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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175화 (176/211)

175화

“유, 육체라고?”

한재석의 눈동자가 떨렸다.

“네. 이 방에서 나갈 수 있는 방법이자 아버님이 말한 퀘스트를 깰 수 있는 방법…… 그것은 제가 새로운 육체를 마련해 몸을 얻는 것입니다.”

공중에 떠 있는 늑대의 얼굴로 모든 시선이 모여들었다.

가만히 듣고만 있던 호디와 강진철의 입이 떼졌다.

“포탈로 이동해야 할 정도의 이면 세계와 지하에 있는 초고위의 봉인술은…… 너의 탈출을 막고 있던 게 아니라 어쩌면 육체가 될지도 모르는 생명체들의 침입을 막고 있었던 거군.”

“알아내긴 했어도 큰일이군. 남은 시간에 새로운 육체를 구하기가…….”

“육체…. 어! 잠깐.”

무언가 떠올랐는지 한재석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것들은 안 되는 것이냐?”

한재석의 손이 공간을 환하게 밝히고 있는 불의 정령. 쎄라에게 향했다.

호디와 강진철이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오호라, 그렇군.”

“육체가 꼭 인간일 필요는 없지. 저런 정령들도 괜찮을지도…….”

공중에 떠 있던 늑대의 고개가 좌우로 움직였다.

“아니, 안 됩니다.”

“대체 왜…….”

한재석의 어두워진 표정을 보며 펜니르의 정신이 말했다.

“우선 첫 번째로, 아무리 정령이라 해도 저 정도급의 육체에 제 정신이 들어간다면 육체가 제 힘을 버티지 못하고 터져 버릴 겁니다. 그러면 육체뿐 아니라 저의 정신마저도 소멸됩니다.”

“젠장…….”

그곳에 있던 모든 이가 더욱 막막해진 상황에 입술을 짓이겼다.

깊은 한숨과 함께 한재석에 입이 열렸다.

“방법이 없는 건가…. 우리가 먼저 퀘스트를 완료하지 못하면 최한의 퀘스트도 깨지지 않을 텐데….”

한재석의 목소리 뒤로 그 어떤 말도 이어지지 않았다.

침울한 분위기가 어두운 공간을 채우고.

한참을 침묵만이 흘렀다.

무언가를 생각해낸 펜니르의 정신이 무거운 표정으로 한재석을 바라보았다.

“단 한 가지…… 방법이 있긴 합니다.”

어두웠던 한재석의 표정이 환하게 변했다.

“무엇이냐? 어떤 어려운 방법이라도 시도해볼 가치는 있다. 말만 해라.”

“직접 계약을 하는 것입니다.”

펜니르의 목소리에 한재석과 호디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직접 계약? 그게 뭔데? 왜 이렇게 표정이 어두워져?”

강진철의 목소리에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던 호디가 설명했다.

“직접 계약. 저도 들은 적만 있습니다. 영적인 능력을 가진 존재들이 인간이나 육체를 가진 신의 몸으로 들어가 몸을 공유하는 것이라 들었습니다.”

“몸을 공유해?”

“그렇습니다. 하나의 몸에 두 개의 영혼이 자리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배웠습니다.”

강진철이 어느 정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펜니르의 정신이 이어 말했다.

“기본적으로는 그것도 맞는 설명이지만, 이것은 아주 예전, 더 강한 힘을 원했던 신들이 만들어낸 주술입니다. 정확히는 흑마법. 너무도 위험한 주술이었기에 신들도 금술로 지정하고 그 누구도 행하지 못하게 한 방법이죠.”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던 한재석이 펜니르의 정신을 보며 말했다.

“직접 계약…… 네가 그 주술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냐?”

“네. 예전에 주술서를 한 번 본 적 있습니다.”

“하…….”

한재석의 눈이 감겼다.

어떤 선택을,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어려웠다.

어느 것을 선택해도 엄청난 충격이 있을 것이다.

한재석이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하고 연신 한숨만 내뱉었다.

그때.

터벅.

터벅.

“직접 계약. 그거 내 몸도 가능한가?”

펜니르의 앞으로 다가온 남성의 목소리에 공중에 떠 있던 늑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놀란 것은 펜니르의 정신만이 아니었다.

눈을 감고 있던 한재석도 익숙한 그 목소리에 놀라 빠르게 눈을 떠 시선을 옮겼다.

“너 무슨 말 하는 거야, 강진철!”

“무슨 말이긴. 시간도 없잖아. 그리고 이 세 명 중에 해야 한다면, 내가 하고 싶다.”

