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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139화 (140/211)

139화

“뭐야….”

멀리서부터 시야를 가득 채웠던 드워프들이 최한 일행 앞에 멈춰 섰다.

그 수를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많은 드워프들이 둥그렇게 최한 일행을 포위하듯 감쌌다.

빠르게 벌어진 일에 최한이 한재석의 옆구리를 툭 치며 물었다.

“야.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마을에 있는 드워프들 다 뛰쳐나온 거 같은데….”

“난들 아냐…. 그래도….”

한재석의 시선이 자신을 감싼 드워프들의 얼굴로 향했다.

‘적의는 없는 것 같은데.’

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이들의 표정에선 그 어떤 적의나 경계의 느낌은 찾을 수 없었다.

적의가 없다는 것은 확인했지만, 이들이 어떤 이유에서 이렇게 모여 있는 건지는 확인할 방도가 없었다.

‘모르면 물어보는 수밖에 없겠지.’

한재석이 드워프들을 보며 입을 뗐다.

“저….”

“왕의 행차이시다! 모두 예를 갖춰라!”

한재석의 입이 채 떨어지기도 전 드워프 무리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곧바로 수많은 드워프들이 머리를 조아려 절을 올렸다.

“또 이렇게 되는 건가….”

한재석이 이마에 손을 올리며 관자놀이를 눌렀다.

조금 전 문지기들이 쏘았던 폭죽은 적의 침입을 알려 도움을 요청하는 신호탄이 아니라, 긴긴 시간 동안 언젠가 찾아올 은인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한….

기다림의 불꽃이었다.

절을 올리고 있던 드워프 중 등에 푸른 빛깔이 나는 대검을 매고 있던 드워프가 고개를 살짝 들어 목소리를 내었다.

“저는 이 마을의 촌장인 우루카의 아들 우로사입니다. 언젠간 이 불꽃이 터지길… 종족의 은인이신 로키 님이 우리 마을에 방문해주시길 고대하고 있었습니다.”

한재석이 어색한 미소를 보이며 손만 들어 보였다.

“고…맙다…. 나를 위한 환영식이었구나…. 하…하….”

“아닙니다. 이건 그저 기본적인 마중일 뿐. 환영식은 마을에 들어가시면 성대하게 준비하겠습니다!”

저 작은 체구에서 어떻게 저런 커다란 목소리가 나오는지 의문스러운 한재석이었다.

“알았어…. 알았어…. 근데 나 귀 안 먹었어. 살살 얘기해도….”

“현재 거동이 불편한 저의 아비인 우루카 촌장을 제외한 모든 드워프들이 이곳에 있습니다. 로키 님이시여! 이곳 차란투스카에 오신 소감이 어떠십니까? 긴긴 시간 동안 로키 님이 오시기만을 기다리며 최대한 본 모습 그대로 마을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제발…. 귀청 떨어질 것 같아….”

“소감을! 소감을 얘기해주십시오! 저희는 잘 이어 온 것입니까! 로키 님이 이곳을 다시 방문하시는 날을 고대하며 땅 위로 올라가지 않고, 이 지하에서 최대한… 최대한….”

우로사의 목소리가 조금 누그러졌다.

귀를 잡고 있던 한재석의 손이 천천히 떨어지며 입가에 작은 미소가 지어졌다.

“뭘 물어보고 그래? 이렇게… 잘 지켜 왔으면서….”

한재석의 목소리에 드워프들의 얼굴이 살짝 들어 올려졌다.

최대한 시선을 들키지 않으려 곁눈질로 바라본 그곳엔….

그 누구보다 환하게 웃고 있는 한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고맙구나. 내가 사랑하는 마을을 잘 지켜줘서. 역시… 이 마을과 투박한 손을 가진 드워프를 지킨 것이 내가 세상에서 가장 잘한 일인 걸 다시 한번 느끼는구나.”

헤아릴 수 없는 긴 시간을 기다려온 한마디에, 드워프들의 눈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토록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지상으로 나가지 못한 채 왜 이곳에서만 생활해야 하는 건지 이해 못 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드워프들 모두 로키의 입에서 나온 그 말을 듣는 순간, 자신들이 왜 이곳을 지켜 온 것인지, 선조들이 왜 눈을 감는 순간까지 로키 님을 마중하지 못해 아쉽다는 말을 한 것인지.

