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화
“여기인가.”
선두로 걷던 한재석의 걸음이 멈췄다.
“이게 라주트라 마을이야?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 작네.”
최한의 시선에 들어온 마을은 퀘스트에 적혀 있던 거인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만큼 아주 작은 마을이었다.
지구에서도 시골에 가야 겨우 볼 수 있을 법한 작은 마을.
얼음으로 지어진 작은 이글루가 20개도 되지 않는.
마을이라기보다는 작은 부족이라고 하는 게 어울리는 그런 마을이었다.
툭.
마을을 구경하고 있는 최한의 등으로 무언가 닿는 느낌이 들었다.
“뭐야?”
최한이 시선을 돌리자, 성녀가 등에 파묻혀 있었다.
“어째 요즘 뜸하다 했다! 그만 좀 달라붙으라고!”
학교에 다닐 때 자신만 보면 달려드는 성녀의 모습을 떠올린 최한이 팔로 성녀를 밀었다.
그리고.
툭!
둔탁한 소리와 함께 성녀가 바닥으로 쓰러졌다.
일순간에 아이들의 눈빛이 크게 떨렸다.
당황한 건 최한도 마찬가지였다.
“뭐… 뭐야? 너 왜 그래? 그렇게 강하게 밀지 않았는…….”
“으… 으…….”
바닥에 쓰러져 있는 성녀의 상태가 이상했다.
붉게 상기된 얼굴. 가늘게 떠진 눈. 가쁘게 쉬는 숨까지.
최한과 아이들이 쓰러진 성녀에게로 모여들었다.
백설이 성녀의 머리 위로 손을 얹었다.
“불덩이야.”
이어 강진철이 성녀의 손목을 잡고 맥박을 체크했다.
“불안정해……. 대체 왜…….”
아이들이 굳은 표정을 짓고 있을 때 한재석이 성녀를 두 팔로 번쩍 들었다.
“설마……. 어서 마을로 가야 해! 촌장이라면 병을 치료하는 법을 알 수 있을 거야.”
한재석이 돌아보지도 않고 다급하게 걸음을 옮겼다.
“벼… 병이라고? 대체 언제!”
아이들이 한재석의 뒤로 바짝 따라붙으며 소리쳤다.
“설명할 시간 없어. 우선 빨리!”
“어… 어….”
최한과 아이들이 진지하게 변한 한재석의 표정에 마른침을 삼키며 그저 뒤만 따랐다.
마을의 중앙.
다른 이글루보다 확실히 크기가 더 큰 이글루가 보였다.
“좀 나와 봐! 마을 촌장이든! 거인 새든! 나와 보라고!”
한재석의 다급한 외침에 이글루 안에 있던 마을 인원들이 밖으로 나왔다.
거대한 그림자가 최한 일행을 가렸다.
“이게…….”
“그래서 거인 새였어?”
띠링!
「퀘스트 NO. 010
니플헤임 초입에 있는 라주트라 마을로 가 그곳에 촌장인 영생의 거인 새를 만나시오.
보상
레벨 + 2
니플헤임의 근황」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보상을 진행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이름 : 최한
나이 : ∞
종족 : 신
칭호 : 인간의 왕 (EX)
레벨 : 29
능력치
근력 : (EX) A - 2,671
민첩 : (EX) A - 2,660
내구 : (EX) A - 2,660
체력 : (EX) A - 2,690
마기 : (EX) A - 2,860
특성 : 옥황상제
최종 등급 : (EX) A
SKILL
신의 권능(복제) - 스킬 빼앗기 LV 100
신의 권능. 모든 만물의 제약을 없애고, 시전자가 눈으로 본 모든 능력을 자신이 사용할 수 있다.
100배의 힘까지.
[능력당 1회만 사용 가능.]
신의 권능(나락) - 풍혈 LV 100
신의 권능. 우주의 있는 모든 공간과 단절된 어둠뿐인 공간에 가둬 영원히, 끝나지 않는 시간 동안 벌을 받게 된다.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한다.
[Cool. 재사용 대기시간 24H]
신의 권능(권속) - 지배 LV 100
신의 권능
지배자의 권리로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권속할 수 있다.
<각성 SKILL>
왕의 명(EX) - LV100
인간들은 시전자의 말을 거스를 수 없다.
