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화
“니플헤임에는 열 가지가 넘는 종족이 살고 있다. 그중에서 나처럼 신으로 추대받고 있는 강한 힘을 가진 존재가 있는 종족은 단 세 개. 우리 거인 새족과 아이스타이거족. 그리고 지금 니플헤임을 지옥으로 만들고 있는…… 늑대족이야.”
늑대족의 이야기에 한재석의 미간이 움찔거렸다.
무언가 곰곰이 생각하던 한재석이 가루다를 보며 물었다.
“늑대족이 아직도 있다고? 늑대족은 펜니르가 사라지고 와해됐을 터인데…….”
가루다의 금빛 눈이 한재석을 향했다.
“그대, 펜니르를 알고 있는 건가?”
“알다마다…… 그 녀석, 내 아들이거든.”
가루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들? 아들이라고? 그 최강의 늑대 펜니르가?”
깜짝 놀라 표정이 뒤죽박죽된 가루다와 다르게 한재석은 별일 아니라는 듯이 코를 파며 대꾸했다.
“응. 내 아들이야. 요툰에서 말썽부리길래, 몇십만 년 전에 여기에 데려다 놨거든. 대장 놀이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진짜였구나. 그때는 포우스라고 하는 얼음 소가 여기 대장이었는데.”
“포우스 님도 알고 있는 건가? 그분은 니플헤임 전체의 지도자셨는데…….”
“맞아. 내가 이곳을 여행 다닐 때만 해도 포우스가 대장이었지. 나 포우스랑 친구야. 포우스한테 얘기 들은 적 없어? 아스가르드에 사는, 거인족이면서 장난을 좋아하는 신이 있다고.”
곰곰이 생각을 하던 가루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예전에 한 번 말씀해주신 적이 있었지. 나그네와 친구가 되었다고. 장난을 좋아하는 아주 강한 신이라고 했는데. 무슨…… 망치 같은 걸 선물해주기로 했다면서 즐거워하셨어…….”
망치 이야기에 니다벨리르에서의 일이 떠오른 아이들이었다.
히죽.
한재석이 얼굴 가득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그게 나야. 망치는 결국 토르에게 뺏겨서 못 줬지만.”
사내의 얼굴을 보고 있는 가루다는 생각했다.
거짓말이 아니다.
태곳적부터 존재하던 자신이지만, 유일하게 자신보다 강하다고 생각하고 대장으로 모신 이는 포우스가 유일했다.
이 남성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거짓말을 하는 얼굴이 아니다.
“정말 그대가…… 포우스 님의 친구이자…… 펜니르의 부모가 맞는가?”
“몇 번을 얘기하게 하는 거야? 맞다니까. 얘네들한테도 물어봐.”
가루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맞는 것 같습니다. 아니 맞을 겁니다. 당신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얼굴이 아니니…….”
가루다가 어두운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한재석이 다시 물었다.
“그럼 다시 이야기를 이어가지. 펜니르는 아스가르드 신들의 계략에 빠져 봉인되었어. 그 장소는 나도 어딨는지 모르고. 그런데 어째서 대장이 사라졌는데 늑대족이 아직까지 활개를 치고 있지? 그것도…… 너만큼 강한 우두머리가 있는데도?”
가루다가 눈을 감았다.
“그건…….”
생각에 잠긴 가루다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한눈에 봐도 어두워진 표정.
무언가 말하기 꺼림직한 일이 있는 게 분명했다.
한재석과 아이들이 서로 눈을 한 번 마주치고는, 가루다의 입이 다시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이건 오래전…… 그러니까 펜니르가 사라지고 딱 일 년 정도 지났을 무렵에 일어난 일이오……. 서로 적대시하는 마음 없이 행복하게만 흘러가던 니플헤임의 마지막 모습…….”
* * *
헤아릴 수도 없이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9개의 강 정 중앙.
포우스의 마을이라는 곳이 있던 시절.
독재적인 왕이 아닌, 누구나 믿고 따르는 주군이 있던 시절이 있었다.
“펜니르의 안위가 걱정이구나. 아스가르드로 간 뒤로 벌써 일 년 동안 돌아오지 않으니…….”
얼음 산 하나와 맞먹을 정도로 거대한 젖소.
니플헤임의 왕 포우스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름 : 포우스
나이 : ∞
종족 : 신
칭호 : 니플헤임의 부모 (EX)
능력치
근력 : (EX) S – 3,281
민첩 : (EX) S – 3,240
내구 : (EX) S – 3,220
체력 : (EX) S – 3,320
마기 : (EX) S – 3,310
SKILL
[ 순혈의 피 ]
니플헤임이 만들어질 때부터 존재해 온 젖소. 혈통의 힘을 가지고 있다.
혈계 특성
얼음 내성 100%
화염 내성 60%
전기 내성 60%
포이즌 내성 60%
물리 내성 60%
[ 안개의 신 ]
안개를 조종할 수 있다.
특성 : 아움드라
최종 등급 : (EX) S
포우스의 한숨 뒤로 가루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너무 걱정 마십시오, 포우스 님. 펜니르 녀석, 지금까지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나타날 겁니다. 그 녀석, 다른 건 몰라도 힘 하나만큼은 강하지 않습니까?”
거인 새족의 족장 가루다가 포우스를 안심시켰다.
“그래도 너무 늦어. 벌써 일 년이라고. 이 정도로 오래 자리를 비운 적이 없었는데…….”
아이스타이거족의 족장 샤벨타이거가 가루다를 보며 말했다.
샤벨타이거.
가루다와 함께 포우스를 모시는 최상위 3종족 중 하나였다.
