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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127화 (128/211)

127화

무녀의 예언이 있었다.

‘아스가르드의 영광은 끝날 것입니다. 예언의 반역자가 나타나 신을 끌어 내리고, 숨어 지내오던 거인의 복수가 시작될 것입니다. 무스펠헤임의 꺼지지 않는 불꽃이 주인을 만나 아스가르드를 태워 버릴 것입니다.’

모습을 바꿔 몇백 번이나, 최고 신에게 전했지만, 무녀는 언제나 목이 잘리고 말았다.

신은 생각했다.

가짜다.

하등한 인간이 만들어낸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겨우 백 년밖에 살지 못하는 인간 말 따위 믿지 말자고.

하지만….

아무리 믿지 않으려 해도, 마음속에 있는 불안의 불씨를 완전히 꺼트리지는 못했다.

많은 것을 가진 자는, 그만큼 잃을 것이 많으니까.

* * *

눈을 가렸던 하얀 빛이 사라져 갔다.

학교에 있던 모든 인간들의 시선이 빛이 뿜어져 나오던 운동장 중앙으로 향했다.

최한과 민섭이 있던 운동장 중앙.

눈을 가릴 정도의 빛은 사라졌지만, 아직도 최한과 민섭이 있던 그 지점에는 아지랑이처럼 빛의 잔상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잔상 속에서 우두커니 서 있는 그림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최한과 민섭에게 달려들던 오딘이 공중에서 눈을 가리던 손을 천천히 내리며 말했다.

“왜… 한 사람의 그림자만….”

빛의 중심에 서 있던 최한의 눈이 천천히 떠졌다.

자신을 향해 날아오던 오딘이 보였다. 그 아래로 피를 내뿜으며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는 길드장들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조금 시선을 위로 올리자, 지구를 파멸로 이끌기 위해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는 행성이 보였다.

그리고 그 행성을 떨어트린 장본인. 티르의 모습이 마지막으로 눈에 들어왔다.

“다 죽어라! 인간들아!”

최한이 많은 일을 겪는 동안, 현실에서는 찰나의 시간밖에 흐르지 않은 듯했다.

빛의 공간에서 옥황과 나눈 대화는 짧았지만, 최한이 느끼는 모든 것들을 바꾸어 놓았다.

최한의 머릿속으로 전대 옥황상제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예언의 반역자.

민섭의 마지막 미소가 떠올랐다.

‘인간들을 지켜줘.’

“누가 준 거지? 인간을 죽여도 되는 자격을….”

자신을 향한 목소리임을 단번에 알아챈 티르의 미간이 구겨졌다.

티르의 시선이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옮겨졌다.

최한의 목소리에 오딘의 하나밖에 없는 동공이 흔들렸다.

운동장에 남아 있던 빛의 잔상이 안개가 걷히듯 사라져 갔다.

이제는 그림자가 아닌 모든 것을 판별할 수 있을 정도로 모습을 드러낸 한 남자의 모습에 최고 신, 오딘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너…… 너는…….”

오딘의 눈으로 천 년 전 자신에게 도전했던 한 남자의 모습이 들어왔다.

너무도 짙어 푸른빛이 감도는 것 같은 검은 머리칼.

선과 악 모두를 담고 있는 날카롭지만, 무엇보다 깊은 눈동자.

분명 천 년 전 자신에게 죽임을 당했던 옥황상제의 모습이었다.

하나…… 오딘은 느낄 수 있었다.

천 년 전 그놈이 아니다.

외형은 똑같았지만, 본질적으로 천 년 전 옥황과 확연히 다른 한 가지가 있었다.

“그…… 무기는…….”

최한의 손에 들려진 붉은 검의정체를 간파한 오딘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두려움에 떠는 것이 아닌, 분노와 질투심에 기반을 둔 그 감정이 몸을 자극하고 있었다.

‘나조차도 그 검에게 선택받지 못했거늘…….’

최한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S급 길드장들과 옥상에서 울고 있는 아이들을 눈에 담고는 고개를 움직여 공중에 떠 있는 티르를 바라보았다.

“마지막으로 묻지. 누가 준 거지? 인간을 죽여도 되는… 그 자격을.”

최한이 각성했다는 것을 알아챈 티르가 얼굴 가득 미소를 지었다.

