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귀환자 학교가다-126화 (127/211)

126화

“네가 그 사람을 어떻게….”

목소리까지 떨리는 최한과 다르게 민섭은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꿈에서 봤어. 정확히 그게 꿈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데 진짜 너랑 똑같이 생겼더라….”

“…….”

“혼자 짊어지게 해서 미안하다고 그래도… 내 가슴에 박힌 이 검이… 이 검을 쥔 진짜 인간의 왕만이… 지킬 수 있대…. 그 사람의 목숨으로 천 년 동안 인간을 더 살게 했으니… 이제… 네 차례야, 최한.”

최한이 말을 내뱉지 못했다.

민섭과 눈을 마주친 순간, 마지막 순간이 도래한 것을 느끼고는 도망치듯 눈을 감았다.

“이쯤이면 너도 알겠지? 예언의 반역자. 신을 끌어 내릴 열쇠. 이 단어에 담긴 의미를…. 진짜 신을 끌어 내리는 게 아니라….”

민섭이 자신의 몸을 관통하고 있는 검에 손을 올렸다.

“인간을 지켜줄 인간의 왕에게… 저 신들에게 대적할 힘을 주는 거였어. 하지만 이 칼을 품으면서 느낀 게 있어. 인간만이 아니야…. 저 신들에게 죽어간 거인들의 의지까지 전해져 있어. 어쩌면… 저렇게 되어버린 해골들의 의지까지도….”

“…….”

민섭이 쉬지 않고 말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최한은 어떤 대답도 하지 않고 도망치고 있었다.

“운동장 구석에 묶여 있는 저 파란 거인이 한재석이야. 아니… 이제는 로키라 불러야 하나. 저 녀석 심장에 이 칼을 박아 넣어. 그럼… 봉인이 풀리고 너의 기사가 되어 줄 거야.”

“…….”

“그다음까지는 모르지만, 탑에서 미미르가 학생회장님도 언급한 걸 보니, 아마 한재석처럼 너를 도와줄 거야. 이야… 탑에서처럼 최고의 팀이 탄생하겠네. 너까지 각성하고 나면 너희 팀 맡는 서번트는 진짜 고생이겠다.”

예전 생각이 나는 듯 톤이 높아진 민섭이었다.

긴 침묵만을 지키고 있던 최한의 입술이 떼어졌다.

“우리 팀의 서번트는 너잖아. 왜… 그런 얘기를…. 왜… 다시는 못 볼 사람처럼…, 남겨진 사람에게 하는 것처럼… 말하는 거야?”

최한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슬픔이 눈이며, 코며, 목소리에까지… 묻어 있었다.

민섭이 지그시 미소를 지었다.

이제 진짜 떠나야 할 시간이었다.

민섭이 최한의 손을 붙잡아 들었다.

“나… 행복했어. 최한과 함께한 이 몇 개월이…. 내가 살아왔던 10년이 넘는 모든 인생보다 더욱 소중하고 즐거웠어. 너와 만나지 않았다면… 난 살아도 사는 게 아니었을 거야.”

민섭이 최한의 손을 감싸 자신의 가슴에 박힌 검의 손잡이에 포갰다.

이미 눈물이 터져 버린 최한이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안 돼…. 제발….”

“나쁘고, 죄 많고, 욕심 많은 인간이지만… 그래도 주위에 이렇게 너를 사랑하는,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어. 그러니… 인간이 아직… 이 세상에… 이 지구에 더 살아가도 된다는 것을 네가 저 신들에게 보여줘.”

최한이 꾸던 꿈과 같은 장면.

하지만 그 의미는 완전 달라져 있었다.

쾅!

펑!

최수혁과 S급들이 해골 병사와 발키리들을 상대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운동장 주변, 폐허가 되어 버린 건물들과 도로 곳곳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시야에 들어오는 배경은 똑같았지만, 민섭과 자신이 처한 현실은 꿈에서 보던 것과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최한은 이제야 왜 민섭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은 것인지… 왜 자신이 울고 있던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콰과과광!!

엄청난 폭발음이 들렸다.

대지를 울리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 쓸모없는 것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오딘이 몸을 움직였다.

오딘이 손짓만 했을 뿐인데 해골 병사와 S급 능력자들이 있는 장소에 폭발이 일어났다.

“으아악!”

폭발이 일어난 검은 연기를 뚫고 빠르게 오딘이 운동장으로 향했다.

“네놈 뜻대로는 안 될 것이다! 옥….”

