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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131화 (132/211)

131화

“나의 이름은 헤니르. 태초부터 존재해온 에시르 신족이자, 너희가 보았던 오딘과 토르가 살고 있는 신의 나라, 아스가르드의 왕실 직속 전투 대장이자 전쟁의 신이었다.”

눈앞에 있는 자가 자신을 신이라 소개한다고 그것을 곧이곧대로 믿고 받아들일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하지만.

낡은 원목으로 만든 원탁에 앉아 있는 백설과 성녀는 그 말을 바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곳에 오기 전 학교에서 있었던 전투를 눈앞에서 보았으니까.

최한도 제대로 상대하기 버거웠던 토르와 비등하게 겨루는 것을 자신들의 두 눈에 똑똑히 담았다.

거기다 방금 주먹 한 방으로 신으로 각성한 최한을 기절시키는 것도 보았고….

백설과 성녀의 시선이 아직도 바닥에 뻗어 있는 최한에게 향했다.

작은 미동도 없이 대자로 뻗어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들의 시선을 알아차린 헤니르가 최한을 한 번 눈에 담고는 말을 이어 갔다.

“저 녀석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원체 머리는 단단했으니까…. 우선 너희를 데려온 이유와 이곳이 어디인지부터 말해줘야겠구나.”

헤니르가 박수를 한 번 치자, 원탁 위로 동그란 빛이 나타났다.

밝은 빛을 뿜어내던 구형의 물체 겉면이 물결이 치는 것처럼 일렁이기 시작했다.

“이건….”

구슬을 뚫어지게 보고 있던 성녀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직접 보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준비했다.”

헤니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탁자 위로 나타난 구슬 속으로 니다벨리르의 모습이 보였다.

마치 하늘을 나는 새의 눈으로 보는 것처럼 구슬 속에는 높은 하늘에서 내려다본 니다벨리르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곳은 세계수의 중간 수평면. 너희가 지구라 부르는 미드가르드와 마찬가지로 세계수에 매달려 있는 9개의 세계 중 하나의 세계이다. 뭐… 너희들 언어로 하면 이세계나 다른 차원, 다른 우주? 정도 되려나?”

회색의 건물들이 아닌, 드넓게 펼쳐진 초록색 자연이 눈에 들어왔다.

끝없는 숲을 지나자 이번엔 작은 성벽을 두른 마을 하나가 보였다.

부드럽게 성벽을 넘어선 시야로 광장을 거닐고 있는 수많은 종족이 보였다.

종족.

성녀와 백설이 사람이 아닌 종족이라 칭한 이유는, 인간뿐 아니라, 몬스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는 수많은 것들이 한데 어울려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니다벨리르는 드워프의 세계라 알려지긴 했지만, 보는 것처럼 드워프 외에도 많은 종족들이 어울려서 살아가고 있는 한 세계이다. 지구에 인간 말고도 동물이나 어류, 그 외에 인간이 발견하지 못한 생물들이 하나의 세계를 공유하며 살아가듯이 이곳도 지구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세계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지.”

작은 구슬 속으로 보이는 니다벨리르의 모습을 눈에 담던 백설과 성녀의 입이 떨어졌다.

“지구와 다른 세상인 것은 알겠는데… 곳곳에 보이는 인간은 뭐지?”

“그러게요. 아예 다른 세상이라고 생각하면 엘프나 신기하게 생긴 이종족들은 이해할 수 있겠는데… 인간들도 보이네요….”

고개를 끄덕이던 헤니르가 손가락을 한 번 튕겼다.

딱!

광장과 시장을 비추던 구슬이 작은 마을을 비췄다.

“인간….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지. 모습이 똑같으니까. 그러나 저들은 평범한 인간이 아니다.”

헤니르의 목소리에 맞춰 마을에 있는 인간들을 하나, 하나 보여주는 구슬이었다.

날개가 있는 인간들.

물갈퀴가 있는 인간들.

평범한 인간의 모습이지만, 몸집이 10미터도 넘을 정도로 거대한 인간들….

“저들은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 반신이다. 인간 세계로 내려갔던 신이 하룻밤의 불장난으로 만들어낸 신과 인간의 아이. 평범한 인간과 조금은 다른 생김새와 그들보다 강력한 힘을 가진 저들을 인간 세계에 놔둘 수 없어, 이곳 니다벨리르에 몰아넣고 살게 하고 있는 것이지. 뭐… 그래서 신들의 눈을 피해 최한을 여기서 수련시킬 수 있었지만.”

