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화
“저, 저 강한 신이…….”
장왕윤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발드르의 얼굴을 삼킨 거대한 백호가 포효하며 고개를 움직였다.
그럴 때마다 발드르의 몸이 공중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힘이 빠진 시체가 흐느적거리듯.
어떤 저항도 하지 못하고 있는 발드르의 육체였다.
쾅!
쾅!
호디가 으르렁거리며 고개를 위아래로 움직이자 발드르의 몸이 땅에 부딪히며 둔탁한 타격음을 내었다.
콰직!
콰지직!
호디의 어금니가 점점 맞닿아 갈수록 뼈가 으스러지는, 기분 나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꺼져!”
목뼈가 완전히 박살 난 것을 느낀 호디가 입에 물고 있던 발드르를 힘차게 던져 버렸다.
콰과과광!!
발드르의 육체가 무너진 빌딩의 잔해 속으로 파묻혔다.
“대박…….”
“저 호랑이가 저렇게 강하다고?”
장왕윤과 이정은이 눈을 깜빡이는 것조차 잊은 채 멍한 표정으로 호디를 바라보고 있었다.
“당연한 일입니다. 호디는 니플헤임이라는 다른 차원에 있는 신이니까요.”
이름 : 호디
나이 : ∞
종족 : 신
칭호 : 조루주의 수호자 (EX)
능력치
근력 : (EX) A – 2,944
민첩 : (EX) A – 2,920
내구 : (EX) A – 2,930
체력 : (EX) A – 2,980
마기 : (EX) A – 2,990
SKILL
[ 순혈의 피 ]
태고부터 니플헤임에 존재해 온 존재. 혈통의 힘을 가지고 있다.
혈계 특성
얼음 내성 100%
화염 내성 50%
전기 내성 50%
포이즌 내성 50%
물리 내성 50%
[ 샤벨 어금니 ]
용의 피부도 뚫을 수 있는 어금니를 가지고 있다.
특성 : 샤벨타이거
최종 등급 : (EX) A
이정은과 장왕윤이 호디를 보며 얼빠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니플헤임의 신이라고?”
무너진 잔해 속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성녀를 포함한 인간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펑!
무너진 잔해들이 폭발하듯 멀리 사라지고.
그 자리에 오딘의 막내아들, 발드르가 목을 만지며 일어섰다.
호디의 이빨 때문에 생긴 구멍과 부러진 목뼈가 순식간에 재생되었다.
그 모습에 성녀뿐 아니라 호디의 얼굴에도 표정이 굳어졌다.
“이야. 진짜 오랜만이야. 죽을 뻔한 거. 아니지 거의 죽은 거나 마찬가지였지. 단지…… 이 몸은 절대 죽지 않으니까, 괜찮지만.”
발드르의 얼굴에 오만한 표정이 지어졌다.
“죽지…… 않는다고?”
호디가 발드르의 능력치를 확인했다.
이름 : 발드르
나이 : ∞
종족 : 신
칭호 : 빛의 신 (EX)
능력치
근력 : (EX) A – 2,799
민첩 : (EX) A – 2,780
내구 : (EX) A – 2,730
체력 : (EX) A – 2,710
마기 : (EX) A – 2,800
특성 : 아스가르드의 불사신
최종 등급 : (EX) A
오딘의 가호
아스가르드 최고신 오딘의 막내아들.
발드르가 태어난 날, 오딘이 자신의 뼛조각을 사용해 최강의 보호 마법을 걸어 놓았다.
빈사 상태가 되거나 마기와 체력이 기준치 이하로 떨어지면, 오딘의 가호가 발동한다.
최상의 컨디션으로 무한 회귀할 수 있다.
홀리썬 소드.
태초에 태양을 만들 때 작은 결정을 떼어 내어 만든 검.
성스러운 빛의 힘과 태양의 열기가 담긴 전설의 검을 소환 할 수 있다.
한 번밖에 사용법을 듣지 못했지만, 호디는 신이었기에 헤니르와 로키에게 한 번밖에 듣지 못했던, 신들이 만든 상태창을 볼 수 있었다.
“특성이 아스가르드의 불사신…….”
호디가 발드르의 능력치를 확인하고는 미간을 구겼다.
