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화
한재석의 눈동자가 떨려 왔다.
진심.
최한의 얼굴에 말로 표현 못 할 진심이 느껴졌다.
누가 들어도 부끄러울 만한 말을 내뱉었지만, 최한의 얼굴은 그딴 것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최한의 미소를 눈에 담던 한재석이 천천히 날숨을 내뱉으며 심호흡했다.
‘내 고집만 부리면 안 돼. 자칫 이 녀석을 놓치면 다른 사람들이 죽을 수도 있어.’
한재석이 고개를 돌려 펜니르를 바라보았다.
마기를 뿜어내며 이를 갈고 있는 펜니르의 육체가 눈에 들어왔다.
자식.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이었다.
신이라도 똑같다.
인간과 느끼는 감정은.
자신을 향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있는 펜니르의 모습 앞으로 작은 늑대의 모습이 겹쳐졌다.
펜니르의 어릴 적 모습.
거인족이었지만, 이형거인족으로 태어난 펜니르의 외형은 늑대였다.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아빠, 아빠 거리며 꼬리를 흔들던 어릴 때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한재석이 천천히 눈을 감았다.
‘저건 더 이상 내 아들이 아니야. 쓰레기가 빙의 된 껍데기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러자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훗. 이 자식의 입에서 이런 오그라드는 이야기가 나올 줄이야.’
한재석이 다시 최한의 얼굴을 담으며 눈을 떴다.
“그래. 이제 고집 안 피울게. 내 아들도 저딴 쓰레기가 오래 몸을 차지하고 있으면 더 열받을 거야. 그러니 힘 좀 빌려주라. 어떻게 해야 하냐? 오딘의 눈으로 뭔가 봤으니까, 나한테 이야기한 거지?”
최한이 표정을 풀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저 녀석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이 딱 하나 있어. 당연히 내 힘은 모자라니까 네 힘이 필요하고.”
“그래? 그럼…… 짧게 이야기해라. 저 녀석, 이제 제대로 덤빌 것 같으니까.”
한재석과 최한의 시선으로 마법진을 소환하고 있는 펜니르의 모습이 보였다.
지이잉-.
펜니르의 머리 위로 붉은 마법진이 나타났다.
고대의 문자가 적혀진 최상위 마법진.
화르륵.
마법진에서 불길이 치솟기 시작하더니 이내 펜니르의 몸을 감쌌다.
온몸이 불길에 휩싸여 화염 늑대가 된 펜니르의 모습이었다.
엄청난 마기가 느껴졌다.
“이게 정말 반쪽짜리 힘이라고? 육체만으로도 이 정도면…….”
최한의 목소리에 한재석이 대답했다.
“오딘이 왜 펜니르를 봉인한 줄 알아?”
최한의 시선이 한재석의 얼굴을 향했다.
“두려워서. 펜니르의 힘이 말도 안 되게 강해서 그랬어. 네가 미드가르드에서 해치운 티르라는 신 기억나?”
최한이 옥황상제로 각성했을 때 상대했던 티르를 떠올렸다.
“알지. 각성하지 않았다면 이기지 못했을 테니까.”
“그래. 그 녀석 팔을 자른 게 펜니르야. 마기도 쓰지 않은 순수한 힘만으로.”
최한의 표정이 굳어졌다.
“마기도 쓰지 않고서…… 아스가르드의 신을…….”
“펜니르가 온 힘을 다해서 싸운 적은 없지만…… 온 힘을 다 쥐어짜 내 싸운다면 아마…… 나보다는 훨씬 강할 거야.”
이제야 이해가 갔다.
육체만으로도 이 정도 힘을 낼 수 있는 이유를.
최한은 생각했다.
온전한 상태의 펜니르를 만났다면…….
그와 같은 편이 되었다면…….
최한이 등에 멘 수투르의 검을 만지작거렸다.
‘수투르의 검을 제대로 다룰 수 있게 돼서 펜니르와 힘을 합친다면…….’
“펜니르가 우리 편이면 오딘도 이길 수 있겠는데?”
한재석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당연하지. 누구 아들인데.”
최한과 한재석이 눈을 마주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재석이 화염을 몸에 두른 펜니르에게로 달려들었다.
