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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125화 (126/211)

125화

“끝이야….”

그 말을 한 것은 자신의 전부를 쏟은 공격이 통하지 않았다는 무력감 때문이기도 했지만, 정확히는 균열을 찢으며 나오는 티르의 뒤바뀐 표정과 분위기에 압도되어서였다.

“이렇게 당한 게 몇천 년 만인지….”

피를 뒤집어쓰고 있는 얼굴에 미소가 사라져 있었다.

전투에서 오는 희열을 추구하던 조금 전까지와는 전혀 달랐다.

쉽게 말하면 장난은 끝이라는 것이다.

최한을 바라보는 티르의 표정이 차분했다. 그 얼굴에선 작은 흥미도, 분노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생사의 경계에서 얻는 즐거움도 충분히 좋아하긴 하지만 역시 난… 싸울 의지마저 사라질 정도로 힘의 차이를 보여주는 그 우월감이 더욱 좋아.”

티르가 오른손을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오딘과 토르가 긴 한숨을 내뱉었다.

“이것 참…. 티르 저 녀석 그 기술을 쓸 생각이군….”

“인간들만 멸망하게 하려 했는데… 이 세계조차 사라지게 되었네요.”

“어쩌면 이게 더 깔끔한 마무리가 될지도 모르지. 아예 미드가르드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면 되니까.”

“이번엔 인간 말고 동물들만 사는 차원으로 만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말을 마친 오딘과 토르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정확히는 하늘보다 더 높은 곳.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달의 저편을 보고 있었다.

태양이 가려지고 있었다.

태양 중앙에 작은 점이 나타나더니 점점 그 크기를 키워갔다.

그리고.

인간의 육안으로도 그 점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을 때, 티르의 입술이 떼어졌다.

“신의 권능…… 떨어져라, 멸왕성.”

인간들의 얼굴에 남아 있던 희망의 싹이 모두 지워졌다.

길드장들의 얼굴에도, 학생들의 얼굴에도, 최한의 얼굴에서도.

운석… 아니.

지구와 비슷한 크기의 행성이 떨어지고 있었다.

지역이 사라지고, 나라가 사라지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었다.

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면 지구 전체가 사라질 것이다.

인간의 멸망이 아닌, 한 차원의 멸망의 길이 도래했다.

옥상에 있던 학생회장 강진철이 혼이 빠진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내 스킬 메테오도 도시 하나를 지울 수 있는 정도인데… 저 크기면….”

이미 하늘이라 불리는 그 드넓은 허공 전체가 우주에서 떨어지고 있는 행성의 몸체에 모두 가려졌다.

밤도 낮도 아닌, 하늘.

절망의 색을 띤 그 모습에 인간들의 얼굴에 포기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이제…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오지훈의 목소리에 옥상 전체에 침울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공격해오던 해골 병사들도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최수혁의 얼굴에 참을 수 없는 분함이 느껴졌다.

“이건 발버둥도 못 치잖아….”

이창식이 최수혁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이제 그만….”

“포기하지 마!”

포기의 그림자를 지우는 큰 목소리가 들렸다.

인간들의 모든 시선이 운동장으로 향했다.

“마왕의 첫걸음!”

최한이 신화급 아이템. ‘마왕의 헬룬단검’을 두 손으로 내려쳤다.

콰과과광!!!!!!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참격이 하늘로 날아갔다.

티르의 바로 옆을 지나 하늘 높은 곳으로 치솟는 참격.

최수혁의 시선이 최한에게 향했다.

“최한 너….”

최한이 다시 팔을 올려 검을 내리쳤다.

“내가 어떻게든 해볼게! 아직 안 끝났어! 내가… 내가 어떻게든…. 그러니까 그런 표정 짓지 마!”

콰과과광!!!!!

엄청난 폭발음과 바람이 일었다.

SSS급.

최강의 인간.

그 자리가 옥쇄가 되어 최한을 조르고 있었다.

“내가… 내가… 구해줄게. 모두… 내가 꼭 구해….”

콰과과광!!!!

쉬지 않고 검을 휘둘러 참격을 쏘아 올렸다.

지구를 멸망시키기 위해 조금씩 가까워져 오는 행성을 향해.