“자격 따위 필요 없어, 신이니까. 인간을 죽이고 살리는 것 따위 신의 기분으로 정하면 되는 거야.”

그 말이 진심이란 것쯤은 어린아이라도 알아챌 수 있었다.

하찮은 것을 볼 때의 눈빛을 하고 얼굴 가득 비웃음을 짓고 있었으니까.

“그것보다 너, 강해졌군. 피부로 느껴져. 이대로 죽이기 아쉬운데? 어때? 다시 한번 결투를 하는 게….”

“난 허락한 적 없다. 인간의 목숨을 가져가는 것을.”

최한의 목소리가 티르의 목소리를 잘랐다.

“감히 신의 말을 자르다니. 인간 주제….”

티르의 목소리가 멈췄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

눈을 마주친 순간, 이미… 존재감만으로 영혼 전체가 사슬에 묶여 버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최한이 손에 들고 있던 붉은 검을 움켜쥐고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검을 다루는 가장 기본적인 자세.

그저 위에서 아래로 내려치기 위한 준비 단계였다.

“인간의 왕. 옥황상제의 이름으로 아스가르드의 신들에게 선포한다. 더 이상 단 하나의 목숨도 빼앗지 못할 것이다. 세상을 달라면 줄 수도 있다. 하나, 한 번만 더 인간들의 목숨을 가져가려 한다면….”

최한이 쥔 붉은 검에서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가장 가까이에 있던 오딘이 빠르게 몸을 이동하며 티르에게 소리쳤다.

“도망치거라! 티르여!”

티르가 오딘의 목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몸을 피하기 위해 허공에 차원을 이동할 수 있는 포탈을 열었다.

“각오하도록 해. 너희도 죽는다는 걸 알려줄 테니까.”

최한이 하늘 높이 치켜올렸던 수투루의 검을 내려쳤다.

치이잉-.

붉은 검에서 솟구치던 불꽃이 바람을 타고 하늘로 치솟기 시작했다.

슈우웅-.

굉음을 내며 불꽃이 뻗어 나갔다.

그간 최한이 사용했던 공격들과는 달랐다.

원래라면 지금쯤 엄청난 폭발음을 내며 터졌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티르를 노렸다면 벌써 불꽃이 폭발을 일으켰어야 했는데 그러지도 않았다.

강하게 검을 내려치기 위해 구부렸던 왼쪽 무릎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최한이었다.

최한의 공격에 소리까지 치며 몸을 피했던 오딘이 최한을 내려다보았다.

“뭐지…? 분명 엄청난… 마기가 느껴졌었는데…?”

착각을 한 것이 아니었다.

저 검은 무스펠헤임의 왕 수투르의 검.

아스가르드의 전설로 내려오는 최강의 무기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궁니르와 마찬가지로 한 번 휘두르면 차원 하나를 사라지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무기.

세상의 모든 지혜를 얻은 자신이었다.

착각할 리가 없다.

저것은 분명 수투루의 검이 맞다. 모든 힘을 끌어낸 것은 아니지만, 각성한 저 녀석은 지금 신의 자리에 올랐을 터.

‘티르를 노리고 공격을 한 것 같았는데… 공격이 사라지기라도 한 건가…?’

분명 폭발이 일어났어야 했다.

아무리 티르가 빠르게 몸을 옮겼었어도 포탈이나, 티르가 있던 허공에 불꽃이 부딪혀 폭발을 냈어야 했는데….

오딘이 불안감을 지우지 못한 표정으로 최한만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미소가 보였다.

입꼬리만 말려 가는 작은 웃음.

웃음에는 많은 종류가 있다.

비웃음.

기분이 좋을 때 나는 웃음.

사랑하는 사람을 보면 절로 나오는 웃음.

등등.

그러나 지금 오딘의 눈에 담긴 저 웃음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뤘을 때 보이는 웃음이었다.

최한의 얼굴 위로 천 년 전 27번째 옥황의 마지막 모습이 겹쳐졌다.

‘이번엔 너희 뜻대로 되지만… 다음번엔… 그렇게 안 될 거야…. 천년 후에 보자. 그땐 꼭 땅으로 끌어 내려 줄게.’

무언가 깨달은 오딘이 빠르게 시선을 하늘 높이로 옮겼다.

“그대는… 정말… 나를 이기기 위해 천 년을….”