“레리리…….”
빠르게 달리는 와중에 손을 이리저리 움직여 마법진을 소환했다.
한재석의 얼굴 앞으로 크게 나타난 마법진.
화르륵.
엄청난 불길이 솟아오르고.
“위미르의 팔!”
마법진에서 거대한 주먹이 나아갔다.
쿠쿠쿠쿵!!
엄청난 폭발음을 내며 초대 요툰헤임의 왕.
위미르의 팔이 펜니르를 덮쳤다.
쿵!!
요란한 소리와 뿌연 연기가 피어올랐다.
뒤쪽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최한이 빠르게 계획을 준비했다.
어차피 한재석의 힘으로는 죽이지 못할 것이기에.
띠링!
「퀘스트 NO. 012
니플헤임을 어지럽히고 있는 펜니르의 육체를 제거하시오.
보상
레벨 + 20
정신이 잠든 곳.」
‘이제 퀘스트를 깨야지.’
퀘스트창을 확인한 최한이 귀걸이를 톡톡 건드렸다.
“어이. 아까 말했던 작전 실행하게 다시 읊어봐.”
최한의 목소리에 반응하듯 귀걸이가 빛나기 시작했다.
[펜니르의 육체를 없애려면 목을 잘라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펜니르의 목을 자를 있을 정도의 힘을 지닌 자는 로키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로키의 피’ 스킬로 인해 로키의 힘은 거의 백 퍼센트 디버프를 받는 중입니다. 그로…….]
“아니, 아니. 알았으니까 작전만 말해.”
지직거리는 전자음이 한 번 들린 뒤.
[펜니르의 육체를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수투르의 검을 펜니르의 목 뒤에 꽂아 넣으면 됩니다. 그러나 현재 당신의 힘으로는 펜니르의 가죽을 뚫을 수 없기에 로키의 힘으로 가죽에 상처를 낸 뒤 그곳에 수투르의 검을 찔러 넣어야 합니다.]
“말은 쉬운데….”
[현재 파악한 난이도는 최상급으로 분류 됩니다. 펜니르는 ‘로키의 피’ 스킬로 인해 로키의 공격에 어느 정도 면역이 있음은 물론이고 3초 안에 모든 상처를 회복하고 있습니다.]
“뭐, 그렇다면…….”
최한이 한재석의 뒷모습을 보며 소리쳤다.
“펜니르 붙잡고! 목에 상처!”
짧게 이야기했다.
펜니르가 작전을 알고 대비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한재석이 최한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수투르의 검을 뽑아 들고 있는 최한.
“그런 건가.”
한재석이 모든 계획을 이해하고 몸을 돌렸다.
쾅!!
불길이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그 속에서 하늘로 튀어 오르고 있는 펜니르의 모습이 보였다.
온몸을 화염으로 감싼 펜니르를 따라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는 위미르의 팔이었다.
펜니르와 위미르의 팔이 격돌할 때마다 엄청난 충격파와 폭발음이 대지를 울렸다.
마을 아래에서는 늑대족과 아이스타이거족이 전투를 벌이고.
하늘에서는 위미르의 팔과 펜니르의 육체가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며 충돌하고 있었다.
니플헤임 전체에 그 소리가 전해질 정도로.
“후우, 그럼…….”
최한이 수투르의 검을 양손으로 잡고 머리 위로 올렸다.
‘순식간에 결판이 날 거야. 아니, 그래야만 해. 내가 이 검에 잡아먹히지 않게.’
눈을 치켜뜬 최한이 공중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는 펜니르를 향해 검을 내리쳤다.
“검성 장왕윤 사사 검술 1초식…… 마왕의 첫걸음.”
치이잉-.
슈우웅!
바람 소리가 들린 뒤.
콰과과광!!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참격이 날아갔다.
공중에서 전투를 벌이던 펜니르의 눈동자가 최한을 향해 움직였다.
“뭐야, 이 엄청난 바람…… 끄악!!!”
비명과 함께 펜니르의 몸을 감싸고 있던 불꽃이 터져 버리듯 사라졌다.
곧바로 추락하는 펜니르.
한재석은 그 잠깐의 틈을 허용하지 않았다.