이제야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다.

고맙다는 그 한마디를 자신들이 들을 수 있어서 참 행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하는 드워프 들이었다.

우로사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그럼… 들어가시죠. 차란투스카에.”

* * *

최한 일행이 드워프들의 안내를 받아 촌장의 대장간에 도착했다.

띠링!

[차란투스카의 보물을 획득하였습니다.]

최한이 차란투스카의 촌장 우루카에게서 건네받은 투구를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이게… 너희 보물이라고?”

다른 드워프들과 달리 온몸의 근육이 거의 빠진 촌장 우루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것은 차란투스카 촌장들에게 대대로 계승되어 온 보물입니다.”

촌장에게 두 번씩이나 확인의 말을 들은 최한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음….”

최한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자신이 들고 있는 투구의 외형 때문이었다.

전사들이 쓰는 장엄하고 멋진 투구의 모습이 아닌, 마치 지구에서 전지현이 하던 머리띠와 비슷한 모습의 투구였다.

아니, 그 정도만 되었어도 이 정도 표정까진 짓지 않았으랴.

최한이 가장 껄끄러워하는 부분은….

“아니, 나 진짜 궁금해서 그런데 이 깃털들은 뭐야?”

붉은 머리띠 중앙 부분에 붉은색과 파란색 그리고 노란색 깃털이 하나씩 박혀 있었다.

“그것은 태초부터 존재했던 새들의 깃털입니다.”

“아니, 그런 걸 물어본 게 아니라…. 하… 아니다.”

최한이 자신에 손에 들린 투구로 시선을 옮겼다.

투구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검이나, 적의 공격으로부터 머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고 알고 있다.

인간의 기준으로는 단단한 철로 만든 투구를 쓰는 게 일반적이다.

인간이 아닌, 전 차원에서 가장 손재주가 좋은 드워프들이 만든 것이고, 대단한 능력이 숨어 있으리라 짐작하고는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거 그냥 장신구 아니야? 인디언들이 춤출 때나 쓸 거 같은데. 이걸로 무기를 어떻게 막아….”

“허허허…. 그렇게 보일 순 있죠. 그래도 그것은 분명 최고의 대장장이들이 만든 차란투스카의 보물이 맞습니다.”

우루카 촌장의 웃음에도 여전히 최한은 자신의 손에 있는 투구가 미덥지 못했다.

“야. 그렇게 못 미더우면 확인해 보면 되잖아? 너, 무기에 담긴 능력들 볼 수 있을걸?”

한재석의 목소리가 치고 들어왔다.

작게 고개를 끄덕이던 최한이 상태창을 눈앞에 나타나게 했다.

이름 : 최한

나이 : ∞

종족 : 신

칭호 : 인간의 왕 (EX)

레벨 : 4

능력치

근력 : (EX) B - 2171

민첩 : (EX) B - 2160

내구 : (EX) B - 2160

체력 : (EX) B - 2190

마기 : (EX) B - 2360

특성 : 옥황상제

최종 등급 : (EX) B

< SKILL >

레벨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아이템 확인/ 인벤토리(!)

[인벤토리가 활성화되었습니다.]

지금까지와 다른 문구가 보였다.

인벤토리 옆 나타난 느낌표와 그 아래로 보이는 문구.

최한이 각성하기 전 기억을 떠올렸다.

‘아이템 확인은 할 수 있었지만, 인벤토리는 열 수 없었는데. 이제 확인할 수 있는 건가…? 우선 확인부터 하고 다시 해봐야겠다.’

최한이 아이템 확인 버튼에 손을 가져다 댔다.

최한의 눈앞으로 금색의 링이 나타났다.

돋보기처럼 그 링 사이로 왼쪽 눈을 맞췄다.

손에 든 투구 옆에 정보창이 나타났다.

이름 : 드워프의 원혼 투구

등급 : 신화

방어력 : 내구 150%

전설로 여겨지는 삼조의 깃털을 사용하여 만든 투구.