팟!

탁자 위에 있던 빛의 구슬이 사라졌다.

놀란 성녀를 신경도 쓰지 않는 듯 헤니르는 곧바로 다음 이야기를 이어 갔다.

“이곳이 어디인지 대충은 알았으니 너희를 이곳에 데려온 이유를 알려주마.”

“…….”

백설과 성녀가 헤니르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너희는 저기 누워 있는 최한을… 지키는 기사가 되는 거다.”

맥락 없는 갑작스러운 말에 백설과 성녀의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저 멍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헤니르가 다시 입을 뗐다.

“너무 설명이 없었나?”

“당연한 거 아니야? 그렇게 얘기하면 애들이 알아듣겠어?”

조용히 차를 마시던 로키가 헤니르를 꾸짖었다.

“음… 이야기가 길어지겠군. 그럼….”

짝!

헤니르가 다시 박수를 한 번 쳤다.

탁자 위로 또다시 빛의 구슬이 나타났다.

“천 년 하고도 몇백 년 전. 전 차원을 떠받들고 있는 세계수에 문제가 발생했다. 그것은 바로… 미드가르드에 살고 있는 인간들 때문에 세계수 가지가 점점 썩어들어 가고 있다는 것이었지.”

금색 구슬 속으로 거대한 나무가 보였다.

감도 오지 않을 정도로 큰 위용을 뽐내는 나무의 모습에 백설과 성녀는 또다시 할 말을 잃었다.

“균형에 맞게 잘 살아오던 9개의 차원에 처음으로 균열이 발생하게 된 것이지….”

헤니르의 시선이 빛의 구슬로 향했다.

세계수를 비추던 구슬이 다른 것을 비치기 시작했다.

휘황찬란한 건물의 내부.

금과 보석으로 장식된 아름다운 궁전 내부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궁전 내부에 낯익은 얼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건… 오딘과… 다른 신들….”

빛의 구슬 속에는 오딘과 토르 그리고 헤니르의 얼굴이 보였다.

그 외에도 모르는 얼굴들이 여럿 보였지만, 정황상 다른 신들인 것 같았다.

화면만 보이던 구슬에서 이제는 목소리까지 들리기 시작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인간들을 모두 없앤다니요!”

낡은 옷을 입은 지금과 달리 구슬 속에 있는 헤니르는 금빛의 갑옷을 두르고 있었다.

“말 그대로다, 헤니르. 인간들의 욕심과 욕망. 이기심과 우월감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모여 세계를 썩게 만들었다. 자연을 훼손하고 동족을 죽이고 자연을 구성하는 동물들을 너무도 많이 멸종시켰어. 지금 이렇게 우리가 회의를 하는 동안에도 같은 동족을 죽이며 영토를 늘리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지 않느냐.”

외눈의 노인.

황금 의자에 앉아 있는 오딘의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그 정도는 모두 예상하시지 않았습니까. 신을 본떠 만든 인간이라는 존재는… 신을 따라 할 수도….”

쾅!

큰 소리가 헤니르의 입을 다물게 했다.

“우리의 행동은 우리 존재가 신이기에 허용되는 것이다. 인간이 우리의 권능을 똑같이 사용하고 우리와 똑같이 행동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신이 아니다.”

“하지만… 오딘이시여….”

“이렇게 된 것은 네 책임도 있다, 헤니르. 네가 인간에게 이성을 선물한 것 때문에 어쩌면 일이 이렇게까지 커진 것일 수도 있다.”

주위에 있던 다른 신들이 헤니르를 보며 수군대기 시작했다.

헤니르가 입술을 깨물며 말을 이어 갔다.

“인간들은 이성이 있기에 이 정도로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모두 처음에는 그들을 보며, 그들이 날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며 기뻐하지 않으셨습니까!”

“처음엔 그랬지. 하나… 인간들의 욕심은 끝이 없구나. 너는 아이가 왜 사랑받는지 아느냐?”

“그게 무슨….”

