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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162화 (163/211)

162화

최한과 일행들이 니플헤임에 도착했다.

“신기하네. 요툰헤임보다도 얼음이 많잖아?”

최한의 시선으로 들어온 니플헤임의 첫 모습은,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대지가 전부 얼음으로 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나무도 풀도 돌마저도 얼음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얼음인데도 나무는 흔들리고 있었고 작은 풀들도 숨을 쉬고 있었다.

최한과 일행이 서 있는 부분은 다른 곳보다 조금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서 먼 곳까지 더 볼 수 있었다.

한재석이 아래로 보이는 커다란 강줄기를 보면서 말했다.

“니플헤임은 태고적부터 존재한 얼음과 냉기의 세계야. 저기 보이는 9개의 얼어붙은 강을 사이에 두고 많은 종족이 마을을 이루고 살고 있지.”

한재석의 목소리에 강진철과 성녀가 거대한 강줄기를 눈에 담았다.

“끝도 없이 뻗어 있네.”

“저 큰 강이 다 언 겁니까?”

시야에 강줄기의 상류만 담겼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웅장한 느낌을 주었다.

서울에 있는 한강은 이곳에 있는 강의 축에도 못 낄 정도였다.

무심히 강을 보고 있던 백설의 입이 떼졌다.

“그래서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은 뭐야?”

“잠깐만. 아까 퀘스트에서……/”

「퀘스트 NO. 010

니플헤임 초입에 있는 라주트라 마을로 가 그곳에 촌장인 영생의 거인 새를 만나시오.

보상

레벨 + 2

니플헤임의 근황」

최한이 퀘스트창을 보며 말했다.

“라주트라 마을로 가서 촌장인 영생의 거인 새를 만나라는데?”

“거인 새?”

“거인인데 새라고?”

아이들이 저마다 거인 새의 모습을 상상하는지 눈을 감고 ‘음’ 하는 소리를 내었다.

“음…….”

아이들의 상상이 길어질수록 그들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이상한데.”

“상상이 안 가.”

“거인인데 어떻게 새입니까?”

“먹을 수 있는 건가.”

아이들의 시선이 온통 최한을 향했다.

“맨날 나한테 바보라더니 너희들도 똑같네.”

최한이 고개를 저으며 걸음을 옮겼다.

“어디가?”

한재석이 무작정 걸어가는 최한을 보며 물었다.

“어디긴 라주트라마을이지.”

“가는 법은 알고? 나도 오랜만이라 길 모르겠는데?”

최한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주머니에서 낡은 두루마리를 하나 꺼냈다.

“이 지도에 라주트라 마을로 가는 법이 적혀 있겠지.”

“오…….”

무작정 밀고 나가는 지금까지와 달리 똑똑해 보이는 최한의 모습에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최한이 두루마리를 펼쳐 시선을 옮겼다.

최한의 사선이 된 눈썹 아래 있는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였다.

괜스레 무거운 분위기가 이어졌다.

“역시…….”

한재석과 아이들이 마른침을 삼키며 최한이 다음 말을 기다렸다.

“못 읽겠다. 헤헤, 읽어주라.”

빠직.

한재석이 지도를 뺏으며 작게 말했다.

“밟아.”

콱!

쾅!

“으악! 저번에도 그랬잖아! 못 읽겠다고! 그때도 똑같이 때렸으면서 왜 그래!”

“네가 기대하게 만들었잖아!”

“발전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남자지, 넌.”

“으아악!!”

최한의 비명을 끝으로 아이들이 라주트라 마을로 걸음을 옮겼다.

“저 바보. 진짜…… 저런 놈이 인간의 왕이라니.”

백설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인간이라는 말을 들으니 갑자기 생각난 건데. 인간들 잘 지내고 있으려나?”

한재석의 목소리를 시작으로 지구에 남겨진 사람들이 떠오른 아이들이었다.

성녀가 마지막 전투를 떠올리며 말했다.

“많이 당황스러울 겁니다. 갑자기 큰 공격을 받고 우리까지 사라졌으니.”

백설이 성녀를 보며 말했다.

“그쪽에는 상황 설명도 못 했으니 어지럽긴 하겠지.”

“그러게. 다들 뒤처리는 잘했나? 인사도 못 하고 갑자기 헤어졌는데.”

강진철의 마지막 말 뒤로 한재석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넌 인사 못 할 만하지. 숯불구이 돼서 누워 있었잖아.”

빠직.

“내가 누구 때문에 숯불구이 됐는데. 너 살리려다 그렇게 된 거다.”

“누가 살려 달래?”

“다시 죽여줄까?”

“못 이길걸? 나 이제 로키인데?”

“상관없다. 미림고 최강은 언제나 나니까.”

