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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143화 (144/211)

143화

최한과 일행들이 바위 거인인 베일리의 안내를 받아 성의 입구로 통하는 마을에 진입했다.

“오… 이게 수도야?”

“네. 왕국의 이름은 요툰헤임에서 우트가르트로 바뀌었지만, 이 수도의 이름만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곳이 바로 고대부터 이어진 요툰의 수도 페레로입니다.”

“페레로라…….”

마을의 이곳저곳을 눈에 담고 있는 최한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상점으로 보이는 건물들이 길 하나를 두고 길게 뻗어 있었다.

아무리 거인들이라도 어느 정도 문명은 이루며 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최한이 놀란 것은 이런 것이 아니라, 바로 상점의 모습.

거대한 얼음과 돌이 섞여 만들어진 이색적인 모습의 건물들이 최한과 아이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마법으로 만든 건지, 이곳의 기온이 낮지 않은데도 전혀 녹지 않고 있었다.

건물의 뼈대는 돌로 만들어져 있었고, 그 사이의 빈 공간과 지붕은 모두 얼음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해가 비치지 않는 온통 먹구름뿐인 하늘이었기에, 상점의 외벽에는 호롱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 불에도 전혀 녹지 않는 얼음들을 보며 또 한 번 감탄하는 최한이었다.

“거인들도 마법 잘 쓰나 보다.”

익숙한 듯 마을을 눈에 담던 한재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말이 거인이지, 던전에서 봤던 오거나, 트롤 같은 낮은 급들은 이곳에서 살지도 못한다고. 이곳은 고대부터 이어진 왕의 핏줄을 이어받은 강한 거인들만 살 수 있는 곳이지. 웬만한 신들보다 훨씬 강할걸?”

최한이 거리를 돌아다니는 거인들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집채만 한 몸집은 기본이고, 걸음을 옮길 때마다 땅에 지진이 난 것처럼 쿵쿵 울려댔다.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는 또 얼마나 강한지.

정예 병사나, 문지기가 아닌, 그저 마을에 살아가고 있는 일반 거인들마저 각성하기 전 SSS급일 때의 자신과 비슷하거나 더욱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이것들 중 하나만 쳐들어와도 지구는 박살 나겠네….”

최한이 작게 읊조리자 한재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당연하지. 그래서 태초에 9개의 세계를 만들 때, 각 종족별로 세계를 나누어 놓은 거야. 인간이랑 거인들이 같이 살았어 봐라. 인간들 다 잡아먹혔을걸?”

“그렇네…. 그것보다 이런 좋은 아이템 있으면 일찍 좀 꺼내지.”

최한이 입고 있는 망토를 만지며 말했다.

“아이템이 아니라 마법 도구야. 최대 6개까지 복사할 수 있는데 다행히 우리가 딱 6명이라 꺼낸 거지.”

최한과 아이들이 마음대로 수도를 활보하고 다닐 수 있던 이유는 로키의 투명망토 덕분이었다.

로키가 가진 신기한 3가지의 마법 도구 중 하나로, 뒤집어쓰고 있으면 서로는 확인할 수 있지만, 그 외의 인원들한테는 전혀 보이지 않는 굉장한 도구였다.

바위 거인 베일리가 최한과 아이들을 보며 말했다.

“그래도 이것 덕분에 안전하게 이곳까지 올 수 있던 겁니다. 우트가르트로키가 왕이 된 후로 다른 종족들의 출입을 완전히 막아 버려서, 여러분들이 망토 없이 이곳을 돌아다녔으면 금방 왕국으로 이야기가 들어갔을 겁니다.”

“뭐, 어차피 왕이 살고 있는 곳으로 연결된 세 갈래 길로 들어가 전투를 하면 침입자가 쳐들어온 걸 다 알게 될 텐데, 뭘….”

한재석의 목소리에 베일리가 미소 지으며 이어 말했다.

“그래도 그곳까지는 안전하게 갈 수 있지 않습니까? 마을에서부터 모습을 드러냈다면, 기사들뿐 아니라 세 갈래 길의 입구조차 막아 버렸을 수도 있으니까요.”

“뭐… 그렇다 치자. 그건 그렇고, 저기 보이는 동상을 지나면 세 갈래 길이 나온다고?”

한재석의 손끝이 향하는 곳으로 최한과 아이들의 시선이 옮겨졌다.

양손에 검을 들고 있는 외눈 거인의 동상이 보였다.

거인들이 만들어 놓은 동상답게 거리를 거니는 거인들조차 작아 보일 정도로 큰 모습을 하고 있었다.

