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화
화르륵-.
오딘의 배를 관통하고 있는 타오르는 창의 모습에 백설과 인간들이 표정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것은 최한도 마찬가지였다.
저 망치를 들고 있는 토르라는 신과 무기를 한 번 부딪히는 것만으로도 체력이 전부 깎여 나가는 느낌이었는데….
최한의 시선이 한재석 아니, 이제는 본 모습을 되찾은 로키에게 향했다.
공격 한 방으로 최고신의 배를 뚫어 버린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도 로키의 표정은 태연했다.
마치 이 정도 일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아군 하나 늘리자는 식으로 살려냈는데… 저 녀석 완전 사기캐잖아…?’
오딘이 자신에 배를 관통한 창을 내려다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살점을 녹이며 타오르고 있었지만, 오딘은 창을 빼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서리 거인 주제에 불꽃을 사용하다니. 어울리지 않게 말이야….”
로키가 어깨를 으쓱하며 코웃음을 쳤다.
“훗…. 그렇게 갑자기 출생의 비밀을 떠벌리지 말라고. 나 거인족인 거 모르는 신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건 그렇고 너야말로 어울리지 않게 뭐 하는 짓이야?”
로키가 손가락을 한 번 튕겼다.
오딘의 배에 박혀 있던 불의 창이 성이 난 듯 강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으아악!”
오딘의 비명이 이어졌다.
땅에 있던 인간들 모두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손이 닿지 않을 만큼 강했던 최고신이 손도 못 쓰고 당하고 있었다.
새롭게 등장한 저 로키라는 인물의 강한 힘에 속으로 감탄만 하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 장난은 그만하지? 너 그런 캐릭터 아니었잖아. 장난의 신 타이틀은 내 거라고.”
로키의 목소리에 최한이 타오르고 있는 불길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장난…이라고…?’
불길에 잡아먹히고 있는 오딘의 모습을 눈에 담고 있던 최한의 눈동자가 떨렸다.
“뭐… 뭐야…. 저건 해골 병사잖아.”
오딘의 살점이 녹아내리자 해골 병사의 모습이 드러났다.
자칫 살이 모두 타버려 뼈만 남아 있는 것이라 착각할 수도 있을 테지만, 들고 있는 검과 방패 그리고 머리에 쓰고 있는 투구가 원래 정체가 해골 병사라는 사실을 뒷받침했다.
“언제 바꿔치기한 거지…?”
“처음부터겠지.”
혼잣말처럼 울린 최한의 목소리에 로키가 대답했다.
“뭐…? 처음부터라고?”
“저길 봐라.”
최한의 시선이 로키가 턱짓한 곳으로 옮겨졌다.
미림고 상공에 떠 있는 거대한 요새.
죽은 자들의 성, 발할라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성의 문 바로 위.
발키리에게 둘러싸인 한 무리의 해골 병사들이 보였다.
“역시… 네 눈은 속일 수 없구만. 변신술의 귀재답군.”
해골 병사의 모습이 흐릿해지며 오딘의 모습으로 변하였다.
“대장이 전쟁의 선봉에 서 있을 수는 없으니까.”
키득거리는 웃음을 보이며 로키가 고개를 저었다.
“역시 비겁한 짓은 전 차원 최고라니까.”
“비겁이라니. 계산적이라 해주게. 이래야 최고신의 자리에 있을 수 있거든.”
노인의 모습을 한 오딘의 얼굴에 큰 웃음이 지어졌다.
“역시 넌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아. 왜 그렇게까지 최고의 자리에 집착하는 건지…….”
“너 따위 근본 없는 반신이 알 리가 없지.”
“출생의 비밀 좀 말하지 말라니까? 부끄럽게.”
여유롭고 차분한 표정만 짓고 있던 로키의 눈매가 사납게 변했다.
팟!
화르륵!
어떠한 손짓이나, 마법 발동 주문도 읊지 않았는데, 로키의 몸 앞으로 거대한 불의 창이 나타났다.
가볍게 타오르던 불의 창이 엄청난 추진력으로 하늘로 쏘아졌다.
파파파팟!
운동장에 엄청난 바람이 일었다.
마치 우주선을 발사할 때처럼 엄청난 후폭풍이 일어났다.