한재석과 강진철이 머리를 맞대고 서로를 노려 보았다.

“바보들이군.”

“네. 바보들입니다.”

그때, 뒤따라 오던 최한의 목소리가 들렸다.

“근데… 진짜 걱정되긴 하네. 다들… 잘 지내고 있으려나?”

* * *

시간은 조금 거슬러 올라가. 최한 일행들이 여행을 막 시작했을 시점.

대한민국 헌터 협회.

협회장실.

“그러니까, 당신 말은 당신이 최한의 스승이고. 신이라 이겁니까?”

어두운 표정들이 가득한 무거운 분위기 속.

브로스 길드 길드장 최수혁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렇네. 내 이름은 헤니르. 인간들에게 이성을 선물해준 신이자, 아스가르드의 전투대장이었지.”

최한 일행이 여행을 시작하자마자 헤니르는 인간 세상인 미드가르드로 내려와 최한의 지인들을 만났다.

최수혁과 다른 길드장들이 서로 눈을 마주치며 노인의 말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오딘과의 전투에서 분명 그의 모습을 보았다.

오딘과 적대시하던 모습.

그리고 그는 분명 최한과 아이들을 데리고 사라지긴 했었다.

길드장들이 생각에 잠겨 있자 함께 있던 오지훈 박사가 헤니르에게 물었다.

“최한과 아이들은 어디 있는 것이죠? 분명 당신이 데리고 사라졌을 터인데….”

“최한과 녀석들은 다른 차원에서 여행 중이다. 최한을 강해지게 하기 위해서….”

“강해지게……. 그것보다 더 강해질 수 있습니까?”

인간으로서의 최한도 분명 강했다. 하지만 오지훈이 이렇게 말 한 이유는…….

민섭의 가슴에 박힌 검을 뽑은 뒤, 최한은 그야말로 인간이 닿을 수 없는 엄청난 강함을 손에 넣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지구와 비슷한 크기의 행성을 단숨에 잘라 버리고, 모든 능력자들과 SSS급이던 최한 자신도 이기지 못했던 티르라는 외팔의 신을 단 한 방에 죽여 버렸으니까.

최수혁이 마른침을 삼키며 말했다.

“그 정도 힘을 가지게 됐는데도… 더 강해지기 위해 여행을 하고 있는 건가…….”

“당연하지. 인간에 기준에서 볼 때는 분명 강하겠지만, 신의 입장에서 보면 아직 애송이니까. 더군다나 최고신 오딘에 비하면 최한 그 녀석은 아직 걸음마도 떼지 못한 꼬맹이 수준이야.”

헤니르의 목소리에 협회장실에 모여 있는 모든 인원의 얼굴에 먹구름이 끼었다.

침울한 분위기만 감돌았다.

최강이라 칭하던 SSS급. 그보다 훨씬 더 강한 힘을 가지게 된 지금.

그가 어린애 취급을 당하고 있다.

그 말은 곧 자신들은 쓸모도 없는 먼지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어두운 분위기를 감지한 헤니르가 날숨을 내쉬며 표정을 풀었다.

“그런 표정들 짓지 마. 너희들도 분명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야. 그래서 내가 왔느니라.”

헤니르의 목소리에 최수혁과 다른 길드장들의 시선이 헤니르를 향했다.

“가장 큰 싸움인 오딘과의 싸움은 최한과 그리고 함께 여행 중인 그 녀석들이 맡아 줄 거야. 뭐, 그놈들 일은 알아서 할 터이니 신경 쓸 거 없고, 너희들은 너희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분명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배신자인 용들을 쓰러트리는 것 같은….”

헤니르의 마지막 목소리에 최수혁을 포함한 길드장들 전체의 눈이 번쩍 떠졌다.

용족.

두 번씩이나 처참한 패배를 맛보았다.

팔이 잘리고.

눈이 멀게 되고.

죽음 코앞까지 다녀온 이도 있었다.

최강인 줄 알았던 S급 자신들이 어린애처럼 농락당했던 지난 기억들이 떠올랐다.

“그게… 무슨…….”

“우리가… 이길 수 있다는 겁니까? 그 용들을…….”

헤니르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번졌다.

“당연하지. 내가 왜 친히 이곳까지 왔을 것 같으냐.”

최수혁과 길드장들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이제 정확히 99일 뒤. 오딘과 토르가 또다시 휴거를 진행하기 위해 이곳에 올 것이다. 한 번 실패했으니 이번엔 모든 병력을 끌고 오겠지. 아마 흩어져 있던 강경파 신들을 모두 데리고 올 수도 있다.”

꿀꺽.