“아이는 약하고 보호해야 할 존재이기에 사랑받는다. 나도 인간이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그들은 나이를 먹을수록 아이의 마음을 잊어버리고 탐욕과 욕망에 사로잡힌 악마가 돼 버리더구나. 이것을 보거라.”

의자에 앉아 있는 오딘의 앞에 불꽃이 용솟음치더니 그 불꽃 속으로 인간들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것이 인간들의 미래이다. 그들의 욕심에는 끝이 없다. 발전이라는 핑계를 대며 살육은 기본이고 더 나아가….”

“오우!”

불꽃을 보며 다른 신들의 얼굴이 잔뜩 구겨졌다.

“신에 권능에까지 도전하게 되었다. 그들은 신의 영역까지 침범해 우주의 질서를 깨트리는 만용을 저지르게 될 것이다.”

타오르는 불꽃 속으로 죽은 자를 되살리는 인간의 모습이 나타났다.

심장이 멈춰 이미 영혼이 빠져나간 인간의 몸을 주사 한 방으로 다시 살려내는 모습이 보였다.

과학의 발전으로 자신들의 차원이 아닌 다른 차원으로 갈 수 있게 된 인간들이 다른 종족들을 무력으로 제압해 노예로 만드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헤니르의 얼굴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누구보다 인간을 사랑하는 신이었기에.

“오딘이여. 저것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일 뿐입니다. 그리고 인간들이 저곳에 도달하지 못하게 운명을 짜 맞추는 것도 저희 신들의 일이지 않습니….”

쿵!

아까보다 더한 굉음이 신전을 울렸다.

“헤니르…. 이건 이제 인간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대로 가다간 미드가르드를 지탱하고 있는 가지뿐 아니라 다른 곳까지 썩게 되어 세계수가 멸망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저런 이기적인 종족 하나를 살리고자 다른 차원에 살고 있는 무고한 종족들까지 모두 죽일 것이냐!”

오딘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신전에 있던 다른 신들의 시선이 모두 헤니르에게 향했다.

그리고.

화르륵-.

구슬 속 불꽃이 강하게 피어올라 모든 것을 잡아먹음과 동시에.

팟!

탁자 위에 떠 있던 빛의 구슬도 사라졌다.

“한 번에 모든 것을 다 말해줄 수는 없지만… 이 정도 면은 대충은 알겠느냐…?”

백설과 성녀가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신의 입장에서만 본다면 인간을 중재해야 하는 것도 신의 역할이다. 하지만 아예 인간을 없애자는 최고신 오딘과 그를 지지하는 강경파, 반대로 죽이지 말고 경고를 보내고 조화롭게 살게 하자는 나와 온건파. 이렇게 두 개의 세력으로 나뉘게 되었지.”

헤니르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백설이 입을 열었다.

“그럼 인간들을 살리자는 쪽에 섰던 게….”

백설의 시선이 헤니르와 로키를 차례로 담았다.

“빙고. 미드가르드를 여행하다 만난 인간 한 놈이 너무 재밌어서 말이야. 그놈 때문에 인간이 좋아졌지.”

로키가 몇 대인지도 모를 옥황상제를 추억하며 이야기했다.

“배경은 어느 정도 알겠습니다. 한데… 이게 최한을 지키는 것과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성녀의 질문에 헤니르가 작은 한숨과 함께 탁자에 놓인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이야기를 이어 갔다.

“오딘과 토르의 힘을 봐서 알고 있겠지. 그들이 최고신에 자리에 있을 수 있는 이유도 그 강함 때문이지. 이번 전투도 운이 좋았던 것이다. 만약 오딘과 토르가 제대로 무기까지 사용했다면 우리 모두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백설과 성녀가 오딘과 토르의 전투를 떠올렸다.

차원이 다른 힘.

각성한 최한마저도 아직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단 한 명… 오딘을 이길 수 있는 존재가… 있다.”

헤니르의 시선이 대자로 뻗어 있는 최한에게 향했다.

“그는 끝없이 윤회하며, 누구보다 인간을 사랑하는 인간이자 신이지. 천 년 전, 난 두 눈으로 확인했다. 그 가능성을…. 너도… 확인했지 않느냐…? 헬헤임의 마물이 아닌… 인간…이었을 때 말이다.”

헤니르의 목소리가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붉은 머리칼을 가진 소녀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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