엄청난 추진력으로 날아간 불의 창이 공간을 일그러트리며 오딘을 향해 나아갔다.
슈우웅!
공간이 버티지 못할 정도의 강함.
하늘에 퍼져 있던 해골 병사들과 발키리들이 열기만으로 재가 되어 버렸다.
지이이잉-.
엄청난 굉음을 내뿜으며 날아가던 불의 창이 오딘에게 직격했다.
콰과과광!!!!
오딘이 있던 곳이 열화에 잡아먹혔다.
오딘의 주위에 있던 해골 병사들과 발키리가 순식간에 세상에서 지워졌다.
공격을 보고 있던 최한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자신도 각성을 하고, 이제 신을 죽일 정도의 힘을 가지게 되어. 자만까지는 아니지만, SSS급일 때와는 비교도 하지 못하는 엄청난 경지에 올랐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로키의 공격을 보고 한 가지 진실과 마주할 수 있었다.
‘난 아직 멀었어….’
최한이 로키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정보 열람.”
말이 끝나기 무섭게 로키의 상태창이 최한의 눈에 보였다.
이름 : 한재석
나이 : ∞
종족 : 거인족, 신
칭호 : 장난의 신 (EX)
능력치
근력 : (EX) S – 3,211
민첩 : (EX) S – 3,222
내구 : (EX) S – 3,050
체력 : (EX) S – 3,130
마기 : (EX) S – 3,400
특성 : 로키
최종 등급 : (EX) S
등급 제한으로 열람 불가.
‘나처럼 각성을 한 건가…. 모습은 바뀌었지만, 아직 이름은 한재석인데….’
로키의 모습을 눈에 담던 최한이 입술을 매만졌다.
“이건 직접 물어보는 수밖에 없겠군.”
최한이 로키와 겹쳐진 상태창으로 다시 시선을 옮겼다.
또다시 보이는 (EX) 등급.
‘아마 EX를 제외하면 등급은 기존에 있던 것과 비슷한 차이가 난다고 보면 되겠지.’
B급과 S급의 차이는 학교에서도, 길드장들을 통해서도 많이 봐오던 최한이었다.
‘신들의 세계에서 난 강한 편이 아니라는 거군.’
인간 중에서 가장 강했던 SSS급.
이제는 다시 시작이다.
로키의 상태창에 레벨이 없는 것으로 봐선 자신만이 레벨업을 통해 강해질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어떤 방법으로….’
그때.
“역시 불을 다스리는 신. 이 정도의 상위 마법을 손짓조차 없이 사용하다니.”
치지직-.
오딘을 뒤덮었던 불길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공간을 일그러트릴 정도로 강한 공격을 순식간에 파훼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작은 상처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아니, 그을음조차 없었다.
(EX) S급.
자신보다 몇 배는 강한 로키의 공격이었는데….
멀쩡하다니….
충격을 받은 최한과 달리, 이미 결과를 알고 있었다는 듯, 로키는 아쉬움 없는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역시 이 정도론 상처도 낼 수 없는 건가? 나름 내 기술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고위 마법이었는데 말이야.”
SSS급 때는 느낄 수 없던 엄청난 두근거림이 느껴졌다.
자신보다 강한 존재들의 싸움을 보는 것이 얼마 만인가.
최한이 오딘을 바라보았다.
‘저 녀석은 대체 얼마나 강한 거야….’
최한의 눈앞에 상태창이 나타났다.
이름 : 오딘
나이 : ∞
종족 : 신
칭호 : 아스가르드의 왕 (EX)
능력치
근력 : (EX) SS – 3,603
민첩 : (EX) SS – 3,666
내구 : (EX) SS – 3,555
체력 : (EX) SS – 3,777
마기 : (EX) SS – 3,800
특성 : 네크로맨서
최종 등급 : (EX) SS
등급 제한으로 열람 불가.
(EX) SS급.
노인의 겉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역시 로키의 기술을 단번에 날려 버린 존재.
S급과 SS급의 차이도 땅과 하늘의 차이.
‘역시… 마지막 보스라 이건가? 지금 내 힘은 통하지도 않겠군….’
“윽!”
오딘의 상태창에 집중하고 있던 최한이 신음을 흘렸다.