굳건한 표정.

진심이었다.

“너…….”

강진철이 펜니르의 정신을 보며 말했다.

“시간이 없다. 마지막으로 물어보지. 내 몸도…… 가능한 건가?”

펜니르의 정신이 강진철의 육체를 찬찬히 훑어보았다.

‘마기를 크게 운용할 수 있는 신의 육체는 아니다. 그러나 인간의 몸이지만 신에 버금갈 정도에 극도로 단련된 육체를 지니고 있다. 거기다…… 마기가 혈을 뚫고 지나간 흔적도 남아 있군. 어쩌면…….’

“가능하다. 웬만한 신들보다 오히려 인간인 네 몸이 더욱 융합이 잘 될지도 모르겠군.”

펜니르의 목소리에 한재석의 표정이 굳어졌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둘 다!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나 하는 소리야? 둘 다 죽을 수도 있다고! 신들도 금지한 주술이야. 다 이유가….”

한재석의 시선으로 웃고 있는 강진철의 얼굴이 보였다.

“그딴 건 상관없어. 그저 방법이 그것뿐이라면 난 한다. 성공한다면 저 녀석의 힘을 내가 쓸 수 있는 거잖아.”

“미친놈아. 실패하면 넌…… 소멸되는 거야!”

턱.

“상관없다. 지금까지도 도움이 되지 못해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최강이라 생각했던 나 자신이 이번 여행을 통해 너무도 쓸모없는, 약한 존재란 것을 깨달았다. 최한의 기사는커녕 그의 발목만 잡은 것이 여러 번이야. 더 이상…… 약한 존재로 남아 있기 싫다.”

강직한 눈빛.

이런 생각을 품고 여행하고 있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지구에서는 투덕거리며 서로 최강이라며 얼마 차이 나지 않는 힘을 내세워 싸웠지만.

다른 차원의 여행을 시작한 후 점점 벌어지는 격차와 인간의 몸으로 따라잡을 수 없는 신의 힘에 조금씩 어두운 감정을 키우고 있었던 것 같다.

“너…….”

“그리고 너가 아니다. 내가 한 살 더 많아.”

강진철이 한재석을 지나쳐 펜니르의 정신 앞에 멈춰 섰다.

“시간 없다. 빠르게 진행하도록 하지.”

단단히 결심한 표정을 확인한 펜니르의 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공중에 떠 있던 늑대의 얼굴이 빛나기 시작했다.

뒤쪽에 있던 한재석이 큰 소리로 외쳤다.

“왜 멋대로 시작하는 거야! 조금만, 조금만 더 회의를…….”

한재석의 애타는 마음과 다르게 펜니르의 입에서 주술이 흘러나왔다.

“직접 계약 발동.”

펜니르의 얼굴 앞에 검은 마법진이 나타나고 그 뒤로 알 수 없는 주문을 내뱉는 펜니르의 정신이었다.

“안 돼! 멈추라니까!”

한재석이 다가가려 하자.

강진철이 고개만 뒤로 돌렸다.

“걱정 마. 강해져서 돌아올게. 혹시…… 내가 돌아오지 못한다면…… 최한을 잘 부탁한다. 친……구.”

씨익.

처음으로 제대로 된 미소를 보이는 강진철이었다.

그렇게 마지막 미소를 남긴 채 강진철과 펜니르가 검은빛에 잡아 먹혔다.

그리고.

「퀘스트 NO. 013

니플헤임의 남쪽 끝 파라트라 마을에 잠들어 있는 펜니르의 정신을 깨우시오.

보상

레벨 + 5

Time out : 05 : 14 : 02」

[퀘스트 완료.]

[보상을 진행합니다.]

펜니르의 정신과 강진철을 잡아먹었던 검은 빛이 점점 사라져갔다.

한재석이 마른침을 삼키며 말했다.

“퀘스트가 깨졌어…….”

“그렇다면…….”

옆에 있던 호디가 검은빛이 사라진 곳을 응시했다.

공중에 떠 있던 늑대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우두커니 서 있는 것은 단 하나의 몸뿐.

강진철의 뒷모습만이 보였다.

꿀꺽.

팽팽한 긴장이 흐르는 순간.

강진철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

한재석과 호디가 긴장감에 흔들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떻게 된 거지……. 성공한 건가……?”

“아직…… 모르겠습니다.”

천천히 눈을 뜬 강진철이 입을 뗐다.

“죄, 죄송합니다…….”

