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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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예티티
나이 : 3,500
성별 : 남
종족 : 거인족
칭호 : 우트가르트의 삼천왕
능력치
근력 : (EX) B – 2,391
민첩 : (EX) B – 2,211
내구 : (EX) B – 2,455
체력 : (EX) B – 2,422
마기 : (EX) B – 2,333
SKILL
[ 순혈의 피 ]
고대부터 존재해온 거인족. 혈통의 힘을 가지고 있다.
혈계 특성
얼음 내성 100%
화염 내성 50%
전기 내성 50%
@@@@포이즌 내성 50%
물리 내성 50%
[ 거인족의 후예 ]
거인족은 둔기 아이템을 쓰면 근력이 200% 향상된다.
[ 우트가르트 로키의 축복 ]
우트가르트의 왕 우트가르트 로키의 축복이 깃든 전사.
상급 얼음 마법으로 온몸을 강화한다.
마법 데미지 –50%
물리 데미지 30% 반사
[ 폭설의 왕 ]
눈보라 속에서 살아가는 거인.
태초의 서리 거인과 같은 마법을 구사할 수 있다.
특성 : 태초의 서리 거인 예티
최종 등급 : (EX) - B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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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티티의 모습을 눈에 담고 있던 한재석이 베일리에게 물었다.
“아니, 이름만 예티티지 저거 진짜 예티잖아.”
“네. 맞습니다. 우트가르트 삼천왕 중 하나인 예티티는 태초의 서리 거인 중 하나인 예티와 모습이 똑같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쿵!
쿵!
한재석과 베일리의 앞으로 폭설의 왕 예티티가 다가왔다.
“보아하니 침입자 같은데. 어째 둘 다 거인족의 냄새가 나는구나. 아직도 우트가르트 로키 님에게 반기를 드는 놈이 있을 줄이야.”
바위 거인 베일리가 한재석보다 살짝 몸을 더 내밀며 소리쳤다.
“내 이름은 베일리! 가스트롭니르를 지키는 문지기다!”
예티티가 손가락으로 눈을 가리던 털을 살짝 들어 베일리의 모습을 확인했다.
“문지기라고? 난 너 같은 바위 거인을 본 적이 없는데?”
“7번 문을 지키던 문지기다!”
“7번이라…… 아! 네놈 그 늑대로군.”
베일리의 정체를 알아챈 예티티가 비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몇 번 들었던 적이 있었지. 7번 문을 지키고 싶다고 귀찮게 구는 놈이 있다고. 아마 그래서 우트가르트 로키 님의 마법으로 거대한 늑대로 모습을 바꿔 주셨다지? 참나…. 힘도 없으면서 문지기를 하고 싶다고 찡찡거리다니. 나 같으면 그냥 죽었어.”
꽉.
바위 거인 베일리의 주먹이 떨려왔다.
“이 자식…….”
예티티의 도발에 베일리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금방이라도 그에게 달려들 기세였다.
탁.
베일리의 어깨에 한재석의 손이 얹어 졌다.
“어이, 저런 싸구려 도발에 넘어가면 어떡하냐? 내 길잡이 해준다며.”
여유로운 한재석의 얼굴을 보자 도발 때문에 분노에 휩싸였던 베일리의 정신이 차분하게 돌아왔다.
“죄송합니다, 로키 님. 저도 모르게 그만….”
“괜찮아. 저 녀석은 내가 상대할 테니, 넌 좀 머리 좀 식히고 있어.”
한재석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베일리의 앞을 지나쳤다.
거대한 설인 예티티가 자신의 귀로 들어온 누군가의 이름에 기분이 언짢아졌다.
“잠깐. 지금 로키라고 했느냐. 저 바위 거인 놈의 입에서 나온 소리가 이해가 안 가는군.”
“뭐가 이해가 안 가는데?”
한재석이 예티티를 올려다보며 하품을 내뱉었다.
“너 같이 약해 보이는 놈에게 로키 님이라 부르다니….”
“로키 맞는데?”
“뭐?”
“로키 맞다고.”
빠득.
얼굴 전체를 덥고 있던 털이 순식간에 들려지며 성난 표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예티티였다.
