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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147화 (148/211)

147화

“뒤통수치는 건 여전하구나. 더러운 새끼. 한 번만 더 그 주둥이에서 친구라는 말 내뱉으면… 죽여 버린다.”

분노 섞인 목소리 뒤로 엄청난 마기가 몸에서 흘러나왔다.

가까이에 있던 바위 거인 베일리는 한재석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 때문에 몸을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엄청난 압박감이 주위를 집어삼켰지만, 새롭게 나타난 거인은 로키의 마기를 보고도 여유로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너야말로 변한 게 하나도 없군. 재수 없는 마기마저 그대로야. 오딘과 신들에게 봉인 당했다 들었는데… 어떻게 나온 거지?”

금색의 망치를 어깨에 걸치며 새롭게 나타난 거인이 웃어 보였다.

새롭게 나타난 거인의 이름은 스림.

다른 거인족보다 크기는 작았지만, 인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큰 몸집을 가지고 있었다.

5m 정도 되는 키를 가진 오우거.

그는 거인 종족에서도 하급 거인으로 여겨지는 오우거의 왕이었다.

하지만 스림은 다른 오우거와 다르게 머리도 비상하고, 마법도 쓸 수 있는 이형의 존재였다.

그로 인해 오우거들의 왕이라는 명칭을 얻게 되고, 멸시받는 오우거들과 다르게 요툰헤임에서조차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존재로까지 부상했다.

하지만….

한재석이 스림을 노려보며 말했다.

“신들을 능멸하고, 동족들을 몰래 잡아먹는 파렴치한 짓을 해서 내가 파면시켰는데…. 얼마 뒤 네가 죽었다는 보고까지 들었는데. 어째서 살아 있는 것이지?”

스림이 어깨를 들썩이며 소리쳤다.

“아까도 말했잖아. 죽어야 활동하기 편하다고. 너에게 복수하고, 나의 청혼을 받아주지 않았던 프레이야를 죽이기 위해 난 힘을 키워야 했지. 난 죽음으로 위장하고 강한 거인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러다 발견한 것이… 지금의 왕. 우트가르트 로키다.”

“설마….”

“맞아. 갑자기 나타난 꼬맹이가 아무리 강해도 어떻게 왕이 될 수 있었겠어. 내가 도와줬지. 우트가르트 로키라는 이름도 내가 지어준 거야.”

찌꺼기가 끼어 있는 이빨을 크게 드러내며 스림이 웃어 보였다.

“더러운 놈….”

한재석의 시야로 스림의 상태창이 보였다.

# # #

이름 : 스림

나이 : ∞

성별 : 남

종족 : 거인족

칭호 : 동족 학살자 (EX)

능력치

근력 : (EX) A – 2,991

민첩 : (EX) A – 2,801

내구 : (EX) A – 2,985

체력 : (EX) A – 2,822

마기 : (EX) A – 2,833

SKILL

[ 순혈의 피 ]

고대부터 존재해온 오우거. 혈통의 힘을 가지고 있다.

혈계 특성

얼음 내성 100%

화염 내성 50%

전기 내성 50%

포이즌 내성 50%

물리 내성 50%

[ 거인족의 후예 ]

거인족은 둔기 아이템을 쓰면 근력이 200% 향상된다.

[ 이형 오우거 ]

오우거만이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을 구사할 수 있다.

특성 : 오우거의 왕

최종 등급 : (EX) - A급

# # #

‘오우거 주제에 강한 건 여전하군.’

한재석이 스림을 보며 소리쳤다.

“프레이야가 네 청혼을 받아주지 않은 건 당연한 거 아니야? 너처럼 동족이나 잡아먹는 더러운 놈과 어떻게 결혼하냐? 거기다 이빨도 닦지 않는 야만적인 놈이 신이랑 결혼은 무슨.”

조롱 섞인 한재석의 목소리에 스림의 두 눈이 사선을 그렸다.

“이놈! 열받게 하는 건 여전하군. 하나 그때처럼 넘어가지 않아. 네가 없는 몇천 년 동안 이 몸이 얼마나 각성했는데.”

“칫!”

혀를 차며 아쉬움을 토하는 한재석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벌써 이성을 잃고 달려들었어야 하는데.

‘꽤 단단한 계획을 준비했다 이건가.’