꾸욱-.

마지막 순간임을 깨달은 민섭이 최한의 손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즐거웠어, 최한. 내가 사랑했던 친구들을… 네가 사랑하는 인간들을… 지켜줘.”

민섭이 최한의 손을 잡고 자신의 가슴에 박힌 검을 뽑았다.

푹!

“아…. 아….”

최한의울음소리와 함께 엄청난 빛이 뿜어져 나와 모든 것을 삼켜 버렸다.

“안 돼!”

.

.

.

띠링!

「튜토리얼 퀘스트 NO. 666

Last

미림고에서 삶과 죽음을 동시에 선물해 줄 검집을 찾아내어 죽여라.

(Time out – 8:05:05)

보상

경험치 + 1,187,263,337

검집의 심장(EX)

획득 칭호

인간의 왕(EX)」

[실패 시 페널티 부과]

- 이세계 강제 전송

- 멸망

[NO. 666 퀘스트 완료]

[보상이 진행됩니다.]

[경험치 + 1,187,263,337 획득]

[인간의 왕(EX) 칭호를 획득합니다.]

[검집의 심장(EX)을 획득합니다.]

[페널티가 취소됩니다.]

.

.

.

띠링!!!

[튜토리얼 퀘스트 완료.]

[각성을 진행합니다.]

.

.

.

이름 : 최한

종족 : 인간

나이 : 18+3 (+100)

칭호 : 드래곤 슬레이어 (SSS)

근력 : SSS

민첩 : SSS

내구 : SSS

체력 : SSS

마력 : SSS

특성 : 미각성

최종 등급 : SSS

[&*#§#&]

[성질 변환을 시작합니다.]

이름 : 최한

나이 : ∞

종족 : 신

칭호 : 인간의 왕(EX)

능력치

근력 : (EX) B - 2111

민첩 : (EX) B - 2100

내구 : (EX) B - 2100

체력 : (EX) B - 2130

마기 : (EX) B - 2300

특성 : 옥황상제

최종 등급 : (EX) B

* * *

노랫소리가 들렸다.

누구의 목소리인지 인지할 수는 없었지만 짙은 슬픔이 묻어 있는 목소리였다.

너무도 환해 눈을 뜰 수 없었던 시야가 차츰 돌아왔다.

최한이 천천히 눈을 떴다.

“뭐야… 여긴 어디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빛의 세상.

끝을 알 수 없는 그 하얀 세상에서 최한이 눈을 떴다.

자신의 손에 들린 검이 눈에 들어왔다.

민섭의 가슴에 박혀 있던 붉은색 검.

최한이 빛에 잡아먹히기 전 민섭과의 일을 떠올렸다.

“민섭이는….”

최한의 목소리와 함께 노랫소리가 멈췄다.

그리고 누군가의 목소리가 최한의 귀로 들려왔다.

“그는 사명을 다하고 무로 되돌아갔다.”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최한이 몸을 돌렸다.

긴 머리의 남자.

흰색과 황금색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옷을 걸친 그 남자는 최한과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조금 나이가 든 최한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게 무슨 소리야…? 무로 되돌아갔다니….”

최한의 목소리에 남자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는 죽었다.”

쨍-.

검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개소리 집어치우고! 민섭이 어딨어!”

최한이 이성을 잃고 남자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허허… 친구가 목숨을 걸고 넘겨준 걸… 그리 버리면 쓰나.”

최한이 땅에 떨어진 검에 시선을 옮겼다.

마지막 순간이 떠올랐다.

민섭의 마지막 말이 떠올랐다.

모두 알고 있었다.

이놈이 말하기 전에도.

그저….

받아들이기 싫었을 뿐이다.

최한이 멱살을 쥐었던 손에 힘을 뺐다.

“미안하구나. 그 아이에겐 너무 무거운 짐을 지게 했어. 너에게도 그렇고….”

남자의 목소리에 최한의 고개가 떨어졌다.

“이런 미래… 이런 자리… 원하지 않았어. 이세계에 가는 것도, 이런 힘 따위도 원하지 않았어. 난… 그저… 친구가 사귀고 싶었을 뿐인데….”

“미안하구나. 하지만 그는 그 어떤 이보다도 용감하고 자랑스러운 일을 해냈다. 그는 진정한 영웅이야.”

영웅이란 소리에 최한의 머릿속으로 미소 짓고 있는 민섭의 얼굴이 떠올랐다.

‘죽어서야… 꿈을… 이뤘구나.’