“감히 침입자 주제에 함부로 그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이냐. 요툰의 역사상 최강의 왕이라 불리는 그 분의 이름을 입에 올리다니….”
“최강의 왕이라…. 우트가르트 로키의 삼천왕이 그런 말 해도 돼?”
“훗! 네 말이 맞군. 한데 마음에 안 드는구나. 그 건방진 태도. 뭐가 그리 여유롭지? 조금 있으면 죽게 될 텐데.”
“내가 죽는다고? 그럴 리가 없는데? 너처럼 약한 놈한테 죽을 만큼 약했던 적이 없어서 말이야.”
한재석의 얼굴에 그윽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 미소는 예티티의 참고 있던 분노를 터트리는 기폭제가 되었다.
“이 녀석! 여유 부리는 것도 지금뿐이다. 이 몸의 공격을 받고도 웃을 수 있나 두고 보자!”
예티티가 양손을 하늘 위로 뻗었다.
“블리자드!”
예티티의 머리 위로 거대한 마법진이 나타났다.
새하얀 빛을 뿜으며 나타난 마법진 위로 거센 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샤아악!!!
엄청난 눈보라가 몰아쳤다.
폐가 얼어 버릴 정도의 추위.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눈보라가 불어와 한재석과 베일리의 몸을 뒤덮어 갔다.
순식간에 발밑이 얼어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
바위 거인 베일리가 매서운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이런…. 왕이시여 피하셔야 합니다….”
쓰러진 베일리의 모습을 눈에 담던 한재석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움직이지도 못하면서 무슨…. 아까도 말했잖아. 길잡이 해달라고. 그리고 내 사전에… 부하를 버리고 도망치는 일 따위 없어. 거인의 왕은 그런 자리야. 자신의 몸을 지키는 게 아니라… 모든 거인을 지킬 수 있는 자만이 앉을 수 있는 자리다.”
한재석의 목소리를 듣고 있던 예티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왕…… 왕이란 무엇인가….’
예티티의 머릿속으로 3천 년 전 일이 떠올랐다.
“오늘부터 내가 이 요툰의 왕이다! 너희 모두 내 발아래 무릎 꿇고 맹세해라.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지키겠다고. 너희의 목숨은 나를 위해 존재한다. 왕을 지키다 죽는 것을 사명으로 알지어라!”
그게 우트가르트 로키가 왕의 자리에 앉고 처음 한 말이었다.
백성을 지키는 것보다,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고.
백성의 목숨보다 자신의 목숨을 더 걱정하는 그런 왕.
그런 이가 이번 왕이었다.
누구보다 강한 힘을 가졌지만,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목숨을 가장 위했다.
정치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나라의 안위를 걱정한 적조차 없다.
그저 자신이 사는 성을 보호하고, 자신의 목숨을 보전하는 일과 전투에 도움이 되는 거인들만 자신의 부하로 인식했다.
그런 왕이라도 모시고 싶었다.
왕이 바로 서야 거인족이 멸망하지 않기에.
그렇기에 버티고 버텼다.
지키고 싶지 않은 왕을 지키며.
언젠가 나타날….
진짜 왕을….
거인을 사랑하는 진짜 왕이 나타나길 기다리며….
역사상 최악의 왕을 모시고 있었다.
슈우웅-.
찬 바람이 예티티의 털을 휘날렸다.
털에 가려졌던 예티티의 얼굴 전체가 드러났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침입자. 너의 이름이 무엇이냐.”
예티티의 목소리에 눈보라에 반쯤 갇혀 있던 한재석이 고개를 들며 미소 지었다.
“말했잖아. 로키. 내 이름은 로키다.”
‘나는 그를 본 적이 없다. 그렇기에 저자가 진짜 그 로키 님이 맞는지 알 수가 없다. 하나….’
짝!
예티티가 박수를 한 번 쳤다.
그러자 한재석과 베일리를 집어삼키던 눈보라가 그쳤다.
“뭐야?”
“머… 멈췄습니다. 로키 님.”
한재석의 시선이 예티티에게로 향했다.
