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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140화 (141/211)

140화

광란의 밤을 보낸 다음 날.

“그럼 가볼게.”

마을을 떠나는 한재석과 최한 일행을 마중하기 위해 차란투스카의 모든 드워프들이 나와 있었다.

“조금 더 머무르셔도 되는데….”

“아쉽습니다, 로키 님. 아직 제대로 대접도 못 했는데….”

차란투스카의 촌장 우루카와 아들 우로사가 한재석을 보며 아쉬운 표정을 드러냈다.

한재석이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저었다.

“마음 같아선 오래 머무르고 싶지만, 해야 할 일이 산더미라. 그래도….”

한재석이 황금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마을을 둘러보며 눈에 담고는, 다시 드워프들의 얼굴로 시선을 옮겼다.

“보고 싶었던 것은 모두 이 두 눈에 담았으니 됐어. 그러니 앞으로도 잘 부탁해, 이 마을을. 그리고 훗날!”

한재석이 최한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을 이어갔다.

“이 녀석이 강해져서 오딘을 없애면, 그때 이 마을과 너희 모두를 원래 있던 지상으로 옮겨줄게. 그때는 일주일 동안 눌러살 테니 각오하도록 해.”

한재석의 미소가 드워프들에게 번져 갔다.

최한의 얼굴에도 살짝 미소가 번졌다.

원래 같았으면 낯뜨거우니 저리 손 치우라고 소리쳤겠지만, 이렇게 밝게 웃고 있는 드워프들을 보니, 어째선지 그 말을 내뱉을 수 없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유는.

‘이 녀석이 강해져서 오딘을 없애면….’

그 구절이 최한의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기 때문이다.

인간뿐 아니라, 모두의 염원이 자신에게 달려 있었다.

오딘 때문에 생명의 위협을 받거나, 긴 시간 고통을 받아온 이들은 꼭 인간뿐만이 아니었다.

‘시간이 없어. 더욱 빨리… 강해져야 해. 모두를 지킬 수 있을 만큼.’

최한의 어깨를 누르던 한재석의 손이 내려졌다.

“그럼… 진짜 간다.”

한재석이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몸을 돌렸다.

드워프들이 한재석의 뒷모습을 향해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다음에는 꼭 지상에서 만나요, 로키 님!”

“로키 님, 정말 감사했습니다.”

“친구분들도 너무 감사해요!”

최한과 아이들도 드워프들의 밝은 배웅에 미소를 머금고는 몸을 돌렸다.

최한과 일행들이 한재석의 뒤를 따라 다시 미로로 향하는 문으로 들어갔다.

다음을 기약하며 그렇게… 차란투스카의 여행을 끝마쳤다.

.

.

.

한 시간 후.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멋있는 척 다 하더니!”

“아! 그냥 길 물어보자니까!”

최한과 강진철의 날 선 목소리가 한재석을 향했다.

“…….”

한재석이 어떤 대꾸도 하지 못하고 빠르게 발만 움직였다.

쿠쿠쿠쿵!

최한과 일행들이 무너져 내리는 땅을 피해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차란투스카에 도착하기 전 미로에서 처음 만났던 함정과 같은 것이었다.

최한과 일행들이 밟고 지나간 땅이 빠르게 무너지며 무저갱에 잡아먹혀 갔다.

쉴 새 없이 다리를 움직이던 백설과 성녀가 짜증에 복받쳐 소리쳤다.

“아니. 이동 마법 제일 잘 쓴다는 놈이, 이동 마법도 못 쓰게 미로를 만들어 놓으면 어쩌자는 거야.”

“진짜 신 맞습니까? 뒷일 생각 안 하고 일 벌이는 건 인간일 때랑 다른 게 없습니다.”

“…….”

크게 감정을 드러내는 일 없던 백설도 분에 못 이겨 짜증을 내고 있었다.

백설과 성녀의 짜증에도 한재석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못 하고 다리만 움직이고 있었다.

“야! 내가 그러니까 그 보물지도 다시 가져오자 했지! 무슨 멋있는 척을 하려고 ‘난 길 다 외웠으니, 너희가 가지고 있거라. 다음에 만날 땐 이 지도는 필요 없을 거다.’라고 쓸데없이 말한 거야!”

최한이 한재석을 따라 하며 소리쳤다.

빠직-.

민망함에 입을 못 떼던 한재석이 최한의 마지막 말에 더는 참지 못했다.