“너에게도 미안하구나. 하지만… 네가 이 힘을 받지 않는다면… 미래는….”

남자의 말이 끝나자 최한의 머릿속으로 무언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찌릿 하는 느낌과 함께 최한의 머릿속에 영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D반 친구들과 조일환 선생. 최수혁과 다른 길드장들. 아는 얼굴들이 보였다.

그리고.

다음 장면을 본 최한의 표정이 사라졌다.

모두 죽임을 당했다. 처참하게. 아는 얼굴들도….

안면이 없는 인간들도 모두….

“이게 미래야.”

잠시 정적이 흘렀다.

최한이 분을 삭이듯 입술을 한 번 깨물었다.

최한이 고개를 들어 남자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본능적으로 알아볼 수 있었다.

그의 존재를.

“당신이… 27번째….”

“그래. 내가 27번째 인간의 왕이자… 전대 옥황상제니라.”

“우리가 어떻게 만난 거지…? 나도 죽은 건가…?”

27번째 옥황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미안….웃을 분위기는 아니지만, 네 반응이 재미있어서. 이건 내가 남겨둔 의지라고나 할까? 뭐… 길어야 오 분 남짓한 시간만 얘기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그거면 충분해. 너를 만날 수 있다면.”

“의지라…. 그럼 왜 나를 만나러 온 거지?”

27번째 옥황이 바닥에 떨어진 검을 주워 최한에게 건넸다.

“이것 때문이다.”

최한이 검을 건네받았다.

“이 검… 때문이라고…?”

“그래. 그 검은 무스펠헤임의 왕 수투르의 검이다.”

“수투르?”

“뭐… 이런 정보는 로키나 헤니르한테 배우고, 시간이 없으니 요점만 말하마. 그 전에….”

“자… 잠깐. 당신이 어떻게 스승님의 이름을?”

딱!

27번째 옥황이 손가락을 튕기자, 최한의 옷이 27번째 옥황과 똑같은 옷으로 변했다.

“뭐야…. 옷이….”

하지만 여기까지가 아니었다.

최한이 놀랄 틈을 주지 않으려는 듯이 또다시 손가락을 튕기는 27번째 옥황이었다.

최한의 귀걸이가 붉게 변하기 시작했다.

“이건….”

미미르와의 대화가 떠오른 최한이었다.

‘지금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하나… 그날이 오면 알게 될 것이다. 그 보석이 붉은색으로 변하는 날이 오면… 너의 진짜 모습을 마주….’

최한이 붉은색 보석으로 변한 귀걸이를 만지며 미미르를 추억했다.

“이런 뜻이었나….”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던 27번째 옥황이 입을 뗐다.

“이 정도면 어느 정도 갖춰진 거 같고…. 그럼 이제 마지막으로….”

“뭐… 뭐 하는 거야…?”

27번째 옥황이 최한을 끌어안았다.

“이유도 모른 채 엄청난 짐을 지게 해서 미안하구나. 이제 그 이유를 알려주마.”

최한의 머릿속으로 전대 옥황들의 기억이 빨려 들어갔다.

“이… 이건….”

“28번째 옥황…. 아니, 천 년 후의 나여. 우리의 존재는 지금의 순간을 위한 초석이었다. 27번이나 윤회하며 그 검이 나타나길… 그리고 그 검의 주인에게 오딘의 눈이 모이길 기다리고 있었다.”

전대 옥황들의 의지가 계승되고 있었다.

뚜둑-.

빛이 가득한 공간에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뭐야…? 무너지고 있어….”

“시간이 다 되었나 보군.”

몸을 한 발짝 뒤로 물린 27번째 옥황이 최한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누구보다 인간을 사랑하는 왕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꼭 저 콧대 높은 신들에게 인간이 신에 지배를 받지 않아도 살아갈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길 바란다.”

아직 물어볼 것이 산더미처럼 많았지만, 27번째 옥황의 미소를 본 순간 강하게 입술을 다무는 최한이었다.

한없이 아쉬운 표정으로 누구보다 슬픈 눈빛을 지니고 있었다. 마지막 순간인 것을 알아챈 최한이 오랜 기간 참아 왔었을 그 말을 기다려 주었다.

“천년 후의 나여. 나의 목숨으로… 천년의 시간을 벌어 너에게 전했다. 그러니… 나 대신… 전대 옥황들 대신… 우리가 사랑했던 인간을 지켜줘.”

27번째 옥황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빛이 모든 것을 삼켜 버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