운동장 바닥에 쓰러져 있던 길드장들의 시선들도 모두 하늘 높은 곳을 향하고 있었다.

“지져스….”

“SSS급 저 녀석 이제….”

상처 때문에 얼굴이 피로 물들어 있는 최수혁이 허탈한 웃음을 보였다.

“그래. 아마 인간이 아닐 거야. 인간은 절대 저런 거 못 하니까….”

오딘과 길드장들의 시선이 멈춘 곳.

하늘보다 더 높은 곳.

너무도 급박한 사건들과 전투로 인해 아주 잠시 잊혔던 한 가지.

지구를 멸망시키기 위해 떨어지던 행성.

그 행성이 반으로 잘려 있었다.

육안으로 확인될 정도로 명확하게 반으로 쪼개진 행성의 사이가 점점 벌어져 갔다.

그리고.

화르륵-.

그 잘린 단면에서 불길이 용솟음치기 시작했다.

콰과과광!!!!!!!

엄청난 폭발음이 들리고 단면에서 불길이 일어난 지 몇 초도 되지 않는 그 순간에 거대한 행성이 모두 타버렸다.

작은 운석 조각 하나 떨어지지 않았다.

재조차 떨어지지 않았다.

무스펠헤임의 불꽃이 5초도 되지 않는 순간에 지구만 한 행성 하나를 모두 태워 버렸다.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던 백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강한 정도가 아니다.

최한이 강해지긴 했으나, 저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꽃은 분명 일반적인 불과는 다른 성질을 지니고 있었다.

저 불꽃은 백설이 애타게 찾던 그 불꽃이다.

‘모든 것을 태울 수 있는 불꽃. 아스가르드도… 신들도…. 그리고 지옥의 왕도….’

최한을 눈에 담던 백설이 천천히 눈을 감았다.

‘내 제안을 거절하긴 했지만… 너는 너의 할 일을 잘 끝마쳤다. 그러니 그곳에서는 편히 쉬어라.’

그렇게 백설은 무로 되돌아간 민섭을 보내주었다.

인간을 멸망시키기 위해 떨어지던 행성을 파괴한 최한이 자신의 손에 들린 검을 내려다보았다.

‘무스펠헤임의 왕. 수투르의 검이라…. 아직 내 힘으로 다룰 수 있는 건… 길어야 오 분 정도인가….’

온몸의 마기가 빨려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그저 한 번 내리쳤을 뿐인데, 체내의 축적된 마기의 반을 사용했다.

손에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약간이지만, 마기가 빨려 들어가고 있다.

“내 체력 다 빼앗기기 전에 어느 정도정리는 해둬야겠군.”

말을 마친 최한이 빠르게 몸을 이동시켰다.

공중으로 올라선 최한이 티르가 있었던 장소에 멈춰 섰다.

후-.

긴 날숨을 내뱉은 최한이 허공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쨍그랑-.

공간이 일그러지고, 차원의 통로가 깨부숴졌다.

최한의 팔이 포탈을 통과하고 있었다.

“내가 시간이 없어서 말이야….”

반쯤 들어가 있던 팔이 포탈에서 나오고 있었다.

“이거 놔! 이놈 대체 어떻게 차원의 통로에 들어온 거야…?”

최한의 손에 머리채를 붙잡힌 티르가 포탈을 뚫고 나왔다.

“장부기.”

“뭐?”

최한이 붙들고 있던 티르의 머리채를 자신의 얼굴 앞으로 강하게 당겼다.

“장부기. 네가 죽인 인간… 아니, 네가 죽인 내 친구의 이름이다.”

“후훗. 예언의 반역자를 지키던 벌레를 말하는 건가? 나는 죽인 인간의 이름을 일일이 기억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말이야.”

비웃음 가득한 얼굴이었다.

티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신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까지 오만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 같았다.

“기억할 필요 없어. 너 따위 놈한테 기억되기에… 너무 아깝고 소중한 이름이니까.”

티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까부터 잘못 느끼고 있는 게 아니었다.

이 눈….

눈동자를 마주치고 있는 것만으로도 느껴지는 이 중압감….

끝없는 강함.

아니, 끝없이 강해질 수 있는 잠재력에 몸이 반응 하고 있는 것이었다.

“마지막이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멸왕성을 쓰지 말고… 제대로 겨뤄나 볼 걸….”

툭….

전쟁의 신.

티르의 목이 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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