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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172화 (173/211)

172화

파라트라 마을에 들어온 한재석과 일행들이 무너진 건물들과 마을의 잔해 곳곳을 뒤지기 시작했다.

쓰러져 가는 빈집부터 말라 버린 우물까지.

마을에 있는 모든 곳을 쥐잡듯이 뒤졌지만 퀘스트의 단서 같은 것은 하나도 찾아내지 못했다.

한재석이 마을 중앙에 있는 커다란 돌무덤에 앉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고, 힘들다. 진짜 여기 있는 거 맞아? 파라트라 마을 전체를 뒤졌는데도 펜니르의 정신은커녕 털 쪼가리도 안 보인다.”

한재석이 있는 곳으로 호디가 다가오며 말했다.

“이상하군요. 이곳은 파라트라 마을이 틀림없을 터인데…… 마을 전체를 뒤졌는데도 나오지 않다니…….”

한재석과 호디가 어두운 표정으로 땅만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 돌무덤은 뭐지? 늑대족에게 당한 코뿔소족을 묻어준 건가?”

강진철의 목소리에 한재석이 자신이 앉아 있던 돌무더기들을 내려다보았다.

큰 돌과 작은 돌들이 겹겹이 쌓여 무엇인가를 기리기 위해 작은 모형물처럼 만들어진 돌무덤들.

자신이 깔고 앉아 있던 돌이 돌무덤이란 것을 깨달은 한재석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 깜짝이야. 이거 무덤이었어?”

“그럴 리 없습니다. 코뿔소족의 시체는 모두 마을에서 떨어진 설산 아래 묻어줬는데……. 그러고 보니 전에 왔을 때 이런 것이 있었나?”

호디가 한재석이 앉아 있던 돌무덤을 이리저리 살피며 말했다.

“음……. 이런 죽은 마을에 누군가 들어와서 일부러 만들어 놓았을 리는 없고…….”

의심과 궁금증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 강진철이 천천히 걸음을 옮겨 돌무덤 앞에 섰다.

찬찬히 돌무덤을 눈에 담던 강진철의 미간이 구겨졌다.

“이건 뭐지?”

무언가를 발견한 강진철의 손이 돌무덤 중간에서 혼자 다른 색을 띠고 있는 보라색 돌을 향했다.

턱.

강진철의 손이 돌무덤 중간 보라색 돌을 누르자.

쿠쿠쿠쿵!

촘촘히 쌓여 있던 돌무덤이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렇게 허술하다고?”

“설마 이것이었을 줄이야.”

한재석과 호디의 눈앞에 붉은 포탈이 나타났다.

터벅.

터벅.

강진철이 포탈로 걸음을 옮겼다.

“아마 펜니르의 육체가 죽고 최한에게 퀘스트가 나타나서 이렇게 준비가 된 거겠지. 암튼…… 들어가자. 안에서 또 얼마나 시간을 잡아먹을지 알 수 없어.”

「퀘스트 NO. 013

니플헤임의 남쪽 끝 파라트라 마을에 잠들어 있는 펜니르의 정신을 깨우시오.

보상

레벨 + 5

Time out : 10 : 14 : 02」

퀘스트창을 뒤로한 채 강진철과 아이들이 붉은 포탈 안쪽으로 몸을 옮겼다.

치지직!

강진철과 아이들이 포탈을 뚫고 다른 차원으로 이동했다.

니플헤임이지만 니플헤임이 아닌 곳.

세상에 존재하지만, 그 명칭이 없는 곳.

펜니르의 정신이 봉인 당한 곳은 그런 곳이었다.

포탈을 빠져나온 강진철과 일행들이 새롭게 나타난 주위의 환경을 보며 입을 벌렸다.

“신기하군.”

“여기는 차원의 틈새 같은 곳인가?”

낮과 밤이 공존하는 신기한 세계.

해와 분홍색 달이 동시에 떠 있는 하늘은 아이들이 서 있는 포탈을 기준으로 왼쪽은 낮, 오른쪽은 밤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강진철과 한재석이 기이한 세계의 모습에 시선을 빼앗겨 있을 때.

“이곳인 것 같습니다!”