마른침 삼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아마 이것이 마지막 싸움이 될 것이다. 최한과 너희가 이긴다면 인간들은 살아남을 것이고 최한과 너희가 진다면… 세상에서 인간이란 존재는 하나도 남지 않게 될 것이야.”

길드장들의 눈동자에 힘이 깃들기 시작했다.

타오르는 마음이 굳은 의지가 되어 눈빛에 나타났다.

“저희가 어떻게 하면 됩니까. 저희가 어떻게 해야 최한에게… 인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까?”

최수혁의 목소리에 헤니르가 만족한 듯 크게 웃음을 보였다.

“지금 이 순간부터 이 전쟁의 참모는 나다. 너희는 내 말을 듣고 병력이 될 만한 강한 존재들을 모아 내가 말하는 지역에 배치해 두게. 다른 나라에도 내가 말하는 모든 것을 전달해두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자리에 있는 너희는 오늘부터 수련을 할 거야. 신만큼은 강해질 수 없지만… 용족을 죽일 만큼은 강해질 수 있을 거야. 아마 대충…….”

헤니르의 마지막 말을 들은 최수혁과 길드장들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각성하기 전 최한 정도까지는 내가 강해지게 해줄게.”

* * *

헤니르와 길드장들이 회동을 하고 난 일주일 후.

그러니까 다시 휴거가 진행되는 것이 92일 정도 남았을 무렵.

이제야 김민섭과 장부기의 장례식이 열리게 되었다.

장례식은 브로스 길드 산하 협력 병원에서 열리게 되었다. 모든 절차는 브로스 길드의 지원으로 진행되었다.

합동 장례식.

밝게 웃고 있는 김민섭과 장부기의 사진 앞에 조일환 선생과 D반 아이들이 서 있었다.

시간이 조금 지났건만 아직도 그들의 얼굴에는 받아들일 수 없는 깊은 슬픔이 묻어 있었다.

“으…….”

“민섭아…….”

“부기야…….”

웃고 있는 사진을 보자 참았던 눈물이 다시 터져 흐르기 시작했다.

조일환 선생이 입술을 강하게 깨물며 고개를 숙였다.

“미안하다…….”

조일환 선생을 시작으로 반 아이들이 한 명씩 그들에게 전해지지 않을 말을 꺼냈다.

“미안해…….”

“약해서 미안해…….”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최한을 만나 강해지고 단단해졌다고 생각했지만, 그들의 이 말버릇은 변하지 않았다.

아니, 변할 수 없었다.

아무리 강해져도 최한 정도의, 친구를 지켜줄 수 있는 힘이 없었기에.

아이들이 눈물을 흘리며 사진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터벅.

터벅.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아이들을 지나치는 그 발걸음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조일환 선생과 D반 아이들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황금색과 흰색이 어우러진 용포.

너무도 짙어 푸른 빛이 감도는 긴 머리칼.

그리고.

너무도 익숙한 얼굴.

아니, 너무도 보고 싶었던 얼굴.

전지현의 입이 떨어졌다.

“최…… 최한…….”

전지현을 시작으로 D반의 아이들이 최한을 보며 울음 섞인 목소리를 내었다.

“어디 갔었어… 최한…….”

“미안해. 아무것도 하지 못해서.”

“미안해. 최한…….”

“도움이 못 돼서 미안해.”

아이들의 목소리에도 최한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영정사진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이상함을 느낀 아이들이 최한의 뒷모습을 보며 수군거렸다.

그때.

뒤쪽에 있던 헤니르가 말했다.

“그것은 최한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최한의 분신…. 아니, 최한의 의지라고 보는 것이 맞으려나? 내가 이곳에 오기 전 최한에게서 받아 놓았던 최한의 작은 의지를 실체화한 것이다.”

아이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사과하고 싶었다.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울고 싶었다.

모두 털어놓고 울고 싶었다.

인사를 마친 최한의 몸이 다리부터 사라지기 시작했다.

아쉬움 가득한 아이들의 얼굴이었다.

“듣지는 못해도… 아마 너희에게 남겨둔 말이 있을 것이다….”

헤니르의 목소리가 울리고.

“강해져서 돌아올게.”

그토록 듣고 싶었던 목소리가 장례식장 전체에 울렸다.

조일환 선생과 아이들의 고개가 들렸다.

반쯤 몸을 돌린 최한.

밑에서부터 사라져 가고 있는 몸 위로.

밝게 웃고 있는 최한의… 진짜 최한의 미소가 보였다.

“다시는… 다시는 친구를 잃지 않도록. 전 우주에서 제일 강해져서 돌아올게.”

조일환 선생과 D반 아이들뿐 아니라, 장례식에 참여했던 모든 인간들의 얼굴에 같은 표정이 지어지고 있었다.

“기다릴게. 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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