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화
땅으로 떨어진 늑대의 머리가 빛의 결정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고 있었다.
동시에 시간이 멈춘 듯 멍하니 그곳을 바라보고 있던 아이스타이거족의 입에서 함성이 크게 울렸다.
“우오오!”
길고 길었던 지옥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누군가는 부모의 원수를 갚은 순간이었고, 누군가는 두려움에 잠 못 들던, 칠흑 같은 그 시간을 끝내는 순간이었다.
샤벨타이거 주니어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아버지…… 그리고 나를 지켜준 동포들이여…… 이제는 편히 잠드소서.”
샤벨타이거 주니어가 무겁게 차오르는 눈물에 더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옆에서 싸우고 있던 호디가 발톱으로 늑대족의 목을 날리고는 천천히 샤벨타이거 주니어의 옆으로 몸을 옮겼다.
“아버님…….”
호디가 말없이 아버지의 몸에 얼굴을 비볐다.
“휴…… 이기긴 이겼네.”
강진철이 거대한 돌에 걸터앉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늑대들 숫자가 진짜 끝도 없었습니다.”
얼굴에 지친 기색이 가득한 성녀가 강진철의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한 사람당 못해도 10마리 정도의 늑대를 맡아서 해치운 탓에 체력소모가 상당한 그들이었다.
강진철과 성녀의 앞으로 백설이 다가왔다.
“고생 많았다. 이 늑대족들, 상대하기 꽤 버거울 정도로 강했는데, 많이 강해졌구나, 너희들.”
아이들을 바라보는 백설의 얼굴에 기쁜 마음만 깃들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미소 속으로 보이는 작은 감정.
걱정스러움과 안타까움이 섞여 있었다.
“그런 표정 짓지 마. 우리가 선택한 거야.”
“맞습니다. 저희는 후회 없습니다. 그리고 꼭 최한한테는 비밀입니다. 아시죠?”
장난스럽게 받아치는 강진철과 성녀였다.
“후훗…… 그래.”
작은 코웃음 사이로 백설의 미소가 번져 갔다.
아이스타이거족과 최한 일행의 얼굴에 핀 희망과 기쁨이 넘치는 분위기와 달리, 대장을 잃은 늑대족의 얼굴에는 망연자실한 표정이 지어져 있었다.
대장의 부재는 곧 부대의 패배를 뜻한다.
일반적인 부족과의 전쟁이라면 패배해도 부하들의 안전과 목숨은 보호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남아 있는 늑대족 모두 알고 있었다.
그동안 자신들이 벌인 일이 얼마나 큰 재앙이었는지.
이들도 알고 있었다.
자신들에게 패배란 곧 죽음이라는 것을.
자비.
선처.
연민.
용서…… 따위.
절대 바랄 수 없을 정도의 과오를 쌓아오고 있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기에, 대장 펜니르의 죽음은…….
그들의 혼을 빼앗기 충분했다.
혼란과 혼돈을 맡고 있는 마을에 큰 목소리가 울렸다.
“단 한 마리도 살려두지 말고, 늑대족을 벌하라!”
마을 입구에서 들린 그 커다란 목소리에 샤벨타이거 주니어뿐 아니라 쉬고 있던 백설 일행의 시선이 그곳으로 쏠렸다.
“으아앗!!!”
거대한 함성을 지르며 마을 입구에서 거인 새족이 들이닥치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앞장서서 늑대족의 목을 따고 있는 가루다의 모습이 보였다.
“이거, 이거. 우리가 너무 늦게 온 거 같은데?”
가루다를 발견한 샤벨타이거 주니어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가루다 님…… 모두! 마지막까지 움직임을 멈추지 마라! 눈앞에 있는 늑대족을 섬멸하라!”
두 족장의 목소리에 전사들이 마을에 남아 있던 늑대족을 남김없이 쓰러트렸다.
그렇게 마지막 남아 있던 늑대족의 목이 바닥에 떨어졌다.
“우오오오오!”
“이제 지옥은 끝이야!”
“니플헤임에 다시 평화가 찾아왔어!”
아이스타이거족과 거인 새족이 서로를 끌어안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가장 큰 공을 세운 최한과 한재석이 아이들이 모여 있는 마을의 중앙으로 돌아왔다.
짝짝짝-.
