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귀환자 학교가다-183화 (184/211)

183화

헌터 협회와 명동을 지키고 있던 청룡 길드장 이창식 그리고 헌터 협회장 지경태가 패배한 직후.

좌천사 로로엘의 뒤로 3마리의 좌천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뭐야? 벌써 다 해치운 거야?”

“너무한데, 로로엘? 혼자만 재미를 보다니.”

“그래도 저기 떨어지는 녀석들, 죽진 않은 것 같은데?”

조금 늦게 도착한 나머지 좌천사 주리엘과 키르엘 그리고 비비엘이 혼자만 전투를 벌인 로로엘을 보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전투랄 것도 없는 싸움이었어. 인간 따위와 싸우는데 재미있을 리가 없잖아. 그런데…… 꽤 튼튼한 놈들이긴 한가 보네. 아직도 목숨이 붙어 있다니.”

로로엘이 떨어지고 있는 이창식을 보며 손을 들었다.

순식간에 바뀌는 표정.

하얀 천사의 얼굴에 사악한 악마의 웃음이 지어졌다.

“이번엔 머리를 통째로 날려주마.”

로로엘의 손에서 붉은 마기의 에너지가 레이저처럼 발사되었다.

피슝.

인간이 눈으로 좇지도 못할 빠르기로 뻗어 나간 레이저 공격.

곧게 뻗어 나간 레이저가 이창식의 얼굴 앞에 다다랐다.

그때.

파밧!

순식간에 천사의 시선에서 사라진 이창식의 육체였다.

머리가 터지는 것을 기다리던 로로엘의 얼굴이 잔뜩 구겨졌다.

“뭐야……? 누구냐?”

로로엘의 목소리에 뒤쪽에 있던 나머지 좌천사들의 시선이 일제히 땅으로 향했다.

탁.

부드럽게 착지하는 발이 보이고.

힘없이 늘어져 있는 이창식이 그의 손에 들려 있었다.

이창식의 몸이 바닥에 천천히 내려졌다.

죽음을 피한 이창식의 눈이 힘겹게 뜨였다.

“내가 어떻게 살아 있는 거지……. 눈앞에 공격이 와 있었는데……. 어! 지경태! 야!”

몸통이 뚫린 큰 상처에도 이창식은 자신의 옆에 누워 있는 지경태의 생사를 먼저 확인했다.

“살아 있어. 걱정 마.”

평소와 다른 지경태의 목소리.

다 죽어가는 목소리였지만, 숨이 붙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새끼. 아직 요단강 건너긴 글렀네. 그런데…… 대체 누가…….”

이창식의 고개가 천천히 들렸다.

오 대 오로 나눈 앞머리.

그 아래로 보이는 새하얀 얼굴.

큰 감정 하나 느껴지지 않는 시큰둥한 표정.

미림고 학생회장.

강진철의 얼굴이 보였다.

“강진철…… 네가 왜 여기에……. 넌 분명 후발대였을 텐데…….”

이창식의 목소리 뒤로 지경태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계획이 틀어진 거겠지. 우리 말고도 다른 지점을 지키는 놈들 다 당했나 보군.”

“젠장……. 길드장들 체면 또 다 구겨지네. 한 시간은 버틸 줄 알았는데.”

“그만 자책해. 어차피 헤니르 님과 처음 작전을 짤 때도 한 시간만 버텨도 잘한 거라고 했잖아. 이 상황도 아마 예상하셨을 거야. 그것보다…….”

온몸에 상처와 그을음이 가득한 지경태가 천천히 고개를 세워 강진철을 바라보았다.

“왜 네가 온 거지. 네가 강해진 것은 알고 있으나 이 녀석들, 지금까지 상대했던 천사들과 달라. 아마 그때의 최한도 이기지 못할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지고 있어……. 아무리 네가 SSS급이더라도…….”

말을 자르듯 강진철이 지경태와 이창식을 향해 손바닥을 폈다.

강진철의 손바닥에서 초록색 빛이 피어나더니 이내 지경태와 이창식의 몸으로 이동했다.

“뭐야……. 이게 대체…….”

“어떻게 네가 치유 마법을…….”

지경태와 이창식의 몸에 있던 상처가 조금씩 아물고 있었다.

