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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귀환자 학교가다-185화 (186/211)

185화

“왜 끼어든 거야? 이 정도 상처쯤은…….”

아직도 발드르를 공격한 장왕윤과 이정은의 개입을 이해하지 못하는 호디였다.

그런 호디와는 다르게 이정은과 장왕윤의 얼굴에는 무언가 자신감 넘치는 표정이 지어져 있었다.

“너무 못 믿는 거 아니야? 이래 보여도 인간의 한계에 도달한 자들이라고.”

“그런 상처를 입고 싸워 봤자 죽음만 재촉할 뿐이다. 잠시 교대하지. 그동안 치료해라.”

말을 남긴 이정은과 장왕윤이 더 높은 공중으로 빠르게 날아올랐다.

“이런 하등한 놈들이……. 힘의 차이를 느껴 놓고도 아직도 까부는구나. 그래…… 그렇게 죽고 싶다면 너희부터 먼저 죽여주마.”

아름다운 발드르의 얼굴 전체가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이정은에게 공격당한 얼굴은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지만, 하등한 생물에게 얼굴을 공격당한 분노는 고스란히 핏줄이 터져 버린 눈에 비치고 있었다.

발드르가 이정은과 장왕윤을 잡기 위해 그들의 뒤를 따라 날아올랐다.

호디가 발드르의 뒷모습을 보며 소리쳤다.

“아, 안 돼! 젠장…… 저러다 죽고 말 거야.”

“걱정 안 해도 됩니다. 죽으러 간 게 아니에요. 이기러 간 거지.”

어느새인가 호디의 옆에 다가와 상처를 치료하고 있는 성녀였다.

“그게 무슨…….”

“작전이 있습니다. 그 작전은…….”

성녀의 말을 듣던 호디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져 갔다.

호디의 시선이 들려 전투를 벌이고 있는 발드르와 장왕윤에게로 옮겨졌다.

펑!!!

펑!!!

공중에서 엄청난 폭발이 연이어 터지고 있었다.

“하등한 놈들. 까불더니 왜 도망만 다니는 것이냐!”

발드르가 홀리썬 소드를 휘두르며 소리쳤다.

공기가 뒤틀리고 엄청난 바람과 함께 폭발이 일어났다.

온 힘을 다해 겨우겨우 피해내고 있는 장왕윤과 이정은이었다.

살짝만 닿아도 온몸이 터져 버릴 일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하고 있음에도 이정은과 장왕윤의 얼굴에는 발드르를 향한 조롱의 표정이 지어져 있었다.

“누가 도망만 친다고 그래? 네가 못 잡는 거지.”

“신 맞아? 로키나 헤니르 님은 이것보다 훨씬 강하셨는데. 아! 오딘의 아들이라는 간판만 대단한 거지, 너 은근히 약하구나?”

빠직.

발드르의 눈가가 떨리고 있었다.

“그래. 그렇게 죽고 싶다면…… 죽여주마.”

발드르의 모습이 사라졌다.

시야에서 발드르를 놓친 장왕윤이 빠르게 눈알을 굴렸다.

“대체 어디…….”

“어디긴. 바로 눈앞에 있잖아.”

푹.

순식간에 장왕윤의 앞에서 모습을 드러낸 발드르가 장왕윤의 가슴에 검을 찔러 넣었다.

선혈이 낭자했다.

검을 타고 흐르는 붉은 피가 땅으로 떨어져 갔다.

이제야 얼굴에 만족한 표정이 지어진 발드르였다.

“파리 새끼처럼 앵앵거려서 짜증 났었는데. 이제야 좀 조용해졌구나. 역시 하찮은 인간들은 이렇게 죽음에 대한 공포가 눈동자에 나타나 있을 때가 가장 보기 좋아.”

장왕윤의 얼굴을 담던 발드르의 눈동자가 세차게 떨렸다.

“뭐냐……. 그 눈빛은…….”

또렷하고, 강직했다.

그 눈은 죽음에 대한 공포를 담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꽉!

장왕윤이 가슴에 박힌 발드르의 검을 빠지지 않도록 꽉 움켜쥐었다.

붉은 피가 역류해 나온 장왕윤의 입술이 떨어졌다.

“잡았다. 개자식아.”

인간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의 엄청난 기백에 순간 움찔하긴 했지만.

곧장 정신을 차리고 소리쳐 웃는 발드르였다.

“잡으면 뭐? 네놈 따위가 잡으면 뭐가 달라져? 내가 손에 힘만 주면 네 몸은 순식간에 가루가 돼 버릴 텐데?”

“상관없어. 가루가 돼도…… 내가 네놈의 검을 잡은 순간 이미…… 우리의 작전은 성공이야.”