왕의 심판(EX) - LV100
수투르의 검 속 모든 힘을 이끌어낸 참격.
[참격 1회당 필요 마기 : 3,000]
가장 큰 이글루에서 나온 거인의 얼굴이 새의 모양이었다.
등 뒤에는 날개까지 달려 있었다.
인간과 새가 합쳐진 그 모습은 그야말로 이전에 본 적 없던 새로운 종족인 것 같았다.
“웬 놈들이냐?”
온몸이 금색으로 빛나고 있는 거인 새의 등장에 아이들이 잠시 정신을 빼앗겼다.
“우리는 이곳을 여행하고 있는 나그네야. 그런데… 친구가 갑자기 쓰러졌어.”
한재석의 외침에 거인 새의 시선이 한재석이 들고 있는 성녀에게 향했다.
“이건… 안개 독이군. 니플헤임의 안개에 독이 있다는 것도 모르는 건가? 참나, 바보 같군.”
빠직.
한재석과 일행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구겨졌다.
백설이 분노를 참지 못하고 거인 새를 향해 나아갔다.
“너, 이놈. 사지를….”
툭.
백설의 어깨에 누군가의 손이 얹어지고.
분노에 휩싸여 앞으로 나아가던 백설의 걸음이 멈췄다.
“너…… 뭐 하는 거야, 최한? 지금 저놈이…….”
“내가 알아서 할게.”
터벅.
터벅.
표정을 숨긴 최한이 천천히 걸어 나갔다.
거인 새와 마주하고 있는 최한.
“당신은 저 독에 대해 알고 있는 거군요. 그럼 고치는 방법도 알고 계신가요?”
차분한 음성.
지금까지와 다른 최한의 음성이었다.
“당연히 알지. 난 태초부터 이곳에서 살았으니까.”
“그럼…….”
최한이 고개를 숙였다.
“저희는 미드가르드에서 온 나그네입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친구를 살려주세요.”
빠직.
최한의 모습에 백설의 얼굴이 더욱 구겨졌다.
“안 어울리게 뭐 하는 거야, 최한! 왜 이 녀석들한테 고개를…….”
한재석이 백설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생각이 있을 거야. 최한이 아무 이유 없이 저럴 리 없어.”
그렇다.
평소 가장 감정적으로 행동하던 최한이 이런 모습을 보이는 이유가 있었다.
이름 : 가루다
나이 : ∞
종족 : 신
칭호 : 해독자 (EX)
능력치
근력 : (EX) S - 3181
민첩 : (EX) S - 3040
내구 : (EX) S - 3120
체력 : (EX) S - 3020
마기 : (EX) S - 3110
SKILL
[ 순혈의 피 ]
태고부터 니플헤임에 존재해온 거인족. 혈통의 힘을 가지고 있다.
혈계 특성
얼음 내성 100%
화염 내성 50%
전기 내성 50%
포이즌 내성 50%
물리 내성 50%
[ 거인족의 후예 ]
거인족은 둔기 아이템을 쓰면 근력이 200% 향상된다.
[ 해독 ]
모든 독을 치료할 수 있다.
특성 : 영생의 새
최종 등급 : (EX) S
빠르게 마을의 촌장인 가루다의 정보창을 확인한 최한이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싸움.
전투.
오히려 그 방법이 쉬울 때도 있다.
공포를 심어주어 원하는 바를 이루는 것.
하나.
언제나 그 방법이 통하는 것은 아니다.
영생을 살며 신의 위치까지 올라있는 자가 힘에 굴복해 능력을 쓸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최한이 전투가 아닌 이런 행동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당신을 향한 가루다의 의심이 사라집니다.]
[가루다가 당신에게 매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바로 오딘의 눈.
상대의 약점뿐 아니라, 그에 맞는 대응 방식을 알려주는 최고의 아이템.
오딘의 눈이 말해주었다.
[가루다는 모든 독을 해독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가루다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의리입니다.]
짝!
짝!
짝!
박수 소리가 이어졌다.
한재석과 아이들이 얼떨떨해하며 주위를 바라보았다.
가루다와 비슷하게 생긴 마을 주민들이 주위에 몰려와 박수를 치고 있었다.