호디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아이들의 시선이 호디의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지하로 끝없이 펼쳐진 계단이 보였다.

“끝을 알 수 없는 계단이라…….”

강진철이 어둠 속으로 끝없이 나 있는 계단을 보며 턱을 매만졌다.

“뭐가 문제지?”

한재석의 물음에 강진철이 어두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니, 문제라기보다는…… 뭔가 좋지 않은 기분이 드는데……. 퀘스트창의 타임아웃도 뭔가 불안하고.”

“제 시간 안에 클리어를 못 할까 봐 그런 건가? 아직 10시간 정도는 남았는데.”

“시간은 많이 남았지. 그런데 만약…… 우리가 10시간 안에 클리어를 못 하면 어떻게 될까?”

“그게 무슨…….”

“퀘스트를 깰 수 있을지와는 별개로…… 우리가 제한 시간 안에 깨지 못하면…… 다시 이쪽 세계로 나올 수는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해봤어.”

강진철의 말이 어떤 뜻인지는 알고 있었다.

한재석에게도 작은 의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퀘스트에 타임아웃도 그렇고, 이면 세계로 향하는 포탈도 그렇고.

지금 눈앞에 펼쳐진 끝을 알 수 없는 계단도 신경 쓰였다.

“그럼 무조건 깨야지.”

담담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

그 목소리에 담긴 힘과 희망이란 것을 발견한 강진철이 한재석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 걱정만 하는 건 우리에게 안 어울리니까.”

“그럼 가보자고. 뭐가 기다리든지 우리는 다 이겨낼 수 있을 거야.”

그렇게 한재석과 강진철이 지하로 연결된 계단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호디가 그들의 뒤를 따랐다.

이때는 알지 못했다.

지하의 끝에 다다르게 된다면…….

그들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5시간 후.

「퀘스트 NO. 013

니플헤임의 남쪽 끝 파라트라 마을에 잠들어 있는 펜니르의 정신을 깨우시오.

보상

레벨 + 5

Time out : 05 : 14 : 02」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

.

.

[퀘스트 계약 조건에 따라 강진철의 목숨을 거둬갑니다.]

* * *

무스펠헤임으로 향하는 동굴의 통로.

그곳은 꺼지지 않는 불의 세계로 향하는 길답게 동굴 안쪽 전체가 불에 타고 있었다.

아무리 강한 화염 내성이 있다고 해도 무스펠헤임의 불꽃은 일반 화염들과는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아무리 강한 힘을 가진 최한에게도 그 불꽃 속을 거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문에.

“이야! 이거 신기하네! 불꽃 막으로 화염을 막는다라.”

자신의 몸을 얇게 감싸듯 보호막을 형성하고 있는 불꽃막을 보며 최한이 신기한 듯 소리쳤다.

그리고 최한의 바로 옆에 찰싹 달라붙어 손을 비비고 있는 두 마리의 도깨비가 보였다.

“하하하. 이 정도는 저희한테는 쉽죠. 이래 보여도 수투루 님의 육체였으니까요.”

“그것보다 왕의 증표를 가지고 계시다니 대단하십니다요. 대왕님이 언젠가 왕의 증표를 가지고 오시는 분이 있다면 잘 모시라고 했었는데. 혹시라도 부족한 게 있으면 말만 하세요.”

조금 전과 달리 너무도 다른, 상반된 모습으로 아부까지 하고 있는 욘두라 형제였다.

최한이 그들의 환대와 길 안내가 마음에 드는지 큰 소리로 웃으며 소리쳤다.

“좋아! 그럼 아까 줬던 불사탕! 앞으로 두 개의 문지기를 더 지나야 한다고?”

욘두라 형제가 양쪽에서 시중을 들 듯 최한의 입으로 불사탕을 집어넣어 줬다.

“네. 중간 통로를 지키는 쌍수대신과 마지막 통로를 지키는 중로불사신을 지나야 합니다.”

“하지만 걱정 마십시오. 당신은 왕의 증표가 있는 자. 아마 그들도 바로 통과시켜드릴 겁니다.”

“좋아, 좋아. 그런데 너희는 문 안 지키고 이렇게 나 따라와도 되냐?”