이름 : 샤벨타이거
나이 : ∞
종족 : 신
칭호 : 니플헤임의 수호자 (EX)
능력치
근력 : (EX) S – 3,201
민첩 : (EX) S – 3,230
내구 : (EX) S – 3,000
체력 : (EX) S – 3,080
마기 : (EX) S – 3,090
SKILL
[ 순혈의 피 ]
태고부터 니플헤임에 존재해 온 존재. 혈통의 힘을 가지고 있다.
혈계 특성
얼음 내성 100%
화염 내성 50%
전기 내성 50%
포이즌 내성 50%
물리 내성 50%
[ 샤벨 어금니 ]
용의 피부도 뚫을 수 있는 어금니를 가지고 있다.
특성 : 백호
최종 등급 : (EX) S
샤벨타이거의 목소리에 가루다의 표정도 함께 어두워졌다.
“음…….”
가루다와 샤벨타이거가 얼굴을 들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그건 그렇고…… 내가 조사해 보라고 한 건 어떻게 됐나?”
조금 진지해진 포우스의 목소리에 침울해 있던 샤벨타이거와 가루다의 고개가 들렸다.
“저와 가루다가 최근 습격당한 세 개의 마을에 가보았습니다.”
“마을에 있던 모든 인원들은 무참히 살해당해 죽어 있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을을 뒤졌지만, 생존자는 단 한 명도 찾지 못했습니다.”
포우스의 표정이 내려앉았다.
“큰일이로구나……. 펜니르의 일도 일인데…… 대체 누가 마을을 습격하는 건지…….”
샤벨타이거와 가루다가 서로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저, 포우스 님 이것을…….”
가루다가 깃털 안에 숨기고 있던 물건을 포우스의 앞에 내려놓았다.
“이… 이것은…….”
바닥에 놓인 회색빛이 도는 털을 눈에 담던 포우스의 눈동자가 세차게 떨렸다.
마치 새의 깃털처럼 뿌리에 딱딱한 중심 뼈가 있었다.
회색빛이 도는 털이었지만, 털은 다른 동물들의 것처럼 바람에 흔들리지도 중력에 축 처지지도 않았다.
마치 단단한 금속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털.
그리고 포우스와 그 자리에 있던 신들의 표정을 더 어둡게 만드는 털의 생김새…….
털의 윗부분이 세 개의 삼각형 모양이었다.
이런 털을 가진 생물은 단 하나뿐이다.
“어째서…… 펜니르의 털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고개를 젓고 있는 포우스.
그런 포우스를 바라보고 있는 샤벨타이거와 가루다의 눈빛에 깊은 수심이 끼었다.
그럴 리 없지만.
분명 펜니르의 털이었다.
“그럴 리 없다. 그 녀석이 불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펜니르는 절대 약한 존재들을 죽이는 짓 따위는 하지 않아.”
믿음.
포우스가 오랫동안 봐온 펜니르는 절대 이런 짓을 저지르지 않을 것이다.
가루다와 샤벨타이거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저희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건 예전에 떨어뜨린 것이거나…… 범인이 함정을 파기 위해…….”
툭.
순식간.
너무도 순식간이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도 모르겠으나,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건지도 받아 들 일 수 없었다.
샤벨타이거의 머리가 그대로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리고.
“적이다!”
“적의 습격이다! 느…… 늑대족이 반역을 저질렀다!”
수백 마리의 늑대가 순식간에 쳐들어왔다.
가루다의 몸 위로 백 마리가 넘는 늑대들이 순식간에 덮였다.
자신의 몸이 찢어지고 있는 와중에도 가루다의 입에서는 단 한마디만이 계속해서 울려댔다.
“포우스 님! 포우스 님을 지켜라! 모두 포우스 님을!”
두근.
날카로운 늑대의 이빨 사이로 가루다는 보고 말았다.
수백이 넘는 늑대 이빨이 박혀 있는 포우스의 모습을.
그리고.
“이거, 이거……. 포우스도 별거 아니잖아?”
유유히 포우스의 눈알을 파먹으며 비린내 나는 웃음을 짓고 있는 늑대의 모습이 보였다.
“너… 너는…….”
“잘 들어라. 죽이진 않으마. 그냥 죽이면 재미없으니까. 이제부터 지옥이 시작될 것이다. 평생 죽이지 않고…… 괴롭혀주마.”
그 말만을 남긴 채 늑대는 사라졌다.
샤벨타이거는 죽고…….
포우스 님은 두 눈을 잃으셨다.
그렇게…….
불행은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피어나…….
등에 칼을 꽂았다.
* * *
이야기가 끝이 났다.
“설마…… 그 늑대가…….”
아이들의 시선이 한재석을 향했다.
가루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는 분명 펜니르가 아니야. 펜니르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몸만 펜니르고 정신은…… 다른 사람 같다고 해야 하나…….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그는 마치 다른 인격체가 몸에 들어간 것 같았어.”
가루다의 목소리에 아이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어렵군…….”
“베일리처럼 변신술을 쓴 건가?”
“정신 지배 같은 건가……?”
아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생각을 했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아니.”
한재석의 목소리가 울렸다.
“봉인. 봉인 때문일 거야. 아마 누군가 봉인된 펜니르의 몸을 갈취한 거겠지. 몸을 증발시키고 정신만 봉인한 나와 달리, 펜니르를 몸 그대로 봉인 당했으니까.”
한재석의 마지막 말이 울리고.
띠링!
최한의 시선으로 퀘스트 창이 나타났다.
「퀘스트 NO. 011
니플헤임을 어지럽히고 있는 펜니르의 육체를 찾으시오.
보상
레벨 + 3
숨겨진 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