- 패시브 효과 -

드워프의 축복

아이템이 파괴되지 않는다.

불사조의 깃털

화염 내성 100%

빙하조의 깃털

얼음 내성 100%

번개조의 깃털

전기 내성 100%

- 직업 효과 -

[착용 후 열람 가능] ▼

“불사조의 깃털이라고?”

최한의 목소리에 옆에 있던 한재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내 생각이 맞았군.”

이야기를 듣고 있던 우루카 촌장이 최한의 허리춤을 보며 말했다.

“그 허리에 있는 무기도 확인해 보는 것이 좋을 겁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엄청난 손재주를 가진 드워프가 만든 것 같은데… 아마 지금까지와 다른 능력이 발현되었을 겁니다.”

최한이 주머니에서 단검을 꺼냈다.

이큘러스를 물리치고 소요에게 받은 단검.

색색의 보석이 평소보다 더 반짝였다.

이름 : 마왕의 헬룬 단검

등급 : 신화

공격력 : 근력 200%

신이 되려던 마물의 손톱을 가공해 만든 단검.

5개의 제련석과 1개의 룬이 박혀 있다.

- 패시브 효과 -

드워프의 축복

아이템이 파괴되지 않는다.

드래곤 학살자

용족에게 회복 불가 스킬 적용.

- 직업 효과 -

[옥황상제의 만능키] ▼

드워프 왕족의 보물인 헬룬이 박혀 있는 검입니다.

어떤 장애물도 통과할 수 있는 만능키의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만능키라고?”

최한이 예전 기억을 떠올렸다.

미미르의 샘에 입장하던 그때의 기억을.

‘문지기이던 거인이 이걸 보고 니다벨리르의 보물이라면서 문을 열어 줬었지…. 그런 느낌인 건가?’

단검을 유심히 보던 우루카가 검의 정체를 깨닫고는 최한에게 말했다.

“그건… 드워프 왕족에게 대대로 내려오는 보물이군요. 아마… 당신도 로키 님처럼 지상에 있는 차란투스카마을을 구해주신 건가요?”

“네.”

최한의 간단명료한 대답에 우루카가 큰 웃음을 보였다.

“그렇군요. 아마… 모든 것은 정해져 있었을 겁니다. 이 무기들이 당신에게 모인 이유가 분명 있을 겁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니까요.”

오랜 삶을 지낸 노인만이 지을 수 있는 부드러운 미소를 남기는 우루카였다.

‘필연이라….’

눈빛이 변한 최한이 들고 있던 투구를 머리에 썼다.

치잉-.

띠링!

[아이템을 활성화합니다.]

[보호 스킨이 적용됩니다.]

최한의 머리에 쓰여 있던 머리띠가 투명해졌다.

최한이 눈앞에 나타난 인벤토리 버튼을 눌렀다.

최한의 눈앞으로 마네킹 같은 화면이 나타나고, 각 부분에 있는 무기와 장신구의 정보가 보였다.

< 인벤토리 >

착용 아이템

[드워프의 원혼 투구]▽

내구 150%

화염, 번개, 얼음 내성 100%

- 직업 효과 -

옥황상제의 가호

[수투르의 검]▼

[오딘의 눈]▼

[옥황의 용포]▼

보조 아이템

[마왕의 헬룬 단검]▼

보관 중인 아이템

이큘러스의 질긴 가죽+2

…….

“이거 만든 신들 진짜 피시방 다녔나 보네…. 우선 차근차근 알아가면 되고….”

최한이 상태창을 지우고 몸을 돌렸다.

“뭐 하냐, 한재석! 이런 진수성찬을 놓고 사람들을 기다리게 하는 건 죄라고!”

최한의 목소리에 눈빛이 변한 한재석이 앞에 있는 잔을 높게 들어 올렸다.

“오늘은 축제다!”

“오오오오!”

수백의 잔이 들어 올려지고.

드워프들이 지하로 내려온 뒤 처음으로 차란투스카 마을에 축제가 열렸다.

.

.

.

“필연이라….”

웃고 있는 모든 사람 속 유일하게 백설의 얼굴에만 어두운 표정이 지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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