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화
여의도 상공에 나타난 붉은색 포탈.
아스가르드에서 미드가르드까지 연결된 무지개다리를 지나온 신들이 이제 막 포탈을 통과하고 있었다.
인간의 모습과 유사하지만, 2미터가 넘는 장신들이 대부분이었고,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와 인간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할 엄청난 존재감이 그들이 신이라는 것을 알아채게 해주었다.
전투를 벌이던 마수아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붉은 포탈을 지나 일자로 정렬하고 있는 신들을 눈에 담던 마수아의 온몸에 소름이 돋고 있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그 느낌.
강자라면 더더욱 선명하게 느낄 수 있는 그 본능.
죽음에 대한 공포.
삶에 대한 집착.
꿀꺽.
전투를 시작하지도 않았지만, 마수아가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순식간에 모두 죽었을 거야……. 저 녀석이 오지 않았다면…….’
마수아의 시선이 한재석에게로 옮겨졌다.
아직은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한재석이었지만, 포탈에서 나온 신들의 얼굴을 보고 이름을 하나하나 떠올릴 때마다 작은 한숨이 비집고 새어 나왔다.
‘오딘의 부인 프리그에 호드까지…….’
“정말…… 오늘이 신과 인간 중 하나가 멸망하는 날이 맞나 보군.”
한재석의 목소리에 신들의 가장 앞에 서 있던 여신이 말했다.
“어머나, 이게 누구야? 아스가르드의 수치, 바람둥이 로키 아니야?”
부드럽지만 그 속에 뼈가 있는 중후한 목소리를 내뱉는 여성.
순백의 망토를 두르고 거대한 금목걸이를 목에 찬 신의 목소리에 땅에 있던 한재석이 고개를 저으며 헛웃음을 내뱉었다.
“내가 바람둥이라니? 너에 비하면 난 바람둥이 축에도 못 끼지. 아스가르드의 여왕, 프리그.”
이름 : 프리그
나이 : ∞
종족 : 신
칭호 : 지모신 (EX)
능력치
근력 : (EX) S – 3,100
민첩 : (EX) S – 3,088
내구 : (EX) S – 3,000
체력 : (EX) S – 3,072
마기 : (EX) S – 3,272
특성 : 아스가르드의 여왕.
최종 등급 : (EX) S
SKILL
[ 여신들의 정점 ]
여성의 성별을 가진 존재를 정신지배할 수 있다.
[ 대지의 딸 ]
대지 그 자체 표르긴의 딸로 지모신이다.
모든 차원의 대지에 사랑받으며 땅에 몸이 닿아 있으면 대지의 수호가 발동한다.
대지의 수호
얼음 내성 90%
화염 내성 90%
전기 내성 90%
포이즌 내성 90%
물리 내성 90%
반 무적 상태
하얀 망토를 펄럭이며 지모신 프리그가 한재석을 보고는 미소를 보였다.
“여전히 주제넘는 말은 잘도 하는구나. 반신 주제에.”
한재석이 그녀의 모멸적인 언행에 지지 않겠다는 듯이 여유로운 태도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아스가르드 놈들은 출생의 비밀을 잘도 들춰 내는구만. 역시 자격 없는 놈들이 왕 노릇을 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지.”
한재석의 목소리에 프리그의 미간이 구겨졌다.
“아스가르드 신들이 그 이야기를 입 밖으로 내뱉으면 곧 죽음이라는 것을 잊었느냐?”
코웃음을 내뱉던 한재석의 얼굴이 순식간에 사납게 변했다.
“뭐래.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그리고 나 이제 아스가르드의 신 아니야. 적이지.”
일순간에 분위기가 변했다.
서로를 노려보고 있는 한재석과 프리그의 몸 주위로 마기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분노를 대변하듯 육체 주위로 엄청난 존재감과 마기의 분출이 일어났다.
시공간이 버티지 못하고 뒤틀려 갔다.