위미르의 거대한 팔이 떨어지던 펜니르를 움켜쥐었다.
완전히 포박된 펜니르가 고통을 호소하며 소리쳤다.
“비겁한 놈들! 이거 놔!”
한재석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비겁해도 어쩔 수 없지. 시간이 없어서 말이야.”
순식간에 한재석의 모습이 사라졌다.
펜니르의 눈동자가 시야에서 사라진 한재석을 찾기 위해 움직였다.
“이 녀석 어디로….”
“어디긴…. 여기 있잖아.”
펜니르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뒷덜미에서 들리는 목소리.
눈으로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뒤를 잡혔다. 이건….’
푹!
“끄아악!!”
한재석의 손에 들려진 불의 창이 펜니르의 목 뒤를 정확히 찔렀다.
팟!
튀어 오른 피가 계획의 마지막을 알렸다.
“최한!!”
한재석이 큰 소리로 최한을 불렀다.
“어이, 어이. 그렇게 소리치지 않아도 돼. 이미 와 있으니까.”
이미 한재석의 뒤쪽에 와 있던 최한이 숨을 들이마시고는 펜니르의 목을 응시했다.
타오르고 있는 불의 창 사이로 찢어진 상처가 보였다.
시간이 없다.
보고 있는 와중에도 점점 상처가 회복되고 있었다.
최한이 빠르게 수투르의 검 손잡이를 거꾸로 잡고 펜니르의 상처를 향해 찔러 넣었다.
“죽어라!!!”
푸욱…….
깡!
최한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벌써…… 막혔어…….”
펜니르의 몸이 흔들렸다.
“꽤 준비하긴 한 거 같다만……. 너…… 아직 힘이 부족하구나.”
히죽.
이빨이 다 보이도록 웃던 펜니르가 고개를 위로 들어 최한을 향해 입을 벌렸다.
쿠구구궁!
입안에서 타오르는 불꽃이 최한을 향해 나아갔다.
‘죽는다…….’
촤라락!
누군가의 손이 불꽃을 강하게 때렸다.
최한을 향해 날아오던 불꽃이 허공으로 흩뿌려졌다.
그리고.
툭.
검을 잡고 있는 최한의 손 위로 누군가의 손이 겹쳐졌다.
“잘 들어. 힘이 부족하면…… 친구랑 힘을 합치면 돼.”
최한의 시선으로 밝게 웃고 있는 한재석의 얼굴이 보였다.
푸욱!!
수투르의 검이 펜니르의 목을 관통했다.
띠링!
「퀘스트 NO. 012
니플헤임을 어지럽히고 있는 펜니르의 육체를 제거하시오.
보상
레벨 + 20
펜니르의 정신이 잠든 곳.」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보상을 진행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등급이 올랐습니다.]
이름 : 최한
나이 : ∞
종족 : 신
칭호 : 인간의 왕 (EX)
레벨 : 52
능력치
근력 : (EX) S – 3,131
민첩 : (EX) S – 3,120
내구 : (EX) S – 3,120
체력 : (EX) S – 3,150
마기 : (EX) S – 3,320
특성 : 옥황상제
최종 등급 : (EX) S
SKILL
신의 권능(복제) - 스킬 빼앗기 LV 100
신의 권능. 모든 만물의 제약을 없애고, 시전자가 눈으로 본 모든 능력을 자신이 사용할 수 있다.
100배의 힘까지.
[능력당 1회만 사용 가능.]
신의 권능(나락) - 풍혈 LV 100
신의 권능. 우주에 있는 모든 공간과 단절된 어둠뿐인 공간에 가둬 영원히, 끝나지 않는 시간 동안 벌을 받게 된다.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한다.
[Cool. 재사용 대기시간 24H]
신의 권능(권속) - 지배 LV 100
신의 권능. 지배자의 권리로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권속할 수 있다.
<각성 SKILL>
왕의 명(EX) - LV100
인간들은 시전자의 말을 거스를 수 없다.
왕의 심판(EX) - LV100
수투르의 검 속 모든 힘을 이끌어낸 참격.
[참격 1회당 필요 마기 : 3,000]
니플헤임의 악마.
펜니르의 목이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