함성과 박수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최한과 한재석이 약간은 쑥스러운 듯 헛웃음을 지으며 살짝 미소 지었다.
가루다와 샤벨타이거 주니어가 최한과 한재석을 맞이하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정말 고맙소. 아버지의 원수와…… 포우스 님의 원수를 갚아줘서 정말 고맙소.”
“역시 자네들이라면 해낼 줄 알았네! 자네들은 니플헤임의 영웅이야. 무엇이든 말하게. 은혜에 보답해야지!”
영웅.
은인.
뭐라 말해도 부족했다.
니플헤임.
한 차원의 신들조차 어떻게 감사를 전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큰 은혜를 입었다.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었다.
아니, 정말 그 어떤 것이라도 감사를 표하고 싶었다.
족장들뿐 아니라 이곳에 모여 있는 모든 부족들의 시선이 최한과 한재석에게 쏠려 있었다.
그들의 입에서 그 어떤 말이 나와도 모두 해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아니, 준비가 안 되어 있어도 목숨을 걸고서라도 은혜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은 모두 같았다.
“저…….”
최한의 입이 살짝 떨어졌다.
동시에 그곳에 있던 모든 인원들이 빠르게 반응했다.
“무엇이든 말해주게.”
“뭐든지…… 뭐든지…… 해주겠네.”
샤벨타이거 주니어와 가루다가 격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최한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최한과 한재석이 서로를 보며 눈을 마주치고는 살짝 미소 지었다.
최한과 한재석의 입에서 같은 소리가 태어났다.
“그럼…… 배고프니 야식 좀…….”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가루다, 샤벨타이거 주니어와 다르게 백설과 아이들의 얼굴에는 큰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그렇게 벚꽃을 닮은 분홍색 달빛 아래 최한과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만개하듯 울려 퍼졌다.
니플헤임의 여행이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 * *
다음날.
거인 새족과 아이스타이거족의 배웅을 받고 있는 최한 일행의 얼굴에 조금은 무거운 표정이 지어져 있었다.
“그러니까. 퀘스트가 두 개나 생겼다고?”
한재석이 최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 나도 처음이라 당황스럽긴 한데……. 진짜 내 눈앞에 두 개가 떠 있네…….”
@@@@「퀘스트 NO. 013
@@@@니플헤임의 남쪽 끝 파라트라 마을에 잠들어 있는 펜니르의 정신을 깨우시오.
@@@@보상
@@@@레벨 + 5
@@@@Time out : 23 : 05 : 02」
@@@@
@@@@「퀘스트 NO. 014
@@@@무스펠헤임으로.
@@@@보상
@@@@레벨 + 5
@@@@Time out : 23 : 05 : 02」
최한이 자신의 눈앞에 나란히 떠 있는 퀘스트창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둘 다 타임아웃이 있어. 그것도 똑같은 시간으로……. 23시간 정도 남은 거 같은데…….”
최한의 목소리에 이야기를 듣고 있던 가루다가 이어 말했다.
“무스펠 헤임으로 가는 입구와 파라트라 마을은 정반대야. 23시간 안에 두 곳을 왔다 갔다 할 수는 없을 거야. 거기다 이곳에서 무스펠헤임으로 가는 입구는 일주일에 한 번씩 열린다고.”
“무스펠헤임으로 가는 것만 해도 23시간이면 시간이 빠듯할 정도야.”
샤벨타이거 주니어의 목소리에 최한의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다.
“그럼 두 팀으로 갈라져야겠네.”
단호하지만 명확한 해답이 한재석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모두 알고 있었지만, 쉽사리 내뱉지 않던 그 말.
“하지만…… 두 팀으로 나뉘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야. 어느 곳이 더 위험한지도 모르고. 아니, 둘 다 난이도가 높다면 인원 배치에도 신경 써야…….”
최한의 목소리에 한재석이 최한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미소 지었다.
“뭘 그리 걱정하고 있어. 안 어울리게. 인마, 너 이제 나만큼 강해.”
최한의 흔들리는 눈동자로 한재석의 상태창이 나타났다.
@@@@이름 : 한재석
@@@@나이 : ∞
@@@@종족 : 거인족, 신
@@@@칭호 : 장난의 신 (EX)
@@@@능력치
@@@@근력 : (EX) S - 3,211
@@@@민첩 : (EX) S - 3,222
@@@@내구 : (EX) S - 3,050
@@@@체력 : (EX) S - 3,130
@@@@마기 : (EX) S - 3,400
@@@@특성 : 로키
@@@@
@@@@최종 등급 : (EX) S
@@@@SKILL
@@@@시전자의 의해 가리개 적용 중입니다.