강진철은 마법 계열이나 힐러가 아닌, 자연계 특성을 가진 딜러라 알려져 있었다.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지만, 분명 몸이 낫고 있었다.

지경태와 이창식이 놀라움을 뒤로 하고 감사함을 전하기 위해 강진철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고마……. 피해!”

강진철이 반응하기 전.

“내 얘기 못 들었냐? 누구냐고, 너.”

어느새 좌천사 로로엘이 강진철의 등 뒤로 이동해 있었다.

엄청난 살기.

그리고 한 방에 인간을 죽일 수 있는 힘.

로로엘의 손이 하나의 검처럼 변해 순식간에 강진철의 목을 향해 허공을 베며 나아갔다.

차아악!!

피가 분수처럼 하늘로 흩뿌려졌다.

그리고.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어째서 네 목이 아니라…… 내 팔이…….”

흩뿌려진 피는 강진철이 아닌 공격자 로로엘의 피였다.

눈앞에 벌어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로로엘의 눈동자에 두려움이 일기 시작했다.

“이놈……. 대체 무…….”

툭…….

동그란 물체가 데굴데굴 바닥을 굴렀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쓰러져 있던 지경태와 이창식도 로로엘의 공격을 보고 있던 좌천사들도 모두…….

어떤 반응도 보이지 못하고 눈만 깜빡이고 있었다.

바닥을 구르던 동그란 물체가 움직임을 멈췄다.

감기지 않는 눈. 움직이지 않는 눈동자.

마지막 말을 다 마치지 못한 채 벌어진 입.

목이 잘린 좌천사 로로엘의 얼굴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이 녀석!”

“감히 동포를!”

“곱게 죽을 생각 하지…….”

펑!

펑!!

두 번의 폭발음이 연속으로 들렸다.

얼굴이 터져 버린 채 이제는 몸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좌천사들이 보였다.

어느새인가 강진철의 손이 좌천사의 피로 물들어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좌천사 비비엘이 옆에 있던 동료들의 죽음을 확인하고는 날개를 펄럭였다.

“우, 우리 좌, 좌천사를 죽일 수 있는 인간이 있다니!”

펄럭!

비비엘의 발이 땅에서 떨어졌다.

상공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르고 있는 비비엘이었다.

그러나.

비비엘을 눈에 담고 있던 지경태와 이창식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 있었다.

이창식과 지경태의 눈으로 똑똑히 보였다.

자신이 언제 당한 것인지도 모른 채.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는…….

머리가 없는 하얀 몸뚱이가…….

그렇게 강진철은 말 한마디도 내뱉지 않고 (EX) D급의 좌천사 네 마리를 지옥으로 떨어트렸다.

* * *

같은 시각.

오딘의 막내아들, 발드르에 의해 폐허처럼 변한 상암동.

기절해 있던 아레나 길드장 이정은의 눈이 천천히 떠졌다.

“내가 살아 있는 건가…….”

초점이 맞지 않는 시야로 천천히 주위를 담았다.

수많은 방송국 건물과 높은 빌딩들의 모습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도로는 매몰되고 빌딩들이 있던 자리에는 무너져내린 아스팔트와 유리들만이 자리해 있었다.

참혹한 광경.

흐릿한 눈으로도 알아챌 수 있었다.

이미 상암동은 지옥이 되어 버리고.

그곳을 지키던 자신들은…….

실패했다는 것을.

이정은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크억!”

입에서 붉은 피가 쏟아져나왔다.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으며 이정은이 자신의 피가 쏟아진 몸으로 시선을 옮겼다.

배 한가운데 나 있는 커다란 구멍.

기절하기 전 상황을 찬찬히 떠올렸다.

“마지막에…… 배를 공격당한 건가……. 이 정도 상처를 치료할 마력이 남아 있지 않아……. 나도 이제 죽는 건가…….”

대마법사라 불리며 화려하게 데뷔해 몇 년 동안 대한민국의 정점에서 헌터 생활을 한 그녀였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적 또한 많다.

그렇기에 알고 있었다.

지금이. 이 순간이 바로…… 자신의 마지막이라는 것을.

몸을 일으키려던 이정은이 얼마 남아 있지 않은 마력과 배의 상처를 보고 포기한 듯 다시 몸을 눕혔다.

반쯤 풀려 버린 동공.