강진철의 입에서 펜니르의 목소리가 흐르고.

[퀘스트 계약 조건에 따라 강진철의 목숨을 거둬갑니다.]

“이게 대체 어떻게…….”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직접 계약을 하는 도중에도 아버님이 말하시던 퀘스트창이 나타나 저희의 의사를 물어보았습니다. 직접 계약을 성공하지 못할 시, 퀘스트라도 깰 수 있게 계약을 하지 않겠냐고요…….”

“설마…….”

“네. 그 안에서도 강진철이란 분은 작은 흔들림도 없었습니다. 실패하면 자신의 정신을 소멸시키라고 하더군요. 그럼…… 제가 그 몸을 가지고 퀘스트를 깰 수 있으니…….”

쿵!!

한재석이 바닥을 치며 고개를 떨궜다.

“바보……. 바보……. 바보 새끼!!”

한재석이 바닥에 이마를 처박고 울부짖었다.

“멍청한 새끼! 안 어울리게 왜 도박을 하고 난리야! 멍청한 놈! 멍청한 놈! 으아아!!”

바닥에 얼굴을 파묻은 한재석의 어깨가 흔들렸다.

호디와 강진철의 몸을 지배한 펜니르는 그저 그 모습을 보며 굳게 입을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멍청한 놈……. 멍청한 놈……. 멍청한 놈…….”

쉽게 강진철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는지 한재석이 아직까지도 얼굴을 들지 못하고 울고 있었다.

“아버지…….”

“로키…….”

그때.

띠링!

전자음이 울리고.

땅에 박혀 있던 한재석의 얼굴이 천천히 들리기 시작했다.

[히든 퀘스트 발동.]

* * *

욘두라 형제와 쌍수대신의 안내를 받아 최한 일행이 무스펠헤임으로 통하는 통로의 마지막 문지기 앞에 도착했다.

“내 이름은 중로불사신. 여기까지 온 침입자는 오랜만이….”

“비켜라.”

“뭐?”

“비키라고.”

쌍수대신보다 두 배는 더 큰 몸집을 가진 거대한 도깨비 거인.

중로불사신이 최한을 보며 소리쳤다.

“이놈! 침입자 주제에! 감히 이 몸에게 명령을…….”

그때.

중로불사신의 시선으로 쌍수대신과 욘두라 형제가 보였다.

“뭐냐…… 너희…….”

팔을 크게 휘저으며 엑스자를 만들어 보이는 쌍수대신과 욘두라 형제.

“엑스? 뭐라는 거야……?”

“비켜라. 시간이 없어.”

쌍수대신이 있던 곳부터 중로불사신이 있는 곳까지의 거리는 엄청났다.

그리고 이제 퀘스트의 제한 시간은 10분도 채 남아 있지 않았다.

“시간이 없어. 친구가 목숨을 걸고 만들어 준 길이야. 어서 네 뒤에 있는 문을 지나야 해.”

최한이 표정도 보이지 않고 말했다.

이들의 사정을 알 리 없는 중로불사신이 얼굴을 잔뜩 구기며 소리쳤다.

“내 알 바 아니다! 나는 무스펠헤임으로 통하는 입구를 지키는 마지막 문지기! 그 누구라도 절대 통과시킬 수 없다!!”

참고 있던 쌍수대신과 욘두라 형제가 크게 소리쳤다.

“형님! 시간 없어요!”

“10분도 안 남았다고요!”

“이분은 대왕님이 기다리시던 분이라고요!”

“와, 왕의 증표가 있다니까요!”

동료들의 목소리에 잔뜩 구겨졌던 중로불사신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왕의…… 증표…….’

이제야 차분히 침입자들의 모습을 눈에 담게 된 중로불사신이었다.

인간의 모습.

그리고 그 인간의 등에 걸린 검이 보였다.

손잡이까지 붉게 물들인 검.

중로불사신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 그검은!”

쾅!!

빠르게 몸을 돌린 중로불사신이 무스펠헤임으로 향하는 문을 밀어젖혔다.

“어서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곳이 바로…… 무스펠헤임입니다!”

거대한 문이 열리고.

중로불사신이 고개를 숙이며 길을 터주었다.

터벅.

터벅.

터벅.

무표정의 최한이 걸음을 옮겼다.

불의 방어막을 몸에 두른 최한이 문을 지나쳐 끊임없이 타오르고 있는 돌바닥에 발을 내디뎠다.

턱!

[퀘스트 완료.]

[무스펠헤임에 진입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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