지구에 있었다면 아마 자유의 여신상급으로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을 것이다.

최한이 동상 뒤쪽으로 겹쳐 보이는, 왕이 살고 있는 성을 눈에 담았다.

“참. 눈앞에 떡하니 있는데 문 찾으러 돌아다녀야 한다니. 미로 때랑 다를 게 없네. 장난의 신인가 하는 놈이랑 똑같은 짓 하네.”

“현재 이곳의 왕인 우트가르트 로키는 역사상 최고의 왕인 로키 님의 행세를 하고 있어서요. 새롭게 태어난 거인들이나 지방에 살고 있는 자들은 모두 우트가르트 로키와 로키 님이 같은 거인인 줄 알고 있습니다.”

베일리의 목소리에 한재석의 입꼬리가 떨려왔다.

“역시…. 마음에 안 드는 것투성이야. 살려달라고 애원할 때까지 괴롭혀주겠어. 진짜 장난의 신의 힘을 보여주지.”

한재석의 이글거리는 눈빛에 아이들이 고개를 저었다.

“이상한 데서 열 오르는 건 여전하구나.”

“짝퉁이나 진짜나 그냥 초딩 수준인 건 똑같네.”

베일리가 걸음을 옮겼다.

“그럼 가시지요. 저 동상만 지나면… 바로 세 갈래 길이 나옵니다.”

바위 거인 베일리의 뒤를 따라 아이들이 걸음을 재촉했다.

최한 일행이 동상을 지나 세 갈래 길 앞에 도착했다.

붉은색 열매가 달려 있는 거대한 나무 아래 세 개의 입구가 보였다.

“이게… 성으로 들어가는 입구야?”

최한의 물음에 베일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것은 태초부터 요툰헤임을 지키고 있는 초울레라는 나무로서 물과 햇빛과 같은 영양분이 없이도 긴 시간을 살고 있는 마법의 나무입니다. 엄청난 마기가 이 나무에 응집되어 있는 걸 발견한 우트가르트 로키가 이 나무를 이용해 마법으로 자신이 사는 성의 입구를 이곳과 연결해 놓았습니다. 지금 왕국으로 가는 길은 이곳밖에 없습니다.”

“진짜 어디 사는 놈이랑 비슷한 짓을 하네. 이럴 거면 그냥 스핑크스 데려다가 문 앞에 놓고 키우지. 참나.”

강진철의 짜증 섞인 목소리에 한재석이 허공을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최한이 박수를 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아무튼! 간단하잖아. 어차피 내 퀘스트도 왕을 향하고 있고, 한재석은 거인들을 억압하는 저 녀석을 날려 버리고 싶은 것 같으니까. 세 갈래 길에서 진짜 성으로 향하는 문을 찾아 우트가르트 로키라는 놈을 해치우면 되지.”

아이들의 눈빛이 바뀌며 고개를 끄덕였다.

바위 거인 베일리가 앞으로 나와 이어 말했다.

“작전은 이렇습니다. 세 개의 통로로 모두 들어가 각 입구를 지키고 있는 3천왕을 쓰러트리고 문을 확인하는 겁니다. 이것이 시간을 제일 줄일 수 있는 방법이자, 적들이 지원군을 보내도 그 병력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전략이니까요. 마지막으로 진짜 문을 발견한 팀은 그대로 잠입해 지하에 있는 붉은 문을 찾으시면 됩니다. 그곳이 이 문을 관리하는 조정실입니다. 우트가르트 로키의 마법으로 만들긴 하였지만, 직접 항시 문을 관리할 수는 없으니, 조정실에 거인을 배치해 문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3개 중 한 개의 문은 반드시 열리게끔 만들었으니, 조정기를 조종하면 다른 문들을 열 수 있게도 만들어 놨을 겁니다.”

단번에 알아들은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먼저 들어가는 팀이 조정실에서 다른 문들을 열어 나머지 팀이 들어오게 하고, 모두 성으로 들어오면….”

백설의 목소리에 베일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바로 성의 2층으로 모이면 됩니다. 그곳이 우트가르트 로키가 지내고 있는 층이니까요.”

뭉쳐 있던 일행들이 세 개의 입구 앞으로 흩어졌다.

가장 왼쪽에 있는 입구에는 백설과 성녀가, 가운데 있는 입구에는 최한과 강진철이.

그리고 마지막 가장 오른편에 있는 입구에는 한재석과 베일리가 자리했다.

모두의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어두운 입구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들의 눈빛은 밝게 빛나고 있었다.