“아! 좀만 가면 돼! 길 잃은 거 아니라고! 원래 처음에 들어온 동굴이 요툰헤임으로 가는 길이라고! 미로 만들 때 요툰헤임으로 통하는 길도 만들어 놨다니까, 내가!”

요툰헤임.

세계수의 중간 수평 면에 위치한 거인들이 사는 세계.

로키의 고향이기도 했다.

최한이 눈앞에 나타난 퀘스트창을 눈에 담았다.

「퀘스트 NO. 004

요툰헤임으로.

철의 방어벽인 가스트롭니르 7번 문을 통과하시오.

보상

레벨 + 1」

퀘스트를 확인하던 최한이 한재석에게 물었다.

“요툰헤임은 알겠는데 가스트롭니르는 뭐야? 7번 문을 통과하라는데?”

“가스트롭니르는 요툰헤임을 지키는 성벽이야. 요툰헤임으로 들어가려면 그곳을 통과해야 하지. 그런데 7번 문이라…. 큰일이네.”

“왜? 7번 문은 뭐가 달라?”

한재석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가스트롭니르에는 총 10개의 문이 있어. 각 문마다 문을 지키는 문지기가 있고, 당연히 외부의 적을 차단하기 위해 문지기들은 요툰 중에 가장 강한 전사들로 이루어져 있지. 그중에서 단 한 번도 뚫린 적 없는 최강의 문이 바로 7번 문이야. 웬만한 신들도 7번 문을 지키고 있는 문지기한테는 상대도 안 될걸?”

정신없이 달리는 와중에도 최한은 한재석의 목소리를 하나도 빠짐없이 귀에 담았다.

“네가 그렇게 말할 정도면 쉽지는 않겠네.”

“뭐… 그래도 해야지. 온건파 신들이 퀘스트를 준 이유가 있을 테니까.”

“그래…. 어떤 어려운 퀘스트라도 이겨내야 강해질 수 있으니까.”

한재석과 최한이 진지한 표정을 한 채 서로를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 청춘영화 찍고 있는 와중에 미안한데….”

뒤에서 들리는 강진철의 목소리에 최한과 한재석의 고개가 뒤로 돌아섰다.

“앞에 좀 봐…. 막다른 길이야.”

최한과 한재석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어라…. 왜 막다른 길이지?”

“내가 길 물어보자 했지!”

쿠쿠쿠쿵!!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무너져 내리는 땅이 아이들의 발밑까지 다다랐다.

가장 후미에 있던 성녀가 소리쳤다.

“으아악! 죽기 싫습니다!”

간발에 차로 겨우 무저갱을 피하고 있는 일행이었다.

최한과 강진철이 한재석을 보며 소리쳤다.

“야! 진짜 이러다 다 죽어!”

“이 녀석을 믿은 내가 바보지!”

아이들의 성화에도 선두에서 달리는 한재석은 동요하지 않았다.

“기억해 내자. 왜 갑자기 막다른 길이지? 항상 얼음 동상이 있는 곳에는 다른 길이 존재하게 만들었는데…. 뭘까…?”

오래전 기억을 더듬으며 혼잣말을 내뱉는 한재석이었다.

이제 벽까지의 거리는 단 십 미터도 남지 않게 되었다.

단순한 벽이었다면, 힘으로 부수면 그만이었겠지만,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어 놓은 것처럼, 이 미로의 벽들은 어떠한 물리 공격에도 타격을 입지 않게 만들어져 있었다.

특별한 해결책 없이 생각에 빠져 혼잣말을 하는 한재석의 모습에 아이들이 비명을 질러댔다.

“파란 거인일 때 괜히 살려 냈어. 그냥 죽게 둘걸.”

“다음 생이 있다면 한재석부터 죽여야지.”

“죽기 싫습니다! 주님 아직 전 준비가 안 됐습니다. 성녀의 일도 아직 다 하지 못했는데….”

“그냥 학교에 있을걸….”

아이들이 한탄 섞인 목소리로 한재석을 저주했다.

그때, 무언가 생각난 한재석이 아이들에게 소리쳤다.

“다들 숨 크게 들이마셔!”

벽에 부딪히게 생겼는데 숨을 들이마시라니.

이해 못 할 소리였지만, 다른 방법도 없었다.

이미 벽은 코앞에 다다라 있었고, 이 미로를 만든 한재석의 말만이 유일한 희망이었으니까.

‘에이. 될 대로 돼라.’