“네가 진짜 로키 님이 맞는 건지는 모르겠다. 아니, 아직 믿지 않는다. 하나… 네가 뱉은 그 말…. 자신을 지키는 게 아니라, 모든 요툰을 지키는 자가… 왕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그 말을… 그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한재석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예티티의 푸른 눈동자가 한재석을 향했다.
“너라면… 아니, 네가 왕이 된다면… 모두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나…? 자신의 목숨을 지키는 것 보다… 백성을… 요툰을 지키는 게 먼저인 왕이 될 수 있나…? 강압적인 지배가 아니라… 모두가 만족하는 지배를 할 수 있나…?”
많은 것이 담긴 목소리였다.
많은 것을 잃고, 많은 상처를 입은 목소리였다.
예티티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던 한재석이 크게 웃음 지었다.
“지배라…. 지배 따윈 안 해. 요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니까. 알아서 하겠지. 단지… 왕은 그저 지켜볼 뿐이야. 모든 요툰들이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바라며….”
예티티의 입술이 떨려왔다.
만나고 싶었다.
누구보다 이런 거인을.
이런 표정을 짓는 왕을.
지배가 아닌, 요툰이 행복하길 바라며 지켜보는 왕을.
눈앞에 있는 자가 전설적인 요툰인 로키가 맞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이런 자라면….
이런 자가 요툰의 왕이라면….
모두 행복할 것 같았다.
“그럼 너에게 걸겠다. 침입자여. 새로운 미래를… 요툰들의 미소를 되찾아 주길 부탁한다.”
예티티가 몸을 돌려 길을 터주었다.
하얀 문이 그대로 드러났다.
한재석이 눈속에 파묻힌 베일리를 들어 빼냈다.
툭툭.
몸을 턴 한재석이 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좋아. 불필요한 싸움은 안 하는 게 좋지. 예티티라고 했나? 뭐, 약속이라고까지 할 건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은혜는 입었으니 내 약속 하나 하지.”
고개 숙인 예티티의 옆을 지나치는 한재석이 예티티를 바라보며 경례를 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요툰은 자유야. 새로운 왕이… 이 로키 님이 돌아왔으니까.”
예티티가 더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더욱 고개를 숙였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새로운 왕이….”
툭….
데구르르르….
이해하지 못했다.
어째서.
자신을 향해 고개 숙이고 있던 예티티의 머리가 자신의 앞을 막고 있는 것인지.
한재석의 걸음이 더는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어째서….”
그때.
터벅.
터벅.
뒤쪽에서 눈을 밟는 소리가 들렸다.
거대한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날 선 목소리 하나가 한재석의 귓가를 울리기 시작했다.
“진짜잖아? 로키가 살아 있네?”
바위 거인 베일리가 먼저 몸을 돌려 새로운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했다.
“다… 당신은… 분명 죽었다 들었는데….”
“뭐… 죽은 것으로 되어 있지. 그게 활동하기 편하니까. 근데… 오랜만에 만나는 친군데 인사도 안 할 거야?”
네 개의 팔을 가지고 있던 거인의 손에서 거대한 도끼 하나가 날려졌다.
슝슝슝!
굉음을 내며 날아가던 도끼가 한재석의 뒤통수에 닿으려 했다.
“로키 님!!!”
바위 거인 베일리의 외침이 울림과 동시에 한재석의 눈매가 분노로 일그러졌다.
화르륵!!
한재석의 몸 전체에 불길이 솟아올랐다.
뒤통수를 찢기 위해 날아오던 도끼가 순식간에 재가 되었다.
한재석이 무릎을 꿇어 예티티의 머리를 껴안았다.
화르륵….
예티티의 머리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예티티의 머리가 재가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
“로키 님….”
베일리의 목소리에도 한재석은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몸을 일으킨 한재석이 목이 잘린 채 그대로 서 있는 예티티의 몸에 불을 붙였다.
순식간에 재가 되어 사라진 예티티의 몸이었다.
“잘 가라…. 약속은 꼭 지킬게.”
터벅.
터벅.
몸을 돌린 한재석의 얼굴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분노에 찬 표정이 지어져 있었다.
“뒤통수치는 건 여전하구나. 더러운 새끼. 한 번만 더 그 주둥이에서 친구라는 말 내뱉으면… 죽여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