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화
“누구냐.”
앙그르보다의 날 선 목소리에 뒤따라 걷고 있던 최한과 일행들의 몸이 빠르게 전투태세를 취했다.
최한의 시선이 앙그르보다의 앞을 막아선 거인들에게 옮겨졌다.
하늘을 찌를 듯 높게 솟아 있는 거인들의 머리가 여럿 보였다.
한눈에 봐도 작은 산과 필적할 정도의 거대한 몸집.
손에 들고 있는 둔기들로 보아 충분한 적의를 가지고 접근했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이제 막 수도를 벗어나려던 이들에게 예기치 못한 방해물이 등장했다.
가장 앞쪽에 서 있던 외눈 거인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는 메트라 산에서 도적질을 하고 있는 산적이다.”
“산적? 산적이 왜 수도까지 내려와 우리의 앞을 막고 있는 거지?”
“산적이긴 하지만, 얼마 전부터 또 하나의 직업이 생겼었거든. 수도를 관리하는 관리자라는 직업이.”
외눈박이 거인의 목소리에 앙그르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왜 저 거인들이 강한 살기를 뿜으며 앞을 막고 서 있는 것인지 깨달았다.
“아… 네놈들이 그 말로만 듣던 우트가르트 로키의 개구나.”
빠직.
앙그르보다의 목소리에 외눈박이 거인을 포함한 산적들의 얼굴이 구겨졌다.
앙그르보다가 그런 산적들의 표정을 보며 비웃기라도 하듯 히죽대며 말했다.
“우트가르트 로키에게 붙어 죄 없는 백성들에게 금품을 뜯어내고, 마을 이곳저곳을 헤집고 다니는 집단이 있다고 들었었는데, 그게 너희인가 보군. 더러운 놈들.”
앙그르보다의 공격적인 언사에 산적들의 얼굴에 불편한 기색이 가득했지만, 가장 앞에 서 있던 외눈박이 거인만은 차분히 날숨을 내쉬며 평정심을 되찾았다.
“뭐라고 해도 상관없어. 성군이든 폭군이든 우린 콩고물만 떨어지면 되니까. 그리고 너희는 모르겠지만, 어느 세력이든 어두운 면은 존재한다고. 성군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러운 짓만 하는 집단을 거느리고 있을 거야. 그러니 너희들이 개라고 부르든 말든 우린 상관하지 않아.”
“단단히 정신이 나간 쓰레기로군. 그딴 정의론은 너희 같은 쓰레기들의 입에서 나올 것이 아니야.”
“뭐라고 해도 상관없어. 우린 단지 너희의 목만 가져가면 되니까.”
외눈박이 거인의 목소리에 뒤쪽에 있던 산적들의 얼굴에 비린내 나는 웃음이 지어지기 시작했다.
살의와 본능만이 존재하는 웃음.
최한과 일행들이 거인들의 웃음을 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외눈박이 거인의 입이 다시 열렸다.
“네놈들이 어떻게 우트가르트 로키를 쓰러트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비겁한 수를 썼겠지. 그놈은 거인의 힘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는 상대였으니까. 뭐… 차라리 잘됐어. 그딴 놈의 명령을 이제는 듣지 않아도 되니까. 네놈들만 해치우면 이제 우리 산적이 이 요툰의 주인이 된다.”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여전히 최한과 일행들은 외눈 거인을 바라보며 멍한 표정만 짓고 있었다.
얼이 빠진 표정만 짓고 있는 최한 일행의 모습에 외눈박이 거인의 입에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흐흐흐. 그런 표정 지을 만하지. 이 몸의 강한 마기에 눌려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구나.”
“우오오!”
뒤쪽에 있던 산적들이 둔기를 쳐들며 환호성을 질러댔다.
벌써 새로운 왕이 된 듯 환호성이 끊이질 않았다.
완벽히 흐름을 잡았다고 생각한 산적들의 기세가 완전히 올라갔다.
한참을 그렇게 산적들의 환호성이 이어지고.
“저… 미안한데….”
작은 목소리에 산적들의 시선이 한곳을 향했다.
검은 머리칼을 가진 작은 인간에게로.
“너희 나 몰라?”
한재석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산적들에게 물었다.
껌뻑껌뻑.
허탈감까지 드러난 그 표정에 외눈박이 산적이 콧방구를 뀌며 소리쳤다.
“아, 네놈인가 보군. 우트가르트 로키의 이름을 따라 하는 녀석이. 로키라고 했던가? 네놈이 이번 왕이로군.”
외눈박이 산적의 목소리에 한재석의 눈가가 가늘게 떨렸다.
“큭….”
작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
최한과 일행들이 외눈박이 산적의 목소리에 웃음을 참지 못했다.
한재석이 입술을 질끈 깨물며 최한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찌릿.
화살촉처럼 변한 한재석의 눈빛에 최한이 웃음을 참기 위해 입을 손으로 가렸다.
한재석의 눈빛이 다른 일행들에게로 옮겨졌다.
강진철과 성녀 그리고 백설.
얼굴에서 웃음은 지웠지만, 그들의 어깨는 아직도 떨리고 있었다.
한재석이 마지막으로 앙그르보다의 얼굴로 시선을 옮겼다.
“하아…… 너까지….”
한재석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미… 미안….”
앙그르보다까지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지끈거리는 두통이 찾아왔다.
‘내가 따라 한 줄 알다니…. 설마….’
“정보 열람.”
한재석이 손가락을 튕겼다.
딱!
맑고 고운 소리와 함께 상태창이 나타났다.
이름 : 콜투라
나이 : 1,000
성별 : 남
종족 : 거인족
칭호 : 산적 우두머리
능력치
근력 : (EX) B - 2,190
민첩 : (EX) B - 2,011
내구 : (EX) B - 2,055
체력 : (EX) B - 2,022
마기 : (EX) B - 2,133
SKILL
[ 순혈의 피 ]
거인 혈통의 힘을 가지고 있다.