게다가 신경 쓰이는 것은 스림의 참을성만이 아니었다.

그가 들고 있는 황금색 망치.

본 적 없던 것이었다.

한재석의 시선을 눈치챈 스림이 망치를 보며 이야기했다.

“이게 신경 쓰이나 보군. 오래 잠들어 있다 깨어나도 무기 보는 눈은 살아 있구만.”

“개소리 집어치우고. 너 같은 하등한 놈이 그런 아이템을 어떻게 얻은 거지? 그 정도의 무기는 드워프가 아니면 만들지 못할 텐데.”

뭉툭한 코에서 콧바람을 내쉬며 스림이 웃어 보였다.

“드워프라….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하지. 하지만 드워프 말고도 손재주 좋은 놈들이 또 하나 있잖아?”

“설마… 네 녀석. 헬헤임의 낙오자들에게 금기의 마법을….”

“맞아. 그들에게 부탁했지. 재료를 구하는 데 애먹긴 했지만, 우트가르트 로키를 이용해서 그나마 편하게 제물을 구했지.”

“이 버러지 녀석…. 한 달에 한 번씩 여자들을 바치라 했던 게. 그 무기 때문이었나….”

스림이 황금색 망치를 문지르며 말했다.

“여자들뿐만 아니야. 못해도 천 명 이상의 살아 있는 거인들이 이 안에 녹아 있으니 말이야. 흐흐흐흐.”

스림의 벌어진 입으로 침이 줄줄 떨어졌다.

구역질 나는 냄새보다 그의 입에서 나온 더러운 웃음이 더욱 한재석의 미간을 구겼다.

한재석의 주먹이 덜덜 떨렸다.

“예전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너는 항상 선을 넘거든.”

“장난의 신인 너한테는 듣고 싶지 않은데? 시답잖은 장난과 농담 따먹기나 하는 네놈이 항상 선을 넘었지.”

서로를 노려보는 눈이 당장이라도 불이 붙을 것 같았다.

한재석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생각에 잠겼다.

‘나보다 약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쉽게 이길 상대는 아니다. 웬만한 아스가르드의 신들조차 벌벌 떨 정도였으니….’

태생이 저급하다고는 하나.

스림은 요툰헤임 역사의 한 획을 그을 정도의 거인이었다.

혈혈단신.

단 한 마리의 오우거가 왕의 침소까지 쳐들어온 사건이 있었다.

다행히 왕을 죽이지는 못했지만, 그의 힘을 높이 사, 오우거에게 성에 살 권리와 전사의 칭호를 준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으니까.

이형의 오우거였던 스림은 거인족 중에서도 당해낼 자가 없을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 힘을 두려워했던 왕이 그에게 작위를 주고 옆에 두는 것으로 일이 잘 마무리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가 여신인 프레이야를 만나면서 일이 틀어졌다.

그는 광적으로 프레이야에게 청혼했지만, 외모적인 것 때문만이 아니라 몸에 배어 있는 더러운 동족 상해의 냄새를 맡은 프레이야가 몇 번이고 단호하게 거절했다.

이에 분개한 스림이 술에 취해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기를 여러 번.

강력한 그의 힘 앞에 왕도 어쩔 수 없었다.

그러다.

새로운 왕이 나타남과 동시에 스림은 벌을 받고 추방당하게 된다.

전대 왕이 스크리미르에게 죽고, 스크리미르가 왕이 돼 보지도 못한 채 나그네에게 당해 왕위를 빼앗겼다.

그 왕이 바로 로키였다.

‘우트가르트 로키라는 놈과도 싸워야 하는데. 마기가 잘 버텨 주려나. 아직 최한한테 이 정도 녀석들은 버거울 텐데. 이놈과 우트가르트 로키라는 놈 두 명을 모두 상대할 수 있을까…?’

풀리지 않는 생각에 입술을 깨물고 있던 한재석에게 스림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를 요툰에서 쫓아낸 그때를 잊지 못한다. 너는 그 순간에도 장난 섞인 말을 하며 나를 우롱했지.”

“우롱이라니. 난 사실만을 말했을 뿐이라고. 그리고 네 녀석, 아까도 말했지만, 동족을 잡아먹는 쓰레기가 있을 곳은 이곳에 없어.”