‘정말…… 그렇게 강해 보이던 한재석의 능력치와 거의 비슷할 정도까지 강해졌어.’
최한이 한재석의 능력치와 자신의 능력치를 비교했다.
@@@@이름 : 최한
@@@@나이 : ∞
@@@@종족 : 신
@@@@칭호 : 인간의 왕 (EX)
@@@@레벨 : 52
@@@@능력치
@@@@근력 : (EX) S - 3,131
@@@@민첩 : (EX) S - 3,120
@@@@내구 : (EX) S - 3,120
@@@@체력 : (EX) S - 3,150
@@@@마기 : (EX) S - 3,320
@@@@특성 : 옥황상제
@@@@최종 등급 : (EX) S
@@@@SKILL
@@@@신의 권능(복제) - 스킬 빼앗기 LV 100
@@@@신의 권능. 모든 만물의 제약을 없애고, 시전자가 눈으로 본 모든 능력을 자신이 사용할 수 있다.
@@@@100배의 힘까지.
@@@@[능력당 1회만 사용 가능.]
@@@@
@@@@신의 권능(나락) - 풍혈 LV 100
@@@@신의 권능. 우주에 있는 모든 공간과 단절된 어둠뿐인 공간에 가둬 영원히, 끝나지 않는 시간 동안 벌을 받게 된다.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한다.
@@@@[Cool. 재사용 대기시간 24H]
@@@@
@@@@신의 권능(권속) - 지배 LV 100
@@@@신의 권능. 지배자의 권리로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권속할 수 있다.
@@@@
@@@@<각성 SKILL>
@@@@왕의 명(EX) - LV100
@@@@인간들은 시전자의 말을 거스를 수 없다.
@@@@
@@@@왕의 심판(EX) - LV100
수투르의 검 속 모든 힘을 이끌어낸 참격.
@@@@[참격 1회당 필요 마기 : 3,000]
힘과 민첩성도 이제 100 정도밖에 차이 나지 않았다.
내구와 체력은 자신이 더 높을 정도였다.
미드가르드에서 처음 옥황상제로 각성한 뒤에도 오딘과 토르 그리고 한재석인 로키의 싸움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강함이 너무도 먼 곳에 있어서.
그런데 이제는…….
최한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럼…… 펜니르의 정신은 너한테 맡길게. 다음번에 만날 때는…… 내가 너보다 더 강해져 있을 거야.”
한재석의 얼굴에 같은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야지. 이제 오딘과의 싸움도 얼마 안 남았어.”
벌써 미드가르드를 떠나 여러 차원을 여행한 지도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지금까지의 시간보다 앞으로 남아 있는 시간이 훨씬 적다는 것쯤은 모두 다 알고 있었다.
무스펠헤임.
마지막 목적지였다.
지금까지는 최한이 무스펠헤임에 가 진정한 힘을 얻기 위해 몸을 단련한 것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마지막.
이제 마지막으로 한 걸음 남았다.
무스펠헤임에서의 여행이 끝나면 이제 남은 것은…….
라그나로크.
전 차원의 운명을 건 마지막 싸움뿐이었다.
최한과 한재석이 서로 주먹을 맞부딪치며 마지막 말을 꺼냈다.
“드워프들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최강의 신이 되어 돌아올게.”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냐? 그럼…… 인간뿐 아니라 수많은 종족의 염원이 너의 어깨에 걸려 있어. 무스펠헤임에서의 퀘스트와 훈련은…… 아마 지금까지보다 훨씬 힘들 거야…… 그래도 힘내라. 넌 할 수 있을 거야.”
두 개의 미소가 마지막 인사를 뒤로하고 몸을 돌렸다.
최한의 뒤로 백설과 성녀가 따라붙었다.
그리고.
한재석의 뒤로 강진철과 호디가 따라붙었다.
“뭐야, 넌?”
“은혜는 갚아야 하지 않습니까?”
“그래. 마음대로 해라.”
한재석의 미소를 마지막으로 잠시 헤어짐의 시간이 찾아왔다.
‘죽지 마라……. 최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