혈계 특성
얼음 내성 100%
화염 내성 50%
전기 내성 50%
포이즌 내성 50%
물리 내성 50%
[ 거인족의 후예 ]
거인족은 둔기 아이템을 쓰면 근력이 200% 향상된다.
[ 우트가르트 로키의 축복 ]
우트가르트의 왕 우트가르트 로키의 축복이 깃든 전사.
상급 얼음 마법으로 온몸을 강화한다.
마법 데미지 –50%
물리 데미지 30% 반사
[ 식인 거인 ]
야만적인 식성을 가진 거인.
오우거뿐 아니라 동족도 잡아먹는다.
[ 강탈 ]
자신보다 낮은 등급의 능력을 1회 강탈하여 사용할 수 있다.
특성 : 메트라 산의 왕
최종 등급 : (EX) - B급
가장 앞에 서 있던 외눈박이 거인의 능력치를 확인하던 한재석의 얼굴이 떨려왔다.
“태어난 지 1,000년밖에 안 됐다고?”
‘우두머리의 능력과 나이가 이 정도밖에 안 된다면….’
한재석이 우두머리 바로 뒤쪽에 있는 거인 하나를 짚어 다시 손가락을 튕겼다.
이름 : 메트라 산적 거인
나이 : 500
성별 : 남
종족 : 거인족
칭호 : 식인 거인
능력치
근력 : (EX) C - 1,855
민첩 : (EX) C - 1,823
내구 : (EX) C - 1,834
체력 : (EX) C - 1,811
마기 : (EX) C - 1,932
SKILL
[ 순혈의 피 ]
거인 혈통의 힘을 가지고 있다.
혈계 특성
얼음 내성 100%
화염 내성 50%
전기 내성 50%
포이즌 내성 50%
물리 내성 50%
[ 거인족의 후예 ]
거인족은 둔기 아이템을 쓰면 근력이 200% 향상된다.
[ 우트가르트 로키의 축복 ]
우트가르트의 왕 우트가르트 로키의 축복이 깃든 전사.
상급 얼음 마법으로 온몸을 강화한다.
마법 데미지 –50%
물리 데미지 30% 반사
[ 식인 거인 ]
야만적인 식성을 가진 거인.
오우거뿐 아니라 동족도 잡아먹는다.
특성 : 없음
최종 등급 : (EX) - C급
“500년이라고? 이거 완전 아기들이잖아….”
한재석이 뒤쪽에 있는 산적의 능력을 몇 번 더 확인했다.
딱!
딱!
딱!
“하아….”
한재석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몇 번을 확인해도 뒤쪽에 있는 산적들은 이름도 없는 약한 거인들이었다.
“진짜… 이름도 없는… 산적 떼잖아…. 이딴 놈들이 수도에서 금품을 갈취하고 난동을 부렸다고?”
한재석의 목소리에 앙그르보다가 대답했다.
“요툰들은 아마 이놈이 아니라 이놈들 뒤에 있는 우트가르트 로키가 무서웠겠지.”
“그러니까. 약해 빠진 놈들이 우트가르트 로키의 이름을 등에 업고 양아치 짓을 하고 다닌 거로군.”
한재석의 목소리에 산적 우두머리 콜투라의 외눈이 강하게 찢어졌다.
“이 가짜 놈이.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감히 이 메트라 산의 왕인 나를 보고 약해 빠졌다고! 이 마기도 느껴지지 않는 나약한 놈들이!”
“설마… 너 마기도 제대로 못 읽는 놈이냐?”
한재석의 목소리에 콜투라가 한재석을 눈에 담으며 소리쳤다.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냐! 네놈의 약한 마기가 내 눈에 훤히 보이는 구….”
콜투라의 눈동자가 떨렸다.
콜투라의 시선으로 보이는 한재석의 몸에서 붉은 마기가 요동치며 몸집을 키워가고 있었다.
“어째서…. 아까는 분명…약했었는데….”
터벅.
터벅.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내가 짝퉁이라는 소리나 듣고. 진짜… 다 죽었다.”
한재석이 잔뜩 찡그린 얼굴로 허공에 손을 휘휘 저었다.
슈우웅!
한재석의 손끝을 따라 허공에 마법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화르륵!
“으아아악!!”
콜투라를 포함한 산적들의 몸이 불길에 휩싸였다.
“살려줘!”
“으악!”
쿵!
쿵!!
산적들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나뒹굴기 시작했다.
우두머리를 제외한 거인들이 고통을 호소하며 죽어 갔다.
화르륵!
산적 떼의 비명이 불길에 잡아먹히고, 땅에는 산적 떼의 해골만이 남게 되었다.
“그래도 네놈이 대장이긴 한가 보네.”
한재석의 목소리가 유일하게 서 있는 산적을 향해 들렸다.
“이… 이놈… 이렇게 강한 힘을 숨기고 있었다니…. 네놈은 도대체….”
불길에 휩싸여 있는 콜투라의 무릎이 땅에 닿았다.
터벅.
터벅.
그런 콜투라의 앞에 한재석이 도착했다.
“숨긴 적 없는데? 저 혼자 착각해 놓고. 뭐… 암튼 이제 우트가르트 로키의 뒤에 숨어서 요툰들을 괴롭히던 벌을 줄게.”
한재석의 손이 들렸다.
“네놈이… 왜… 무슨 권리로… 우리를 죽이느냐…?”
히죽.
한재석의 얼굴에 사악한 미소가 번졌다.
“가장 강한 요툰의 권리로.”
한재석의 손끝에서 거대한 불길이 용솟음쳤다.
콰과과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