날 거야.”

빠득-.

최한이 입술을 깨물었다.

방법이 없다.

아니, 이대로라면 정말 옥상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죽을지도 모른다.

최한이 무력함에 울분을 토하며 손을 뻗었다.

“안 돼…. 안 돼!”

티르의 얼굴에 큰 웃음이 지어졌다.

“저놈들 다 죽으면… 이제 나한테 집중할 수 있겠군.”

그때.

콰과과광!!!!!!

미림고 옥상에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최한과 티르의 표정이 동시에 멈췄다. 급작스럽게 일어난 폭발 때문에.

그리고 옥상을 뒤덮었던 해골 병사들이 순식간에 모두 가루가 되어 버리는 광경에.

“휴… 안 늦었네.”

옥상을 뒤덮었던 해골 병사들이 사라진 자리에 한 여성의 모습이 가장 먼저 보였다.

익숙한 얼굴이 보이자 최한의 표정에 안도감이 감돌았다.

“마수아….”

마수아뿐만이 아니었다. 마수아의 모습 뒤로 든든한 얼굴들이 여럿 보였다.

브로스 길드장 최수혁.

검성 길드장 장왕윤.

아레나 길드장 이정은.

청룡 길드장 이창식.

디스 길드장이자 헌터 협회장 지경태까지.

“늦지 않아서 다행이네. 그건 그렇고, 마수아! 여긴 왜 왔어? 네 담당 구역 여기 아니잖아!”

최수혁의 목소리에 마수아가 옥상으로 손짓하며 대답했다.

“길드장님 그게… 오지훈 박사가 갑자기 찾아와서 이리로 좀 데려다 달라고….”

최수혁의 고개가 미림고 옥상으로 향했다.

민섭과 아이들이 뭉쳐 있는 곳에 보이는 오지훈.

“야! 오지훈! 넌 왜 왔어, 위험하게. 지하 연구실에 처박혀 있으라니까!”

최수혁의 외침에 오지훈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지금 안 위험한 곳이 어디 있습니까…. 그리고 여기가 가장 위험하다 해도, 이곳에서 지면 세상은 끝인 것을요….”

맞는 말이었다.

뾰족한 수나, 이 상황을 한 방에 타개할 방법 따위는 몰랐지만,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최한과….

민섭이 있는 이곳이 마지막 보루란 것을.

오지훈이 몸을 돌려 민섭을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무언가 있는 것이죠? 민섭 군만 아는… 이 지옥 같은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무언가가.”

오지훈의 목소리에 그곳에 있던 아이들과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민섭에게 향했다.

한눈에 봐도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듯 진중한 표정을 짓고 있는 민섭이었다.

민섭의 고개가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였다.

“네… 있습니다. 이 상황을 한 방에 바꿀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유일하게 인간이 멸망하지 않을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그 목소리에 길드장들과 오지훈의 얼굴에 사기가 충전됐다.

최수혁과 길드장들이 성녀가 있는 미림고 옥상으로 내려갔다.

최수혁과 길드장들이 내려오자 마치 준비라도 했던 것처럼 성녀가 힐을 시전했다.

잘려 나갔던 최수혁의 팔이 다시 재생되었다.

턱.

치료가 되자마자 최수혁이 민섭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무슨 방법인지는 모르지만… 부탁한다. 지금 인류의 모든 희망이 너에게 달렸어.”

민섭의 눈동자가 최수혁에게 닿았다.

“네. 최한과 만나게만 해주세요. 둘이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조금만… 만들어주시면 돼요.”

최수혁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려세웠다.

최수혁의 뒤로 어느새 치료를 마친 길드장들과 마수아가 정렬했다.

“긴말 안 할게. 우리 힘으로 저 괴물 놈들 이기지 못해. 그러니까… 목숨이라도 바쳐서 최한과 민섭이를 만나게 해주자.”

최수혁의 외침이 들리고 길드장들과 마수아가 두 팀으로 갈라졌다.

마수아와 대마법사 이정은, 그리고 이창식은 발할라에서 쏟아지는 해골 병사들을 향해 돌진했고.

최수혁과 장왕윤, 디버프 마스터 지경태는 최한을 붙들고 있는 티르를 향해 이동했다.

발할라의 입구 위쪽.

그 높은 곳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오딘과 토르의 얼굴에 흥미로운 표정이 지어졌다.

“호오… 발악을 하는군.”