한재석의 주위에 있던 마수아팀이 한재석에게서 느껴지는 존재감에 작은 움직임도 보일 수 없었다.
마수아가 혼이 빠진 표정으로 한재석을 눈에 담았다.
‘이게 신의 힘인가……. 예전에 봤던 최한이나 SSS급이 된 길드장님하고는 전혀 비교도 되지 않잖아.’
눈앞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압박감에 온몸으로 힘의 차이를 체감하고 있는 마수아였다.
상대적으로 약한 윤강산이나 손대영도 어림으로나마 한재석의 힘을 체감하고 있었다.
“이게…… 신이란 건가…….”
“가까이만 가도 기절할 것 같은데요, 전…….”
윤강산과 손대영이 한재석의 기운만 느꼈음에도 심장이 쪼그라드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후…… 그럼…….”
마기를 뿜어내던 한재석이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포탈에서 나온 신들 중 중앙에 한 발짝 나와 있던 지모신 프리그를 향하던 한재석의 손이 살짝 옆으로 옮겨졌다.
“너. 그리고 너……. 그리고…….”
자신의 시야에서 프리그의 오른쪽에 서 있던 신들을 차례로 찍는 한재석이었다.
“너까지 5명. 내가 알기로는 (EX) B급도 안 되는 나약한 신들이었지? 너희가 낄 곳이 아니야.”
한재석의 눈동자가 반짝이고.
화르륵.
“으아악!!!”
순식간에 한재석이 지목한 5명의 이름 없는 신들이 순식간에 화염에 잡아먹혀 녹아내렸다.
너무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바로 옆에서 동료를 잃은 프리그의 눈동자가 세차게 떨렸다.
“마법진을 소환하는 것도 보지 못했는데…….”
그녀의 말을 무시하듯 한재석이 팔을 움직여 이번엔 프리그의 왼쪽에 있는 신들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켰다.
“너희 세 명. 너희는 펜니르의 힘을 두려워해, 오딘과 짜고 펜니르를 골탕 먹일 밧줄을 만들었다고 알고 있는데…….”
씨익.
겁에 질린 세 명의 신들을 눈에 담던 한재석의 얼굴에 사악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으아악!”
“살려줘!”
또다시 엄청난 화염이 일어나 지목받은 세 신들의 목숨을 거둬갔다.
화르륵.
화염이 사라지자 신들의 모습도 말끔히 세상에서 지워졌다.
“너희 같은 나약한 새끼들 때문에 펜니르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지옥에서 반성해라.”
악마.
그런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지금 한재석의 얼굴에 지어진 표정은 그야말로 악마 그 자체였다.
한재석의 강한 힘에 놀란 프리그가 입술을 깨물었다.
최상위가 아니긴 하나 그래도 아스가르드의 살고 있는 신들이 순식간에 죽임을 당했다.
그것도 8명씩이나.
파리 목숨을 죽이듯 간단하고 간결하게.
너무도 빠르게 전력을 소모한 프리그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젠장……. 봉인하지 말고 죽였어야 했는데. 역시 넌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어, 로키.”
악마의 표정을 짓고 있던 한재석이 프리그를 보며 입꼬리만 올려 작게 미소 지었다.
“걱정 마. 나도 네가 마음에 들지 않았어. 이제…… 너도 죽여줄게.”
한재석의 오른손에서 불길이 치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화르륵!
한재석이 프리그에게 손에 있는 불을 발사하려 할 때.
슈우웅!
대기를 가르는 엄청난 바람 소리가 들렸다.
한재석이 순식간에 두 팔을 들어 올려 방어 자세를 취했다.
쾅!!
누군가의 주먹이 한재석에게 날아들었다.
두 팔로 겨우 방어한 한재석이 눈앞에 있는 신을 보며 미소 지었다.
“이게 누구야? 싸움의 신 호드 아니야?”
한재석에게 주먹을 날린 이는 프리그와 함께 유일하게 남아 있던 신인 호드였다.