인간이 낼 수 있는 가장 강한 힘일 것이다.

최한이니까 이 압박감에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발악.

그 강하던 최한의 모습이. 늠름하던 최한의 등이.

누구보다 멋있던 최한의 기술들이.

이제는 발악의 이름으로 변해 있었다.

“왜… 왜… 왜!”

최수혁이 더는 최한을 눈에 담지 못했다.

“왜 통하지 않는 거야! SSS급인데! 내가 가장 강한데! 나만이 할 수 있는데! 내 힘이 통하지 않으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최한의 두 팔이 더는 떨어지지 않았다.

최한의 고개가 떨어졌다. 이토록 어깨가 처진 모습을 보이는 것은 처음이었다.

처음으로 자신이 너무 무력하다는 것을 깨달은 최한이었다.

“최한….”

옥상에서 최한을 바라보고 있던 민섭의 눈빛이 달라졌다.

무언가 다짐한 표정.

긴 날숨을 내뱉은 민섭이 모여 있는 D반 아이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얘들아… 즐거웠어.”

그 목소리에 D반 아이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

이 상황과 분위기에 대체 왜 저런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누구보다 기쁘게 웃고 있는 그 미소를 발견한 아이들의 마음속에 불안한 감정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조일환 선생도 마찬가지였다.

“민섭이 너….”

민섭이 미소 지으며 조일환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선생님. D반이라… 행복했어요.”

민섭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직 부기의 죽음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는데….

D반 아이들과 조일환 선생의 시야가 흐려졌다.

“쯔쯔쯧… 끝이군. 나도 늙었나 보군. 괜한 걱정을 했어.”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는 최한을 보고 있던 오딘이 고개를 저었다.

오딘이 손가락을 한 번 튕겼다.

딱!

그 소리에 하늘을 가리던 해골 병사들이 다시 발할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오딘이 토르에게 말했다.

“우리도 돌아가자. 조금 있으면 티르의 저 공격이 모든 것을 끝내겠지.”

“네.”

“너무도 허무한 승리로구나. 예언의 반역자를 어찌 그렇게 신경 썼는지….”

오딘이 아스가르드로 돌아가기 위해 차원의 포탈을 열었다.

오딘과 토르가 포탈을 향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터벅.

터벅.

그때, 운동장에서 발소리가 들리고 오딘의 외눈이 크게 떠졌다.

‘이… 느낌은….’

창백해진 오딘의 얼굴이 땅을 향했다.

터벅.

터벅.

모든 것을 집중시키는 발소리.

그 발소리가 주저앉아 있는 최한의 바로 앞에서 멈췄다.

“이제야 둘이 이야기할 수 있게 됐네.”

최한의 고개가 들렸다.

밝은 표정을 짓고 있는 민섭의 얼굴이 보였다.

“미… 민섭아….”

민섭이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자세를 낮췄다.

“미안해…. 지켜주기로 했는데…. 내가 모두를 지켜줬어야 했는데….”

민섭의 손이 최한의 머리에 얹어졌다.

툭.

“힘들었지. 이제 혼자서 모두 짊어지지 않아도 돼.”

최한의 표정이 멈췄다.

이 장면이 꿈에서 본 장면이라 그런 것이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이 민섭과 함께할 마지막 순간임을 깨달아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이게… 뭐야…?”

“이제야 보이는 거야? 이게… 내가 선택된 이유야.”

최한의 눈에 똑똑히 보였다.

민섭의 심장을 관통하고 있는 붉은색 검이.

“막아라! 저 녀석들을 당장 떨어뜨려!”

오딘의 목소리가 천지를 울렸다.

동시에 발할라의 문이 다시 열리며 해골 병사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번엔 발할라를 지키던 발키리들도 모두 공격에 가세했다.

“어째서 그 녀석 얼굴이….”

‘이번엔 너희 뜻대로 되지만… 다음번엔… 그렇게 안 될 거야…. 천 년 후에 보자. 그땐 꼭 땅으로 끌어 내려 줄게.’

죽는 순간까지 웃고 있던 27대 인간의 왕, 그의 얼굴이 떠올랐다.