“그래도 천 년 전보다는 나은 것 같습니다. 그때는 다들 도망갔었는데.”

토르와 오딘의 시선으로 최한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인간들이 보였다.

천 년 전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

모두 인간의 왕을 배신하고, 홀로 처량하게 싸웠던 그때와는 확실히 비교되었다.

하나.

“이번엔 주위에 동료가 많이 생긴 것 같구나. 그래도 어차피 질 테지만.”

예언의 반역자와 인간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어도 전혀 나서지 않는 오딘과 토르였다.

딱 그 정도.

아직 그 정도 여유가 있었다.

신을 끌어 내릴 열쇠라 불리는 예언의 반역자.

혹시 모를 위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그와 직접적으로 닿는 것을 피하고는 있었지만, 아직 그들의 예상 범위 안쪽이었다.

오딘과 토르가 보기에는 아직도….

벌레들이 살기 위해 꿈틀거리는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쾅!

쾅!

마수아가 미림고 옥상으로 끝없이 쏟아지는 해골 병사들에게 발차기를 날렸다.

특성인 번개 부츠의 능력으로 발이 해골 병사들에게 닿을 때마다 번개가 뿜어져 나가 발에 닿지 않은 해골 병사들의 몸까지 타들어 갔다.

이정은과 이창식도 S급 능력자답게 각자의 특성으로 쏟아지는 해골 병사들을 물리치고 있었다.

길드장들의 가세에 옥상을 지키고 있던 학생회장 강진철과 조일환 선생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번졌다.

조금은 여유를 찾은 미소.

“고작 S급 몇 명 더 왔다고… 조금… 희망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네요.”

“고작이라니. 너는 S급이라 잘 모르겠지만… S급은… 존재만으로 힘을 불어넣어 준다고.”

조일환의 목소리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아이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자신들이 나설 자리가 아닌 것쯤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응원밖에 없었다.

“선생님… 힘내요.”

“길드장님들 힘내세요.”

“하… 할 수 있어요. 최한도 있고 길드장님들도 다 있으니까. 어쩌면….”

“이길 수 있어요!”

말이라도 그렇게 하고 싶었다.

아니, 말이라도 이렇게 하면 혹시… 그 바람이 진실이 될지도 모르니까.

길드장들의 등장으로 쏟아지는 해골 병사들을 여유롭게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잘 막을 수 있게 되었다.

민섭이 몸을 돌려 최한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1 대 1이 아닌, 4 대 1.

티르의 앞에 4명의 인간들이 대치하고 있었다.

최수혁과 장왕윤, 그리고 지경태가 최한의 옆에 서 있었다.

“최대한 막아 볼 테니… 틈을 봐서 넌 민섭이에게 가라.”

“뭐래, 파랭이. 그렇게 할 수 있었으면 진작 했지. 이 녀석, 괴물이야.”

“이 상황에서도 파랭이라 놀리고 싶냐, 넌….뭐, 그건 차치하고, 네 부어오른 볼을 보니 이 녀석이 얼마나 괴물인지 알겠네.”

농 섞인 말을 내뱉고 있었지만,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몸을 저릿하게 만드는 티르의 존재감이었다.

최수혁이 길게 날숨을 내뱉었다.

‘두려움에 몸 곳곳이 떨려온다. 더 두려움에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팟!

최수혁이 티르에게 달려들었다.

두려움에 잡아먹히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생각을 멈추고 움직이는 것이다.

선두로 공격에 나선 최수혁의 뒤를 따라 장왕윤과 최한이 달려들었다.

지경태가 티르를 향해 디버프를 걸었다.

펑!

펑!

펑!

몸과 몸이 부딪히는 것만으로도 폭발음이 연신 들렸다.

세 명을 상대하는데도 전혀 밀리지 않는 티르였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주먹과 발을 손으로 모두 쳐내고 있었다.

“오랜만에 육탄전도 재미있구만. 나와 힘의 차이를 체감해 놓고 도망가지 않은 녀석들은 너희가 처음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또 성스러운 전투를 능멸하는 구나….”

인간들의 공격을 모두 막으며 전투의 향기에 취해 있던 티르의 얼굴이 잔뜩 구겨졌다.

자신을 공격하고 있는 사람은 여전히 세 명이었지만….

슈우웅!

“눈치챘어! 더 빨리 가!”

최수혁이 민섭에게 거의 도착한 최한을 향해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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