깡!
최한이 손에 들고 있던 수투루의 검을 내팽개치듯 바닥에 떨어트렸다.
“젠장… 오 분이 지난 건가….”
로키와 오딘에게 집중하느라 자신의 마기가 모두 빼앗긴 것을 이제야 깨달은 최한이었다.
바닥에 덩그러니 놓여 있던 수투르의 검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점점 더 거세게 빛을 뿜어내던 수투루의 검이 이내….
펑!
펑!
화르륵!
엄청난 불덩어리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마치 폭죽놀이를 연상시키듯 작은 불똥들이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가 폭발하듯 크게 터져갔다.
단지 폭죽과 다른 게 있다면….
“안 돼!”
최한이 불똥이 튄 체육관을 눈에 담았다.
화르륵-.
작게 떨어져 나간 불꽃이 체육관을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활활.
너무도 잘 타고 있었다.
저 불꽃은 마치 영양분을 섭취하듯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먹어 치워 갔다.
3층 높이의 체육관을 전부 태워 버리는 데 5초도 걸리지 않았다.
‘멈춰야 해.’
최한이 폭주하는 검을 진정시키기 위해 다시 주우려 했지만….
화르르륵!
마치 적에게서 자신을 보호하려는 듯이 더욱 강하게 불꽃을 내뿜는 검이었다.
“으윽!”
이러는 와중에도 불똥은 쉬지 않고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툭.
화르륵-.
“안 돼!”
운동장 구석으로 떨어진 불꽃이 야금야금 눈앞에 있는 모든 것에 옮겨붙어 갔다.
스탠드를 지나 수돗가를 모두 태워 버렸다.
다행히 아직 학교 건물에 직접적으로 불똥이 튀진 않았지만.
작은 불똥 하나만 건물에 닿더라도 순식간에 불에 잡아먹힐 것이다.
‘건물에 아직 사람이 많을 텐데. 옥상에는 우리 반 아이들도….’
최한이 폭주하고 있는 수투루의 검 주위를 발로 강하게 밟기 시작했다.
“안 돼! 제발 꺼져! 제발… 제발….”
우선 다가오지 못하게 방어막을 형성하고 있는 불길부터 잡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화르륵!
불꽃은 더욱 성이 난 듯 몸집을 키워갈 뿐이었다.
“칫!”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로키가 혀를 차며 귀찮은 표정을 지었다.
“아직은 그날이 아닌가 보군.”
로키의 고개가 오딘을 향해 들렸다.
“너희 운 좋은 줄 알아라. 아직 저놈이 삐리해서 너희 목숨 조금 더 연명하는 거야.”
오딘을 쏘아보던 로키의 눈매가 일그러졌다.
“닥쳐라! 배신자!”
이미 목소리가 들리기도 전에 로키는 그가 자신을 향해 공격해 오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콰과과광!!!!!
토르의 주먹이 번개를 뿜어내며 로키가 서 있던 곳에 직격했다.
지지직-.
전류가 땅으로 빨려 들어가며 바닥에 큰 싱크홀을 만들어 냈다.
“이야…. 힘센 건 여전하네. 오랜만이다, 번개돌이.”
로키가 마치 자신의 일이 아닌 양, 토르를 쳐다보며 너스레를 떨었다.
토르가 몸을 세우며 얼굴을 구겼다.
“그렇게 부르지 말랬지!”
토르가 땅을 차며 강하게 나아갔다.
“하아…. 난 육탄전 별로인데…. 남자끼리 살 맞대는 건 좀 그렇더라고. 그러니까….”
표정이 달라진 로키가 크게 소리쳤다.
“어딘가에서 보고 있지! 지금이야!”
로키에게 날아들던 토르의 미간이 구겨졌다.
“무슨 소리….”
토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자신도 모르게 주먹이 반응했다.
쾅!
지지직-.
엄청난 폭발음이 들리고.
토르의 주먹이 누군가의 손에 잡혀 있었다.
“너… 너는….”
토르의 눈동자가 아직도 떨리고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왕자님.”
앞을 막아선 노인의 얼굴을 확인한 토르의 입술이 비틀어졌다.
“대체 어떻게 네가 여기에 나타난 거냐…. 헤니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