최한과 아이들이 한재석의 말을 따라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벽을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충돌의 순간.

팟!

최한과 아이들은 벽에 부딪히지 않고 그대로 벽을 통과했다.

이내 아이들은 곧바로 한재석이 왜 숨을 들이마시라고 했던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뽀글뽀글!

물속이었다.

갑자기 뒤바뀐 환경에 아이들의 눈동자만이 세차게 흔들렸다.

슈우웅!

빠른 물살이 일었다. 그 물살은 그대로 아이들을 태우고 빠르게 흘러갔다.

마치 벽을 통과한 자들을 어딘가로 데려다주듯이.

아이들을 태우고 움직이던 물살이 폭발하듯 하늘로 치솟았다.

동시에 물살에 타고 있던 아이들이 물 밖으로 솟구쳐 올랐다.

“푸하!”

참았던 숨을 몰아쉬며 아이들이 뭍에 주저앉아 있었다.

“사… 살았다….”

“이걸 살았다고 해야 할지, 안 죽었다라고 해야 할지….”

“내… 다시는… 한재석 말 안 듣는다….”

“감사합니다, 주님. 전 아직 이 땅에서 할 일이 많은 거군요…. 으어어….”

한재석이 대자로 누워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벽 너머에 이핑그 강이 연결되어 있는 게 갑자기 떠올랐어. 아마 여기가 지름길이었나 봐.”

어두운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한재석의 시선으로 최한과 아이들의 얼굴이 나타났다.

“뭐…야….”

최한의 입술이 움직였다.

“밟아.”

콰직!

쾅!!!!

쾅!!!!

한재석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으아아악! 그만! 그래도 지름길로 와서 빨리 도착한 거야.”

최한과 아이들이 고개를 저었다.

“이 새끼 길 안다는 거 거짓말이었네.”

“지름길은 무슨! 황천길인 줄 알았다!”

“그냥 죽어. 죽고 다시 태어나.”

쾅!!!!

쾅!!!!

“으아악!”

변명과 함께 울려 퍼진 한재석의 비명만이 한참을 이어졌다.

“그럼 가볼까?”

같은 대사를 내뱉고 있는 한재석이었지만, 얼굴은 완전 달라져 있었다.

새하얀 얼굴 이곳저곳에 멍이 들어 있었고, 코피가 흘렀던 자국이 그대로 말라붙어 있었다.

몰골과는 다르게 당당한 걸음을 내딛는 한재석의 뒤로 최한과 아이들이 따랐다.

얼마나 걸었을까.

최한의 시선으로 거대한 성벽이 보였다.

“이게 가스트롭니르인가?”

한재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어. 이게 거인의 나라 요툰헤임을 지키는 철의 방어벽 가스트롭니르야. 그리고….”

한재석의 손이 거대한 문을 가리켰다.

“이것이 단 한 차례도 뚫린 적 없는 최강의 문지기가 지키고 있는 7번 문이야….”

최한과 아이들의 시선이 거대한 문으로 향했다.

목을 뒤로 끝까지 젖혀야 겨우 꼭대기가 보일 정도로 거대한 문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된 거야? 문지기가 안 보이는데?”

“그러게. 당연히 거인이 문 앞을 지키고 있을 줄 알았는데.”

거인들의 나라이니 당연히 문을 지키고 있는 문지기도 거인일 것이다.

도착하면 한 눈에 보일 줄 알았는데, 문지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의문을 품기는 한재석도 마찬가지였다.

“음… 그러게. 원래 엄청 큰 놈이 지키고 있어야 하는데…. 뭐지…?”

그때.

쿵!

최한이 서 있던 땅이 울리며 바닥에 균열이 발생했다.

“피해!”

가장 먼저 위화감을 느낀 최한의 목소리에 일행들 모두 그곳에서 떨어진 곳으로 몸을 피했다.

“뭐야…. 저건….”

최한 일행이 조금 전까지 서 있던 곳에 거대한 늑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7번 문을 지키는 문지기. 전설의 늑대. 펜니….”

“누구야. 너.”

문지기 늑대의 자기소개가 끝나기도 전.

한재석의 목소리가 울렸다.

“못 들었나 보군. 이 몸은 전설의 늑대 펜….”

“개소리하지 말고. 마지막으로 묻는다.”

한재석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에, 주위에 있던 최한 일행들조차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금방이라도 모든 것을 파괴할 듯 분노로 휩싸인 한재석의 얼굴이 보였다.

“누구야,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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