“작전이라고?”

인기척을 느낀 발드르가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남아 있던 손을 들어 다가오는 인간의 목을 움켜쥐었다.

“이거……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야? 팔 하나 잠깐 못쓴다고 내가 인간의 공격에 당할 거 같아?”

“컥…… 컥…….”

순간의 틈을 노려 공격을 시도하던 이정은이 발드르의 손에 목이 졸리고 있었다.

발드르가 기고만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너희는 신을 뭐라 생각하는 것이냐? 겨우 팔 하나 사용 못 하게 하면 이길 줄 알았던 거야? 아니, 두 개 다 사용 못 해도 내가 겨우 인간들에게 질 거 같아?”

절망적.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 검과 팔 하나를 잡아 놓던 장왕윤.

그런 장왕윤이 만들어 준 틈을 이용해 공격을 하려던 이정은.

둘의 공격 모두 실패했으니까.

이제는 상황 역전.

분명 두 손을 모두 사용하고 있지만, 손가락만 까딱하면 이정은과 장왕윤의 목숨은 없었다.

마지막 공격을 준비하고 있는 발드르의 시선으로 웃고 있는 장왕윤의 표정이 보였다.

“실성한 거냐? 왜 처웃고 있지?”

“역시 신은 참 단순해.”

“뭐라고?”

“자신들이 절대적으로 강한 힘을 가진 존재라 생각하고 인간을 파리처럼 대하는 그 오만함이 참 대단해. 어떻게 그렇게 오만할 수 있는지. 지금 이 상황에서도 넌…… 절대 질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잖아? 두 손을 못 쓰는 상황에서도…….”

“당연하지. 난 이렇게 두 손을 쓰지 못한 채 온몸이 허점투성이여도 걱정하지 않아. 이 상태에서도 내 몸에 상처 하나 낼 수 있는 인간은 절대 없거든.”

오만함이 목소리를 타고 흘렀다.

이정은과 장왕윤의 얼굴에 더욱 짙은 미소가 지어졌다.

“아까부터 뭘 쪼개고 있는 것이냐……. 재수 없게.”

목이 졸리던 이정은이 발드르와 눈을 마주치고는 힘겹게 목소리를 내었다.

“넌 인간보다 강해. 하지만 그렇기에 인간한테 진 거야. 자신의 힘을 너무 잘 알아서.”

“무슨 개소리를…….”

푹!

발드르가 자신의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화한 느낌에 고개를 천천히 내렸다.

나뭇가지가 보였다.

옆구리에 정확히 박힌 나뭇가지.

그 어떤 창도 뚫지 못했던 신의 강철같은 살점을 뚫고 들어간 나약한 생명이었다.

발드르의 시야가 팽하고 돌았다.

순식간에 시야가 멀어지는 아찔한 경험이었다.

발드르의 시선이 나뭇가지를 잡고 있는 손의 주인을 확인했다.

인간.

성녀라 불리던 나약한 인간.

치료 마법이 전부라 생각해 방어 따위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는데.

“어째서……. 다가오는 것을 눈치채지도 못했는데……?”

나뭇가지에서 손을 뗀 성녀가 발드르를 보며 미소 지었다.

“당연하지요. 당신은 저를 치료 마법만 쓰는 약한 존재로 생각했을 테니까요. 당신의 마음이 사각을 만든 것입니다. 뭐, 물론…… 저도 기절할 정도로 최선을 다하긴 했지만요.”

미소를 보이던 성녀가 그대로 기절해 바닥으로 떨어졌다.

온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은 발드르였지만, 단 하나 정신만은 또렷하게 집중했다.

분명 올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니플헤임의 백호가 분명 공격해 올 것이다.’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옆구리에 박힌 나뭇가지를 빼지 않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두 손에 잡혀 있는 이 인간들이라도 인질로 써야 한다.

빠질지 안 빠질지도 모르는 이 나뭇가지를 뽑으려다 인간들을 풀어주게 되면 분명 그 순간을 비집고 백호가 공격해올 것이다.

반대로 죽여도 같다.

죽이면 인질로 써먹지도 못하고 방패가 하나 사라지는 것이다.

‘힘이 빠져나가는 것뿐만이 아니야……. 아버지가 주신…… 스킬까지도…….’

발드르가 처음으로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떨어지는 성녀를 보던 발드르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분명 기절한 저놈을 구하기 위해 백호가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아무리 강한 육체를 가진 인간이라도 속도로 봤을 때 이 높이에서 머리부터 떨어진다면 분명 즉사할 것이다.

손에 잡힌 두 명을 함부로 죽일 수 없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

저 기절한 인간을 구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낼 터.

