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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130화 (131/211)

130화

헤니르.

나이 많은 신.

인간들에게 이성을 선물했다.

* * *

“이 배신자 녀석…. 어디에 숨어 있다가 이제야 나타난 거냐?”

물음에 독기가 서려 있었다.

자신의 주먹을 막은 것은 신경 쓰지조차 않았다.

최강이라 칭송받는 자신이었지만, 눈앞에 사내는 아스가르드의 전투 대장.

자신도 그의 밑에서 기술을 배운 적 있으니까.

여유로운 표정으로 헤니르가 대답했다.

“말은 똑바로 하셔야죠, 왕자님. 저는 배신자가 아닙니다. 그저 인간을 사랑하는 주신의 역할을 다할 뿐.”

말을 마친 헤니르가 눈알만 살짝 움직여 운동장에 있는 최한을 눈에 담았다.

“안 돼! 제발 좀 꺼지라고!”

얼마 만에 보는 못난 제자의 모습인지.

처음 만났을 때와 달리 각성을 하고 신의 자리까지 오른 듯 보였지만, 스승의 눈에는 아직까지….

“못난 제자 놈…. 준비는 갖춰진 모양이지만, 아직 제대로 다루지는 못하는 거 같군. 뭐… 오늘은 대의를 위한 출발점에 불과하니….”

혼잣말을 마친 헤니르가 가볍게 날숨을 한 번 쉬고는 최한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귀걸이를 만지거라!”

운동장을 가득 채운 그 목소리에 최한이 그제야 자신의 스승 헤니르를 발견했다.

“스승님…….”

“시간이 없다! 어서….”

쾅!

콰과광!!!!

콰과과광!!!!!

“스승님!”

하늘에서 내려친 번개가 헤니르를 덮쳤다.

“이놈…. 감히 나를 앞에 두고 한눈을 파는 것이냐.”

토르의 번개를 맞은 헤니르의 몸이 연기에 가려졌다.

한 방이 아닌, 산발적으로 내려친 번개에 무방비로 공격당한 헤니르였다.

하지만.

“한눈을 팔다니요.”

토르의 눈동자가 세차게 떨렸다.

꽉-.

토르의 주먹을 잡고 있던 헤니르의 손이 더욱 강하게 쥐어졌다.

“이렇게 왕자님에게 집중하고 있지 않습니까. 왕자님이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연기가 모두 걷히자 토르의 주먹을 강하게 잡고 있는 헤니르의 모습이 드러났다.

토르를 보며 미소를 짓고 있던 헤니르가 최한에게 다시 소리쳤다.

“시간이 없다! 빨리 귀걸이를 만져!”

스승의 목소리에 최한이 미미르에게서 받은 귀걸이에 손을 얹었다.

‘에잇. 어떻게든 되겠지.’

최한이 붉은 보석이 달린 귀걸이를 만지자 귀걸이가 붉은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아이템이 활성화에 들어갑니다.]

@@@@[시스템이 로딩됩니다.]

최한의귀로 이상한 기계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바닥에 있던 수투르의 검이 빛나기 시작하더니, 검의 주위를 에워싸며 타고 있던 불들이 사그라들었다.

@@@@[로딩 완료]

딱!

이상한 기계음이 사라지자, 수투르의 검에 검집이 채워졌다.

급작스럽게 해결된 상황에 최한이 어안이 벙벙해 눈만 껌뻑이며 바닥에 있는 검만을 바라보았다.

이 장소에서 귀걸이에 능력을 가장 잘 이해하고, 경악을 감추지 못한 인물은 따로 있었다.

“저… 저것은… 내 눈. 어째서 저것이 저 녀석에게.”

힘을 발현하기 전까지는 자신의 눈인 것을 알아채지 못했었다.

그러나.

저 정도의 불을 잠재울 정도의 마법 연산을 마법진 없이, 이 정도의 속도로 전개할 수 있는 장비는 이 세상에 없다.

신의 육체 외에는….

게다가 안대 아래로 느껴지는 시큰거리는 이 고통.

그것에 오딘은 저것이 제 몸의 일부라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밖에 없었다.

작은 공명이 느껴졌다.

“미미르 이 녀석! 눈을 뺏어간 이유가….”

오딘이 입술을 비틀었다.

최고신의 자리, 대장의 자리에 있어 지금까지 직접 전선에 나서지 않았던 오딘이었지만, 수투르의 검과 자신의 눈이 관여되어 있다면 이제는 얘기가 달라진다.

‘저 두 개의 무기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날이 오게 되면….’

라그나로크.

모든 신이 죽는 마지막 전쟁.

그것이 진정 일어날지도 모른다.

“이 자리에서 죽여주마!”