검은 먹구름에 잡아먹혀 버린 하늘만이 시선에 보였다.

“조금은 더…… 도움이 되고 싶었는데……. 어차피 죽음은 각오하고 있었으니 아쉽진 않다만…… 그저…… 그 녀석이 돌아오는 것만이라도 보고 죽고 싶었는데……. 그 꼬맹이라도 돌아오는 것만 확인하면……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피를 튀기며 힘겹게 내뱉던 목소리가 멈췄다.

‘이제…… 앞도 잘 안 보이는군. 진짜 갈 때가 된 건가…….’

뿌옇던 시야가 점점 더 뿌예지며 점점 그 크기가 작아져 갔다.

이정은이 시야가 점점 닫히고 있었다.

“장왕윤은 먼저 가 있으려나…….”

흐릿한 시야 사이로 불쑥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아니요. 가긴 어딜 가요. 제가 있는데.”

“너…… 넌…….”

흐릿한 시야로 성녀의 얼굴이 보였다.

그리고 그 옆에서 미소 짓고 있는 검성 길드장 장왕윤의 얼굴도 함께 보였다.

“미안하지만 이렇게 살아 있다. 그러니 너도 죽을 생각 하지 마. 우리 아직…… 해야 할 일 많아. 사람들을…… 지켜야지.”

장왕윤의 얼굴을 확인한 이정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대답 대신 눈을 감은 채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그럼…… 치료를 시작하겠습니다.”

성녀의 손에서 피를 매개체로 한 붉은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손에서 빠져나온 붉은 에너지가 이정은의 몸을 한 번 감싸더니 몇 초도 안 돼서 이정은의 상처가 모두 나았다.

이정은을 감쌌던 붉은 에너지가 하늘로 사라져 갔다.

마치 다시 태어난 것처럼 몸의 상처와 고통이 사라진 이정은이 몸을 일으켰다.

“어떻게 된 거야……? 이 정도 상처를 이렇게 빨리……. 아무리 S급이라도…….”

성녀의 얼굴에 큰 미소가 지어졌다.

“이제 S급이 아니라…… SSS급이니까요.”

“그렇군……. 고맙다…….”

안도와 감사의 마음.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이정은과 성녀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그런 그들의 얼굴에서 미소를 빼앗는 목소리가 들렸다.

“구해주는 건 고마운데, 어째서 네가 온 거야? 우리가 이 정도로 당한 것을 헤니르 님도 알았을 텐데……. SSS급인 내가 공격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당했어.”

장왕윤의 현실적이고도 차가운 목소리.

하나 그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다른 곳의 상황은 모르지만, 상암동이 사라지고, SSS급인 장왕윤이 당했다면 성녀가 아니라 더 강한 이들이 왔어야 할 터.

“한재석……. 그러니까 로키쯤은 와야 했었다고. 우리를 이렇게 만들고 상암동을 없앤 것은 아스가르드의 신이야. 그것도 오딘의 막내아들. 절대 너와 우리의 힘으로는…….”

성녀를 향해 말하고 있던 장왕윤의 눈동자가 세차게 떨렸다.

“누가 감히 내 이야기를 하는 거냐.”

이정은과 성녀는 빠르게 몸을 돌려 장왕윤의 옆으로 이동했다.

파란 머리칼을 휘날리며 발드르가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아직…… 이곳에 있던 건가……. 이제 우린 다…… 죽은 목숨이야…… 한재석이 이곳에 왔어야…… 해…….”

발드르의 모습을 확인한 검성 장왕윤의 고개가 떨어졌다.

죽다 살아난 기쁨도 잠시.

상황은 또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걱정 마세요.”

어두운 분위기를 지우는 성녀의 목소리.

장왕윤의 얼굴이 들렸다.

“한재석은 이곳보다 더 위험한 곳으로 갔어요. 그래서 강한 친구를 데려왔어요.”

“그게…… 무슨…….”

장왕윤의 시야가 순식간에 가려졌다.

거대한 그림자.

어디선가 나타난 거대한 그림자가 장왕윤과 일행들이 서 있는 곳을 전부 가렸다.

그리고.

“크와앙!!”

엄청난 울음소리와 함께 나타난 거대한 호랑이가 아스가르드의 신 발드르의 머리를 집어삼켰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