두근.

두근.

오딘의 몸에 이상 현상이 찾아왔다.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저 둘을 저대로 두면 필시 큰일이 생길 것임을.

발할라의 해골 병사들과 발키리들이 민섭과 최한이 있는 운동장에 당도했다.

치잉-.

“쿠에엑!!!”

해골 병사들의 검이 무방비상태인 민섭과 최한을 향했다.

“아이스 에이지.”

뚜두드득-.

순식간에 해골 병사들이 얼어붙었다.

그리고 수많은 인간들이 최한과 민섭의 앞을 막아섰다.

S급 능력자.

최수혁과 다른 길드장들, 그리고 강진철과 성녀의 모습도 보였다.

선두에 있던 최수혁의 입이 떨어졌다.

“이 녀석들이 난리 치는 거 보면… 아마 이게 유일한 희망이겠지. 몇 분 아니, 일 분이라도, 팔이 떨어져 나가도 지켜. 아마 이게 유일하게 저 녀석들을 이길 수 있는 마지막 기회야.”

최수혁과 S급 인원들이 최한과 민섭을 위해 시간을 벌기 위해 전투를 벌였다.

그 모습을 보던 민섭이 고개를 돌려 최한을 바라보았다.

“모두 알고 있었어. 이렇게 될 것도. 최한이 나를 죽여야 하는 것도….”

민섭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던 최한의 얼굴에 슬픔이 차올랐다.

“언제부터…. 대체 언제부터….”

“조금 됐어. 이 장면을 꿈에서 계속 봤거든.”

“너도 이 꿈을….”

“역시 너도 이 꿈을 꾸고 있었구나. 그런데 그 표정을 보니 칼에 대한 건 몰랐나 보네.”

민섭이 자신의 심장에 박힌 붉은 검에 손을 얹었다.

핏기가 없는 얼굴로 최한이 말했다.

“난… 내가 너를 찌르는 줄로만 알았는데….”

최한의 시선으로 민섭과 퀘스트창이 겹쳐졌다.

「튜토리얼 퀘스트 NO. 666

Last

미림고에서 삶과 죽음을 동시에 선물해 줄 검집을 찾아내어 죽여라.

(Time out – 8:15:21 )

보상

경험치 + 1,187,263,337

검집의 심장(EX)

획득 칭호

인간의 왕(EX)」

[실패 시 페널티 부과]

- 이세계 강제 전송

- 멸망

최한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고 있지만, 다른 것을 눈에 담고 있는 것을 눈치챈 민섭이 최한에게 말했다.

“너만 보이는 무언가가 있는 거지? 그래서 우리 학교로 온 거고…. 아마 그게 나… 아니, 이 검과 관련이 있는 거겠지.”

상태창을 향하던 시선을 민섭에게 옮긴 최한이었다.

“맞아…. 맞는데…. 이딴 거 무시해도 돼. 그러니까…. 그러니까….”

민섭이 고개를 저었다.

“부기가 죽기 전에 말해준 게 있어. 세상을 멸망시켜서라도 나를 지킨다고…. 아마… 멸망과 내 목숨. 너는 그 두 개 중에 한 가지를 선택하는 거겠지?”

마지막 퀘스트에 대한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민섭이었다.

최한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그저 땅만 바라보았다.

“많이 힘들었겠네, 최한….”

민섭의 그 한마디에 최한의 시야가 뿌예졌다.

“고마워…. 마지막까지, 오늘까지 기다려줘서. 내 목숨을 살리는 방법을 끝까지 찾으려 노력해줘서. 그래도… 방법은 이거 하나뿐이야.”

민섭이 시선을 돌려 시간을 벌고 있는 길드장들을 바라보았다.

다행히 아직 신들은 참전을 하지 않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버티는 게 고작이었다.

길드장들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벌어준 시간.

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은 민섭이었다.

민섭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슬픔을 꾹꾹 누르며 다시 최한에게 시선을 옮겼다.

“최한. 이제부터 내가 하는 얘기 잘 들어야 해. 그래야… 모두를 구할 수 있어. 27번째 인간의 왕이 내게 부탁한… 신을 끌어 내릴 수 있는 방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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