오딘이 최한을 향해 엄청난 기세로 날아들었다.

바람을 찢는 빠르기.

토르를 막고 있던 헤니르가 오딘의 움직임을 눈치챘다.

“오늘은 여기까지인가 보군.”

토르를 보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남기며, 헤니르가 빠르게 눈알을 굴렸다.

운동장 바닥에 온몸이 그을린 채 죽어 가고 있는 강진철을 눈에 담았다.

‘우선…. 저 녀석. 그 정도 공격을 받고도 아직 숨이 붙어 있군. 쓸 만하겠어.’

다음으로 붉은 머리를 가진 백설에게 시선을 옮겼다.

‘천 년 전에 그 아이인가. 느낌이 다르군. 설마…. 그래서 이 싸움에 관여를 안 한 거군.’

헤니르가 다시 시선을 움직여, 이번에는 최한을 눈에 담았다.

이제는 잠잠해진 수투르의 검을 집어 들고 있는 최한의 모습.

‘음…. 저 녀석이 더욱 강해지려면….’

헤니르가 시선을 움직여 학교 내에 있는 모든 인간들을 빠르게 눈에 담았다.

‘회복 마법을 쓰는 놈도 있으면 좋을 거 같은데….’

그때.

빠르게 움직이던 헤니르의 시선이 멈췄다.

온몸에서 느껴지는 강한 기운.

성녀를 발견한 헤니르의 얼굴에 만족의 미소가 지어졌다.

먼 곳에 두었던 시선을 옮겨 자신의 바로 앞에 있는 토르의 얼굴을 바라보는 헤니르였다.

“그때의 복수를 해주마.”

“뭐….”

헤니르가 빠르게 최한을 향해 날아가고 있는 오딘과 눈을 마주쳤다.

“그때의 복수를 해주마. 비겁한 수를 써서 차지한 그 자리에서 꼭… 끌어내려 주마.”

눈이 마주친 오딘의 눈동자가 세차게 떨렸다.

“네놈이 그걸 어떻게….”

팟!

헤니르의 몸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헤니르가 눈으로 담았던 다른 이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최한과 백설, 그리고 강진철과 성녀의 모습도 함께 사라졌다.

“이건 차원 이동술…. 헤니르 녀석 또 어디로….”

토르가 사라진 헤니르에 분노하고 있던 그때.

“오늘 노는 건 여기까지야.”

토르와 오딘의 시선이 로키에게 향했다.

딱!

로키가 손가락을 튕겼다.

“너희도 이제 집에 가.”

토르와 오딘의 눈으로 로키의 장난스러운 미소가 담기자마자.

“이 느낌은….”

“이놈! 로키!”

분노를 표출하던 토르와 오딘의 몸이 사라졌다.

하늘을 수 놓았던 해골 병사들과 발키리. 그리고 천공의 요새 발할라마저 순식간에 모습을 지웠다.

“휴…. 나도 이제 가볼까….”

로키가 이제는 침묵만 흐르는 미림고를 눈에 담더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터벅.

터벅.

운동장을 지르밟던 로키의 몸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전 인류의 마지막 날이 될 것 같았던 오늘.

그 중심에 있던 미림 고등학교.

아무리 얘기한다 해도 이곳에 있었던 이가 아니라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 같은 신들의 싸움.

그리고 살아남은 인간들….

오지훈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사… 살아남았어….”

* * *

세계수의 가장 높은 곳.

신의 나라.

아스가르드.

그곳의 중심부인 왕의 권역에는 세 개의 거대한 성이 있었다.

주신 오딘이 살고 있는 성과 전사자의 큰집이라 불리는 발할라.

그리고.

거대한 위용을 떨치고 있는 또 하나의 성.

오딘이 이곳을 왕의 권역으로 고른 이유이자, 아스가르드 왕족에게만 허락된 엄청난 비밀이 숨어 있는 그곳.

다른 왕국으로 이동할 때 쓰는 웜홀인 비프로스트가 있는 그 성에서 오딘과 토르가 눈을 떴다.

세계수의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웜홀인 검은 포탈 ‘비프로스트’가 가장 먼저 눈에 보였다.

방금까지만 해도 지구에 있던 자신이 왜 이곳에 있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토르였다.

“대체 왜….”

“이건 로키의 기술일 거다. 아마 우리를 역소환시킨 거겠지.”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지만, 오딘의 얼굴은 그렇지 못했다.

크게 감정을 표출하고 있진 않지만, 얼굴 곳곳이 구겨져 있었다.

“그럼 어서 다시 쫓아가시죠. 아니면 미드가르드로 내려가 휴거라도 속행하시죠. 그러면 인간의 왕은 참지 못하고 다시…….”

“음… 그것도 어려울 것 같구나.”