‘그때를 노린다. 그 순간에 빠르게 홀리썬 소드로 놈의 머리를 도려내는 거야.’

바닥으로 떨어지는 성녀를 바라보며 발드르가 미소 지었다.

그때였다.

발드르의 모습을 지우는 거대한 그림자.

동시에 발드르의 얼굴에 처음으로 어두운 표정이 지어졌다.

파리해진 얼굴.

자신이 머릿속으로 그렸던 계획과 작전들이 모두 산산이 조각나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어째서……. 분명 저 녀석을 구하러 갔어야 했는데……?”

순식간에 발드르의 위쪽으로 나타난 호디가 작게 읊조렸다.

“나도 그러고 싶었지만, 이 녀석들이 만든 계획이야. 자신들의 목숨을 담보로……. 너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이것 하나뿐이라면서. 마지막을 나에게 맡겼어.”

호디의 앞발이 사선을 그리며 내리쳐졌다.

푸직!

발드르의 옆구리에 박혀 있던 나뭇가지가 몸을 완전히 관통하며 구멍을 냈다.

아스가르드의 불사신.

몸이 잘리고, 터져도 죽지 않았었다.

자신보다 강한 존재도 이길 수 있는 힘.

그 어떤 신도 거인도 두렵지 않았다.

“그런 내가…… 겨우 인간 따위에게 당하다니…….”

발드르의 몸에 금이 가더니 이내 유리가 깨지듯 작게 조각나기 시작했다.

오딘의 막내아들이자 아스가르드의 불사신.

빛의 신이라 불렸던 발드르가 인간의 손에 죽임을 당했다.

동시에.

성녀가 땅으로 추락했다.

쾅!!!

* * *

같은 시각.

여의도.

이미 각 지역에 엄청난 폭발과 전투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마수아팀이었다.

하나.

도우러 갈 수도, 잠시 상공에 떠올라 시선을 둘 수도 없었다.

“야, 손대영! 더 빨리 움직여! 너 그러다 죽는다!”

손대영을 향한 윤강산의 외침에 진심이 가득 묻어났다.

“네……. 네!”

서번트인 손대영이 직접적으로 해골 병사들과 싸울 수는 없었다.

헤니르의 도움을 받아 각성한 능력자들과 달리 D급 정도의 힘을 가진 손대영은 잠재력이 더 없기에 힘을 끌어낼 수 없었다.

그렇기에 선택한 것이.

무기.

손대영이 손에 들고 있던 총을 해골 병사들을 향해 발사했다.

해골 병사들을 한 방에 해치울 수 있는 파괴력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전장에 도움이 되는 무기였다.

손대영의 총에 맞은 해골 병사 무리가 움직임을 멈췄다.

“진짜 대단하긴 한데요. 오지훈 박사님과 헤니르 님이 만들어내셨다고 했는데. 와…….”

“기뻐할 시간에 한 번이라도 더 맞춰. 나도 이렇게 싸우는 건 오랜만이라 어렵다고.”

윤강산이 멈춰 있던 해골 병사들의 머리를 깨부쉈다.

A급 능력자라고 해도 윤강산은 치료 마법과 서포트가 중심인 능력자였다.

“싸움은 저렇게 해야지.”

“역시…… 딜러…….”

윤강산과 손대영의 시선이 마수아에게 향했다.

쾅!!

콰직!!

콰과과광!!!

번개부츠가 지나가는 곳마다 엄청난 폭발과 함께 해골 병사들의 뼛조각이 흩날렸다.

다른 곳보다는 확실히 여유로웠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에는 해골 병사 외에는 어떤 적도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때.

터벅.

터벅.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전투를 하던 마수아팀의 시선이 한곳으로 움직였다.

“뭐야…….”

“네가 왜…… 여기에……?”

노란 머리칼을 휘날리며 마수아팀이 있는 곳으로 다가온 남자의 이름은 한재석.

로키였다.

마수아가 볼을 긁적이며 말했다.

“왜 네가 여기로 와? 네가 제일 강하다며. 다른 곳이 더 위험할 텐데……. 여기는 보는 것처럼 여유롭다고…….”

마수아팀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춘 한재석이 입을 열었다.

“여유라……. 그럴 리가 없는데? 여기가 제일 위험할 거라고 판단해서 내가 왔는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여기는 나도 잡을 수 있는 해골 병사들 밖에 없…….”

콰과과광!!!

엄청난 폭발 소리가 들리고.

해골 병사들의 위쪽에서 포탈이 열리기 시작했다.

“내 말 맞지? 여기가…… 가장 위험할 거라고.”

포탈에서 걸어 나오고 있는 10명의 신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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