“오! 내 능력을 볼 수 있는 건가? 이게 배신자 헤니르가 만든 그 시스템이란 건가 보군. 뭐, 상관없다. 내 능력을 알아도 너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발드르의 손으로 빛의 검 홀리썬 소드가 나타났다.
발드르가 홀리썬 소드를 크게 한 번 휘두르자.
콰과과광!!
일대에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꺄아악!”
성녀와 이정은의 비명이 들렸다.
검성 장왕윤이 빠르게 이정은과 성녀의 앞으로 가서 대검 국보 율도를 땅에 박아 방어막을 만들어 냈다.
엄청난 폭발이 호디와 일행들을 덮쳤다.
폭발이 잦아들자, 일대의 무너진 건물들에서 나온 흙과 먼지가 마치 안개가 낀 것처럼 시야를 가렸다.
참격을 정통으로 맞았지만, 다행히 큰 상처는 보이지 않는 호디였다.
“나보다 능력치는 약하지만, 저 신기한 검과 죽지 않는 능력은 성가시군.”
“뭐라는 거야, 동물 주제에? 니플헤임의 신이 이딴 하등한 동물이었다니.”
치이잉!
뿌연 먼지 사이로 빠르게 다가온 발드르가 호디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간발의 차이로 공격을 피한 호디가 네발로 점프해 발드르와 거리를 벌렸다.
“오…… 내 공격을 피하다니. 하등한 동물이어도 신은 신이라 이건가?”
여전히 오만한 표정이 가득한 발드르였다.
“동물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만으로 하등하다고 하는 네놈 따위가 아스가르드의 신이라니. 역시 아버님 말씀이 맞았어. 아스가르드에는 제대로 된 전사가 없다고 했는데, 네놈을 보니 확실해졌군.”
도발하는 듯한 호디의 말에 발드르의 아름다운 얼굴 이곳저곳이 구겨졌다.
“미드가르드를 멸망시키고 나서 아버님이 니플헤임과 무스펠헤임을 공격하자 한 이유가 이거였구만. 역시 그곳에 있는 쓰레기 신들은 숨을 쉴 가치가 없어.”
서로를 노려보던 발드르와 호디가 동시에 점프했다.
쾅!
쾅!
쾅!!
호디의 발톱과 발드르의 검이 부딪치는 소리가 폭발음처럼 들렸다.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두 신의 전투에 대지를 메웠던 먼지 안개는 이미 모두 사라진 뒤였다.
자신들이 낄 싸움이 아니란 것을 깨달은 이정은과 장왕윤 그리고 성녀가 제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한 채 공중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는 발드르와 호디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SSS급은커녕 몇 배나 더 강한 힘이 있어도 저들의 싸움에는 끼지도 못할 거야.”
“어떤 마법을 쓰더라도 저 백호를 도와주는 것은……. 오히려 방해만 될 것 같군…….”
호디와 발드르의 전투를 겨우 눈으로 좇으며 장왕윤과 이정은이 말했다.
“신이니까요. 인간이 아무리 강해져도 신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른 차원을 여행하면서 뼈저리게 배웠습니다.”
전투를 눈에 담고 있던 성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성녀의 표정만으로 그녀가 얼마나 힘든 여행을 한 것인지 깨달은 장왕윤과 이정은이었다.
성녀의 모든 감정을 읽지는 못했지만, 그것 하나만은 알 수 있었다.
그녀가 그곳에서 얼마나 자신의 나약함을 자책하며 슬퍼했을지를…….
장왕윤과 이정은이 더는 어떤 말도 내뱉지 못하고 분함에 주먹만 강하게 말아 쥐었다.
쾅!
쾅!
쾅!
폐허가 돼버린 상암동 상공에서 엄청난 폭발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었다.
“그래도…… 그냥 자책만 하며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돌아온 것은 아닙니다.”
성녀의 목소리가 울리고.
이정은과 장왕윤의 시선이 성녀의 얼굴로 향했다.
미소.
자연스러우면서도 무거운 것을 내려놓은 듯, 어딘지 편안한 미소.
“계속해서 강해지는 최한을 보면서 배운 것이 있습니다. 만나는 종족마다 친구가 되는 로키를 보며 배운 것이 있습니다…….”