오딘의 목소리에 토르의 시선이 오딘이 바라보고 있는 곳으로 옮겨졌다.

지직.

지지직-.

소용돌이치던 비프로스트에 전류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저건….”

검은 포탈 위로 흐르던 붉은 전류가 쇠사슬처럼 변해 입구를 막아 버렸다.

툭!

포탈이 막히자 비프로스트의 수호자이자, 관리인인 헤임달이 모습을 드러냈다.

웜홀과 헤임달은 운명공동체.

즉.

두 개의 몸에 깃든 하나의 정신이었다.

“죄송합니다.”

오딘과 토르를 마주하자마자 꺼낸 말이었다.

인사도, 미드가르드의 일에 대한 보고도 아닌 사과.

오딘은 헤임달의 사과에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역시… 모든 차원으로 통하는 입구가 막힌 거로군….”

“네. 이 정도의 짓을 할 수 있는 이는….”

금색의 갑옷을 입은 헤임달이 말끝을 흐렸다.

“로키 녀석. 또 잔꾀를 부렸나 보군.”

오딘이 깊은 한숨을 쉬며 검은 포탈을 바라보았다.

묠니르를 쥐고 있던 토르의 주먹이 강하게 떨려왔다.

“이놈… 로키….”

오딘이 고개를 저으며 몸을 돌려세웠다.

“복구하는 데 얼마나 걸리겠나, 헤임달?”

“아무리 빨라도… 100일. 그 정도는 걸릴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오딘이 천천히 눈을 감았다.

자신도 선택받지 못한 수투르의 검이 옥황상제의 손에 있다.

세상의 진리를 깨우치기 위해 미미르에게 빼앗겼던 자신의 눈 한쪽도 옥황에게 있었다.

게다가 어째선지 로키와 헤니르까지 옥황에게 붙은 것 같았다.

‘그저 허세인 줄로만 알았는데….’

천 년 전 한 남자의 얼굴이 오딘의 어두운 시야에 떠올랐다.

‘이번엔 너희 뜻대로 되지만… 다음번엔… 그렇게 안 될 거야…. 천 년 후에 보자. 그땐 꼭 땅으로 끌어 내려 줄게.’

“그대의 말이 진심이었던 것을… 천 년 동안이나… 나만 몰랐나 보군. 27번째여.”

오딘의 입술이 비틀렸다.

옥황에 대한 생각에 한참을 긴 한숨만 내쉬던 오딘이었다.

“그런데….”

헤니르의 마지막 말이 신경 쓰였다.

‘그 녀석이 대체 어떻게 그 일을 알고 있는 거지…? 그 일과 관련된 모든 신들은….’

오딘이 최고신의 자리에 올랐던 그 순간을 떠올렸다.

“내가 다 죽였을 텐데….”

* * *

니다벨리르.

세계수의 중간계에 위치한 세계이자, 드워프가 살고 있는 차원이다.

최한이 100년 동안 갇혀 있던 이세계이기도 했다.

니다벨리르의 아주 깊은 산속이자, 신들의 눈을 피해 배신자로 낙인찍힌 헤니르가 몸을 숨기며 살고 있는 거처에 최한의 모습이 보였다.

“으아아!!! 이 만취 노인네야! 왜 나를 다시 이곳에 데려온 거야! 다시 돌려 보내줘!”

최한이 불안한 눈빛으로 괴성을 질렀다.

최한에게 이세계란….

다시는 오고 싶지 않았던 곳.

억만금을 줘도 두 번은 못 가는 곳.

그러니까 알아듣기 쉽게 얘기하자면….

군대라 생각하면 된다.

나무와 돌을 이용해 만든 낡은 거처에 최한의 괴성만이 난무했다.

“빨리 돌려 보내줘! 인간들을 구하러 가야 해! 빨리 날 지구로 돌려보내 줘! 난 휴거를 막아야 한다고!”

차를 내오던 헤니르가 최한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딘 녀석들 다시 아스가르드로 돌려보냈다고 몇 번을 말하냐! 아까부터 인간들 핑계 대고 있어!”

“내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안 믿어! 돌려 보내줘! 내가 여기 돌아오기 싫어서 퀘스트도 다 깼는데! 빨리 돌려보내! 이 주정뱅….”

쿵!

땅을 울리는 지진이 발생했다.

“자. 조용해 졌으니, 저 녀석 신경 쓰지 말고 우선 차나 한잔들 하거라. 내가 천천히 상황을 설명해주마.”

최한이 땅바닥에 대자로 뻗어 있었다.

성녀와 백설이 기절한 듯 보이는 최한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최한이… 한 방에….”

“이제는 각성해서 인간이 아니라… 신의 육체를 가지게 됐을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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