딱.

한재석이 손가락을 한 번 튕기자, 거대한 마법진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마법진에서 화염으로 된 뱀의 머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쌍두사.

화염의 뱀이 순식간에 몸을 길게 뻗어 스림을 향해 나아갔다.

“쿠에엑!!”

화염으로 된 독니를 드러내며 쌍두사가 스림을 덮쳤다.

화르륵!

스림의 어깨에 정확히 독니를 꽂은 쌍두사가 훨훨 타올랐다.

“조… 좋았어.”

바위 거인 베일리가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듯 주먹을 꽉 쥐며 소리쳤다.

하지만.

한재석의 표정이 여전히 어두웠다.

한재석의 표정을 눈에 담던 베일 리가 천천히 스림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여전히 대단한 마법을 쓰는구만. 이 정도 캐스팅 속도를 낼 수 있는 이는 전 차원을 뒤져도 너밖에 없겠지. 하지만….”

펑!!

화르륵….

스림의 어깨를 물고 있던 쌍두사가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아무 타격도 입지 않은 듯, 스림이 어깨를 돌리며 웃음을 보였다.

“겨우 이 정도 마법으로는 이 몸에게 상처도 낼 수 없다고.”

“칫!”

한재석의 입술이 비틀렸다.

최고위의 마법은 아니지만, 마기를 머금고 있는 공격을 큰 힘도 들이지 않고 쉽게 파했다.

‘원래도 강하긴 했지만, 역시….’

한재석의 시선이 스림이 들고 있는 황금 망치에서 멈췄다.

“그 망치. 마기의 흐름 제어도 도와주나 보군.”

“이제야 눈치챈 건가? 마기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 채 둔기를 휘두르기만 해도 요툰헤임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나였지. 마기를 다룰 수 있게 되고, 근력을 폭발시킬 수 있는 망치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된 나는 이제… 무적이다!”

스림이 양손으로 망치를 높게 들어 올렸다.

“피해!”

한재석의 외침에 바위 거인 베일 리가 뒤쪽으로 점프했다.

스림의 황금 망치가 눈 덮인 땅을 강하게 내려쳤다.

꽝!!

엄청난 폭발음이 대지를 울리고 산속을 메아리쳤다.

그리고.

산 중턱에 있던 눈들이 일제히 망치가 내려쳐진 장소로 눈사태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젠장….”

망치의 공격은 피했지만, 후폭풍으로 몰려오는 눈사태는 피하지 못할 것 같았다.

아니.

한재석 혼자였다면 어떻게든 몸을 피할 순 있었겠지만….

“저는 두고 도망가십시오! 로키 님!”

눈에 발이 빠져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베일리 때문에 한재석의 발도 함께 묶였다.

한재석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휴… 내가 정말… 너 때문에 못산다. 말이랑 행동이랑 똑같이 좀 해줄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자기를 두고 가라니. 나 시험하냐?”

“죄… 죄송합니다.”

“하…. 암튼… 이제 뭐 어쩔 수 없나?”

뒷머리를 긁적이던 한재석이 산에서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눈사태를 한 번 눈에 담고, 다시 시선을 옮겨 웃음을 짓고 있는 스림의 얼굴로 시선을 옮겼다.

이제 뒷일 생각할 겨를이 없다.

이 앞에 있는 문이 진짜 문이라면.

다른 팀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 녀석을 해치우고 문을 열어야 한다.

뒷일은 나중에 생각하자.

이 녀석을 이기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 녀석을 물리쳐야, 우트가르트 로키가 있는 곳으로 갈 수 있다.

우트가르트 로키는 모두와 힘을 합쳐 무찌르면 된다.

그러니.

“처음부터 풀코스로 간다.”

화르륵!

한재석의 몸 앞으로 세 개의 마법진이 나타났다.

고대의 문자가 적혀 있는 붉은 마법진.

한 곳은 불의 창이.

한 곳은 쌍두사가.

마지막 한 곳은…….

스림의 눈동자가 떨리기 시작했다.

“그 보물이 대체 어디 갔나 했더니….”

한재석의 마지막 마법진 앞으로 거대한 주먹이 나타났다.

태초의 왕.

위미르의 팔.

“조심하라고. 주먹 한 방이면 이 요툰헤임 전체가 사라질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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