“자네가 나를 기억하고 있다니, 신기하군. 한 번도 나에게 말을 건 적도, 크게 신경 쓴 적도 없는데 말이야.”
붉은 콧수염이 짙게 난 건장한 사내의 얼굴이 보였다.
굳게 닫힌 두 눈을 뜨지 않은 채 한재석을 보며 말을 이어가는 맹인의 신이었다.
“두 눈을 뜨지도 않고서도 나를 관찰하고 있던 거야?”
“나는 자네의 얼굴을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언제나 느끼고 있었다네. 그 얄팍한 목소리와 재미있는 말로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재주 속에 숨겨진, 그 야성과 더러운 속내를.”
“이상하네. 원래 만화 같은 데서는 눈을 잃은 대신 엄청난 지혜를 손에 넣는다고 하던데, 넌 아닌가 봐. 더러운 속내는 아스가르드에 있는 신들이 가지고 있잖아.”
“닥쳐라. 교묘한 말로 또 속이려 드는군.”
호드의 반대 주먹이 한재석의 팔 위로 내질러졌다.
쾅!!!!!
엄청난 충격파와 함께 한재석이 뒤로 물러났다.
강타당해 연기가 피어오르는 팔을 천천히 내리며 한재석이 한숨을 내뱉었다.
“말이 안 통하네, 참나. 그래도…….”
한재석의 시선으로 눈을 감은 채 평온한 표정으로 전투 자세를 취하고 있는 호드의 모습이 보였다.
“더럽게 강하네.”
이름 : 호드
나이 : ∞
종족 : 신
칭호 : 싸움의 신 (EX)
능력치
근력 : (EX) S – 3,100
민첩 : (EX) S – 3,111
내구 : (EX) S – 3,000
체력 : (EX) S – 3,030
마기 : (EX) S – 3,280
특성 : 맹인의 제삼의 눈
최종 등급 : (EX) S
SKILL
[ 제 삼의 눈 ]
눈을 잃은 대가로 다른 기관들이 월등하게 발전했다.
눈이 아닌 머릿속으로 세계가 그려져 더욱 선명하게 볼 수 있다.
[ 싸움 광 ]
전쟁이 아닌, 일대일 싸움을 사랑하는 신.
피부와 피부가 닿고, 무기가 피부를 뚫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더욱 강함이 증가한다. 피가 나면 날수록 강해진다.
- 출혈량 10%당 능력치 20씩 증가.
[ 오딘의 가호 ]
아스가르드의 정예병. 오딘의 가호를 받은 자.
얼음 내성 50%
화염 내성 50%
전기 내성 50%
포이즌 내성 50%
물리 내성 50%
호드가 허리춤에 차고 있는 두 개의 검을 꺼내 들었다.
치이잉!
검집을 빠져나온 금색의 검이 엄청난 위용을 드러냈다.
이도류.
양손으로 두 개의 검을 들어 싸우는 전법.
주먹으로 싸우는 것도 좋아하지만, 호드가 가장 좋아하는 무기는 바로 검이었다.
피.
피 냄새가 날 때만큼 세상이 좋은 적이 없었다.
살이 베이고, 살점이 뜯기고, 세포가 조각나는 그 순간…….
살아 있음을 가장 잘 느끼는 호드였다.
아스가르드의 싸움신 호드.
그렇기에 붙여진 별명이 바로 피의 살인광.
“로키. 자네는 유일하게 오딘 님과도 싸울 수 있을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전해 들었네. 하지만…….”
한재석의 시야에서 호드의 몸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 녀석, 어디로…….”
“나는 나보다 강한 자와 싸우면 싸울수록 강해진다네. 부디 나의 최대의 힘을 끌어내 주게.”
한재석의 귀 바로 옆에서 들린 호드의 목소리에 한재석의 얼굴이 파리해졌다.
한재석의 몸이 반응하기도 전.
콰과과광!
엄청난 폭발과 함께 한재석의 피가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