성녀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이정은에게 보여주었다.
“애초부터 다른 세상의 강함이라면…… 이기려 하지 말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라도 죽을힘을 다해, 최선을 다해 하자. 그다음은…… 더 강한 친구들에게 뒤를 맡기면 되는 겁니다.”
이정은의 눈동자가 세차게 떨렸다.
“이건…….”
“로키에게서 받아온 겨우살이나무입니다. 유일하게…… 불사신을 죽일 수 있다고 전해지는 보물이라고 했습니다.”
이정은의 옆에 있던 장왕윤의 입이 떨어졌다.
“설마…….”
성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이게…… 저 불사신을 해치울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일 것입니다. 저에게 작전이 있습니다. 도와…… 주실 수 있겠습니까?”
이정은과 장왕윤의 얼굴에 굳은 의지가 피어올랐다.
“당연하지.”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하늘로 향했다.
쾅!
쾅!
쾅!
여전히 엄청난 폭발음과 충격파를 내뿜으며 전투를 하고 있는 발드르와 호디였다.
“이야. 이렇게 가슴 뛰는 싸움은 오랜만인데? 하등한 동물의 모습을 한 신치고는 제법이야.”
“아직도 그 오만한 말투를 고수하는군. 아스가르드에 살고 있다고 너희가 최고의 종족이라 생각하나 본데, 니플헤임은 한 번도 아스가르드가 최고 신이라고 생각한 적 없어. 무서워서 우리 차원에도 오지 못한 겁쟁이들이.”
“후훗……. 그딴 도발에 안 넘어가. 아버지가 니플헤임과 무스펠헤임을 건들지 않았던 것은 상대할 가치조차 없는 나약한 신들만이 살고 있어서였어.”
“개소리하는군. 니플헤임에 제대로 싸움을 걸어온 적도 없으면서.”
“아까 한 말 못 들은 거냐? 인간들 다 죽이고 간다니까.”
“아니. 너희는 인간들을 죽이지 못해. 최한이 올 테니까. 최한이 오면 오딘 따위 한 방에 이길 거야.”
빠직.
“하아……. 하등한 동물이랑 말싸움을 하고 있는 내 잘못이지. 그냥…… 죽어.”
발드르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동시에.
치이이잉!!
발드르의 손에 들려져 있던 홀리썬 소드가 길게 뻗어져 나갔다.
몸을 움직이는 것이 아닌, 검의 날만 길게 길어졌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대비를 하지 못한 호디가 홀리썬 소드에 다리를 관통당했다.
“으윽!”
팽팽하던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전투력만 봤을 때 강한 쪽은 호디였으나 죽을 고비만 되면 다시 전투 이전으로 되돌아간 듯 체력과 마기를 완전히 회복하는 발드르가 우세를 점해 가고 있었다.
호디가 크게 구멍이 난 오른쪽 앞다리를 보며 욕설을 내뱉었다.
“젠장…… 하필…… 공격하는 다리를…….”
호디의 공격 대부분이 오른쪽 앞발을 이용한 공격이었다.
어금니로 무는 공격도 있긴 하지만, 그것은 기습이나 어느 정도 힘의 차이가 분명할 때나 쓸 수 있는 기술이었다.
가장 빠르고 강렬하게 공격할 수 있는 것은 언제나 오른쪽 앞발 공격.
다리는 힘줄과 근육이 말을 듣지 않는 상태였다.
“마지막까지 이 기술을 보여주지 않았던 게 승리의 열쇠가 되었군.”
검을 다시 원상태로 만든 발드르가 크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호디가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이번엔 그 주둥이를 관통해주마.”
발드르가 한쪽 눈을 감고 홀리썬 소드를 마치 총처럼 호디를 향해 조준하고 있었다.
“그럼…… 죽어라…….”
쾅!!
호디만 신경 쓰고 있었던 발드르의 얼굴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위기를 넘긴 호디가 작게 말했다.
“뭐야…….”
“뭐긴 뭐야……. 부상이니까 교대해주러 왔지.”
호디의 눈앞으로 기합이 잔뜩 들어간 장왕윤과 이정은의 모습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