옆은 돌아보지 않았다.

서로를 믿기에.

각자 추구하는 방향은 달랐지만, 그들의 목표는 하나였기에.

억압당하고 있는 거인들을 구하고.

강해져서 오딘과 토르로부터 지구를 지킨다.

그러려면….

최한이 강해질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일행들 모두 준비를 마쳤는지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퀘스트 NO. 005

세 갈래 길에서 왕의 성으로 향하는 진짜 입구를 찾아내어라.

보상

레벨 + 1」

퀘스트창을 눈에 담던 최한이 날숨을 깊게 내쉬고는 소리쳤다.

“안에서 보자.”

팟!

최한의 목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입구 앞에 서 있던 일행 모두 어두운 입구 안으로 날아가듯 뛰쳐 들어갔다.

안에서 만나자는 말만을 남긴 채 모든 일행들이 각자의 싸움터를 향해 나아갔다.

일행들이 서 있던 공간에 정적만이 흘렀다.

.

.

.

터벅.

터벅.

일행들이 서 있던 세 갈래 길 앞에 누군가의 발걸음이 새롭게 찾아왔다.

한쪽 입꼬리만 말려가는 웃음.

“역시… 너였군. 로키….”

* * *

펑!

펑!

엄청난 타격음이 울려댔다.

쿵!

타격음이 울린 뒤 땅을 울리는 진동이 이어졌다.

거대한 거인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갔다.

최한과 강진철이 들어간 가운데 입구의 안쪽은 수풀이 우거진 밀림 같은 곳이었다.

열대우림을 방불케 하는 촘촘한 나무들과 숨을 턱턱 막히게 하는 습한 더위가 그들의 피로를 가중시켰다.

거인의 정강이를 발로 차던 강진철이 얼굴을 구겼다.

“거인들 쓰러트리는 것보다 숨이 막히는 게 더 거슬리는군.”

쓰러진 거인의 배 위에 있던 최한이 강진철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겨우 이 정도로 찡찡거리면 어떡하냐? 나중에 불의 나라에도 가야 한다던데. 거기 가면 울겠다?”

“찡찡거린 적 없다. 거슬린다고 했지.”

“그게 그거지. 그것보다 너 강해진 것 같은데? 이 거인들 못해도 S급 아니, 각성하기 전의 나 정도는 돼 보이는데 네가 어떻게 잡았지?”

최한이 자신의 발아래 뻗어 있는 거인을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정보 열람.”

이름 : 우트가르트 정예 병사 서리 거인

나이 : 20,000

성별 : 남

종족 : 거인족

능력치

근력 : SSS

민첩 : SS

내구 : SSS

체력 : SSS

마기 : SSS

SKILL

[ 순혈의 피 ]

고대부터 존재해온 거인족. 혈통의 힘을 가지고 있다.

혈계 특성

얼음 내성 100%

화염 내성 50%

전기 내성 50%

포이즌 내성 50%

물리 내성 50%

[ 거인족의 후예 ]

거인족은 둔기 아이템을 쓰면 근력이 200% 향상된다.

[ 우트가르트 로키의 축복 ]

우트가르트의 왕 우트가르트 로키의 축복이 깃든 전사.

상급 얼음 마법으로 온몸을 강화한다.

마법 데미지 –50%

물리 데미지 30% 반사

최종 등급 : SSS

거인의 상태창을 확인하던 최한의 눈살이 더욱 찌푸려졌다.

“이 거인들 졸병이긴 해도 SSS등급인데… 너 진짜 어떻게 잡았냐?”

최한의 물음에 강진철이 미소를 머금으며 니다벨리르에서의 일을 떠올렸다.

최한이 잠시 휴식을 취할 동안 성녀와 함께 헤니르에게 불려갔던 그때의 일.

‘인간인 너희들이 신처럼 강해질 수는 없다. 최한처럼 계속해서 강해질 수도 없고…. 그러나 인간의 한계까지는 강해질 수 있다. 그 방법은….’

강진철이 최한을 지나쳐 나아갔다.

“넌 몰라도 돼. 시간 없다. 빨리 가자.”

“어떻게 강해진 거지? 그때 마기 뚫어서 그런가? 스승님이 아이템이라도 줬나?”

최한이 의문을 남긴 채 강진철의 뒤를 따랐다.

앞서가던 강진철이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눈을 감았다.

‘넌 모르는 게 낫겠지. 우리가 너를 도와주기 위해 수명의 반을 내놓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분명 슬퍼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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