최한의 물음에 욘두라 형제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지금 겨우 저 문 지키는 게 대수인가요?”

“맞습니다. 대왕님이 말씀하셨던 분이 오셨는데 당연히 저희가 안내를 해드려야죠.”

강한 힘과 달리 무언가 개그 캐릭터가 된 것만 같은 그들의 모습이었지만, 최한은 그들의 안내를 받아 빠르게 무스펠헤임으로 갈 수 있게 되어서 흡족한 상태였다.

“하하하하하하!”

최한과 욘두라 형제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뒤쪽에서 나란히 걷고 있던 백설과 성녀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뭐가 저리 신나는 건지. 저 도깨비 녀석들도 그냥 바보잖아. 문지기가 문을 버리고 안내해 주는 게 어디 있어. 멍청한 놈들.”

“하하. 그렇긴 합니다. 그래도 나쁜 도깨비들 같아 보이진 않아서 다행입니다. 최한과도 잘 어울리고.”

백설이 웃고 있는 최한과 그 옆에서 함께 웃고 있는 욘두라 형제들을 눈에 담았다.

자신도 모르게 살짝 피어오르는 미소.

‘인간이건 신이건, 천 년 전이건 지금이건 저 녀석은 참……. 잘 웃는구나.’

그렇게 오랜 시간을 걸었을 때쯤.

최한 일행의 앞으로 거대한 문지기가 한 명 나타났다.

“나는 무스펠헤임으로 향하는 통로의 두 번째 문지기이자…….”

“무스펠헤임에서 가장 강한 권법을 사용하는…….”

거대한 두 개의 머리가 최한을 내려다보며 한목소리로 외쳤다.

“쌍수대신이다!”

두 번째 문지기 쌍수대신은 욘두라 형제와 달리 거인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거대한 몸집을 가지고 있었다.

못해도 30m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몸집.

하나의 몸에 두 개의 머리가 나 있었다.

머리 위로 보이는 뿔.

무스펠헤임의 거인들은 모두 뿔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도깨비 닮았네. 다…….”

최한의 목소리가 울리고.

짝!

쌍수대신이 손뼉을 치며 최한을 내려다보았다.

“누구냐! 너! 감히 이곳까지 들어오다니! 욘두라 형제를 해치운 건…….”

“대신! 야!”

“쌍수 대신!”

쌍수대신의 시선으로 손을 흔들며 점프하고 있는 욘두라 형제가 보였다.

“뭐냐……? 너희 왜 침입자와…….”

“여기!”

“이거! 이거!”

욘두라 형제가 손을 흔들며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가리켰다.

“응?”

쌍수대신의 시선이 욘두라 형제의 손끝으로 향했다.

붉은 검.

매섭게 날카로운 날을 뽐내는 붉은 검이 보였다.

그리고 그검은 쌍수대신이 절대 잊을 수 없는 검이었다.

“그것은…….”

“왕의…… 증표…….”

‘언젠가…… 내 검을 가진 녀석이 나타난다면…… 꼭…… 잘 부탁한다.’

쿵!!

엄청난 소리와 함께 쌍수대신의 이마가 땅에 박혔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대왕님의 명에 따라! 최고의 안전으로 무스펠헤임까지 모시겠습니다!”

헤벌쭉 웃는 최한과 달리, 뒤쪽에 서 있던 성녀와 백설의 얼굴에는 어이없는 표정이 지어져 있었다.

‘진짜…… 바보들 천지야…….’

“하하하하하!”

최한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너무도 일이 잘 풀렸다.

하지만.

불행은 언제나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을 때…… 찾아오는 법.

띠링!

[퀘스트 완료.]

“어? 이 녀석들, 퀘스트 깼나 본데?”

최한의 목소리에 백설과 성녀가 다가왔다.

아이들이 볼 수 있게 퀘스트창을 열어 주었다.

[보상을 진행합니다.]

.

.

.

웃고 있던 아이들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져 갔다.

“어째서…….”

믿을 수 없는 마지막 퀘스트창의 안내문에 최한과 아이들의 다리가 동시에 풀려 버렸다.

[퀘스트 계약 조건에 따라 강진철의 목숨을 거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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