“감동했다! 친구를 위한 그 의리! 너의 소원! 이 가루다 님이 들어주마.”
매의 머리를 하고 있는 가루다가 천천히 걸음을 옮겨 한재석의 앞에서 멈춰 섰다.
“리 봐루투!”
성녀의 몸 위로 보라색 마법진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치이잉-.
마법진에서 강한 빛이 뿜어져 나와 성녀를 감쌌다.
그리고.
“어……? 아프지 않아…….”
성녀의 호흡이 돌아왔다.
“성녀!”
성녀의 주위로 아이들이 모였다.
최한이 가루다에게 다가갔다.
“감사합니다. 친구를 살려주셔서.”
“아니. 내가 더 감사하지. 내 능력을 알고 이용하려는 것 같았지만… 친구를 위한 마음. 그건 진짜였으니까.”
가루다가 최한의 귀걸이로 시선을 옮겼다.
“알고 계셨군요.”
“그럼. 이래 봬도 너와 같은 신인걸.”
최한이 미소 지었다.
“저는 미드가르드의 왕 옥황상제. 이름은 최한입니다.”
“내 이름은 가루다. 니플헤임에 살고 있는 3신 중 하나. 영생의 새다.”
* * *
라주투라 마을에 축제가 열렸다.
천 년 만에 찾아온 손님을 위한 환대식.
작은 마을이지만, 니플헤임의 3신 중 한 명이 살고 있는 마을답게 엄청난 퀄리티의 음식과 술이 차려져 있었다.
금세 친해진 가루다와 최한 일행이 음식과 술을 마시며 이야기했다.
“친구를 살려준 것도 고마운데 이렇게 극진히 대접해주다니. 뭐라 감사를 해야 할지.”
최한의 목소리에 가루다가 잔을 들며 말했다.
“무슨 소리인가. 천 년 만에 온 손님인데 그냥 보낼 순 없지. 그리고 아까도 말했지 않나. 내가 더 고맙다고. 이런 끈끈한 유대와 의리를 보는 게 얼마 만인지.”
짠!
최한의 잔과 가루다의 잔이 부딪쳤다.
웃음이 끊이질 않는 자리였다.
“그런데… 나는 왜 당신을 못 봤던 거지? 니플헤임 이곳저곳을 여행했었는데?”
한재석의 목소리에 가루다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로키라고 했나? 아스가르드의 신? 나보다 강한 힘을 가진 것 같으니 뭐, 사실이겠지. 우리 거인 새족은 이 마을에 살고 있는 수가 다일 만큼 개체 수가 적다. 천 년…. 아니, 만 년에 한 번 아이가 태어날 정도로 번식이 어렵지. 그래서 다른 종족들에게 침공을 당하지 않기 위해 일 년마다 주거지를 옮겨 다니고 있어.”
가루다의 목소리에 최한과 아이들이 마을을 둘러보았다.
얼음으로 만들어진 이글루.
성벽이나 다른 구조물조차 없다.
안개와 얼음으로만 이루어진 니플헤임의 자연에 맞춰 가장 눈에 띄지 않는 구조.
일 년마다 마을을 옮겨 다니니 집이나 구조물들에 노력을 쏟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도 명색이 신인데…….”
한재석의 목소리에 가루다가 웃으며 대답했다.
“신 그까짓게 뭐 그리 중요한가. 가족들만 지키면서 살면 되지. 이 작은 마을과 이곳에서 살고 있는 거인 새 부족. 이것이 내 세상이고 내가 살아가는 이유야.”
“오…….”
진짜 신의 모습.
몇백만의 군사와 백성을 거느린 어느 왕보다도 더욱 성군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짝짝짝!
최한과 일행들이 가루다를 보며 박수를 쳤다.
“멋지네요.”
“하하하. 쑥스럽게……. 그것보다 아까 뭐라고 했지? 니플헤임의 근황이 궁금하다 했나?”
“네.”
가루다가 잔을 내려놓았다.
“니플헤임에는 열 가지가 넘는 종족이 살고 있다. 그중에서 나처럼 신으로 추대받고 있는 강한 힘을 가진 존재가 있는 종족은 단 세 개. 우리 거인 새족과 아이스타이거족. 그리고 지금 니플헤임을 지옥으로 만들고 있는…… 늑대족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